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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모드로 IT 혁신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개백수김씨
작품등록일 :
2023.05.11 16:02
최근연재일 :
2023.05.13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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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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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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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조양그룹의 막내아들(1)

DUMMY

지독하리만큼 성공하고 싶었다.

모두가 배를 주린 시절, 나는 보육원에서 자랐다.

다섯평 남짓한 작은 공간에서 열 명에 가까운 아이들이 다닥다닥 붙어 잠을 자는 환경.

바닥에는 바퀴벌레와 쥐가 들끓었고, 간혹가다 나오는 옥수수빵이 인생 최고의 음식이었다.

이런 곳에서 꿈과 희망을 떠올리는 것은 사치였다. 모두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기 급급했다. 그래서 보육원 어른들은 매일 이런 말을 했다.


“대학교? 니 대학교 가려면 돈이 얼마나 드는지 아나? 돈이 땅 파서 나오나? 어?”

“마-. 분수를 알아라. 분수. 공부는 즈기 도련님들이나 하는 기라. 니는 기술이나 배우라 안카나.”


아이들은 어른의 말에 빠르게 공부를 포기하고 공장으로 갔다. 그들이 말하는 기술을 배우기 위해.

하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못했다.

과연 공장에 가서 기술을 배운다고 인생이 바뀌나?

저 무서운 보육원 어른들도 공무원이나 어디 기업체의 높은 분들이 오면 굽신거리기 바쁘지 않던가.

이 비루한 삶을 바꾸려면 공부만이 답이라 생각했다.

게다가 운 좋게도 타고난 머리가 아주 똑똑했다. 덕분에 나는 후원을 넉넉히 받을 수 있었고, 보육원 살림을 위해 동원되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나는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는 곧 성적으로 보답했다.


[학력고사 전국 1등]

[서울대학교 전자 공학과 입학]


사회 가장 밑바닥, 보육원 태생이라는 신분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고액 과외를 통해 처음으로 내 자취방을 마련했으며, 후원으로부터 자립할 수 있었다. 그리고 화려한 대학 생활을 끝낸 후 곧장 남들이 우러러보는 대기업, 조양그룹에 입사하였다.

그야말로 탄탄대로의 삶.

물론 우여곡절이 없지는 않았다.

취업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IMF가 찾아왔다. 대마불사를 외치던 대기업들이 줄줄이 도산하던 시절. 사상 초유의 사태에 무수한 칼춤이 추어졌다. 살아남기 위해 하루하루를 전쟁터처럼 살아가야만 했다.

버티지 못한 동기들은 회사를 뛰쳐나와 제각기 창업이나 해외로 눈을 돌렸다. 그들은 나에게도 합류하라는 말을 했지만 나는 흔들리지 않았다.

나에게 있어 조양 그룹은 곧 나의 모든 것이었고, 그것을 잃는다는 것은 치열하게 살아온 내 삶을 부정하는 것과 같았다.

그렇기에 나는 독기를 품고 악착같이 성공을 위해 달릴 수밖에 없었다.

궂은일, 더러운 일, 힘든 일.

모두 마다하지 않고 자처해서 처리했다. 때론 재벌가의 자식들을 대신해 옥살이했었고, 비자금 문제로 검찰의 표적이 되어 긴 시간 강압적인 조사를 받기도 했다.

주변에서는 손가락질하며 미친놈이라 말했지만, 결국 나는 동기 중 유일하게 살아남아 마침내 그토록 원하던 것을 얻어냈다.

그것도 차기 조양 그룹 회장으로 유력했던 김재곤 부회장의 오른팔로 말이다.

비록 그룹의 주인이 아닌 더부살이하는 마름이었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가?

그룹의 대소사를 관장하고. 그룹의 핵심, 아니 전부라 할 수 있는 전자의 사장이었다. 그야말로 부와 명예를 움켜쥔 것. 고아 주제에 엄청난 출세를 한 셈이었다.

그런데.

왜 이 자리에 오르니까 이토록 마음 한구석이 허전할까.

만일 다른 친구들처럼 조양 그룹에만 목매달지 않았다면, 현실을 지키는 것에 급급하지 않고 더 넓게 보아 도전을 했다면······.

단순한 계열사 사장이 아닌.

세계 무대에서 활동하는 IT 업계의 거물들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때로는 부림을 받는 월급쟁이 사장이 아닌, 세계 무대에서 뛰는 IT 업계의 혁신가들이 부럽곤 했었다. 마치 기계 부품과 같은 나와는 달리 생기가 넘치고 박진감이 있다고 할까나?

하지만 부질없는 생각이었다.

나는 이미 늙었고, 이제 퇴직을 앞둔 상황. 지나온 과거는 이제 정말 더는 돌아오지 않을 지나간 일이었다.


‘그래, 이 정도만 했어도 잘 한 거지.’


나는 와인으로 목을 축이며 애써 쓰게 웃었다.

그리고 이것이.

도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술잔을 기울던 나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 * *



-피이이이잉.


귓가에서 이명이 들린다. 뒤통수는 망치에 후둘겨 맞은 듯 욱신거렸다. 눈앞의 시야가 흐릿해 의지할 것이라곤 먹먹한 청각뿐이었다.


-호헌철폐 독재 타도!

-종철이와 한열이를 살려 내라!

-쓰지 마라, 최루탄!


사방에서 성난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어딘가 익숙한 외침. 어렴풋이 기억 속에서 들어 본 적 있는 구호였다.


‘우욱··· 이게 무슨 일이야······.’


남자는 비틀거리며 뒤통수에 손을 가져다 댔다. 뜨끈한 액체가 손끝에서 느껴졌다. 얼굴로 가져와 확인하니 그 정체를 알 수가 있었다. 붉은색의 끈적한 점성을 지닌 액체, 바로 피였다.


“허······.”


당황해서 헛웃음이 나왔다. 분명 자신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뒤통수에 피를 흘리고 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인가. 비현실적인 일이라 남자는 아직도 현실인지 꿈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그때.


“도련님! 정신 차리십시오. 도련님.”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 한 명이 남자에게 소리쳤다. 양복을 입은 사내는 옷차림이 무색하게 온몸이 흙투성이였다.


“도···련님?”


난데없는 말에 남자가 반문했다. 하지만 정장 사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제 할 말만 속사포처럼 내뱉었다.

“오! 세상에. 다행입니다. 어떻게 움직이실 수 있겠습니까? 어서 빠져나가셔야 합니다. 정부에서 곧 대학교 안으로 전경을 투입한다고 합니다.”


-삑삑!

-펑펑. 펑펑.

-와아아아아아!


정장 사내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요란했다. 펑펑 소리가 날 때마다 메케한 뿌연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것이 아마도 최루탄 같았다.


-전경이 온다! 후퇴해 후퇴!

-싸그리 밀어 버려!


“도련님, 어서 움직이셔야 합니다.”

정장 사내가 남자에게 재촉했다. 지금 이 상황이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충 봐도 상황이 아주 급해 보였다. 서둘러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남자는 마음처럼 움직이지 못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구토감이 몰려들었다.


-우웨웨웩


바닥에 주저앉으며 남자는 토악질했다. 조금 전 확인했던 뒤통수의 상처. 그 상처가 날 때 충격으로 뇌진탕이 온 모양이었다. 남자는 점차 의식이 흐릿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런 젠장······.”


남자의 상태를 확인한 정장 사내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에게 주어진 임무는 이 철없는 도련님을 보호하고 감시하는 일. 만일 하나 전경에게 잡히는 날에는 사달이 난다. 그동안 수차례 노출되었었다. 두 번 다시 언론에 노출되지 말라는 게 윗분의 엄명이었다.

이래 죽나 저래 죽나 일단 뭐라도 해야 한다. 이판사판이다. 생각을 정리한 정장 사내는 남자의 팔을 잡으며 외쳤다.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도련님.”


당황한 남자가 팔을 뿌려 치려 하지만 될 리는 없다. 결국, 남자는 정장 사내의 등에 강제로 업혀졌다. 그리고 이게 낯선 환경에서 깨어난 남자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1987년 6월 29일, 이날은 대한민국 역사상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날이었다. 1월에 있었던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을 계기로 이어진 시민 항쟁에 군부가 결국 무릎을 꿇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이제 우리나라의 장래 문제에 대해 굳은 신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국민들 사이에 쌓여진······.”


TV와 라디오에서는 노태우 내무 장관의 6.29 선언이 이어지고 있었고, 시민들 특히 시위를 주도했던 대학생들은 너 나 할 거 없이 들뜬 마음으로 정부의 담화를 듣고 있었다.

마침내 그토록 갈망하던 민주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미치겠군.’


하지만 다른 이유로 지금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바라보는 남자가 있었다.


‘내가 알던 과거와 똑같아. 아무래도 내가 진짜 과거로 돌아온 거 같은데······. 심지어 부잣집 도련님으로.’


남자는 중얼거리며 TV를 껐다.

그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주변을 둘러봤다.

30평 남짓한 넓은 방에 오로지 남자 혼자뿐이다. 밖에는 의사와 간호사가 상시 대기하고 있었고, 내부는 이 시대에 보기 힘든 컬러텔레비전과 각종 과일, 먹거리가 가득한 냉장고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 시절에는 누려 보기 힘든 호사라니. 인생 역전했군.’


남자는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지난 1주일간 고민하고 있었지만, 마음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뭔가 특별한 일을 겪은 것은 아니었다. 단지 평소와 똑같이 올라온 결재서류를 확인하고 밤늦게 집에 가 술 한잔을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눈을 떠 보니 민주화 운동이 극을 달했을 1987년도로 돌아왔단다. 그것도 자신이 모시던 재벌가의 막내아들로.


‘왜 과거로 돌아온 거지? 그것도 내가?’


무언가 일이 벌어졌다면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봐도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알아낸 것은 피부로 느껴지는 감각이 너무나 생생하다는 점과 아무리 잠을 자도 같은 세상에서 깨어난다는 것이었다. 즉, 지금 이게 꿈이 아니라 사실이라는 것.

“허······. 참. 모르겠네.”


결국, 생각을 포기하고 머리를 긁적였다. 판타지 소설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었지만 이제는 받아들여야 했다. 짧지 않은 남자의 경험상 답을 내릴 수 없는 것은 그냥 받아들이는 게 최고였다.

그래서 남자, 아니 이제는 재벌가 막내아들로 살기로 결심한 명훈은 비현실적인 현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다음날, 몸이 정상이라는 의사의 진단에 명훈은 곧장 퇴원을 준비했다. 의사가 그래도 며칠 지켜보자고 권유했지만 그걸 들을 생각은 없었다.


“오셨습니까. 도련님. 모든 준비를 끝냈습니다.”


옷을 갈아입고 로비로 내려가자 정장을 입은 남자가 명훈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날 자신을 구했던 남자였다.


“아, 고마워요. 급하게 불렀는데.”

“아닙니다.”


그렇게 대꾸하며 남자가 차량 뒷문을 열어 줬다. 그리고 명훈이 타자 남자는 능숙하게 차량을 움직였다.


-우우우웅


조용하게, 그리고 부드럽게 차가 달려간다. 명훈은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 느꼈다. 아마 전 몸 주인의 운전 취향이 이런 것인가 보다.


“그, 이름···이?”

“도여율입니다.”

“나이는 어떻게 돼요?”

“33살입니다.”


생각보다 젊다.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취업에 성공한 모양이다. 군대 복무 기간을 생각하면 얼추 시기가 맞았다.


“33살··· 한창 좋을 때네요.”

“예······?”


백미러 넘어 도여율의 당황한 표정이 보였다. 명훈은 그것을 보고 아차 했다. 지금 자신의 나이는 23살. 저 양반을 바라보며 한창 좋을 때라 말하기 어려운 나이였다.


“아하하. 아뇨. 지난번 시위 때 도와주셔서 고맙다구요.”

“아, 예. 제 일을 다 했을 뿐입니다. 도련님.”


도여율이 무뚝뚝하게 대답했다. 차 안에 어색한 침묵이 내렸다.

명훈은 이마를 매만지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린애 투정 같은 일은 인제 그만둬야겠죠?”

“예? 그게 무슨 말이신지······.”

“시위 말입니다.”


순간 차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운전대를 잡은 도여율이 다시금 당황한 모양이었다. 명훈은 그동안 전문 시위꾼 못지않은 시위꾼이었으니까.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당혹스러운 일이었다.


“왜요? 내가 그런 말 해서 이상합니까?”

“아, 아닙니다.”

“아니긴요. 얼굴에 다 쓰여 있는 데요, 뭘.”


그러자 도여율이 다시 얼굴을 무뚝뚝하게 굳혔다. 그 모습에 명훈은 피식 웃으며 차창 너머를 바라봤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휙휙 지나는 도시의 풍경 너머로 뭉게뭉게 뿌연 연기가 피어나고 있다. 어디선가 날카로운 호각 소리와 군중들의 목소리도 들렸고. 군부는 물러났지만, 아직 메케한 최루탄은 싹 다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명훈은 알고 있다. 이제 독재의 시대가 저물고 자본의 시대가 올 것을.

상식과 가치관, 산업과 사회 구조 모든 것이 뒤바뀌는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다.


‘과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문득 지난 과거가 떠올랐다.

가난한 고아 출신으로 한평생 성공을 향해 달려온 자신.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총수 일가의 오른팔로서 핵심 계열사의 사장자리에도 올랐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채워지지 않던 아쉬움이 있었다.

바로 남의 것이 아닌 내 것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

IMF 회사를 뛰쳐나간 친구들은 모두 한국 IT 업계의 역사를 써내려가며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하지 않았던가?

왜 자신은 그것을 못 했었을까.

가져본 적 없는 고아 출신이라 잃는 거에 대한 본능적인 두려움이 있었던 것일까?


‘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순간 가슴 한구석에서 뜨거운 열기가 치솟았다.

그리고 자신이 느끼던 허전함이 무엇인지 명확히 깨달을 수 있었다.

도전.

자신도 도전을 해 보고 싶다.

그래서 업계에, 사람들에게, 회자될 수 있는 뛰어난 사람이 되고 싶다.

때마침 미래 지식과 경험이라는 엄청난 능력이 쥐어졌다.


“그래. 기왕 다시 사는 거. 예전처럼 똑같이 살 수는 없지.”


혹시 아는가?

빌 게이츠나 스티븐 잡스처럼 위대한 혁신가가 될지도?

짜릿한 상상에 명훈은 씩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리고 그런 명훈을 도여율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백미러를 통해 힐끔힐끔 바라봤다. 머리를 다치신 사고 뒤로 어째 도련님이 조금 이상한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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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 첫걸음부터 차근차근(1) 23.05.13 20 0 12쪽
2 2화 - 조양그룹의 막내아들(2) 23.05.12 20 0 12쪽
» 1화 - 조양그룹의 막내아들(1) 23.05.11 42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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