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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의 서재

초급던전에 들어간 SS급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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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2021.08.18 18:40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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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67
추천수 :
746
글자수 :
447,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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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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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
추천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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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초동수사(5)

DUMMY

두근, 두근.


하얗게 빛나는 팔을 찢어내 버리고 싶었다. 극렬히 요동치는 충동을 억지로 참아내려 했으나,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준성아."


이모의 팔을 잡고 있는 손에 자꾸만 힘이 들어갔다. 간신히 마주한 이모의 눈. 그것은 금방이라도 꺼질 것 같은 촛불처럼 생기가 사그라들고 있었다.


"자···머ㄱ······마."


갈라진 목소리는 터널을 지나는 라디오처럼 끊겼다. 그녀는 임종을 앞둔 사람처럼 마지막 힘을 짜내어 무언가 말하려고 했다. 간절히 달싹대는 입 모양만이 또박또박 움직였다.


「잡아먹히지 마.」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금방이라도 감겨버릴 것 같은 눈동자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이내 파르르 떨리는 입술이 멈췄고, 이모의 몸은 그대로 내 쪽으로 무너져 내렸다.


"이모? 이모!"


옅었던 숨소리가 멈췄다. 무릎을 꿇어 안아들듯 그녀의 눈동자를 마주했으나, 생기 한 줌 느껴지지 않았다. 심장 박동 역시 잦아들었다.


백색으로 빛나던 이모의 손이 발광을 멈추자, 스멀스멀 고개를 쳐들던 분노가 분출구를 찾지 못한 채 어지러이 얼룩졌다.


차갑게 식어가는 그녀를 안고서도 마음속에선 이해되지 않는 감정들이 나뒹굴었다. 그런 스스로가 너무도 낯설었다. 무엇 하나 어찌하지 못한 채 현실감을 따라가지 못한 사고가 멍해졌다.


그때였다.


틱, 찰칵- 끼기기긱.


시곗바늘이 교차하는 소리보다는 크고, 기어끼리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 소리보다는 정교한 소음. 태엽 인형의 태엽이 돌아가듯 일정한 규칙 소리와 함께, 번쩍. 점등하는 허공 속에서 사람의 형상이 보였다.


"어라? 처리할 건 하나라고 들었는데."


웨이브가 들어간 중단발의 여성. 파란빛과 보랏빛이 은은하게 섞인 듯한 머리를 쓸어내며, 그녀는 선이 매혹적인 눈매를 실룩였다.


"오빠는 누구야?"


장난스럽게 말을 거는 여성. 하지만 그보다 눈을 사로잡는 건 옆에 있는 거구였다.

검은 철갑을 온몸에 두른 거구는 중세 기사를 떠올리게 했다. 그의 왼손에 매달려있는 철선. 그 끝에는 '회중시계'가 걸려 있었다.


"진태 오빠랑 아는 사이?"


내 눈치를 살피던 그녀는 아랫입술을 살짝 깨물곤 얼굴을 찡그리는 시늉을 했다.


"맞다. 본명 말하지 말랬지."


그저 말만 그렇게 할 뿐 후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녀는 '어차피 죽일 거니까.' 따위에 말을 덧붙였다.


"나이트"


그녀가 옆에 있는 거구에게 속삭이자, 기사의 오른손에 들린 장검이 이쪽을 향했다. 정확히는 내 품에 안겨있는 이모를 가리키고 있었다.


샤륵-


그러자 이모의 몸에서 미량의 빛가루가 뿜어져 나왔다. 본능적으로 잡기 위해 손을 뻗었으나, 잡히지 않는 빛가루는 기사에게 빨려 들어가듯 모습을 감췄다.


마치, 던전이 무너져 내리면 쏟아졌던 빛가루와 같았다.


"무슨 짓을 한 거야?"


분노 서린 음성에도 여자는 기쁜 듯 손뼉을 쳤다. 그녀는 새로운 친구를 사귀듯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 말할 수 있네?"


"무슨 짓을 한 거냐고?!"


"내 스타일이긴 한데··· 사교성이 너무 떨어진다."


찡긋 눈을 움직이는 그녀는 내게 금세 흥미가 떨어진 것처럼, 고개를 돌려 주위를 훑었다.


"오빠 것도 뽑아줄 테니까, 걱정 마."


휙, 걸음을 돌려 던전의 한쪽을 향하는 그녀. 발걸음을 옮기기 전 툭, 툭. 기사의 허리춤을 두드리자 거구가 내 쪽을 향하기 시작했다.


파짓-!


그와 함께 발작하듯 전류가 몸을 휘감았다. '푸른 벼락'. 기프트의 이름과는 달리, 피어오르는 전류는 붉은색을 띠었다. 순식간에 과부하된 기프트가 검은 안개를 뿜어댔다.


어둠 속에서 경고하듯 빛나는 붉은색.


그것은 기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얼굴까지 검은 투구로 완전히 뒤덮여 있던 탓에 기사는 온통 검은색이었다. 하지만 그 표정까지 가리는 갑주 사이에서도 노랗게 빛나는 눈만은 명확한 적의를 드러냈다.


불꽃과 같은 잔상을 남기는 노란색 빛은.

이전, 노랗게 발광하던 녀석의 색과 일치했다.


분명 처음 마주하는 녀석임에도 왜인지 알 수 있었다.


'새끼가 아니다. 여럿을 잡아먹은 놈이다.'


그 눈과 마주하자, 마침내 탈출구를 찾은 불쾌감이 폭발하듯 뿜어졌다.


"#&*◇◆@§※#"


검은 투구 사이로 흘러나오는 음성. 똑똑하게 그 뜻이 귓가를 맴돌았다.


「너는 몇 번이냐?」


거기까지였다. '틱' 하고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


"응?"


그녀는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검은 기사. 그녀는 그것의 통칭을 들은 적이 있지만 까먹었다. 정확히는 처음부터 기억하려는 마음이 없었다는 게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사용하는 볼펜의 브랜드나 제조사를 기억하지 않았다. 그저, 필요할 때만 쓸 뿐이고 잉크만 나오면 그녀에게는 다 똑같은 볼펜이었다. 그녀에게 검은 기사란 그런 수준의 것이었다.


단지, 나이트(knight). 기사처럼 생겨서 그녀는 그렇게 불렀다.


'지금 웅얼댄 거야?'


볼펜이 갑자기 말을 한다면 신기할 것이다. 그녀에게 지금이 딱 그랬다. 나름 적지 않은 시간 동안 사용한 기사는 단 한번도 그녀에게 말을 건 적이 없었다. 심심해서 이리저리 옆에서 떠들어대도 기사는 묵묵히 시키는 일만 했다.


'뭐면 어때.'


하지만 그것도 그녀에겐 조금 놀랍다 뿐이지, 더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그녀는 다시금 자신이 발견한 보물을 향해 사뿐사뿐 걸어갔다.


어차피 상대가 누구든 나이트가 알아서 다 처리할 것이다.


「송채린. 잘 들어.」


그녀를 거둬드린 사람. 안진태.


피도 섞이지 않았고, 6살 차이밖에 나지 않지만, 그녀에겐 부모와 같은 사람이다. 그는 펜을 쥐기 좋아하는 아이보다 남의 지갑을 쥐기 좋아하는 그녀를 인정해 주었다.


하지만 계속해서 그녀가 일으키는 문제 탓에 그는 특단에 조치를 취했다.


「어디서나 이것만 명심해. S급은 반드시 피하고, 나머지는 증거 안 남게 그냥 다 정리해 버려.」


그렇게 말하곤 그는 반지 하나를 건네줬다. 그러자 검은 기사가 그녀의 말을 듣기 시작했다.


그녀는 천성이 남의 말보다는 자신의 욕구가 앞서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말만큼은 신경 쓰기로 했다. 폐를 끼칠 때마다 그녀 또한 썩 유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의 말을 어길수록 그녀가 원하는 것을 그는 가져다주지 않았다.


그녀는 붉은 전류를 내뿜어대는 남성의 얼굴을 한번 더 확인했다.


'S급 명단 중에 없어!'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S급은 많지 않다. 나름 기억력이 좋다고 자부하는 그녀는 안심하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끄나풀 시체 처리.」


아마 정확한 작전명은 이게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정도 쯤으로 기억되어 있다. 처리해야 하는 목표가 누군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따위는 그녀의 관심 밖이었다.


불만스러운 점은 분명 한 명이라고 했는데, 웬 알 수 없는 남자가 하나 더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뭐하는 사람인지는 알 수 없으나, 그녀는 이것이 명백히 추가 보상을 받아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멋대로의 결론으로 그녀는 던전 안에 있는 물건 하나를 취하기로 했다.


「마지막 경고야. 무슨 뜻인지 알지?」


그녀는 이미 몇 번이고 주의를 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상황이 이런 만큼 어쩔 수 없는 사항이다. 그런 식으로 대충 합리화했다.


"야호!"


그녀의 입이 기분 좋게 원호를 그렸다. 감격으로 인해 입을 감싼 두 손 위로. 반짝이는 눈빛. 흥분 섞인 시선 끝에는 백색으로 빛나는 암석에 뿌리박은 버섯 하나가 있었다.


「오를린」


정확히는 버섯의 이름이 아니라 가공이 완성된 상태의 이름이다.

기프트로 인한 질병 및 외형 코스트 치료, 기프트 강화 보조제 등 다양한 활용에 비해 일부 던전 안에서만 구할 수 있어 귀한 버섯이다.


정말로 귀한 이유는 그런 것들 때문이 아니지만.


"하아"


그녀는 가능하다면 당장이라도 분말에 가까운 형태로 버섯을 잘게 찢어내고 싶었다. 하지만 마땅한 도구가 없다. 안진태가 특별히 신경 써서 압수했기 때문이다.


'기프트가 믹서기라면 얼마나 좋아?'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그녀는 버섯을 적당히 손으로 찢어 입에 집어넣었다.


"웁··· 암."


좀 더 잘게 찢어냈다면 좋으련만, 이성적인 판단보다는 충동적인 마음이 커서 그녀는 일단 입에다 밀어넣기 시작했다.


"하움."


처음에는 목이 메는 괴로움에 인상이 찡그려졌지만, 오물오물 씹을수록 참을 만했다.


"꿀꺽."


마침내 입에 있는 모든 것을 삼켜냈을 때, 그녀의 눈은 조금 풀려 있었다.

따뜻해지는 위부터 차츰 피어오르기 시작한 고양감이 온 전신을 마구잡이로 탐하며 교감계를 망가트려 갔다.


"으읏-"


움찔대는 자극과 함께 다리의 힘이 풀렸다. 주르륵, 그 자리에 주저앉은 그녀는 몸 안에서 꿈틀대는 기프트의 감각을 꼬옥 끌어안았다.


목구멍을 타고 흐르는 열기 탓에 그녀는 입과 코에 모양이 생생히 느껴졌다. 흐려지는 시야. 눈앞에 안개가 잔뜩 끼어있는 듯 착각이 들었으나, 몽롱한 기분이 싫지 않았다.


독과 약은 한 끗 차이.


가공을 완료한 오를린은 불필요한 기프트 사용을 억제하는데 도움을 준다. 하지만 일정치 이상을 섭취했을 시에는 기프트가 증폭되는데, 그 양이 과할 경우 몸과 정신을 망친다.


오를린은 사람의 목숨까지도 취할 수 있는 독성이 강한 버섯이다. 그럼에도 구하기 어려운 까닭은 그 파괴적인 이면에 있는 달콤한 쾌락 때문이다.


단순히 그따위 이유 때문에 무척이나 구하기 어려운 물건이다.


"흐··· 흐하."


고통과 희열이 섞인 신음이 옅게 흘렀다. 시간 감각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녀는 얼마나 그러고 있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다만, 조금씩 돌아오는 감각들 사이에서 여운을 즐겼다.


"헤헤-"


「작전 중에 진짜 죽고 싶어?!」


안진태라면 분명 그렇게 소리쳤을 것이다. 그녀는 단언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이전에도 헤롱대는 그녀를 보며 그가 질색하는 얼굴로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이번에 또 걸린다면 그냥은 안 지나갈 것이다.


"하우-"


그런 것치고 그녀는 경각심이 없었다.


파지지직-!!


신원 미상의 남성을 앞에 두고도 그녀가 태평한 이유는 '어차피 나이트가 다 처리할 거니까.'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S급만 주의하라.'


다시 말하면 다른 등급까진 저 검은 기사가 다 처리할 수 있다는 뜻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남성이 누군지 상관없는 이유기도 하다. 어차피 S급은 아니다. 어디서 뭘 하는 사람이든, 얼마나 대단한 기프트를 가지고 있든. 하물며 A급이라고 할지라도 나이트를 꺾을 수는 없다.


저벅-


뿌연 안개가 조금씩 걷히며 실루엣 하나가 다가왔다.


"끝나서어어?"


그녀는 풀린 혀를 제멋대로 굴렸다. 나이트는 한 번도 대답한 적이 없었지만, 그녀는 이렇게 종종 그에게 말을 걸었다.


"웅?"


부르르 떨리는 다리는 아직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올려다본 시선. 그녀의 눈동자에는 딱딱한 철갑이 비치지 않았다. 좀 더 자세히 보기 위해 허공을 향해 양손을 휘젓자, 눈앞에 존재가 손을 뻗어왔다.


"고마··· 욱."


남성의 팔. 그것은 그녀의 팔을 지나 목으로 향했다.


"아윽"


그녀의 숨통을 쥔 채 천천히 들리는 팔. 그녀는 벗어나기 위해 양손으로 남성의 팔을 붙들었다. 하지만 저항에도 팔은 꿈쩍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그녀를 들어 올렸다.


쿠구구구구---


던전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이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았다. 안진태에게 들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던전의 변심.」


그 생각이 맞다는 것을 증명하듯 그녀의 눈에 쓰러져 있는 기사가 비쳤다. 이 던전의 귀속되어 있는 나이트. 그것은 완전히 박살 나 있었다.


「던전 클리어, 던전 클리어」


「클리어 보상을 지급합니다.」


떠오르는 문장들을 그녀는 읽을 수 없었다. 다만, 사방에서 뿜어지는 빛가루가 그에게로 흘러 들어가는 것만을 지켜봤다.


마침내 마주한 눈빛. 그것은 우악스러운 팔보다도 그녀의 숨을 막히게 했다.


그의 눈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붉게 빛나는 적안. 그것은 검은 기사와 같은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하으···"


그녀는 그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리곤 양손에 힘을 주어 간신히 입을 열었다.

가냘픈 숨소리 사이로 어렵사리 그녀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섹시해"


비릿하게 뒤틀린 미소가 그녀의 얼굴에 번졌다. 그와 함께 초록빛이 던전 내부를 모두 감싸며 밝게 빛났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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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각자의 사정(3) 21.06.09 171 9 12쪽
29 각자의 사정(2) 21.06.08 186 10 12쪽
28 각자의 사정(1) 21.06.07 188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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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초동수사(4) 21.06.04 212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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