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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의 서재

초급던전에 들어간 SS급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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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꺽새
작품등록일 :
2021.05.12 10:07
최근연재일 :
2021.08.18 18:40
연재수 :
8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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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68
추천수 :
746
글자수 :
447,712

작성
21.06.0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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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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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초동수사(3)

DUMMY

"덕분에 빨리 처리됐네요."


'덕분에?'


차에 오른 한수경 팀장이 그렇게 말했다. 이 사람은 내가 없었으면 도대체 어떻게 하려고 했던 걸까?


"처음부터 이러려고 데려온 거예요? 노기프터들 때문에?"


그녀는 대답하지 않은 채, 시동을 걸었다. 무언의 긍정. 맞네, 맞아. 이럴려고 데려온 거였네.


"원래 사람 막 그렇게 찌르고 그러세요?"


단검을 쥔 시늉을 하며 허공을 그어댔다. 그녀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살인을 해보거나 하진 않았죠?"


꿈틀, 움직이는 한수경 팀장의 눈썹.

질책 반, 농담 반으로 한 소리였는데. 그녀의 얼굴을 보니 진지하게 의심스럽다.


"와··· 되게 무서운 분이시네."


이래서 어디 같이 일이나 하겠나?


그러거나 말거나 그녀는 손에 쥔 것을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 보관함에 내려놓았다. VIP 룸에서 뺏어오다시피 한 물건들이었다.


"근데 이건 뭐예요?"


그녀가 내려놓은 물건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남성의 귀에서 빼온 무선 이어폰.


특별할 것 없이 생긴 이어폰이었다. 슬쩍 귀에 꽂아보자 우당탕당, 물건 부서지는 소리와 분노의 찬 샤우팅이 들려왔다.


「니들은 하는 게 뭐야?! 이런 등신 같은 것들···!!」


아까 전 남성의 목소리였다. 이어폰 한쪽이 아직 그쪽에 남아있는 모양이다.


「저거 통신부터 끊어!!」


치직-


허둥대는 목소리를 끝으로 이어폰에서는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어떻게 던전 안이랑 연결되어 있는 거예요?"


던전 안에 들어가면 전자제품들은 모두 먹통이 된다.

내 기프트로 충전시킨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던전 내에서 독립적으로 쓸 수 있을 뿐이다.


핸드폰, 무전기, 하물며 삐삐까지. 테스트 삼아 던전에 들고가서 시험해 본 적이 있었다.


던전 내부에 두 개의 무전기를 가져가면, 두 제품끼리는 연락이 된다. 하지만 던전 밖에 있는 무전기와는 연결되지 않았다.

핸드폰의 경우에는 통신사와에 연결이 끊어져, 몇 개를 들고가든 연결되지 않았다.


그런데 이 조그마한 무선 이어폰은 던전 외부에 있어도 내부와 연결되어 있다.


"국던수에서 테스트 중인 제품입니다. 아직 상용화되진 않았어요."


「하하, 장난하나 진짜. 야, 그건 국던수에다 물어보셔야지. 왜 여기서 지랄이세요?」


남성은 그런 말을 했었다.


"그런 제품이 왜 번외 구역에 돌아다녀요?"


옅은 한숨을 내쉬는 그녀가 액셀을 밟아 차를 몰았다.


"그러게요. 뒤가 구린 놈이 한둘이 아니라서."


내부 스파이라도 있는 건가? 하긴, 던전을 저딴 식으로까지 꾸며대는 양반들일 텐데. 이런 거 하나 못 구하겠어? 돈만 있으면 참 뭐든 되는 세상이네.


"오늘처럼 막 칼부터 들이밀면 나중에 밤길 다니기 힘들지 않아요?"


"그건 이제 준성 씨도 마찬가지겠네요."


뭐?? 아씨, 나도 이제 공범이야? 미쳤다. 하, 미쳤어. 이 사람을 진짜···!


"걱정 마세요. 오늘 본 녀석은 심부름꾼 정도니까. 값도 치렀으니 뒷말은 안 나올 거예요. 그게 그들의 규칙이죠."


값? 그 칩 같던 거 말하는 걸까? 그게 뭐길래? 믿을만한 정보 맞아?


"그런 규칙이 없었다면 심부름보다는 복수만 하러 다녔겠죠."


한수경 팀장의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뭐야? 지금 농담한 거야? 공범 뭐시기 말할 때부터 목소리가 조금 부드러웠었다.


"그럼 칼질하면서까지 막무가내로 요구 안 해도 됐던 거 아니에요?"


"저런 류는 협조적이지 않을 때가 많아서요. 강한 인상이 효과적이에요."


인상 두 번 남겼다가는 사람 하나 죽겠다.


"혹시 미심쩍은 일이 생긴다면 말해주세요. 팔을 전부 뜯어놓을 테니까."


장난 같기도 하고 진심 같기도 한 말. 한수경 팀장에 대해서는 아직 감이 안 잡힌다.


"에효-"


밤길에 뭐라도 달려드는 것 같으면 주저 없이 기프트를 사용해야겠다.


"그럼 이거는요?"


무선 이어폰 옆에 있는 명함을 들었다.


「검은색 명함.」


남성에게 뺏어온 것 중 하나. 온통 검은색으로 칠해진 명함 중간에는 육각형 도형 하나가 작게 새겨져 있을 뿐이었다. 명함이라고 하기엔 이름이나 신분 등 신상 정보가 전혀 담겨 있지 않은 종이.


'이건···'


「안녕하세요. 저는 안진태라고 합니다.」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있는 명함과 비교하자 똑같았다. 이전 CCTV가 달린 병실에서 유령처럼 내게 명함을 주고 홀연히 사라진 남자.


"브로커 명함이에요. 누가 스파이 짓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국던수 직원이 직접 이들과 컨택하진 않겠죠. 단체 하나를 거치는 것 같아요."


괜한 오해를 살 것 같아서 주머니에 있던 명함은 한수경 팀장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아무것도 안 써있는데 이걸로 뭘 알수나 있나요?"


"확인할 수 있는 곳을 알고 있어요."


내비게이션에 찍혀있는 위치는 용산 쪽이었다.

가보면 알겠지 싶어 그 옆에 있는 물건에 손을 옮겼다. 제일 궁금한 물건.


"이것도 국던수에서 개발 중인 제품이에요?"


회중시계. 노란 녀석이 가지고 있던 것과 똑같이 생겼다. 열어보니 이것 역시 숫자 대신 이상한 기호들이 즐비해 있었다.


"개발 중인 제품을 이렇게 막 가지고 나와도 돼요? 국던수도 참···"


거기까지 말하는데 시선이 느껴져 고개를 돌렸다. 붉은 신호로 인해 정차하고 있는 차. 창문 쪽에 한쪽 팔을 올려놓고 있는 그녀가 묘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왜 그렇게 봐요?"


"못 가지고 나와요. 제가 요청한다고 해서 받을 수도 없고요. "


뭐야 그럼? 이것도 시말서 사항이야?


"몰래 가지고 나왔어요?!"


여전히 나를 응시하고 있는 눈동자. 거기엔 알 수 없는 원망과 의심스러움이 가득했다.


"정말 몰라요?"


자기가 가지고 나온 걸 내가 어떻게 알아?


"최우태 팀장님···"


"네?"


생각지도 못한 이름이 한수경 팀장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갈등으로 흔들리는 눈동자. 달싹거리던 입은, 이내 초록불로 바뀐 신호등과 함께 닫혔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도저히 그녀가 어떤 관계로 그 이름을 언급했는지 모르겠다.


"무슨 사인데요?"


「최우태.」


그건 돌아가신 아버지의 이름이었다.


지이잉-


울리는 핸드폰. 무시한 채 한수경 팀장에게 더 물으려는데, 발신인이 눈에 걸린다.


「선배, 와보셔야 할 것 같아요. 수성이가···」


하진이에게 온 문자였다.


"팀장님. 잠깐 차 좀 세워주세요."



+



「극단주의 성향을 보이는 단체가 던전을 무단으로 점거하는 행위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승인제 반대 시위에 나선 대다수가 비공식 단체인 '패킹'에···」


내게로 쏘아지던 언론의 관심이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덕분에 더 이상 병원에 기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아니, 있더라도 이제 기다릴 수 없다.


드륵-


병실의 문을 열자 수척한 모습의 하진이가 보였다. 한동안 던전 이곳저곳을 내다닌 모양이다.


"아, 선배···"


"수성이는?"


병실 안 침대. 잠을 자는 듯 수성이는 그곳에 누워있었다.


"······."


처음 병원에 실려 왔을 때, 수성이는 몸에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받았다. 그래서 금방 일어날 줄 알았다. 의사 또한 시간이 지나면 자연히 깨어날 거라고 판단했었다.


그랬던 녀석이 벌써 며칠째 누워만 있다.


"···기프트 재측정한 거 확실하데?"


"네···."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는 하진이. 하진이 또한 폭주 던전에서 처음 돌아왔을 때, C등급으로 떨어져 있었다. 개화하게 된 계기조차 기억하지 못했던 녀석.


수성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니, 더 심각한 상태였다.

등급이 한 단계 줄어들었던 하진이와 달리, SS등급으로 측정 받았던 수성이는 현재 N등급까지 떨어져 있었다.

게다가 의식불명 상태.


"하아···"


머리에 있는 피가 모두 말라버리는 것 같았다. 다리의 힘이 풀려 옆에 있던 의자를 짚었다.


"하진아. 너도 고생하다 왔을 텐데, 이만 가서 쉬어."


하진이는 말을 보태려다 힐끗 내 얼굴을 바라보더니 그저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세요."


"그래, 고마워."


그렇게 병실에는 나와 수성이만이 남아 있었다. 한동안 녀석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참 편안한 얼굴. 금방이라도 벌떡 일어나서 말을 걸어줄 것만 같다.


"좀 늦었지?"


이럴 줄 알았으면, 기자고 뭐고 그냥 달려왔을 텐데. 뭐하는 거냐, 나.


"······."


째깍, 째깍. 벽에 걸린 초침 소리만이 병실에 가득했다. 그렇게 한참을, 한참을 수성이 얼굴만 바라보았다.


"언제까지 잘 거야?"


대답은 없었다. 그래도 녀석이 깨어나면 했을 법한 말들을 꺼냈다.


"나 요즘 너가 좋아하는 S급이랑 같이 일한다."


「뭐? 누구? 설마 백화연이랑??」


"TV에 나오는 모습이랑은 좀 다르더라. 무슨 기계 같았잖아? 완벽한 모습만 비치니까. 근데 실제로는 안 그래. 그냥 애야, 애. 범생이 같은 애. 너랑 똑같아."


「에이, 그래도 나랑은 다르지.」


"하긴, 다르긴 다르네. 너는 SS급이니까. 걔보다 훨씬 잘났지."


「카페는?」


"카페도 오픈 준비 다 끝났어, 열기만 하면 돼. 로스팅기 써봤는데 괜찮더라. 커피 맛있어."


「오! 나 그거 먹고 싶어, 그거! 아메리카노 위에 하얀···」


"아인슈페너."


'맞아!'라고 외칠 것 같은 잔상 밑으로 새근새근 숨을 쉬는 수성이가 보였다.


"해줄 테니까, 빨리 일어나."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 반찬이 없어도 늘 밥은 꾸역꾸역 잘 먹던 녀석인데, 팔에 꽂혀있는 수액에 의존하고 있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옥죄였다.


"하진이도 금방 괜찮아졌어."


개화 발현에 대한 기억과 기프트 등급이 온전히 돌아온 하진이.

내가 노란색 녀석의 몸을 찢어놓은 날. 딱 그 시기에 하진이가 회복됐다.


끄득-


그때 확실히 죽여놨어야 했는데.


「^&*%@@%/」


커다란 입을 쩌억 벌려 노란색 녀석을 한 번에 집어삼킨 괴물. 붉은색으로 빛나고 있던 녀석은 노란색과 똑 닮아 있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악마와 같은 뿔이 달려 있었다는 것.


「==========」


녀석은 나를 바라보며 무언가 지껄이고 있었다.


두근-


그 장면을 떠올리자 묘한 감정과 함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꼭 찾는다.'


폭주하는 던전을 모두 뒤져서라도.


'꼭 찾아서, 반드시 찾아서.'


두근, 두근. 피어오르는 감각은 점차 진해지며 몸에 덕지덕지 들러붙었다.


'죽여버린다.'


황금색 문을 바라봤을 때와 같은, 파란 녀석을 쳐죽일 때와도 같은 감정이 울컥댔다. 감각은 단단히 벼려낸 날붙이처럼 예리해져 갔다.


"다녀올게, 수성아."


의자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병실을 나가기 위해 수성이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움직이기 위해 신경을 돌릴만한 것에 집중했다.


노란 녀석이 있던 던전의 좌표. 그건 이모에게 건네받은 USB를 통해 찾아냈다. 이번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회중시계에 대한 건도 있다. 한수경 팀장. 그녀가 뭘 하는지는 모르지만, 아버지에 대해 알고 있는 그녀를 추궁해볼 필요가 있다.


발광체 몬스터를 아는 듯했던 백화연. 녀석이라면 내가 모르는 정보를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뭐가 됐든, 전부 뒤져서라도 꼬리를 잡는다.


『우리 그러니까 앞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말자!』


무슨 일이 있어도.


찾는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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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각자의 사정(4) 21.06.10 166 8 12쪽
30 각자의 사정(3) 21.06.09 171 9 12쪽
29 각자의 사정(2) 21.06.08 186 10 12쪽
28 각자의 사정(1) 21.06.07 188 10 12쪽
27 초동수사(5) 21.06.05 205 10 13쪽
26 초동수사(4) 21.06.04 212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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