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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프C
작품등록일 :
2018.04.09 10:17
최근연재일 :
2018.09.18 22:44
연재수 :
6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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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70,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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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1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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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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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진입

DUMMY

직원용 진입소는 옆 건물 국민정신건강센터 23층에 있었고, 한울은 두 건물 안내데스크에서 모두 똑같이 실강이를 벌여야 했다. 구면인 복지부 본청 1층의 안내데스크 여자는 ‘프로젝트 언디파인드’라는 말에 입을 반쯤 벌리고 짜증과 체념이 뒤섞인 복잡한 표정으로 대답했고, 센터의 안내데스크에서는 ‘환자분이세요?’라는 말까지 들으며 ‘정신건강’을 의심받아야 했다.


우여곡절 찾아온 진입소는 직원용이라 그런지 한산했고, 장비는 비교적 깔끔했다. 척수 프로브를 꽂아 접속하는 최신형 장비가 두 대, 프로브 없는 전신센서 수트 장비가 다섯 대, 일반 레저용 시청각 헬멧, 글로브, 슈즈 세트가 열세 대라고 안내 디스플레이에 표시되어 있었다.


진입소에는 담당직원은 따로 없고 음성인식 리셉션 디스플레이 장치만 있었다. 한울은 장치 앞에 서서 건조한 음성으로 말했다.


「전신센서 수트 신청.」


— 소속과 직급, 이름을 말씀하세요.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국. 경위 구한울.」


— 승인되지 않았습니다. 보건복지부의 소속과 직급, 이름을 말씀하세요.


한울은 짜증이 났다. 검-경 수사권 논쟁이 장기화되면서, 특수 조사/수사가 필요한 각 정부부처들이 특별법 제정을 통해 일부 권한을 야금야금 이양하기 시작했고, 기존 검-경에 제공되던 행정 편의도 대폭 삭감되고 있었다. 아마 국민정신건강 진흥원 설립도 그 한 예이리라. 한울은 한숨을 쉬었다. 그때였다.


— ······ 또는 방문, 열람하실 프로젝트 명을 말씀하세요.


프로젝트 명? 아까 그 여자가 말한 게 이건가? 반신반의하며 한울은 또박또박 발음했다.


「프로젝트 언디파인드.」


— 프로젝트 언디파인드. 방문자 1명이 예약되어 있습니다. 13번 큐비클 사용을 허가합니다.


‘설마 레저용은 아니겠지.’


— 음식물 지참이나 애완동물 동반, 불법 센서 착용은 금지됩니다. 특히 진입소 내 흡연은 관련법률에 의거 엄중 처벌됩니다.


「알았어. 알았다고.」


투덜거리면서 한울은 13번 큐비클로 가서 문을 열었다. 관 모양의 캡슐이 비스듬히 세워져 있고, 안은 흰 린넨 천으로 깔끔하게 감싸져 있었다. 전신센서 수트도, 레저용 진입기에 제공되는 시청각 헬멧, 글로브-슈즈 세트도 보이지 않았다.


‘처음 보는 장비인데··· 새 모델인가?’


— 프로젝트 언디파인드. 전용 진입 프로토콜을 시작합니다. 신체에 이물질을 제거한 후, 캡슐에 편한 자세로 위치시키십시오.


어쨌든, 레저용은 아닌가보군. 척수 프로브 장비는 옷을 벗을 필요가 없지만, 경찰 작전시 많이 쓰이는 전신센서 수트 장비는 옷을 벗어야 한다. 간단한 수술이긴 하지만 목 뒤에 나사 구멍 내는 것이 영 찝찝해서 한울은 척수 프로브 장비 사용을 기피하고 있었다. 전신센서 수트만 해도 척수 프로브 장비의 약 95% 정도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찰 작전시 한울은 전신센서 수트를 자주 사용했고, 그것으로 만족하고 있었다.


한울은 재빨리 옷을 모두 벗고 캡슐 안에 몸을 밀어 넣었다. 즉시 캡슐 커버가 닫히고, 한울 눈앞의 디스플레이가 빠른 속도로 표시되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알 수 없는 정보들이었다.


— 프로젝트 언디파인드. 전용 진입 프로토콜 수행에 대한 동의를 요구합니다. ‘동의’ 혹은 ‘취소’ 라고 말씀해 주십시오. 상세 동의 내용 확인을 원하시면······.


「동의.」


— 프로젝트 언디파인드. 전용 진입 프로토콜 수행에 대한 동의가 확인되었습니다.


잠깐, 프로브도 없고, 센서수트도 없이 어떻게 마인드루프와 인터페이스 한다는 거지.


— 프로브 삽입 홀이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프로브 삽입을 위한 인터페이스 설치 수술을 시작합니다. 무료 장비사용 시간이 5분 연장됩니다. 수술 시작 10초 전.


「이런 젠장. 취소! 취소!」


— 5초. 스파이널 코드 스캔 완료. 4초. 디자이닝 스파이널 인터페이스. 3초. 2초. 1초. 수술 개시.


뻥— 고막이 터질 듯한 어마어마한 소리가 나더니, 아주 잠깐 뒷덜미가 화끈한 느낌이 들었고, 그 느낌은 이내 묵직한 이물감으로 바뀌었다. 인터페이스가 장착된 것이다.


— 수술 완료.


— 보안 및 오염 방지를 위한 홀 커버를 장착하시겠습니까? 1홀당 부품가 2만원, 시술료 1만 5천원이 추가됩니다.


「뭘 또 장착해? 됐어.」


— 예, 아니오로 답변하십시오. 보안 및 오염 방지를 위한 홀 커버를 장착하시겠습니까? 1홀당 부품가 2만원, 시술료 1만 5천원이 추가됩니다. 2061년의 경우 홀 커버 미장착으로 인한 오염으로 사망한 마인드루프 사용자는······.


한울은 살짝 마음이 흔들렸다. 척수 프로브 장비를 사용하는 동료 형사들 중에는 뒷덜미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녀석들이 많았다. 뒷목에 검은 땟국물이 항상 비져나와 있는 것도 보기에 역겨웠다. 그들 말로는 위치가 위치인지라 씻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게다가 오염으로 사망까지 갈 수 있다면······.


「······예.」


— 사망한 마인드루프 사용자는 0명입니다. 홀커버 장착 제비용 10만 5천원이 청구되었습니다.


「이런 썅.」 약장사 기계 같으니라고. 이놈의 기계는 어째 욕지거리에 반응이 없다.


— 홀커버 장착 완료, 프로브 장착.


철컥, 철컥, 철컥— 하고 세 번, 프로브 케이블이 장착되는 소리가 들렸다. 왜 세 개지? 한울이 알고 있던 척수 프로브 장비는 보통 한 개나 두 개의 프로브 케이블이 사용되었다. 이런, 내 뒷덜미에 나사 구멍을 세 개나 박다니.


— 메이저 프로브 장착 완료. 매스-일렉트로드 프로브(mass-electrode probe) 장착 개시.


‘매스 일렉트로드 프로브는 또 뭔가?’


이렇게 생각한 순간, 한울의 몸을 덮고 있던 캡슐의 뚜껑에서 수없이 많은 작은 돌기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몸 뒷면에서도, 팔다리에서도, 머리 위에서도 그 작은 돌기들이 콕콕 찔러대는 것이 느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돌기는 점점 더 가늘어지고, 점점 길어지고, 점점 더 가까워졌다. 심지어 한울의 눈동자 앞까지 돌기들은 다가왔다. 침습형 전극들인 모양이었다.


— 긴장을 푸세요. 남자라면 눈을 감지 않습니다.


한울은 눈을 감지 않았다. 이제는 바늘이라고 불러야 할 전극 몇 개가 눈꺼풀을 살짝 누르고 있었기 때문에 감고 싶어도 감을 수가 없었다. 기계의 실없는 농담에도 웃을 수가 없었음은 물론이다. 이윽고 몸 구석 구석의 전극들이 꽤 날카로운 힘으로 찌르기 시작했다. 이미 각막에 닿아 있는 닿은 몇 개의 바늘, 아니 프로브를 포함하여.


— 인써트.


‘하나님 맙소사 —.’


라고 속으로 외치며 한울은 정신을 잃었다. ‘······ 장착 완료’라는 말이 꿈결처럼 들려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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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입 +7 18.04.10 629 9 7쪽
4 왜 국민정신건강진흥원인가 +5 18.04.10 646 12 7쪽
3 임무 +4 18.04.09 697 12 8쪽
2 인터뷰 +5 18.04.09 861 13 10쪽
1 메모 +8 18.04.09 1,190 1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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