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스카이즈

왜 국민정신건강진흥원인가

「아니, 잠깐만요.」 한울은 혼란스러워져 장사인의 말을 끊었다.

장사인의 다음 이야기는 더욱 놀라웠다. 앞에서 얘기한 내용과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현실 세계의 사망과 루프 내 스피릿의 죽음이 동기화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

「그건, 브레인과 육체가 사망한 사람의 스피릿이 마인드루프 안에서 여전히 살아있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래. 육체 사망 전의 브레인스캔이 있으면 가능하지.」

한울은 약간 충격을 받았다. 육체 없이도 인간이 살아있을 수도 있다고?

「인간이라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스피릿은 분명히 살아 있을 수 있네.」

「말도 안 돼요. 경찰 작전 시 마인드루프 담당자의 설명으로는······.」

「환자가 사망하면 그 즉시 마인드루프가 종료된다고 했겠지. 그게 현재 마인드루프의 공식 매뉴얼상 기능이니까.」

「그리고 연결이 끊어지면 —.」

「그때도, ‘공식적’으로는 마인드루프가 종료되어야 해. 초기버전은 그랬어. 하지만 현재의 일반 공개 버전은 그 반대야. 브레인스캔본이 존재하면 죽은 브레인을 대체, 연결이 스캔본 쪽으로 전환되어 마인드루프는 계속 돌아간다네. 그 원인이란 게 참 —.」

일반 공개 시의 무리한 일정 때문에 채 완성이 안 된 기능이 삽입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구린 점이라는 게 바로 그거야. 마인드테크 새끼들은 겁을 먹고 쉬쉬하기만 할 뿐 그 치명적인 기능을 비활성화하지 않고 있어.」

「아니 왜요? 이건 하루 빨리 운영을 중단시키고 버그패치를 해야 해요. 이참에 아주 폐쇄하던가.」

한울은 분개하며 말했다.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아. 오해하진 말게. 이건 전직 마인드루프 임원으로서만이 아니라, 현직 국가공무원으로서도 하는 말일세.」

장사인의 변명(으로 한울에겐 들렸다)은 이랬다. 현재 마인드루프의 입주민은 치료목적 환자 12만, 일반 사용자 8만 정도다. 이들의 개인 마인드루프를 위해 마인드테크가 주입한 AI 스피릿 수는 인간 스피릿 1명당 평균 50개체, 약 100만 가까이나 된다. 거기에 레저나 유흥 목적의 유동 인구까지 합치면 훨씬 많다.

「곤란한 점은, 루프 자체와 AI 스피릿은 실시간 백업을 하고 있지만 인간 스피릿의 경우는 일부만, 제한적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지. 거의 안 된다고 보는 게 맞아. 인간 스피릿 백업은 윤리적 논쟁의 소지가 많은데, 마인드테크가 굳이 그 논쟁에 뛰어들어 골치를 썩을 이유가 없으니까. 그나마 백업이 가능한 AI 스피릿도 최근 모델, 약 10만 개체밖에 안 돼. 게다가 버그패치를 위해서는 마인드루프 전 시스템을 리부팅해야 하는데······.」

이 때, 사전에 연결을 해제하지 않은 입주민 브레인들과의 연결이 강제종료된다.

「다 죽는 거지. 사전에 연결을 해제한 입주민을 제외하고는.」

「그럼, 아까 말씀하신 불법 개인 진입장치 사용자들도······.」

「그래. 다 죽어. 확실하진 않지만 약 5만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네.」

「스피릿 살해 사건 수사보다 이 문제가 더 급한 것 아닙니까.」

「음, 또 마인드테크를 비호하는 것처럼 들릴 수 있지만······ 꼭 그렇지는 않네. 정식 입주민의 브레인 연결은 정신건강센터와 마인드테크 전담팀이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어 안전이 보장되네. 마인드테크 시스템 안정성도 일반 공개 버전 런칭을 위한 리부팅 이후 크게 보강되었어. 문제는······.」

「불법 개인 진입장치 사용자들이군요.」

「그래. 브레인 인터페이스의 성능은 물론이고 연결도 일반망을 쓰고 있으니 안정성이 크게 떨어지지. 당연하지만 마인드테크는 불법 사용자들의 마인드루프에는 AI 스피릿을 주입하지 않거든? 주입할 수도 없고. 루프 내 세계 시뮬레이션을 올곧이 인간 브레인 하나로만 담당하게 되니, 브레인의 부하와 트래픽이 엄청나게 높아진다네. 불법 사용이 지속되면 그 사용자의 생명을 보장할 수가 없게 돼.」

「마인드루프의 또 다른 문제군요.」

「그래. 스피릿 살해, 마인드루프 버그패치, 불법사용자 색출. 이 세가지를 내가 해결하겠노라 하고 국민정신건강진흥원 설립을 제안한거야.」

장사인이 소파에 몸을 기대고 두 팔을 팔걸이에 올리며 말했다. 시기상조인 허세겠지만 약간의 자랑스러움이 느껴졌다.

「스피릿 살해 말고는 마인드테크 쪽이 책임져야 할 일들 같은데요.」

「겁쟁이 새끼들이야. 정부에서 조용히 해결해 주길 바라지. 그렇지만 스폰서만큼은 확실······.」

여기까지 말하다가 장사인은 갑자기 입을 오므리고 우물거렸다. 예상할 수 있는 바다. 사기업 임원 출신이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어쩌면 그의 조기 퇴직조차 기획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하세. 더 궁금한 것 있나?」

「아직 많습니다만······ 팀에서 정식으로 수사를 하면 알게 되겠죠.」

「응. 그렇게 하면 되네.」

「경찰 특수인지범죄 수사팀 말입니다. 이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문제예요. 복귀하는 대로 바로 보고하고 수사팀 꾸릴 겁니다.」

장사인은 잠시 한울을 쳐다보더니 싱긋 웃었다.

「내가 내 오지랖에 대해 너무 겸손했나보군. 특수인지범죄 강력수사팀은 차차 보건복지부로 이관될걸세.」

뭐라고?

「오늘 이 자리는 채용인터뷰가 아냐. 조직개편 전 개인면담 차원이지. OJT말일세. 오픈 잡 트레이닝. 핫핫핫.」

그때 한울의 휴대폰이 울렸다. 장사인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나머지는 통화하면서 물어보면 되겠군. 환영하네.」

한울은 휴대폰을 꺼내 든 채 뜨악한 표정으로 장사인이 내민 손을 잡았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낭랑하지만 새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트너?」

「······ 누구시죠?」

「응. 오늘부터 당신 파트너. 원장님한테 얘기 들었지? 일 나가야 하니까 지금 이리 나와. 첫 사건이야!」

파트너가 있을 거라는 얘긴 안했다. 그리고—.

「말이 짧군요. 파트너 얘긴 못 들었소.」

「어머 어머, 그 노인네 중요한 얘길 왜 안했대? 뭐, 내가 다시 해줄 테니까 일단 만나서 얘기해. 30분 후에 튜링역 대합실에서 만나.」

「튜링 역? 마인드루프 안에서 보잔 얘기요? 난 지금 아무런 준비도······.」

「몇 층이더라? 하여튼 직원용 진입소가 있어. 안내데스크에 내 이름 대면 안내해 줄 거야.」

「이거 보세요. 갑자기 전화해서 이래라 저래라 하시면 좀······.」

「으응 나? 프로젝트 언디파인드.」

그러고는 전화가 끊어졌다.

「아니, 원장님 잠깐만요. 도대체 이게 무슨······.」

뒤늦게 두리번거리며 장사인을 찾았지만, 그는 이미 방에서 나간 뒤였다.

[랄프C]

4화 떡밥리스트:
7) 한울은 브레인과 육체가 사망한 사람의 스피릿이 마인드루프 안에서 살아있을 수 있냐고 묻습니다. 장사인은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그 조건은?
8) 불법 개인 진입장치 사용자 수가 5만에 이른다고 합니다. 불법 기기가 이렇게 난무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희망녀]

읽고 갑니다. ^.^

[랄프C]

ㅎㅎ 네 재밌으셨길 바라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맘세하루]

떡밥만 먹고 갑니다.ㅎㅎ 건필하세요~

[랄프C]

ㅎㅎ 떡밥 재미있으셨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