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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신더의 서재입니다.

괴수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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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알신더
작품등록일 :
2021.05.31 18:23
최근연재일 :
2021.09.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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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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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81화

DUMMY

이설화는 운이 좋지 않았다.


곧장 출발하는 대신 조금만 기다렸다면 탈진한 이들에게 게이트 안쪽이 어떻게 변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철저하게 준비해서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지만 전사단과 얼굴을 맞대기 싫었던 만큼 한시라도 빨리 진입했고, 덕분에 정보가 부족해진 만큼 몸이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서리꽃은 바보들만 모인 곳이 아니기에 헌터 협회에서 요청을 받자마자 머리를 맞대고 계획을 짰다.


이틀 동안 연락이 두절되었다는 점에서 미로형 게이트라고 판단했고, 안에서 흩어질 수도 있으니 무장을 제외한 나머지를 식량과 식수로 채우는 선택을 했다.


게다가 먼저 들어갔던 이들이 이틀 동안 나오지 못했던 만큼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여겼고, 먼저 들어간 이들을 구조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기에 한계까지 짐을 챙겼다.


하지만 킬라간이 만든 미로는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들어온 지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서리꽃은 뿔뿔이 흩어졌다. 게다가 이설화는 가장 강한 헌터인 만큼 짐을 들어 몸을 무겁게 만들기보다는 불시의 상황에 대비해 싸우는 편이 나았기에 최소한의 식량과 식수만 챙겼다.


‘어차피 잘 아는 곳이라 안 챙겨도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게 뭐람.’


먼저 들어간 이들이 소식을 전해주지 못한 만큼 안에 거대하고 복잡한 미로가 생겼다고 예측했기에 들어가자마자 거대한 벽을 만나는 것까지는 예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벽이 움직이며 사람들을 멋대로 나눈 데다가 게이트 안으로 들어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묘하게 갈증이 일자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 들어오지 말라고 한 거야?’


벽이 곡선으로 이뤄진 데다가 방향을 트는 방면조차 완만하고 길기에 자신이 어디로 향하는지 알 수 없는 구조였다.


게다가 가벼운 주머니는 그녀에게 오래 버틸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있었기에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힘겨웠다.


‘침착하자. 이설화. 넌 S급 헌터야. 이런 일은 많이 겪었잖아. 차갑고 냉정하게. 평소대로 하면 되는 거야. 여긴 위험한 몬스터가 나오는 곳도 아니잖아.’


불쑥 솟아오르는 화를 가라앉히기 위해 그녀는 스스로 다독이며 심호흡을 이어갔다.


그녀는 킬라간과 만난 후부터 어지간한 일로는 당황하거나 화를 내지 않을 만큼 차분해졌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데다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킬라간을 보고 있자니 평범한 인간이 하는 일은 평온하게만 느껴졌다.


그렇기에 자신을 다독이며 심호흡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화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 그야말로 초인적인 정신력에 가까웠지만 세 시간이 지나자 그녀의 인내심도 점점 바닥을 드러냈다.


걷는 것만으로도 기운이 쭉쭉 빨려 나가는 느낌인 데다가 어디로 움직여도 들어오는 햇살에 계속해서 수분을 보충해줘야만 했다.


‘이게 진짜 게이트의 모습이야? 아니면 그 양반이 지독해서 이런 마법을 깔아둔 건가?’


정대현과는 다르게 킬라간이 없을 때 들어온 적이 없던 만큼 이 미로를 단순한 보안 시설 정도로 생각했다가도 킬라간의 고약한 성미라면 이런 마법을 직접 개발하고 설치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눈살을 찌푸렸다.


‘들어오라고 했으면 뭔가 안전장치라도 해놓던가. 왜 이렇게 고생을 시키는지 모르겠네. 밖에서 무슨 사고를 치려는 거야.’


밖에 있는 것보다 게이트 안이 안전하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그 말은 자신에게 위험이 닥칠 만큼 커다란 사고를 칠 것이라고 예고하는 말이나 다름없었기에 점점 그녀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결국,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다 못해 겨우 억눌렸던 짜증까지 터지자 이설화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짜증을 토해냈다.


“아악! 여긴 진짜 뭐 하는 곳이야!”


땅을 파던 도중 지하수가 터져 나온 것처럼 불이 붙기 시작한 짜증은 쉴 새 없이 흘러나와 그녀의 얼굴마저도 일그러트렸다.


날카로운 목소리로 짜증을 쏟아냈지만 만족할 수 없는지 자연스럽게 마나 회로까지 움직였다.


사방에서 몰려오던 뜨거운 기운이 잠시 누그러드는가 싶더니 주먹만 한 얼음덩어리가 벽을 향해 쏟아졌다.


캉!


그녀의 목소리만큼이나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얼음덩어리가 벽과 충돌했지만, 얼음덩어리는 부딪혔다는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 채 사라졌고, 벽을 감싸던 줄기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저 갈라진 모습이 더 열 받게 만드네.’


그녀도 자신이 짜증을 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짜증에 눈이 흐려져 착시를 볼 만큼 감정에 휘둘리지는 않았기에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갈라진 틈을 드러낸 줄기를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어휴. 아무도 없는데 성질을 내봐야 나만 손해지. 그냥 걷자. 걸으면 뭐라도 나오겠지.’


속으로 깊게 한숨을 내쉬고 반쯤 체념한 그녀는 인기척이 들리자 눈을 번쩍 떴다. 그러다가도 자신이 아무런 위협이 없다는 사실을 드러내서는 안 되었기에 은밀하게 마나를 끌어올려 얼음송곳을 만들어냈다.


“휴. 다행입니다. 들어와서 아무도 못 만나는 줄 알았습니다.”


인기척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자 이설화는 제발 낙오자가 아니라 서리꽃의 팀원이길 바랐다. 게다가 어딘지 익숙한 목소리에 기대감은 점점 더 부풀었다.


하지만 익숙한 목소리와는 다르게 익숙지 않은 차림새를 보고서는 실망했지만 이어진 말에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충성. 정대현 소위입니다.”


군복을 입은 모습을 못 본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처음 천안에 올 때 정대현이 군복차림으로 맞이했다. 하지만 그때 그녀의 신경은 킬라간에게 쏠려있던 만큼 정대현은 지나가는 배경에 지나지 않았다.


“반가워요. 여기서 아는 사람을 만나니까 더 기쁘네요.”


“저도 들어와서 사람을 만난 게 이설화님이 처음입니다.”


처음부터 혼자 들어온 정대현도, 동료들과 헤어지고 혼자 화내다가 지칠 뻔한 이설화도 반가웠기에 두 사람의 표정에 긴장감이 한결 사라졌다.


게다가 친하진 않았지만, 이곳에서 킬라간에게 함께 들볶이며 바닥을 구드던 사이인 만큼 더욱더 각별하게 느껴졌다.


“다른 분들과 모두 갈라지셨습니까?”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없기에 정대현은 조심스럽게 질문했고, 이설화는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울컥했다.


“누가 괴수 아니랄까 봐 악취미나 다름없는 미로를 만들어놓은 덕분에 뿔뿔이 흩어졌어요. 정대현 씨도 들어오자마자 같이 온 분들과 흩어지셨나요?”


악취미라는 말에 씁쓸하게 웃던 정대현은 곧장 고개를 저었다.


“저는 혼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이설화님의 말씀대로 누가 만든 것인지는 정말 모르겠지만 정말 변태 같네요.”


욕을 내뱉으려다가 나름대로 이미지를 생각했는지 독설을 통해 푸념을 내뱉었지만, 정대현이 맞장구를 쳐준 데다가 정말 모르고 정말 변태 같다는 말이 마음에 들었기에 부드럽게 풀린 얼굴에 미소가 걸렸다.


“일찍 들어오셔서 놓치신 정보가 있으니 그것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녀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지자 정대현은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정보를 공유했고, 이설화는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쳐 쓰러지지 않으면 밖으로 나갈 수 없다니 악질이네요. 게다가 덩굴이 뱉어낸다니 상상만으로도 끔찍해요.”


이설화는 정대현이 전해주는 정보를 들으며 정말 싫은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S급이 아니더라도 기절하면 덩굴이 제 몸을 휘감았다가 내뱉는 일은 겪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이설화는 말하면서도 상상이 되는 것처럼 몸서리쳤다.


“그리고 개인적인 의견입니다만 수분만 빼앗는 것이 아니라 마나를 빼앗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과 식량이 부족했어도 명색이 마나 회로를 지닌 헌터들입니다. 겨우 이틀 만에 시체나 다름없을 정도로 변했다면 마력의 고갈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흥미로운 의견이네요. 염두에 둘게요. 그런데 가방에는 뭘 넣어서 오신 거죠?”


이설화는 정대현의 의견을 흥미진진하게 들었다. 그러다가도 문득 밀려오는 갈증에 침을 꼴깍 삼키다가도 메고 있는 가방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거대하다는 사실을 깨닫고서는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정대현은 고개를 돌리더니 자신이 보기에도 비정상적일 정도로 거대한 군장을 보고서는 쓰게 웃었다.


“윗선에서의 지시입니다. 이걸 전부 소화할 때까지 나오지 말라는 소리인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전부 소화하기 전에 그 양반이 돌아올 테니 아낄 생각은 없습니다.”


아낄 생각은 없다는 말에 이설화의 눈에 이채가 돌았다. 하지만 그런 말을 듣자마자 물을 나눠달라는 말은 너무나도 염치가 없었기에 그녀는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짐을 적게 챙기신 것 같은데 제 것을 조금 들어주실 수 있으십니까? 아무래도 혼자 들고 있으려니 조금 버겁습니다. 특히 물이 무겁습니다.”


그러자 정대현은 그녀를 배려하는지 자신의 짐을 조금 덜어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죠.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까요.”


대놓고 물을 권유하지 않았기에 배려는 확실했다. 하지만 배려라고 말하기에는 너무나도 표정이 어색하고 딱딱했기에 이설화는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주는 사람의 표정을 따질 만큼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었기에 정대현의 배려를 받아들였다.


“정리하면 곧장 움직이죠. 안쪽으로 움직이다 보면 뭐가 나와도 나올 테니까요. 조심!”


정대현이 건네준 물과 음식을 가방에 차곡차곡 쌓던 이설화는 갑자기 벽이 불쑥 튀어나오자 곧장 경계했다.


정대현을 등 뒤에 숨기며 왼손으로 방어마법을 사용하면서도 오른손으로는 얼음덩어리를 만들어냈다.


그녀의 움직임은 신속하고 빈틈없었다.


하지만 벽에서 튀어나온 덩굴은 잠시 멈추더니 괜히 관심을 줬다는 것처럼 무심하게 벽을 뚫고 할 일을 이어갔다.


“저건 또 뭐야! 그 양반 여기 있는 거 아니야? 갑자기 튀어나오더니 할 일이나 하지 왜 날 빤히 보고 가냐고!”


킬라간이 밖으로 나간 모습을 직접 봤지만 너무나도 킬라간다운 움직임이었기에 정대현은 그녀의 짜증에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누가 내 욕을 하는 모양이야.”


한편, 킬라간은 여전히 바톨레의 작업장 안에 앉아 있었다.


위장용 게이트를 만들 방법을 찾았으니 이제는 게이트처럼 공간을 이동시킬 방법을 찾아야 했기에 바톨레가 기절한 모습을 보고도 여전히 고민을 이어나갔다.


그러다가도 귀가 간지러워지자 손가락으로 후벼내더니 다시금 고민을 이어나갔다.


‘역시 순간이동이 편하긴 한데 아무래도 들킬 것 같단 말이지. 공간을 이어버리면 들키지 않으려나.’


게이트 안으로 순간이동 마법진을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를 뿐만 아니라 하이 엘프라면 마법진의 미약한 기운을 읽어낼 수도 있기에 조심해야했다.


그렇게 고민을 이어가다 보니 결국 마력으로 공간을 이어버리는 방법을 떠올릴 수 있었다.


‘너무 먼 곳으로 이으면 마력을 많이 사용해야 하니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게이트를 찾아야겠네. 이래저래 불편하구먼.’


덫을 놓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사냥감을 물색하고 사냥감이 원하는 먹이를 주변에 던져놓은 다음 걸릴 때까지 끈기 있게 기다려야 하지만 킬라간은 불편하다고 생각했으면서도 입가에 미소를 걸었다.


‘달콤하고도 씁쓸한 복수의 시간이 다가오는구나. 누가 말했는지 모르겠지만 준비만으로도 이렇게 두근거리는데 허망할 리가 없잖아.’


흔히들 복수는 허망한 일이라고 했지만 킬라간은 즐거워서 견딜 수 없다는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렸다.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망쳐버린 원흉 혹은 원흉 중의 하나를 잡아서 복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다.


기쁜 마음을 주체할 수 없는지 자기도 모르게 콧노래가 흘러나와 바톨레를 깨웠다. 하지만 킬라간은 즐거운 마음으로 고민을 이어나갔다.


‘뉴욕이 어디 박혀있는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근처에 게이트 하나쯤은 있겠지. 적당한 걸 찾으면 문 닫아놓고 적당히 괴롭혀야겠다.’


구체적인 생각은 전혀 없지만 괴롭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기에 킬라간은 흥겹게 콧노래를 불렀고, 기절했다가 깨어난 바톨레는 무슨 상황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기에 두려움에 떨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누가 좀 알려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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