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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신더의 서재입니다.

괴수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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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알신더
작품등록일 :
2021.05.31 18:23
최근연재일 :
2021.09.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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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03,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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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1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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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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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70화

DUMMY

“알맞게 풀어져서 죽기 직전이야. 어때?”


땀구멍이 수도꼭지로 변한 것처럼 온몸에서 땀을 흘렸고, 갑작스럽고도 격렬한 달리기에 놀란 몸은 견디지 못하고 토사물을 쏟아냈다. 하지만 킬라간은 빨리 토해내고 숨을 쉬라는 말과 함께 김형태의 등을 두드렸다.


그 덕분에 엉망진창이었지만 험한 몰골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심장은 부족한 산소를 온몸에 공급하기 위해 혹사당하고 있으며, 전신에서 느껴지는 고통으로 인해 손가락 하나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완벽하게 뻗었다.


게다가 숨을 몰아쉬느라 대답할 수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눈앞이 핑 돌다 못해 현기증이라도 난 것처럼 모든 것이 깜빡이는 것처럼 보였기에 김형태는 대답하지 못했다.


“우와. 이제는 고문도 하는 거예요? 이 아저씨는 마법사라는데 왜 이렇게 고문했어요?”


킬라간은 그가 일어나길 기다리며 느긋하게 콜라나 한 모금 마시려고 했다. 그렇지만 이설화가 슬그머니 다가와 질문하자 콜라의 뚜껑을 닫고선 고개를 저었다.


“일단 고문이 아니야. 고문은 고통을 줘서 내가 이득을 취하지만 이건 고통으로 녀석의 성장을 촉진하는 일이니 조금 다르지.”


“그런데 너무 과하게 고통을 준 것 아닌가요? 완전 녹초가 되었는데요.”


김형태의 모습은 녹초라는 말로도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처참했지만 킬라간은 차분하게 고개를 저었다.


“얘는 너랑 다르니까 한 번은 이렇게 힘을 쫙 빼놓고 한계를 알려줄 필요가 있어.”


“그게 무슨 소리에요?”


같은 방출계 헌터라면 사용하는 마법의 종류나 위력이 달라도 체력만큼은 비슷했다.


게이트 안으로 기계를 가져가서 측정할 수는 없기에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등급이 올라갈수록 육체적인 능력이 발전하는 강화계 헌터와는 다르게 방출계 헌터들은 등급이 올라가도 육체적인 능력이 크게 발전하지 않았다.


이설화 역시 경험적으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고문에 가까울 정도로 몰아붙여서 체력을 키울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얘는 뒤늦게 마력 회로를 가진 데다가 자신의 한계도 모르고 살아왔어. 회로에 담긴 마력의 절반만 사용해놓고 마력을 채우는 녀석이야. 그러니까 체력이라도 전부 쏟아내는 감각을 새겨줘야 다음부터는 마력을 전부 쏟아내지.”


어딘지 모르게 말도 안 된다고 여길 만큼 킬라간의 지도방식은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자신도 가르침을 받고 있기에 딱히 토를 달아봐야 좋을 것이 없다고 여긴 이설화는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화제를 돌렸다.


“일단 하나 완성했어요.”


김형태가 열심히 달리는 동안 조각해낸 얼음꽃을 들이밀었고, 킬라간은 무심하게 받아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다음엔 이보다 빨리 하나를 만들어보도록. 대충 3시간이 걸렸으니 이번에는 2시간 만에 하나를 만들어봐.”


수련이라는 것은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도 좋지만 조금씩 어려워져야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제한 시간을 둔 데다가 갑자기 1시간을 줄인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조각한 것을 대충 보고 좋다고 말하는 모습은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이설화는 가시를 세웠다.


“제대로 보긴 했어요?”


“물론이지. 그럼 제대로 설명해주마.”


이설화의 가시 돋친 말에 잠시 고개를 갸웃거린 킬라간은 뭔가 깨달았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짜증이라도 낸 것인지 마력의 흐름이 거친 부분이 없진 않지만 꽃잎 부분은 세심하게 깎아냈어.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마무리했군. 자세하게 설명해주는 편이 좋은 건가?”


잘 했다는 말은 없지만 칭찬이나 다름없는 말이었기에 이설화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하지만 마지막 말이 쓸데없다고 여겼기에 눈살을 확 찌푸리더니 킬라간이 건넨 얼음꽃을 낚아채고서는 다시금 얼음덩어리를 만들어내서 수련을 시작했다.


“하얀 머리는 도무지 종잡을 수 없네. 그럼 이제 네 차례야. 정신 차린 거 알고 있으니까 빨리 일어나라.”


킬라간은 고개를 돌려 김형태를 바라봤다. 그러자 김형태는 크게 움찔거리더니 팔다리를 부자연스럽게 움직이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곤할 때 점검해야 제대로 체득하고 있는지 알 수 있지. 마술의 공정에 대해 말해봐.”


연기가 아니라 정말 온몸이 쑤셔서 힘겹게 몸을 일으키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킬라간은 쉴 틈조차 주지 않은 채 곧장 질문했다.


“마술의 공정은 일곱 가지입니다. 선택, 준비, 형성, 연결, 주입, 변화, 발동으로 이뤄집니다.”


“머리는 돌아가네. 그럼 내가 왜 너를 무식하게 굴렸는지 알 수 있겠어?”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두 번째 질문에 김형태는 고개를 젓자 킬라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네가 마력 회로를 제대로 못 다루면 어디서 문제가 생기겠냐.”


“마나 회로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네 번째와 다섯 번째 공정부터 문제가 생길 것 같습니다.”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 치고는 지식을 제대로 써먹는 모습에 고개를 끄덕이려다가도 이유부터 알려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네가 회로의 한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지. 물론 무식하게 마력을 사용하게 만들면 한계를 알 수 있겠지만 감각을 깨닫기 전에 기절할 테니 이러는 편이 빠르다고 생각했어.”


킬라간은 아무리 생각해도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여겼는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자 김형태는 그의 기분이 제법 괜찮다고 여겼는지 눈살을 잔뜩 찌푸리면서도 억지로 손을 올렸다.


“마나가 고갈되면 지금처럼 엄청난 탈력감이 느껴지고 구토하게 되는 것입니까?”


“구토는 모르겠지만 힘이 빠지는 감각은 들 거야. 네가 전에 겪었던 것이랑 전혀 다르지? 물론 쟤네는 마력을 전부 쏟아내도 기절하진 않겠지만 넌 다르잖아.”


왜 다른지에 대한 설명은 뛰기 전에 했기에 킬라간은 가볍게 넘겼다.


“그리고 마술이라는 것은 공정이 많은 만큼 엄청 귀찮지만 나름대로 쓸 만해. 그러니까 열심히 연습해라.”


자신과는 연이 없다고 여겼던 마나 회로가 생긴 만큼 조금이라도 미지의 현상을 밝혀낼 수 있다면 자신의 몸을 실험체로 삼아 연구할 생각까지 있었기에 김형태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궁금한 것은 아직 남아있었기에 킬라간에게 다시금 질문했다.


“그럼 제 몸을 뒤덮었던 토사물을 치운 것도 킬라간님의 마법입니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마술을 사용한 거야.”


좋은 질문을 했다는 것처럼 엷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인 킬라간은 마력으로 긴 원통을 만들어내더니 세로로 잘라냈다.


“나는 소멸 마법을 선택했다. 그리고 마력을 끌어올린 다음 내가 선택한 마법의 술식을 구축해냈지.”


킬라간의 말과 함께 원통 안에서 변화가 일어났다.


선택이라는 말과 함께 원이 생겼고, 구축이라는 말과 함께 원 안에 복잡한 도형이 얽혔다. 그림으로 따지자면 스케치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지만 킬라간은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형성한 다음 연결하고 마력을 주입하면 마술이 일단 완성된다.”


형성이라는 말과 함께 스케치의 선이 진해지더니 연결과 주입에 이르자 원과 복잡한 도형이 보라색 빛을 머금었다.


“이대로 쏘아낸다면 원통의 크기에 맞춰 피폭된 것을 소멸하는 마법이지. 하지만 나는 네 몸에 묻은 토사물을 지우기 위해 변화를 줬다.”


그러자 원통의 출구가 넓어지는가 싶더니 자그마한 다발을 여러 개 묶어놓은 모양으로 변했다.


“위력을 줄이고 넓은 범위에 내가 지정한 목표만 소멸시키는 변화를 거친 다음 발동하면 네 몸에 묻은 토사물만 깔끔하게 지워낼 수 있지.”


설명이 끝났지만 김형태는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의 머리로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한 공정을 거친 것은 둘째치더라도 척 봐도 대단한 마법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해서 제 몸에 묻은 토사물을 지워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위력을 축소하지 않은 채 여러 다발로 만들어서 쏜다면 엄청난 마법이 될 것 같은데?’


자신이 지정한 목표만 정확하게 소멸시키는 것만으로도 놀랍건만 수많은 지점을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그 방식을 응용하면 적이 흩어져서 은폐하거나 엄폐하더라도 정확하게 공격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원래 방식대로 쓰면 그럴 수 있긴 해. 그런데 싹 쓸어버리는 게 더 편하잖아.”


킬라간의 압도적이 마나라면 주위를 둘러보지 않고 쓸어버리는 것이 더 편하고 효과적일 수 있었다.


하지만 평범한 인간이라면 저런 귀찮은 공정을 사용해서라도 정확하게 공격하는 편이 나았기에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전에 알려준 마력 화살부터 연습해. 저건 잊어버리고.”


“알겠습니다.”


킬라간은 제대로 대답한 김형태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서는 리펑산과 이준익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사실 크게 가르칠 것은 없었다.


정대현처럼 기초가 부족한 것도 아니었으며 이설화처럼 능력적인 면에서 개선할 점이 두드러지는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킬라간은 즐거웠다.


“잠깐. 거기서 왜 팔을 치켜들지? 그대로 검을 눕혀서 찌르면 더 빠르잖아.”


질문과 동시에 진흙 인형의 움직임이 멈췄고 이준익 역시 움직임을 멈춘 채 고민했다.


“상대가 진흙이라서 찌르는 공격보다 베는 공격이 더 효과적이어서 그랬습니다.”


“넌 경험도 제법 풍부하고 행동에 대한 이유도 확실히 있어. 그러니까 좀 더 생각해봐. 상대가 진흙 인형인 만큼 베는 편이 낫지만 정확하게 찌르고 연격으로 이어가면 어때. 더 낫지 않아?”


냉정하고 똑똑한 이준익에게는 이처럼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다.


“그리고 영감은 그만두고 이리로 와봐.”


처음에는 고전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익숙해지고 난 다음부터 신나게 진흙 인형을 때려잡고 있던 리펑산을 불렀다. 그러더니 킬라간은 들고 있는 창과 비슷한 진흙 막대기를 만들어내서 그의 눈앞에 흔들었다.


“영감에게 부족한 건 마력이야. 무식한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데 무식한 방법을 쓰자니 영감의 기술이 너무 세련되었단 말이지. 그러니까 덜 무식한 방법을 생각했어.”


막대기를 휘두르던 손을 멈추더니 마력을 불어넣어 창날을 만들어냈다.


“마력을 쑥 뽑아내서 고정하면 돼. 해봐.”


검기를 갓 만들어내는 이에게 검강을 만들어내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킬라간이 제게 어처구니없는 수련을 시키지 않으리라고 믿었기에 리펑산은 자신의 마나로 창날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정대현부터 리펑산까지 차근차근 가르치는 동안 킬라간은 그들의 의견을 물어보기도 하며 조금씩 교육방침을 수정해나갔다.


하지만 즐거운 시간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오던 이설화와 이준익 그리고 리펑산의 발걸음이 갑작스럽게 끊긴 데다가 정대현과 김형태의 소식도 끊겼다.


단순히 게이트에 안 들어오는 정도가 아니라 관측 장비조차 그대로 내버려 둔 채 며칠 동안이나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 건가?’


킬라간은 조금 아쉬웠지만 한창 더운 여름이니만큼 바쁠 수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며칠 뒤 찾아온 김형태의 설명을 듣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헌터 협회에서 엘프 사제 루키엔의 살해범을 찾는데 협조하라는 공문이 내려왔습니다. 태백 부대의 모든 장병이 본대로 몰려들어서 한동안 찾아뵙지 못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바쁜 모양이네.”


눈살을 찌푸리긴 했지만 이런 일이라면 얼마든지 이해할 수 있었다. 게다가 군인이 바쁘기 움직인다면 서리꽃 역시 바쁘게 움직일 것이 분명했기에 킬라간은 가볍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런데 상황이 조금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한 명의 목숨이 안타깝게 사라지긴 했습니다만 전 세계가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추모하고 있습니다.”


루키엔이 어떤 엘프인지 알 수 없었지만 추모나 애도를 받을 만큼 훌륭한 인격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눈살을 찌푸렸다.


“관측 장비의 철수를 지휘하러 온 만큼 자세히 설명해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수상한 점을 발견한다면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김형태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서는 장비가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킬라간은 김형태의 바쁜 뒷모습을 보며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게이트 앞에 도착하자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지 모르겠네. 귀찮은 일만 아니면 좋으련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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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화 +1 21.08.12 666 17 13쪽
69 69화 +3 21.08.11 683 20 12쪽
68 68화 +1 21.08.10 685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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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66화 +1 21.08.07 693 18 12쪽
65 65화 +3 21.08.06 710 20 13쪽
64 64화 +3 21.08.05 705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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