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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구리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 먹고 무한성장!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밍구리
작품등록일 :
2020.01.22 15:54
최근연재일 :
2020.02.14 00:22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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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96
추천수 :
101
글자수 :
85,834

작성
20.02.04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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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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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커밍 아웃

DUMMY

"그게 그냥 개인기라구요?"


수진이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두 눈을 꿈벅였다.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마수를 먹었더니 그 마수의 스킬이 생겼어요, 라고 말할 순 없으니까.

그랬다간 정신병자 취급을 받거나 사무국에 끌려가 어떤 험한 꼴을 당할지 모른다.


"네······ 재밌잖아요. 예전부터 동물 울음 소리를 잘 냈거든요. 고블린들이 귀여워서 연습해봤어요."


그 후 어색한 까마귀 울음 소리를 흉내내었지만 수진은 고개를 갸웃일 뿐이었다.


"별로 안 비슷한데."

"그래요? 연습을 다시 해야겠네."


겸연쩍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이자 그녀도 일단 괴성에 대해서 더 캐묻지 않았다.

하긴, 그녀로서도 딱히 더 물어볼 게 없을 것이다.

인간이 마수의 괴성을 똑같이 낸다는 건(심지어 마수조차 속아 넘어갈만큼) 애초에 상식에서 벗어난 일니까.

그녀가 곰곰이 생각에 빠진듯 가만히 턱을 괴었다. 여전히 의문이 남은 것 같았기에 재빨리 화제를 바꿨다.


"제가 저녁 식사라도 대접해드리고 싶은데 보다시피 집에 먹을거리가 없어서요. 더 늦기 전에 돌아가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오늘 여러모로 고마웠습니다."

"네······ 근데 왜 술이랑 조미료밖에 안 사셨어요? 공적치도 꽤 받았을 텐데."

"아. 그게······."


아무래도 핸들 방향을 잘못 꺾은 것 같다.


"다이어트 중이거든요."

"근데 마요네즈를 사요? 딱히 뺄 필요도 없어 보이시는데······."


이 여자, 위험하다. 점점 더 나를 수상하게 여기는 것 같다.

그냥 털어놓을까? 저는 마수를 주식으로 하고 있습니다. 특이체질이니 이해해주십시오.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얘기를 쉽사리 받아들이진 않을 것 같다. 당장 나만 해도 반대 상황이라면 사무국에 신고부터 했을 테니까.


"준영씨 혹시 지금······."


그녀가 눈을 가늘게 떴다. 사무국에서 만났던 김부장이란 놈과 같은 눈빛이었다.

설마 눈치챈 건가?


"먹을 거 숨기는 거예요? 맞죠? 와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정 없는 거 아니에요?"

"네?"

"점심에 보니까 볶음밥에 고기도 듬뿍 들어가 있더만. 준영씨 진짜 너무해요. 내가 많이 먹을까봐 그래요?"

"아니 그게······."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풀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차라리 속좁은 구두쇠로 남는 게 나을 테니까.


"그래요. 먹을거리가 귀한 세상이니까 이해는 하는데요, 달라고 할 생각도 없었어요. 가볼 테니 식사 맛있게 하세요."


수진이 잔뜩 토라진 얼굴로 나무랐다. 궁색한 변명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미안합니다. 들어가보세요."

"변명도 안 하시네."


수진이 기가찬다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뭐 별 수 있겠냐.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상대도 아닌데 모든 사실을 털어놓을 순 없는 노릇이다.


'친구 한 명 사귀나 했는데 글렀네.'


아쉽지만 미련은 없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마랑의 시체를 배낭에서 꺼냈다.

부엌이 좁은 편도 아닌데 그 커다란 사이즈에 공간이 꽉 차버렸다.


'집에서 해먹긴 힘들겠는데. 밖에 나가서 요리해야 하나.'


제대로 먹으려면 어디 널찍하고 한적한 곳에서 여유롭게 식사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오늘은 하루종일 굶은 터라 그럴 여유가 없었다.


'일단 배만 채우자.'


마법 배낭을 적극 활용하여 마랑을 부위별로 손질한 뒤 앞다리살부터 굽기 시작했다.

한동안 고블린만 먹어 입이 물리던 참인데 새로운 자극이 코를 통해 온몸으로 흡수됐다.

더구나 이번엔 맛을 200% 업그레이드 시켜줄 각종 조미료까지 준비되어 있다.


꿀꺽-


폭발하듯 터져나오는 군침을 꼴딱이며 고기가 익기를 기다리는데.

불현듯 문밖에서 똑똑,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왜 하필 지금······!'


이 시국에 내 집에 찾아올 사람은 몇 없다. 사무국 소속이거나 정부 소속이거나 다른 헌터거나.

아마도 오수진일 것이다.

잠시 망설였다. 고기고 뭐고 다 배낭에 쑤셔넣고 문을 열어줄 것인가. 아니면 문을 두들기든 말든 쌩까고 무시할 것인가.

결국 무시하기로 했다. 무슨 이유로 그녀가 돌아왔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멈출 수 없다.

결의를 확고히 하기 위해 아예 뒷다리까지 꺼내 함께 굽기 시작했다.


"준영씨!! 안 뺏어 먹으니까 열어요!"


문밖에서 오수진의 앙칼진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몇 번 무시하면 돌아갈 줄 알았는데 확실한 용건이 있는지 수진은 계속해서 문을 두들겼다.


'휴우.'


이래가지곤 신경 쓰여서 제대로 먹을 수가 없는데.


"무슨 일인데요?"


결국 체인을 걸어놓고 5cm정도를 열어주었다.

오수진은 다급하게 뛰어왔는지 살짝 상기된 얼굴이었다.


"일단 열어요. 먹을 거 구걸하러 온 거 아니니까."


수진이 코를 킁킁거리며 말했다. 그녀도 마찬가지로 하루종일 굶은 터라 배가 고팠을 것이다.

무슨 일이 있긴 한 것 같은데······.


"그럼 잠시만요."


부엌으로 돌아가 마랑의 흔적부터 정리했다.

찜찜하긴 하지만 고기만 보면 절대 마수라고 생각하지 못 할 것이다.

문을 열어주자 마자 오수진이 쏜살같이 불만을 토해냈다.


"진짜 왜 이렇게 안 열어줘요? 안 먹는다고 했잖아요."

"그게 아니고······ 무슨 일인데요?"

"참! 돌아가는 길에 이상한 사람들을 봤어요."

"이상한 사람들요?"

"일단 부엌이든 거실이든 가요."


현관문 근처에선 불안하다는 듯이 그녀가 몸을 밀어 넣었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내게 포션을 챙겨준다는 것을 잊고 나와서 다시 돌아오는 길에 그들을 봤다고 한다.


"그들이 누군데요?"

"모르겠어요. 확실한 건 그들이 우리가 한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는 거예요."

"엿들었다고요?"

"네, 확실해요. 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는 분명 우리가 나눈 대화였어요. 괴성 흉내낸 거랑 먹을 거 이야기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게 뭔 개소리일까.


"잠깐만요. 그러면 지금도 듣고 있는 거 아니에요?"

"아녜요. 오늘은 철수한다고 했으니 그건 아마 아닐 거예요."


수진의 말이 모두 사실이란 가정 하에 그녀에게 마랑 고기 이야기를 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사무국에서 나온 사람들 같은데······."

"사무국요?"

"그들 말고 달리 없잖아요. 오늘 사건에서 수상쩍은 부분이 있었으니까······ 확신은 못 해도 아마 그들일 거라고 생각해요."


내 말에 동의하는지 오수진이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런 증거도 없지만 내 말대로 이런 짓을 할 사람들은 그들밖에 없으니까. 합리적인 의심이다.


"너무하네 진짜. 목숨 걸고 싸웠더니 스토킹을 하다니."

"그나마 우리가 공적을 세웠으니까 몰래 하는 거겠죠."

"그래요, 일단 돌아갈게요.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해요. 도청할 수도 있으니까 용건은 만나서 하고."


수진이 내 휴대폰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찍어주었다. 보아하니 한동안 그녀와 엮이게 될 것 같다.


"들어가세요."


그녀를 배웅하자마자 곧바로 굽다 만 뒷다리를 꺼냈다.

앞다리살은 간장 소스를 베이스로 양념했고 지방이 조금 더 두꺼운 뒷다리살은 소금을 살짝 치는 것으로 완성했다.

양손에 하나씩 다리를 쥔 다음, 짧게 심호흡했다. 최고의 한 입을 위해서.


'잘 먹겠습니다.'


[양념된 마랑 고기(D+)를 섭취하셨습니다.]

[첫 번째 마랑 포식! 추가 스탯을 획득합니다.]

[신체 능력이 6% 증가합니다.]

[마력이 5% 증가합니다.]

[최대 마나량이 6% 증가합니다.]

[먹어치운 마랑의 고유 스킬 중 하나를 무작위로 획득합니다.]

['마랑류-유체화'를 배우셨습니다.]

[마랑들의 적대감이 25 오릅니다.]

[허기가 35 사라집니다. ]

[허기가 모두 사라졌습니다. 체력과 마나가 즉시 회복되고 모든 상태 이상이 사라집니다.]


대단히 만족스러운 한 끼였다.

이렇게 정신없이 식사한 건 첫 번째 고블린 포식 이후로 처음이다.


"······."


오죽하면 그제서야 등 뒤에 있는 수진의 기척을 눈치챘을 만큼.


"어, 언제부터 왔어요?"

"소금 칠 때부터요."

"아······ 문이 제대로 안 닫혔구나."


정신이 아득해졌다.


"왜 또 다시······."

"이거 전해주러요."


수진이 붉은 포션을 살살 흔들며 보여주었다.

그러고보니 저걸 전해주러 왔다가 수상쩍은 사람들을 발견했다고 했었지.


"근데 안 드셔도 되겠네요. 회복이 다 되신 것 같은데."

"네, 네에. 마음만 받겠습니다."

"혹시 준영씨 마족이에요?"


질문에 거침이 없다. 포션을 도로 챙겨넣은 수진이 그녀의 검집에 손을 올리며 물었다.


"마족요? 절대 아니죠."

"그래보여요. 설명 좀 해주실래요?"


여전히 검집에 얹어 있는 흰 손을 보며 침을 삼켜야 했다.

어설픈 거짓말은 역효과만 날 것이다.

고블린 소굴에 갇힌 것부터 마랑을 배낭에 숨기기까지 모든 자초지종을 설명해주었다.


"······그래서 먹을거리를 숨겼던 거에요. 쪼잔해서 그런 게 아니라요."


모든 이야기를 묵묵히 들은 수진이 입을 열었다.


"마랑 고기 맛은 어때요?"

"그냥 그럭저럭······ 말고기 같아요."

"그렇구나."


물끄러미 나를 바라본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일단 오늘은 늦었으니 돌아가볼게요. 저도 배가 고파서."

"그래요, 배웅해드릴까요?"


가는 길에 신고하지 않을까 싶어 물어봤지만 수진이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내일 전화할게요."


수진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녀가 내 집에 들락이는 게 오늘만 세 번째다. 유난히 길었던 하루에 피로감이 몰려왔다.


'어떻게든 되겠지.'



*



다음 날 수진의 연락을 받고 오크 던전을 찾았다.


"갑자기 웬 던전이에요?"

"일단 들어가요."


그녀가 밀듯이 내 몸을 포탈 안으로 집어넣었다.

던전에 들어온 건 고블린 소굴 이후로 처음이다.

오크 던전은 넓은 평원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멀리 보이는 지평선 끝자락에 오크 군락으로 보이는 점들이 몇 개 보였다.


'식량 창고가 좀 멀군.'


오크 던전의 난이도는 E+급부터 최대 B급까지 다양한 편이다. 오늘 우리가 온 곳은 그중에서 최하위 던전으로 부담이 덜 한 곳이었다.

곧이어 포탈로 넘어온 수진이 작게 한숨을 쉬며 얘기했다.


"오늘도 따라붙었어요. 그 스토커들."


편하게 얘기하기 위해 던전 안으로 끌고 온 거구나.

대충 예상은 했었다.


"일단 보여주세요."

"뭘요?"

"마수를 먹는다면서요. 제 눈으로 처음부터 다 봐야 믿을 수 있겠어요."

"아······ 그러죠 뭐."


어차피 강해지기 위해서라도 이것저것 먹어 볼 심산이었으니 상관은 없다.

더구나 나보다 강한 수진이 함께 던전을 돌아주면 수급도 한결 편할 테니 오히려 좋다고 말할 수 있었다.


"저 신고 안 할 거에요?"

"조금 수상하긴 해도 굳이? 일단 또 거짓말을 하는지부터 확인하고요."

"하하······ 그럼 바로 갑시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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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마꼬라 20.02.06 232 6 12쪽
6 꿇어라 20.02.05 244 8 12쪽
» 커밍 아웃 +1 20.02.04 335 10 11쪽
4 비던전 순찰 (2) 20.02.03 293 8 12쪽
3 비던전 순찰 (1) +1 20.02.02 344 6 12쪽
2 끼에에엑! +3 20.02.01 411 1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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