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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구리님의 서재입니다.

몬스터 먹고 무한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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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구리
작품등록일 :
2020.01.22 15:54
최근연재일 :
2020.02.14 00:22
연재수 :
16 회
조회수 :
3,895
추천수 :
101
글자수 :
85,834

작성
20.02.0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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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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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끼에에엑!

DUMMY

우걱우걱.


'으음. 처음 먹었던 그 맛은 아니군. 그래도 소고기나 돼지고기보단 훨씬 맛있어. 근육량이 많아서 그런가?'


딱히 크게 허기가 지거나 체력이 떨어진 건 아니었다.

고기가 썩으면 못 먹게 되니까. 혹시 또 추가 효과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먹고 있지만 보너스는 첫 회에 한정인 듯 싶다.


[잘 익은 고블린 등심(E+)을 섭취하셨습니다.]

[신체 능력이 일시적으로 4% 증가합니다.]

[고블린들의 적대감이 5 오릅니다.]

[허기가 8 사라집니다.]


'이러면 보스를 잡긴 어려운데······.'


고블린들의 심리가 훤히 들여다보이니 놈들을 사냥하기엔 누워서 떡 먹기나 다름없어졌다.

공격 경로를 1초라도 미리 아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천지차이니까.

하지만 보스몹은 그 체급이 다르다.

여기가 E급 던전이니까 보스 고블린은 E급 최강일 터.

아무리 얻은 능력이 있다곤 해도 혼자서 놈을 잡아낼 길이 보이지 않았다.

고블린이나 먹으면서 시간을 벌 순 있겠지만······ 만약 끝까지 아무도 이곳을 찾지 않는다면 그땐 정말 답이 없을 것이다.


[고블린류-괴성 지르기 (Lv.1) : 소모값 없음]

[고블린만이 가능한 불편한 괴성을 낼 수 있다. 숙련도에 따라 더 리얼하고 불편하게 지를 수 있으니 꾸준히 연마해보자. 장인의 경지에 이르면 특별한 효과가 나타날지도?]


'괴성 지르기라······.'


고블린을 포식하고 얻은 놈들의 고유 스킬.

정신이 없어서 몰랐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이 스킬이 또 골때렸다.

마수가 쓰는 기술을 헌터가 사용한다는 말은 들어본 적조차 없었으니까.


"끼에에엑!"


스킬을 시전하자 내 목청에서 내 것이 아닌 듯한 괴성이 터져나왔다.

이 괴성에 어떤 효과가 있는진 몰라도, 사람이 낼 수 없는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만은 알겠다.


"끼에에에엑!"

"무, 무슨 일이냐 친구?!"


소모값도 없으니 숙련도나 올려 볼 겸 몇 번 꽥꽥 되었더니 고블린 한 마리가 어슬렁 찾아왔다.

소리만 들었을 땐 고블린 자신들도 구분할 수 없는 괴성인 것이다.


"이, 인간? 어, 어, 어째서?"


나를 보더니 적잖이 당황한 모양이었다.

하긴, 나라도 고블린이 사람 목소리를 내고 있으면 심히 놀랄 것 같다.


'어?'


그런데 저 고블린, 얼굴이 조금 이상하다.

꼭 누군가에게 얻어 맞은 것처럼 얼굴이 시퍼렇게 부어 있는데.

망설일 것 없이 파이어 볼로 지져버리려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스쳤다.


"끼에엑! 끼엑, 끼에엑!"

"도, 동족의 원수가 어떻게······."


어렸을 때 나는 강아지 한 마리를 기른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강아지와 소통을 하고 싶었다.


왈왈!


한번은 최대한 개소리와 비슷하게 힘껏 짖은 적이 있는데, 강아지는 고개를 갸웃이며 꼬리를 살랑일 뿐이었다.

어쩌면 그건 인간의 성대가 가진 한계가 아니었을까?

만약 내가 진짜로 개소리를 낼 수 있었다면, 그러니까 가령 나한테 '개소리 짖기'라는 스킬이 있었다면?

강아지도 진심을 느끼고 함께 짖어주지 않았을까?


"끼엑! 끼에에엑!"


내가 괴성을 지를 때마다 나에 대한 고블린의 적대감이 조금씩 깎이는 게 느껴졌다.

놈은 지금 크게 혼란스러워 하고 있었다.

동족만이 낼 수 있는 소리를 동족의 원수인 인간이 내고 있다니.

그들의 낮은 지능으론 이 상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으리라.


"괴성 지르끼에에에에엑!"

"끼, 끼에에엑!"


마침내 놈도 함께 괴성을 지르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나를 공격하려는 게 아니다.

그는 밥 먹을 때도 놓지 않던 쇠파이프도 내던진 채 동족의 소리를 내는 인간을 얼싸안으려 하고 있었다.


"끼에에엑!"


기꺼이 부둥 껴안아주었다.

역겨운 악취도, 불쾌한 살갗도 괜찮다.

놈의 진심이 느껴졌으니까.

그래. 그걸로 되었다.



*



고블린 소굴의 보스, 킹 고블린.

그에겐 요새 고민거리가 생겼다.

무어라 딱 말할 순 없지만, 그는 요즘 던전 내 수상한 낌새를 느끼고 있었다.

예를 들면 매일 자신의 시중을 드는 고블린들의 표정이 묘하게 열받는다거나, 모든 부하들에게 하루에 3번씩 꼬박 받던 아부들도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다거나.

특히 요 며칠 소굴 내에 부하들의 건방진 괴성이 자주 들리는 것이 영 맘에 안 들었다.


'기강을 한번 잡을 때가 됐나.'


아무래도 던전이 평화로우니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 보스로서의 위엄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고 킹 고블린은 생각했다.


"크흐흠. 끼에에에엑!!"


온 소굴이 다 울려퍼질 만큼 크게 괴성을 지르자 주변에 있던 고블린부터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잔뜩 겁에 질린 얼굴들을 보니 흐뭇했다.


'으음. 이게 보스지.'


멀리 있는 고블린들이 모두 오기까지 잠시 기다렸다.

그는 가장 늦게 오는 고블린 한 마리를 본보기로 족칠 생각이었다.


"음. 다 왔느냐."

"예, 예! 킹 고블린님!"

"앞줄부터 앉은 번호 세어."


킹 고블린의 구령이 떨어지자 맨 앞에 있던 고블린부터 일제히 쪼그려 앉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

······.

"쉰 다섯! 번호 끝!"


가장 끝에 있던 고블린이 덜덜 떨리는 다리를 굽히며 앉았다.


"쉰 다섯이라고? 다 온 거 맞아?"

"예! 제, 제가 마지막입니다!"


역시 이상하다.

적어도 60은 되었던 것 같은데.


'내 착각이겠지?'


킹 고블린 역시 지능이 조금 뛰어날 뿐, 깊게 생각할 정도의 사고력은 가지고 있지 않았다.

설마, 자신의 포효를 듣고도 감히 달려오지 않았을린 없으니까.


"꼴찌 나와!"


킹 고블린이 커다란 몽둥이를 쥐고 가볍게 제 손바닥을 쳐대며 호령했다.

마지막 고블린이 울상으로 주춤주춤 다가오는데 뒷편에서 지각생 하나가 도착했다.


"어?"


순간 킹 고블린은 제 눈을 의심했다.

그러나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그가 본 건 변함이 없었다.


"인간이잖아?"


저 멀리에서 인간 하나가 당당하게 다가오는 게 아닌가.

그것도 동족을 여럿 잡아 먹은 잔악한 인간이.

뒤이어 그를 확인한 다른 고블린들도 크게 술렁였다.


"미쳤군. 저 놈 잡아와!"


킹 고블린이 불호령을 내렸지만 술렁임만 커질 뿐 움직이는 고블린은 없었다.

다시 한 번 명령을 내려도 어쩔 줄 몰라하며 부하들은 일어서지 않았다.


"내 말이 들리지 않나?"


화가 치밀어오른 킹 고블린이 앞줄에 있는 부하 하나를 후려치려던 순간.


"끼에에에엑!"


가히 자신과 비슷한 성량의 괴성이었다.

그러나 킹 고블린이 놀란 건 그 성량 때문이 아니었다.

그 괴성의 출처가 문제였다.


"끼에에에에에에엑!!"


인간이 내는 그 압도적인 괴성에 킹 고블린은 완전히 넋이 나가버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간은 계속해서 울어댔다.

마치 그에게 아주 슬프고 억울한 사연이 있는 것처럼.

꼭 저주를 받고 인간이 된 고블린의 모습처럼 보였다.


'그, 그런 일이 있을리가 없잖아.'


머리로는 아닌 걸 알고 있지만.

그의 괴성을 듣다 보면 분명 그 안에 고블린의 깊은 한이 서려 있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킹 고블린이 정신을 차린 건 그의 부하들이 함께 울어대기 시작할 즈음이었다.



*



수십 마리의 고블린들이 모두 괴성을 지르자 고블린 소굴은 꼭 대규모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고블린 하나 하나가 그 울음에 저마다의 울분을 품고 있었다.


'음. 생각했던 것보다 잘 풀리는 것 같네.'


당초 계획보다 조금 앞당겨져서 일이 진행되었지만.

귀가 찢어질 듯한 괴성을 들어보면 세뇌 작업은 무사히 마친 것 같다.


"뭐, 뭐야! 너희들 왜 이래? 정신 차려!"


보스몹인 킹 고블린이 크게 동요했다.

당황스럽겠지. 부하들이 자신을 거역한다는 건 말 그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그에겐 이 대규모 쿠데타가 인간이 괴성을 지르는 것만큼이나 충격적인 일이리라.


'다 네가 자초한 일이다, 킹 고블린.'


놈을 잡고 이곳을 나가기 위해서 내가 한 일은 바로 선동과 정치질이었다.

첫 번째 고블린 친구를 사귀고 난 뒤.

놈이 이곳의 보스몹인 킹 고블린에게 얻어 맞은 곳이 아프다고 한 게 힌트가 되었다.

내가 킹 고블린을 힘으로 이길 순 없으니까 선택한 방법이지만.


'여기서 고블린들이 한 걸음 더 나아가줘야 해.'


킹 고블린을 사냥하기 위해선 단순히 명령 불복종만 할 게 아니라 같이 싸워줘야 한다.

과연 그들이 할 수 있을까.

기세는 말할 것도 없이 좋지만, 괴성만 지를 뿐 누구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이만하면 충분히 달아오른 것 같군.'

"끼에에에엑!(공격해!)"


괴성 지르기 스킬의 레벨이 올라감에 따라 괴성에 내 뜻을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내 포효와 같은 괴성에 마침내 맨 앞에 있던 고블린이 일어났다. 놈은 파이프를 쥔 채 킹 고블린에게 돌격했다.

매일 보스의 시중을 들던 놈으로 유난히 불평불만이 많던 친구였다.


"끼에엑!"

"정신이 나갔군."


퍽!


아쉽게도 킹 고블린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하고 쓰러졌다.

어쨌든 신호탄은 쐈으니까, 이제 동료의 희생을 계기로 다같이 몰려가서 다구리만 놓으면 된다.


'어?'


그러나 분위기가 불타오를 거라는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아니, 오히려 차갑게 식어버렸다. 파이프를 꼭 쥐고 괴성을 지르던 고블린들이 겁에 질린 듯 주춤이기 시작한 것이다.

그제서야 고블린들의 정확한 심리를 알아챘다. 놈들은 모두 남이 대신 싸워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게 그들의 어쩔 수 없는 DNA였던 것이다.


'이런 비겁하고 졸렬한 고블린 새끼들. 직접 싸울 생각은 안 하고······.'


자신들의 대장에게 불만은 있지만 내가 다치긴 싫다는 게 놈들의 공통된 마인드다.

킹 고블린의 몽둥이질 한 방으로 괴성을 지르는 것도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망했다.

조금만 더 신중했더라면 이런 실수는 안 했을 텐데.

당장에라도 날뛸 것 같은 괴성을 듣고 안일하게 생각한 것이 패착이었다.


"네놈들 모조리 다 몽둥이 찜질을 해주마."


킹 고블린의 엄포에 꽥꽥거리던 고블린들이 얼어붙었다.

오랫동안 그들을 지배하던 공포의 대상이었을 테니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고래고래 괴성을 지르곤 있지만 한 번 꺾인 분위기를 다시 뒤집긴 어려워 보였다.

역시 던전 몹으로 보스를 잡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을까.


퍽!


킹 고블린이 커다란 쇠몽둥이를 휘두르며 앞에 있는 고블린부터 가격하기 시작했다.

한 놈 한 놈 맞을 때마다 기절하듯 엎어졌다.

이대로가면 어차피 끝장이다.

물러설 곳이 없다면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나는 더 망설이지 않고 놈에게 뛰어갔다.


"끼에에엑!"


킹 고블린이 또다른 부하에게 몽둥이질을 하는 순간 몸을 날려 막아주었다.

갑작스러운 내 행동에 킹 고블린을 포함한 모두가 깜짝 놀란 듯 토끼 눈을 떴다.

그들의 상식으론 절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을 테니까.

어깨를 내어주었는데 단 한 방으로 으스러진 듯했다.


"크헉."


숨이 안 쉬어지고 통증으로 기절할 것 같다.

마지막 도박이라 생각했는데, 역시 맞고 나니 후회됐다.

하지만 여유부릴 시간은 없다. 최대한 호흡을 고르고. 배에 힘을 빡 준 다음.


"끼에에에엑!!!(친구를 지켜라!!!)"

"끼에에엑!"

"끼에에엑!!"


됐다. 내 생애 최고의 괴성이었다.

고블린 새끼들도 눈이 있다면 똑똑히 봤겠지. 동료가 쓰러지는 걸로 계기가 부족했다면 지켜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래도 안 싸우면 너흰 진짜 글러먹은 거야.

끝까지 지켜보고 싶지만 강렬한 통증에 정신줄을 붙잡기가 버겁다.

뭐, 깨어있어도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

뒷일은 너희에게 맡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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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비던전 순찰 (2) 20.02.03 293 8 12쪽
3 비던전 순찰 (1) +1 20.02.02 344 6 12쪽
» 끼에에엑! +3 20.02.01 411 11 12쪽
1 꺼억 20.02.01 559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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