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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병이 아카데미 졸업을 안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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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메뉴미뉴
작품등록일 :
2020.11.13 22:57
최근연재일 :
2021.02.2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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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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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60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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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13,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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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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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수배

DUMMY

끝내 그 연구원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려주지 않으셨다.

그야 한 명을 네 명이 쫓는데 잡지 못할 것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워낙 치안이 잘 되어있는 나라였기 때문에 잘 따돌렸다 하더라도 이른 시일에 잡히고 말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화물칸에 숨어있는 그들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지금은 잠시의 휴식 시간에 불과했다.

마지막 종착지.

기관차들이 한곳에 모이는 곳에서는 또다시 발이 닳도록 달려야 했다.


“...케인.”


그의 아빠가 케인을 보며 말했다.


“그... 동생들은 잘 지내고 있니...?”


그는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일전에 그들의 말을 끊은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금까지 풍경을 보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어떤 말을 듣더라도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케인은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했다.

그렇지만 이내 그들의 얼굴에서 묻어나오는 비장함을 보고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


“녀석들이 죽였어요.”

“...!”


그들은 적잖이 놀랐다.

어떤 꼴이 되었을 것이라고는 대충 상상했다.

심하면 이미 이 세상에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 가능성까지 생각하고 케인에게 질문을 한 것이었지만.


“녀석들이라면...”

“공화국 녀석들이요.”


그 말을 들은 그들은 손발이 파르르 떨렸다.


‘혹시 나 때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떤 말을 들어도 수긍하고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들의 눈시울은 벌써 새빨갛게 물들었다.

눈물을 흘렸다.


사랑하는 자식의 죽음에 눈물을 아니 흘릴 부모는 없다.

아무리 매사에 차갑고, 무뚝뚝하고, 감정 표현을 별로 하지 않는 사람이더라도 똑같다.


그리고 자신이 그들의 죽음의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그 죄책감과 함께 터져 나오는 감정은 어찌할 수 없었다.


기관차가 힘차게 달리는 커다란 소리에 통곡의 소리를 섞었다.


...


그들은 한 역에 도착한 뒤, 철로를 따라 걸었다.

화물들이 거의 다 내려져 숨어있으면 너무나 적나라하게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중간마다 야영을 했다.

케인이 자그마한 텐트 같은 것이라도 가져왔기에 추위는 면할 수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셋은 같이 잠이 들었다.


마침내 케인이 공화국에서 처음 들린 곳.

기관차들이 잔뜩 모여있는 곳까지 도달했다.

그곳에 도착한 것은 탈출 이후 이틀 후의 늦은 오후였다.

케인은 그들을 이끌고 처음 그가 왔던 것처럼 크게 돌아서 협곡의 산지로 향했다.


앞으로 조금이면 그들은 돌아갈 수 있다.

따뜻하고 시끌벅적했던 그들의 보금자리로.

이제는 미적지근해지고 한결 조용해진 그들의 보금자리로.

기쁨과 동시에, 슬픔이 몰려왔다.


...


야영한 뒤, 험난한 산지를 넘었다.

슈헬리움이었다.

총 6일.

케인이 여정을 떠난 지 6일 만에 부모님을 모두 구출하고 드디어 돌아올 수 있었다.


벌써 이 주변을 들린 것이 세 번째인 케인은 아주 자연스럽게 자신이 살던 도시로 길을 안내했다.

주변에는 마을이 보이긴 했으나, 그곳에 들리지는 않았다.

최단거리로 도시로 향하는 길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렇게 슈헬리움으로 돌아온 그들은 반가움 반가움을 느꼈다.

그렇지만 그 반가운 감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길목은 거리의 이미지를 잔뜩 망치는 이상한 종이들이 잔뜩 붙어있고, 뿌려져 있었으며.

다른 이들이 그들을 보는 눈이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못 볼 꼴을 보았다는 듯이 말이다.


그들은 그제야 도시의 경관을 해치는 그 종이를 들여다보았다.


“...이게 뭐야?”


그곳에는 그림이 있었다.

아주 정교한 그림이었다.

누군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그 밑에는 짤막한 한 줄의 글이 쓰여 있었고.

맨 오른쪽 아래에는 제국 황태자의 황금색 도장이 찍혀있었다.


「케인 아칸더스 / 제국 반역죄 / 사례금 10만 셰리트」


수배지였다.


“...그 소문이 사실이었나.”

“그런 것 같아요...”


케인의 부모님이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무슨 소문이요?”


그걸 그냥 흘려들을 케인이 아니었다.


“제국의 황태자가 공화국을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었어.”

“...”


케인은 무언가를 떠올렸다.

아주 오래된 기억이었다.

그렇지만 전생의 기억은 아니었다.

분명 이번 생의 기억이었다.


“...!”


‘생각났다.’


분명 아카데미에 들어간 첫해의 토너먼트 날이었다.

C급 퀘스트를 받던 날.

불카스와 디카, 하로가 함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늘 그렇듯 시답잖은 농담을 주고받고 있었다.

문제는 그 시답잖은 농담의 다음 대화였다.


-그런데, 황제님의 아드님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소문이 사실이야?

-내가 듣기로는 재능이 없을 뿐이지 마법은 사용하실 수 있다고 하던데? 불카스 형님은 뭐 들은 거 없습니까?

-흐음... 그러고 보니 황태자님은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신다고 어디선가 들은 것 같기도 하고...


황태자에 관한 이야기였다.

그때는 그저 뜬 소문이겠거니.

남의 이야기이겠거니.

그렇게 생각하며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앞뒤가 들어맞았다.


왕명때.

그때도 불카스와 그 일행이 함께했었다.

그들과 있으면 이야기가 마를 일이 없었기에, 그 당시에도 많은 이야기가 오갔는데.

그 때.

공화국의 정책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나저나! 바질리언 공화국의 새로운 정책에 대한 소문이 무성하더군!

-아, 비(非)마법사를 위한 정책이요?

-맞아, 나도 들었어. 분명 비마법사 뿐만이 아닌, 우리처럼 약한 마법사들까지 고려한 정책이라는 소문이...

-정책 이름이 뭐였더라...

-분명...


비마법사를 위한 정책.

그리고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황태자.

또한 부모님들이 들었다는 황태자가 공화국을 지원하고 있다는 소문.


그리고, 그 대화 뒤에 또다시 흘려들었던 정책의 이름.

마나도구화 정책.

말 그대로 마나를 도구화한다는 정책이었다.

그리고 그 정책의 결과물이 그들의 무기로 이 세상에 드러나게 된 것이다.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었다.


“이제... 어떡하지?”


그의 아빠가 말했다.

제국 반역죄로 낙인찍힌 이상, 어디를 가더라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일단 집으로 돌아가서 생각해 보죠.”


엄마는 제일 먼저 앞장서 집으로 향했다.


***


“케인... 도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거야...?”


아이리스는 케인의 수배지를 보고서는 경악했다.

뭔가를 하러 간다는 것은 어림짐작으로 느꼈지만, 이렇게 반역죄를 저지른 범죄자가 될지는 전혀 몰랐다.


“그 꼬마... 배짱 한 번 크군.”


그리고 그것은 톨킨이 함께 보았다.


“으으... 무섭군 무서워...”


불카스가 용병 길드에서 수배지를 보며 치를 떨었다.


“이런 범죄자랑 같이 일했다니...”

“그, 그래도...”

“맞아요. 그 꼬맹이가 이럴 아이가 아닌데...”


하지만 만날 불카스의 비위를 맞춰주던 디카와 하로가 조심스레 반발했다.


“맞아요!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거에요!”


아이리스는 그들에게 소리쳤다.


...


이 소식은 용병 길드에만 퍼진 것이 아니었다.


“케인...?”


게롤드는 오랜만에 손주 같은 반가운 얼굴을 보았다.

수배지에서 말이다.


“잘 살아있나 했더니, 지나치게 잘 살고 있군.”


그리고 이는 아카데미에까지 번졌다.


“스피리아! 스피리아!! 그 소식 들었어!?”


지니아가 다급하게 스피리아에게 달려들었다.

라이벌이고 뭐고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케인이 제국과 그의 산하 왕국과 공화국 모두의 적이 되었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했다.


“아니까 제발 입 좀 다물어 줄래?”


스피리아 또한 이 상황이 탐탁지 않았다.


‘뭔가 일을 크게 벌일 것 같다는 생각은 했지만...’


그렇다고 황태자까지 관여할지는 상상도 못했다.


“조심해야 할 텐데...”

“잡히지 않을 거야.”


걱정하는 지니아의 말에 스피리아가 빠르게 답했다.


“응?”

“케인은 잡히지 않을 거야. 그래야 해.”


지니아는 흐뭇하게 미소를 지었다.


“뭐야, 아닌 척하면서 엄청 좋아하잖아.”

“...”


***


집에 도착했다.

부모님은 가장 먼저 집 안을 둘러보았다.


“휑하구나.”


부모님이 있었을 때는 여러 자료와 서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공화국 녀석들이 납치할 때 그들의 모든 자료를 가져갔으니, 다소 허전하게 느끼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드르륵-


그들은 식탁에 모여 앉았다.

이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그래서 이제 어떡...”


쾅쾅쾅!


무슨 말을 하려고 하기도 전에 문을 부술듯한 기세로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누, 누구세요...?”

“슈헬리움 치안유지 청장, 네이지 지안드다. 반역자를 목격했다고 신고가 들어와 찾아왔다.”


“...”


그냥 일개 마을이나 도시를 담당하는 치안유지 서장도 아니고, 청장이 나왔다.

수도에서 하루아침에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목적이 다분히 보였다.


그들은 식탁에 앉은 채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케인이 만반의 상태에서도 이길까 말까 하는 거물급.

하지만 지금 케인은 공화국에서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는 상태였다.


“시간을 끄는군. 부수겠다.”


네이지는 그들이 시간을 끌며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잠깐,....!”


그만 두라고 해도 전부 소용없는 짓이었다.

문짝이 굉음을 내며 크래커처럼 바스러졌다.


“...싱겁군.”


그들은 두 손을 들고 항복 의사를 밝혔다.

네이지는 천천히 셋을 스캔했다.


“이봐, 새로운 수배지 두 장이 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아직 길거리에 뿌리기 전입니다.”

“그거 줘봐.”

“넵!”


그녀 옆의 남성이 가방에서 주섬주섬 종이를 꺼내 들었다.

네이지는 그것을 거칠게 낚아채 확인했다.


“맞네, 저 둘도 한 패였어.”


엄마와 아빠까지 수배된 것이었다.


“똑같이 황태자님이 직접 내린 수배이고... 특이사항이 있네?”


‘...특이사항?’


아칸더스 가족은 다들 같은 의문을 품고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네이지가 미간을 찌푸렸다.


“상처 하나 없이 생포하라고...? 이게 말이나 되는...”


타다닷!


그 말을 듣자마자 케인의 부모님은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네이지에게 달려들어 껌딱지처럼 들러붙었다.


“이, 이게 무슨...!”

“케인! 도망쳐!”

“우린 괜찮으니까!!”


부모님은 지금까지 케인에게 못 해준 만큼 살신성인했다.


“떠, 떨어지란 말이다!”


네이지는 당황했다.

상처 하나 없이 생포하라는데, 이렇게 들러붙으면 정작 공격을 해서라도 잡아야 하는 녀석을 잡지 못했다.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

“꼭 잡히면 안 된다! 어디 외딴곳이라도 가서 예쁜 처자랑 행복하게 살려무나!”


케인의 부모님은 마지막으로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모두 했다.


“... 고마워요!”


케인은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그들이 자처해서 네이지에게 달려들었다.

그 성의를 무시하면, 그저 반항죄만 추가될 뿐이었다.


“야! 뭣들하고 있어! 잡아!”


네이지는 함께 온 쩌리들에게 명령했다.

하지만 그녀를 제외한다면 케인은 모든 이를 따돌릴 자신이 있었다.

그 경비가 삼엄한 공화국에서 살아 돌아왔는데, 이런 곳 따위에서 잡힐 일은 없을 것이다.


케인은 다시 창문을 넘었다.


작가의말

공화국 에피소드가 마무리 되었습니다.

오래 전에 뿌린 떡밥을 회수하니 기분이 좋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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