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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김한영 님의 서재입니다.

S급 헌터가 오타쿠에게 빙의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김한영
작품등록일 :
2024.02.20 16:08
최근연재일 :
2024.03.05 11:19
연재수 :
8 회
조회수 :
65
추천수 :
5
글자수 :
44,617

작성
24.02.2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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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EP01. 판타지는 가난한 자의 현실을 먹고 자란다(5)

DUMMY


재오가 초보자의 검으로 스켈레톤을 10마리 처치하던 때였다.


‘챙-!’


검이 부러졌다.


“어떡해요?”


뭐, 문제가 될 건 아니었다. 애초에 [신유: 건록]이라는 힘으로 부서지면 더 단단하고 예리한 검을 만들어 내면 된다. 다만 그건 내가 사용했을 때 이야기지, 레벨 1이 어떻게 [신유: 건록]를 쓰겠는가.


“저기 백귀 씨, 혹시 추가로 줄 무기는 없어요...?”


일반적으로 무기는 웬만해서는 부러지지 않는다. 내구도가 떨어지면 알아서 시스템에 알람이 울리고 내구도가 0이 되면 대장간에서 다시 수리하여 쓰면 된다. 물론 보스급 몬스터 중에서는 무기를 완파시키는 스킬을 쓰는 존재도 있지만.


“여기 있네.”


스켈레톤이 쓰던 녹슨 검 앞에 서서 무기를 주우라 명령했다. 어쩌겠는가, 시스템을 꺼버렸는데. 앞으로는 몬스터가 드랍하는 아이템 따위는 없기에 무기를 주워서 써야 한다.


재오는 달그락달그락 달려오는 스켈레톤으로부터 거리를 벌리고 녹슨 검을 주웠다. 그리고 제법 익숙하게 스켈레톤의 경추를 노려 칼을 휘둘렀다.


‘챙-!’


망할 녹슨 검. 어떻게 뼈보다 경도가 약하냐. 스켈레톤의 목이 날아감과 동시에 칼이 부러졌다. 재오는 당황했는지 나를 빤히 쳐다보았고 나는 빨리 다른 걸 주우라고 명령했다. 정말 판타지 세계는 빡세구나.


심지어 스켈레톤을 상대하는 경험치를 쌓였지만, 레벨업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진짜 대책이 필요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캠프를 나와 택시를 타고 집에 갔다. 자정을 넘긴 것 보니 대충 6시간 정도 게이트에 있다 나온 것 같았다.


집. 반지하 우리 집. 엄마를 만날 생각에 그리움이 벅찼는데, 이 당시 엄마는 야간에 일을 나가서 우리는 같은 집에 살지만 서로 만날 일이 없었다.


휑하구나! 고요하면 이명이 들렸다. 그래서 항상 소리 나는 무언가를 켜놓는 습관이 있었는데 재오는 역시 뭐라도 켜야지 하는 생각에 TV를 켜놓고 씻으러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이슈 토픽 Who’s hunter?] 의 MC 정민교입니다. 바로 지난 달이죠? 창원시 동명산 그린드래곤 토벌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드렸습니다. Grade 8급으로 추정되는 미궁이었는데, 오늘의 Who’s Hunter! 그 미궁을 클리어한 호연길드 여러분을 모셨습니다!”


호연길드 사람들은 단체복을 맞춰 입고 인사를 했다. F급 헌터 발급으로 사람들은 헌터를 체험할 수 있게 되었고 헌터를 프로게이머처럼 인식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 덕분에 헌터는 하나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다.


“안녕하세요!”


S급 헌터라는 호연길드의 길드마스터 엔픽이 고작 ‘안녕하세요.’ 한 마디를 했는데 여성 팬들이 플래카드를 흔들며 열광한다.


“꺅!!!”

“오빠!, 엔픽 오빠!!!”


어린애가 대담하다고 할지, 고작 24살의 나이에 그는 S급 헌터가 되어 모든 부와 인기를 누렸다. 엔픽, 언젠가 같이 레이드를 뛴 적이 있기는 했다. 큰 인연은 아니지만 비상하리만큼 전략을 잘 짰다.


“실컷 놀아라. 이것들아!”


31년 전, 아니, 지금 시점이면 20년 전이겠구나. 전 세계에 갑자기 약 60,000개의 게이트가 생겨났을 때만 해도 그저 해외 토픽감이라 생각했다.


지름 100m짜리 게이트가 대나무 숲처럼 솟아오를 때, 누군가는 조작이라 말했고 누구는 종말이라 말했다.


그런 오컬트는 잠깐의 유행처럼 지나갈 줄 알았는데 진짜 문제는 이 게이트가 시간이 갈수록 차츰 커지고 중첩되면서 영역을 확장했다.


결국 2023년 세계의 40%, 대한민국의 35%가 게이트로 바뀌어 버렸다,


“민감한 질문일 수 있는데요. 올해 초, 엔픽 헌터를 두고 이적시장이 꽤 들썩였습니다. 특히 중국의 바이후 길드가 공개적으로 러브콜을 불러서 이적설이 뜨거워졌는데요. 그럼에도 여전히 친정인 호연에 남게 된 이유가 뭔지 말씀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음...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우선은 군 문제가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제가 처음으로 헌터로서 병역면제를 받은 사람인데, 그런 제가 중국 시장으로 넘어가면 앞으로 후배 헌터들에게 좋지 않은 선례가 남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오~~! 정말 성숙한 답변 감사합니다. 우문현답이라고 제 질문이 참 부끄럽네요.”

“오빠! 멋있어요!!”


수많은 몬스터의 출현은 문제가 아니었다. 몬스터의 대량 발생은 헌터들에게 호재였던지라 오히려 몬스터가 헌터들에게 학살당했다. 영상처럼 헌터는 새로운 산업이 되었다.


하지만 만약 게이트 속에서 죽어버리면 다시는 게이트 속에서 살아있을 수 없기 때문에 안정적인 직업은 아니었다. 쟤들도 그러니까 노후보장이 되지 않는 일을 하면서 어떻게든 한탕을 뽑아내야 했다.


정말 호황은 군수산업과 건설업이었다. 게이트 속에서는 마석 하나만 있으면 뭐든지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엄마는 허드렛일을 한다며 게이트에 들어가 마석 줍는 일을 하시다가 고블린의 습격을 받고 돌아가셨다. 그래, 레벨 2만 되어도 가볍게 처리하는 그 고블린 말이다. 작업장이 얼마나 안전을 신경 쓰지 않았는지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티어3의 그 길드는 바로 영업정지를 당했다고 하지만 명의만 바꾸고 또 길드 활동를 시작했다.


우리 가족은 엄마를 지키기 위해 게이트가 우리 지역까지 확장될 때면 게이트가 뻗지 않는 곳으로 피해 이사를 다녀야 했다.


아예 게이트가 뻗지 않는 곳으로 이사 가면 되지 않느냐고? 가뜩이나 좁은 땅인데 게이트가 퍼지면서 게이트화 되지 않은 땅의 집값은 점점 더 올라갔다.


“또 사실 저는 돈 때문에 헌터를 하는 게 아니라서요. 빨리 이 재앙이 끝났으면 하는 바람 뿐인 거지. 큰돈에 움직이는 사람이 아닙니다.”


누군가는 게이트가 게임 속 영웅이 되는 축복이라지만 가난한 이에겐 재앙이었다. 저렇게 부와 명예를 거머쥔 S급 헌터 아래로 대부분은 직업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사람들이 게이트에 들어가 헌터를 전업으로 삼았다. 그러다가 죽으면 다시 현실의 노가다 판으로 돌아갔다.


“뭐하고 있어요?”

“그냥 집 구경.”


나도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우리 집이 가난한 이유가 못 배워서라는 엄마의 뜻에 따라 공부만 죽어라 했었는데 문제는 공부 분야가 인문학 박사였다. 더 지옥이 될 줄이야.


30살을 넘긴 꽉 찬 나이, 갚아야 할 학자금, 집 대출. 헌터를 시작하고 11년이 흘렀지만 이후 내가 박사로서 대우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어떻게든 이번 생은 그렇게 되지 않게 해야 한다!


“잠 안 자요?”

“네가 잠들어야 자지.”

“어디서 주무실래요?”

“뭘 어디서 주무셔. 침대에서 자...”


잠만, 이 새끼 왜 심박수가 올라가? 바로 옆 거울을 보았다. 아! 최유나.


“떨려?”

“뭐가 떨려요! 그게 아니라~ 어. 어쨌든 여자니까.”


최유나로 나타난 건 한 수였다.


“진짜 최유나가 사귀자고 하면 심장 터지겠다? 누가 아냐. 네가 S급 헌터가 되면 최유나가 먼저 고백할지?”

“그렇게 놀리면 좋습니까?”

“당연히 재밌지. 너 같은 애들은 동기가 확실하면 타오르잖아.”

“그만하고 잡시다! 침대에서 자요. 바닥에 이불 깔 테니까.”

“야! 잠만, 자기 전에 구인 어플 좀 켜봐.”


어쨌든 빨리 D급으로 승급해야 한다. 그러려면 미궁 출입 경력이 필요하다. 분명 하나쯤 있을 거다.


“저는 경력도, 길드도 없어서 힘들어요. 가입은 했었는데...”


맞다. 길드 없는 E급 헌터를 받아주는 미궁 공략조는 없다.


“일단 찾아봐 2등급 미궁 정도로.”


“어, 여기! 2등급 미궁 모집이 있네요? 다들 경력 때문에 가고 싶어서 난리일 텐데 왜 파티 남지?”


[철원군 금학산]


“저러니까 안 가지. 여긴 연차 쓰고 가야 해서 힘들어요.”

“찾아봐.”

그렇게 15분을 뒤적거리다 찾았다! 3등급 미궁. 파티장은 B급 헌터였다. 3등급 미궁이면 D급 헌터 4명만 모여도 클리어가 가능한 수준이다. 느낌이 왔다.


[6/10]


“야, 쩔이다!”


재오는 바로 신청을 눌렀다. 보통 하나의 게이트 구역에는 티어1 길드가 소유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다만 티어1은 10급 이상 미궁 원정 나가기 때문에 실제로 자기 게이트 관리는 티어2에게 맡기는 편이다. 티어2 길드는 티어3에게 실무를 요청한다.


3급 미궁이라는 뜻은 기본적으로 3층짜리 미궁이라 이해하면 편하다. 출현하는 몬스터 레벨 구간도 3이다. 물론 예외는 있다. 간혹 단층 미궁인데 안드로말리우스, 사마엘 같은 악마 몬스터가 보스로 버티는 경우도 있지만 이건 그냥 사고라서 운에 비는 수 밖에 없다.


며칠 뒤 하남 캠프에 도착했다. 하남 게이트는 검단산을 중심으로 예봉산 적갑산 운길산 용마산 일대에 퍼진 게이트였다. 북쪽으로 구리 게이트와 맞닿을 위험이 있어 곧 ‘중첩’ 위험이 내려진 곳이다.


파티장인 B급 헌터는 두꺼비처럼 배가 볼록 튀어나왔고 팔은 이레즈미로 가득했다. ‘문신돼지’ 딱 스테레오 타입이었다.


“어휴! 반갑습니다! 이힘찬이라 합니다. 우리 파이팅 합시다잉?”


힘찬이란 이름답게 덩치가 장난 아니었다. 그리고 이힘찬 옆에는 여자친구로 보이는 여자가 남자친구 팔짱을 붙잡았다. 여자가 입은 장비를 보니 전부 명품이었다.


“우리 형씨는 몇 급?”

“E급입니다.”

“아, 핫바리였구먼. 클래스 물어보려 했더니 그냥 뒤에서 구경이나 하쇼 으하하하하하”


이힘찬은 힘을 과시하기 위해 아이템 창에서 대검을 휘둘렀다. 길이는 츠바이헨터 정도로 되어 보였다. 140cm 정도? 무게도 최소 10kg 이상으로 보였다. 키 170cm가 조금 넘어 보이는 키가 휘두르기엔 무리 같았지만 그래도 B급이란 걸 생각하면 이름 값은 하겠지.


“새끼, 좀 싸가지는 없네. 저러고 허세충은 아니겠지?”

‘그러겠죠. B급인데 실력 있겠죠.’

“그렇지. 헌터 랭크는 뭐 야바위로 땄겠냐? 많이 배워라.”


티어3에서 담당자가 파견을 나왔다. 안전을 위해 3등급 미궁부터는 돌발 미궁이라 하여도 최소 인원 10명을 채워야 한다. 대부분 구성은 D급 공략조 4명, 6명이 짐꾼, 혹은 E급 수련생으로 채우고 있다.


티어3 길드원이 우리에게 계약서를 돌렸다. 계약서를 읽는 중에 붙임성 좋은 청년이 말을 걸었다.


“안녕하세요. 최웅이라고 합니다.”

“네네...”


재오는 가볍게 묵례로 답했다. 최웅은 뭔가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았다. 경험상 침묵을 견디지 못하는 성격 같아 보였다.


계약서에는 안전 및 사고에 대한 보상이 일반적인 내용이 명시되어 있었다. 어차피 뻔하다. 헌터는 보험 가입도 안 되고, 사망으로 인한 사고에 대해서는 별로 중요한 건 아니었다. 헌터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결혼 시장에서 인기 없는 이유가 이거다. 고용 불안정.


그런데 미궁 공략 시, 만약 마석 꽃이 피어나면 모든 마석은 티어3 길드에 귀속된다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었다.


대신 이 말은 몬스터 공략으로 드랍 되는 전리품은 모두 우리 파티 것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여기에 또 다른 특약이 있었는데 바로 파티장이 아이템을 분배한다는 조항이 걸려 있다.


“조금 억울하긴 하네요.”


최웅이 또 말을 걸었다.


“그러게요. 제대로 주긴 할지 걱정되네요.”

“헌터 님은 그래도 사인하실 생각이세요?”

“저는 뭐 가릴 형편이 아니라....”

“저도요. D급이긴 한데 길드를 나온 상태라 C급 승급까지 미궁 클리어 경험이 부족해서요. 이렇게라도 경력 필요해요.”

“왜 길드를 나오셨어요?”

“그게 잘 안 맞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만들려고요. 길드.”

“아...”


재오, 이 자식 오지랖에 끝내 말렸다.


그 말을 듣고 보니까, 최웅이라는 이 청년, 장비가 장난 아니었다. 파츠 별로 1,000만원은 족히 넘어 보였다.


“이번 기회에 친해지는 거 어때? 좋은 물주가 되겠는데?”

‘좀, 가만히 있어요.’

그리고 또 문제. 힐러가 없다.


“힐러도 없네요?”


최웅. 철부지 부잣집 도련님쯤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통찰력이 있었다.


“오소이!! 오소이!!”


파티장 이힘찬이 큰 목소리로 닦달했다. 재오는 최웅과 눈을 한 번씩 맞추며 결국 사인하고 말았다.


“자! 이쿠죠!”


한 아파트 단지에 생긴 이 돌발 미궁은 놀이터에 입구가 생성되었다.


“보통 아파트에 미궁이 생기면 주민들은....”

“죽거나 도망쳤겠지.”


최웅이 주민들 걱정하는 말에 재오는 시니컬하게 대답했다. 평생을 게이트를 피해 도망쳤던 인생이 억울할 법도 하니까.


“날이 서 있네? 재오.”

“.....”


하지만 최웅은 사람 좋은 눈웃음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했다.


“모두 무사하길 바라야죠.”


임프, 고블린 등 저 레벨 몬스터가 1층에 포진했다. 이힘찬은 허풍이 아닌지 대검을 휘둘러 몬스터를 때렸다. 그래, 벤다는 느낌보다는 정확하게 몽둥이로 후려치는 느낌이었다.


“어허허허허!! 씨발~!! 댐벼!”


이힘찬의 목소리는 듣기 싫을 정도로 우렁찼다.


“우리 수진이 오빠 뒤에만 있어! 아, 땀도 안 나네 씨!”


자동으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하지만 기분과 반대로 이힘찬을 서포트 하기 위해 궁수들이 마무리를 지었고 미궁 깊이 박쥐 떼가 달려들지 못하도록 마법사들이 미리 마법을 시전 하여 소멸시켰다.


“확실하긴 한데. 보통 이러면 꼭 문제 하나가 터지지 않나?”


재오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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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P01. 판타지는 가난한 자의 현실을 먹고 자란다(6) 24.02.28 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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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P01. 판타지는 가난한 자의 현실을 먹고 자란다(4) +1 24.02.25 10 1 13쪽
4 EP01. 판타지는 가난한 자의 현실을 먹고 자란다(3) 24.02.21 8 1 12쪽
3 EP01. 판타지는 가난한 자의 현실을 먹고 자란다(2) 24.02.20 5 1 12쪽
2 EP01. 판타지는 가난한 자의 현실을 먹고 자란다(1) 24.02.20 9 1 12쪽
1 EP00. 사냥감을 잃은 헌터는 누구를 사냥하는가(1) +1 24.02.20 23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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