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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토 님의 서재입니다.

검귀는 죽일 놈이 너무 많다.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토니토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5
최근연재일 :
2023.05.19 12:05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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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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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2,5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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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0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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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2화

DUMMY

귀환 직후.


도삭은 한식집 테이블 한 켠을 차지하고, 된장찌개 하나와 소주 한 병을 시켰다.


"참."


오랜만이었다. 저 녹색 빛깔 소주병을 보는 게.


마실 생각으로 시킨 건 아니다.


그냥, 시키고 싶어서다.


"이상한 일이란 말이지."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귀환한지 두 시간.


'왜 지구에 마나가?'


도삭은 지구에 마나가 존재한다는 걸 느꼈다.


근처 PC방이나 어디로 가 인터넷을 검색해볼 수도 있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굳이 고민하기를 선택했다.


그게, 도삭이 선택한 삶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어도 그러지 않는다.


스스로 고민해서 자신만의 정답을 찾아낸다.


킬러로 살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사람 죽일 계획 없지만, 방식 자체는 유지할 생각이었다.


"주문하신 된장찌개 나왔습니다."


탁-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된장찌개.


마나에 대해 고민하며, 도삭은 크게 한 술 떠 밥에 쓱삭 비볐다. 두부를 크게 잘라, 입에 욱여넣었다.


아-


오랜만에 먹으니까 맛있기는 하네. 그런데.


도대체 왜.


'저 아저씨는 나를 보고 있는 거지?'


도삭의 눈에 비친 광경.


정장을 입은 사내, 그가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


2042년의 대한민국은 20년 전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다.


'흐음.'


김부장이 도삭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20년 전에는 국가 정보원이라는 조직이 있었다.


그런데 세상에 마나, 게이트, 귀환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지구는 완전히 변해버렸다. 이를 신新시대의 지평선이라 불렀고.


어쨌거나 신시대의 지평선 이후로 국가정보원이라는 조직은 해체된 상태.


그 강력했던 국정원은 산산조각나 대통령 산하 비밀 조직으로 변신했다.


그리고 김부장은,


'V.I.P'


휴대폰만 꺼내들면 대통령에게 직통으로 연락할 수도 있는 사내였다.


그런 김부장은 도대체 왜 도삭을 바라보고 있을까?


촉이 왔기 때문이다.


사람을 많이 죽여본 눈동자.


살짝 비릿하면서, 흐릿하고. 또 그러면서 총명함이 느껴지는 안광眼光.


'사람을 많이 죽여본 자다. 수준급이군.'


도삭의 행동, 밥을 먹는 방식, 눈동자 굴리는 순서, 몸에서 풍기는 특유의 살殺내음 가득한 마나, 피냄새까지.


김부장은 도삭을 약 30초간 관찰했고, 유능한 킬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럴 수 밖에.


그게 김부장이 하는 일이었으니까. 빌런 킬러가 될 인재를 발굴하는 것. 김부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다.


김부장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도삭을 향해 뚜벅뚜벅 다가가기 시작했다.


후루룩.


후루룩-


후루룩, 짭짭.


청양고추 하나 집어서, 와그쟉. 참 맛있게도 먹는 양반이구만.


스윽.


마침내, 도삭의 머리 위에 그림자가 드리웠을 때. 먼저 입을 연 건 도삭이었다.


"저한테 볼일 있으세요?"


"예. 그렇습니다."


"무슨 볼일이요?"


도삭이 휴지로 입가를 닦으며 되물었다. 김부장이 말 없이 의자를 가리켰다.


"혹시 앉아도 괜찮겠습니까?"


"뭐. 그러세요."


자리에 앉은 김부장. 이제 둘은 서로를 마주보는 상태.


김부장은 도삭을 본다.

도삭은 김부장을 본다.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대한민국 악인 통제부]

[김 환]


테이블 위로 미끄러진 김부장의 명함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악인 통제부 김환 부장?"


"김부장이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저는 악인을 통제하는 일을 합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소립니까?"


"귀환한지 얼마 안 되셨죠. 지구에는 귀환자가 많습니다. 성함이?"


"칼 도刀에 깎을 삭削. 도삭."


"멋진 이름이군요. 도삭씨. 당신처럼 다른 세계로 넘어갔다 돌아온 귀환자들. 100만명이 넘어갑니다."


"......."


도삭이 말을 잃었다.

설마하니 그럴 줄은 몰랐기 때문에.


"그. 김부장이라고 부를게요."


"편하신 대로."


"김부장 몸에서 느껴지던 마력이 미묘하게 다른 이유가 다른 세상에서 쌓은 마나라서 그런 겁니까?"


"정확하게 맞습니다."


한 차례 침묵이 가로질렀다. 생각을 끝마친 도삭이 입을 열었다.


"설명해줄래요?"


"예. 좋습니다. 도삭씨. 20년 전, 신시대의 지평선이라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김부장은 도삭에게 약 20년간 일어난 일들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갑자기 실종되고,


영화 속에서나 볼 법 한 괴물이 게이트를 찢으며 등장하고,


마나라는 새로운 에너지원을 통해 비약적인 과학기술의 발전을 이루었으며,


개인이 가질 수 있는 무력의 한계점이 너무 높아져 마력 사용자들을 통제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 까지.


"국가의 힘은 약해졌습니다. 귀환자들이 너무 강하니 그럴 수 밖에요. 다른 세상에서 힘을 쌓고 돌아온 귀환자들, 평화로운 지구에서 뭘 하는지 아십니까?"


"뭘 하죠?"


"본인이 하고 싶은 걸 하죠. 대개...입에 담을 수 없는 범죄."


"......."


"저는 그런 사람들을 통제하는 일을 합니다.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통제하냐면, 죽입니다. 제 손이 아닌 다른 손으로요."


"그러니까, 정리하자면."


도삭이 김부장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사람 죽여달라는 거네요."


"그렇습니다."


"미안하지만 나는 사람 안 죽여요. 사람을 좋아하거든요."


말하던 도삭이 갑자기 피식 웃었다.


사람을 92,241명이나 죽였으면서 사람을 좋아한다니. 자기가 생각해도 웃겨서다. 몇 번 고개를 저은 도삭.


"어쨌거나, 사람 죽이기 싫어요."


"......알겠습니다. 도삭씨. 긴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김부장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정중히 인사했다.


뚜벅뚜벅 걸어 식당을 빠져나가기 직전, 김부장은 고개를 돌렸다.


"참, 도삭님."


"말씀하세요."


"저는 도삭님이 뭘 원하는지 모릅니다."


싱긋 웃으며, 김부장은 말한다.


"하지만 그게 무엇이든 상관 없습니다. 도삭님이 원하는 것. 저는 반드시 줄 수 있습니다. 명함, 두고 가는 이유가 있습니다. 한 번 잘 생각해보시길."


"참고하죠."


딸랑-


출입구에 달린 작은 종이 흔들렸다. 이제 식당에 남은 건 도삭 뿐이다.


"흐음. 악인 통제부라."


합법적으로 사람 죽이는 조직이라니. 잠깐 생각하던 도삭의 눈동자가 깊어졌다.


'킬러, 그리고 가족.'


도삭은 가족을 찾고 싶다.


부모님, 그리고 고아원 형제들.


어디서 뭘 하고 사는지 모른다. 고아원 형제들이야 어찌저찌 찾을 수 있겠지만 부모는 도대체 무슨 수로?


도삭은 부모 이름도, 얼굴도 모른다.


더군다나 신新시대의 지평선이라는 사건까지 발생했다니. 멸망 전의 대한민국과 전혀 다른 세상이 되었을 게 분명했다.


그런 상황이라면, 혼자서는 찾기 어려울 터다.


도삭은 사람 죽이는 건 자신 있었다. 사람 찾는 건 잘 못 한다.


김부장과 손을 잡으면?


글쎄. 사람 잘 찾을 것 같은데.


도삭은 사람을 죽이고, 부장은 사람을 찾겠지. 분명 유능할 거다. 아무리 신시대가 펼쳐졌다고 한들 대통령에게 직통으로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테니까.


사기꾼일 가능성도 생각해봤다.


만약 사기꾼이라면, 대가를 치러야 할 터다.


'어떡할까...'


3초 남짓 고민한 도삭의 고개가 어느 순간-


"갑자기?"


돌아갔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부장이 사라진 방향.


사람 죽이려는 의도가 너무 선명한 마력이 느껴졌으니까.


*


김부장은 유능하다. 사기꾼도 아니다.


그는 킬러 조직의 리더.


언제나 목숨을 위협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절대로 혼자 다니지 않는다.


[저격수가 전파한다. 현재 김부장 후미에 따라붙은 인원 셋. 표적 종류는 칼잡이/칼잡이/칼잡이.]

[다중사격 가능 인원은?]

[칼잡이 둘. 다른 하나는 불가능.]


스마트폰 같은 건 이제 없다.


망막에 덧씌워진 렌즈 형태의 디바이스.

그리고 척추에 심어진 컴퓨터.


김부장은 최첨단 과학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자신의 빌런 킬러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김부장이 전파한다. 남은 하나는 직접 처리하지.]


[수신 완료.]


뚜벅, 뚜벅.


이제는 김부장도 슬슬 느꼈다. 뒤쪽에서 세 명의 발소리가 가까워지는 걸.


가장 가까운 놈을 김부장이 처리할 생각이었다.


[1초 안에 정리하고, 바로 수습팀 호출한다. 영화 한 편 찍어보자고. 레디-]


표적은 셋.


저격수가 둘은 알아서 처리할 터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뒤로 돌아 총을 발사하는 것.

저격수가 빌런 두 명을 죽이는 것과, 김부장이 직접 빌런 한 명을 죽이는 일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변수가 없다. 김부장의 작전 시작 신호는 레디-액션.


'션'에 맞춰 모든 연출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가 신호를 보녔다.


[-액]


스걱-!

툭.


"......"


최종 명령을 내리기 직전.


김부장은 위화감을 느꼈다. 둥그런 머리통이 데구르르, 굴러갔다. 그가 뒤를 돌아보았다.


"김부장이라고 했죠."


눈에 들어온 건 도삭.


잘라낸 대가리 두 개를 툭 던지며, 그가 말했다.


"계약 조건부터 이야기해볼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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