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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음식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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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음식
작품등록일 :
2024.09.10 12:31
최근연재일 :
2024.09.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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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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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997

작성
24.09.1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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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1화. 시작

DUMMY

해방 뒤.


친일파들은 이승만 정권에 들러붙어 반민족특위의 칼날을 피했다.


그래.

칼날만 피했으면 조용히 살아야지.

어째서 날뛰는데.


그에 반해 독립군의 후손들은 가난하게만 산다. 모든 걸 받쳤지만, 돌아오는 건 차가운 현실.


그래 내 삶이 그랬다.


*


지글지글. 불판 위에 노릇하게 구워지는 고기.

그리고 바쁘게 움직이는 나는 고깃집 알바로 정신이 없었다.


“여기! 삼겹살 2인분 더 주세요.”

“여기 맥주 한 병 추가요.”

“TV 좀 꺼주시면 안 돼요. 시끄러워서 대화에 집중할 수가 없잖아.”


몰아치는 주문과 불만스러운 말투.


나는 삼겹살 2인분을 내주고 맥주를 가지러 간 사이에 TV 화면을 지켜보았다.


화면 속에는 광복절이면 나오는 영화가 틀어졌다.


‘밀정’


전지현 주연에 악역으로 나오는 이정재의 연기가 맛깔나다. 지금도 재판장 한 편에 서서 상의를 벗어내며 말하고 있었다.


[어깨를 관통한 상처는 봉오동 전투에서 얻은 것이고, 배때기에 난 흔적은 경무국장 박용만을 쏘아 죽이고 난 상처입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나는, 김구 주석의 명령에 따라 행동했을 뿐. 절대! 민족을 배신한 적이 없습니다. 또한, 있다고 해도 소소한 잘못일 뿐.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멋지다. 그리고 당당하다.

나라를 팔아먹은 녀석치고는 참 맛깔나게 대사를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무죄판결로 재판장을 나서자 우리의 주인공 전지현이 은밀히 이정재를 따라나서고 있었다.


“10년 전에 내려진 밀명. 우리 의열단은 민족의 적인 당신을 처단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총소리 탕! 탕!


카하, 저래야 하는데.

복수는 저래야 하는데.


하지만 나는 사람들의 성화에 TV 리모콘을 누르며 조용한 화면을 찾아 채널을 돌렸다.


그러자 나온다. 뉴스라고 광복절 축사로 친일파 후손이 뭐라고 뭐라고 지껄인다.


-독도는 말이지요, 한일 관계에 중요한 문제입니다.

-그래서 독도에서 행해지는 모든 훈련은 멈춰야 합니다.

-일단 일본의 마음이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말입니다. 광복절은 8월15일이 아닙니다. 제가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한참 후인···


저게 뭔 쌉소리인가?

세상이 참 많이 변했다.


후우-.

이러니깐 독립군 후손인 내 삶이 이렇게 팍팍하지.


나는 시커멓게 탄 불판을 박박 닦아내며 하루를 정리한다.


그런 나를 향해 사장님이 한마디 하셨다.


“태환이 오늘 제사라고 하지 않았나? 대충 끝났으면 가봐.”

“아니에요. 마저 끝내고 갈게요.”

“보내줄 때 가라고. 태환이가 성실하니깐 보내주는 거야. 다른 사장 같으면 어림도 없어”


그 말에 닦던 불판을 내려놓고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고개를 꾸벅이며 사장님의 친절에 감사를 전했다.


그래. 보내줄 때 가자.


집에 돌아가는 길에 막걸리 하나를 샀다.


할아버지가 그렇게 좋아하던 막걸리.


할아버지는 살아생전 막걸리를 마시며 기분 좋게 김구 선생을 말했고, 또 기분이 나쁠 때면 의열단 수장인 김원봉을 원망했다.


매번 같은 소리의 술주정이라 어린 내게도 기억에 남는다.


“···내가 김구 선생을 지켜드리지 못했어.”

“그때 안두희를 잡았어야 했는데.”

“김구 선생께서 대통령이 되었다면 역사가 달랐을 거야.”

“지금 같은 친일 정권이 아니라 다른 삶을 살았을 거라고.”

“미안하다. 못난 할아버지가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다.”

“내가 조금 더 헌신했다면 나라 꼴이 이러지는 않았을 거야.”

“너희가 못 배우고 가난하게 산 건 다 내 잘못이다.”


할아버지는 눈물을 흘리셨다.


다 늙어 쪼구라든 할아버지는 의열단 출신이고, 6.25도 몸소 겪은 역전의 용사였다.


어린 나는 할아버지의 말이 무슨 소리인지 몰랐고, 그저 병든 할아버지가 이상한 소리를 하신다고 생각했다.


여섯 살 내 기억이라 흐릿하지만, 할아버지의 눈물은 슬프게 기억했다.


울지 마요, 할아버지.

저 세상에서 편하게 사세요.


할아버지는 술버릇처럼 자기는 김구 선생의 비서관이었다고 하셨다.


믿을 수 없는 말.


정말일까?

노망난 늙은이의 헛소리는 아닐까?


하지만 우리 집 현관에 매달린 「국가 유공자의 집」이란 문패가 그 말이 사실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임대 아파트.

방 하나에 거실 하나가 전부인 작은 집.


그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제삿상을 준비하는 아버지의 손길이 분주하다.


구청 환경미화원인 아버지.


그것도 국가유공자의 후손으로 겨우 얻은 직장이었다.


젠장.

겨우 말단 공무원이 되고자 집안의 가산을 그렇게 팔아먹은 것인가?


씁쓸하게 웃으며 아버지께 인사하자 아버지가 대답하셨다.


“태환이 왔니?”

“네, 아버지. 사장님께서 일찍 보내주셨어요.”

“고마운 분이구나. 내가 언제 가서 인사라도 해야겠다.”

“아니에요. 그럴 필요 없어요.”

“아니야. 널 취직시켜 준 것도 그렇고, 감사할 땐 감사하다고 말해야 해.”


아, 아버지.

세상 물정 모르는 아버지.


사회성이 떨어지고 배운 것 없는 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고맙다고.

겨우 고깃집 알바라도 시켜줘서 고마워해야 한다고.

그러니 세상을 어렵게 사시지.


“손에 든 거 뭐니?”

“막걸리요.”

“아, 상에 올리려고. 그래 잘했다. 깜빡했는데 너는 기억하고 있구나.”

“어떻게 까먹어요. 할아버지가 어찌나 술주정이 심했는데. 김구 주석이 어쩌고 임팔 전쟁 때 몇몇 의용대가 착출되어서 어쩌고. 솔직히 저는 하나도 믿지 않아요.”

“뭘 믿지 못하니?”

“할아버지의 말이요. 정말 김구 선생의 비서관이 맞나요?”

“맞다. 이 아비가 어릴 때 만난 적도 있어.”

“네?”

“할아버지는 김구 주석과 가까운 사이였지.”

“그럼, 의열단장과도(김원봉) 가까웠나요?”

“모르겠다. 그분은 한 번도 말씀하신 적이 없어.”


긴 이야기가 이어진다. 아버지도 알고 나도 아는 일. 할아버지가 술주정처럼 주절거리던 소리들.


김구 선생의 피습사건.

괜찮았던 우리 집안이 몰락하게 된 이유.


이어진 6.25 사변과 피난.


중국에서 넘어온 4만 이상의 조선의용대 출신 병사들.

그들은 팔로군 소속이었다가 김일성의 부하가 되어 남한을 침공했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로 그들 중 조선의용대 동료가 많았다고 하던데...


김구 선생이 암살당하지 않았다면 상황이 달랐을까?

6.25가 터지지 않고 남북이 갈라지지 않았을까?


...그날 경교장에서 김구 선생을 살렸다면 말이다.


쪼르륵.


술잔을 채워진다. 할아버지의 영정에 막걸리를 따랐다.


“할아버지 저 좀 도와주세요. 더는 가난하게 살고 싶지 않아요.”


그 말에 아버지도 한마디 거들었다.


“맞습니다, 아버지. 유공자 후손은 게을러서 가난하단 소리는 안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말입니다. 새벽같이 일어나 일하고, 또 일하고, 정말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 말을 하시는 아버지의 표정이 굳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헛소리가 그것이고

친일파가 만든 헛소리가 그것이었다.


“아버지. 지금 세상이 그렇습니다. 나라를 팔아먹은 새끼를 청산하지 못해서 생긴 사건이 수두룩 합니다. 잘하면 독도도 팔아먹겠습니다.”


아버지는 술을 따르다가 한숨을 들이켰고, 우리는 묵묵히 제사를 지냈다.


깨작깨작.

제사를 지낸 후의 식사.


달랑 두 사람인 우리는 늦은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상차림을 치우고 잠이 들었다.


국가 유공자란 가산점에 미화원이 대신 아버지.

그리고 나는 고깃집 알바로 사회초년생을 보낸다.


몸을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이는 아버지도 비슷했다.


좀 더 다른 세상이었다면 어땠을까?


나라가 분단되지 않았다면,

김구 선생이 암살당하지 않았다면,

반미특위가 제대로 활동해서 친일파의 제거했다면...


뒤척뒤척.

잠을 이루지 못하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꿈에 빠져간다.

할아버지가 보였다.

어릴 적 보았던 그 모습을 그대로셨다.


할아버지는 막걸리를 들이켰고 나를 보며 웃으셨다.


“바꾸고 싶니? 네가 한 번 해볼래?”

“할아버지.”

“이 할아비가 도와주마. 네가 한 번 바꿔봐라?”

“네?”

“두 번의 기회를 주마. 신중하게 해봐라.”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우선 경교장으로 가라. 가서 김구 선생을 구해봐!”

“경교장이요?”

“네가 여러번 말했잖아. 경교장의 그날. 안두희를 잡지 못해 비통해 하던 그날 말이다. 그날만 잘 잡으면 어쩌면 6.25가 안 터질지도 몰라. 그것만 잘하면 내가 내 삶을 주마.”


*


꿈에서 깨었다.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그런데 이곳은?


경교장.


할아버지가 몇 번이나 말했던 그곳에 온 것이다.


바로 오늘 이곳에서,

김구 선생은 죽음을 맞이하신다.

안두희 그 새끼를 잡아야 한다.


어서! 이곳이 바로 경교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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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 의열단 영웅들과 함께하기 24.09.13 409 13 14쪽
3 3화. 암살 사건 그후 +1 24.09.12 413 10 12쪽
2 2화. 김구 암살의 그날. +1 24.09.11 437 13 12쪽
» 1화. 시작 +1 24.09.10 459 1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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