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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1835_thekhan_0 1 님의 서재입니다.

인류최강의 직무유기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뉴탈로스
작품등록일 :
2019.08.03 21:40
최근연재일 :
2019.10.01 22:12
연재수 :
43 회
조회수 :
30,497
추천수 :
457
글자수 :
231,695

작성
19.08.23 13:26
조회
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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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12쪽

29화 - 남매 (3)

DUMMY

“하하, 참 갑작스럽게 뵙게 되었군요. 반갑습니다.”

“아, 예······.”


탁자를 두고 마주앉은 차정혁과 현신이 서로에게 어색한 웃음을 보냈다.


“하하, 애리가 말하길······. 오늘 시술이 끝나셨다고 하던데, 어떻게, 몸은 좀 괜찮으신가요?”

“예, 보시다시피 멀쩡합니다. 뭐, 머리가 좀 아프긴 하지만······.”


차정혁이 부어오른 이마를 만지작거리며 답하자 현신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하, 하하! 이것 참! 제가 조카놈을 따끔하게 야단쳐 놓겠습니다. 그리고······. 필요하시다면 병원비도 제가······.”

“아니오, 그러실 거 없습니다.”

“하하······. 이거 죄송해서······.”


필요 이상으로 굽신거리며 실실 웃는 현신을 향해 차정혁이 손을 내저었다. 그리고 둘 사이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흐르던 차에, 차애리가 음료를 내 왔다.


“드, 드세요!”

“아, 고마워······.”


차정혁은 쭈뼛거리며 음료 두 잔을 내온 동생을 잠시 바라보더니 음료를 받아 들이키며 타오른 속을 달랬다. 현신도 식은땀을 흘리며 음료가 든 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제길, 하여간 여러모로 사람 놀래키는 계집애야!’


현신은 음료를 목구멍으로 넘기면서 속으로 한탄했다.


***


5분 전,

현신을 과외 선생님이라고 소개한 차애리에게 차정혁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뭐? 과외?”

“···으, 응!”

“네가 그런 걸 했었나? 나도 모르게?”

“아, 아······. 그게! 얼마 안 됐어!”


차애리는 애써 평정심을 찾으며 둘러댔다. 하지만 차정혁은 그런 그녀를 의구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좋아, 무슨 과외인데?”

“···응?”


차정혁은 여전히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서 있는 정체불명의 남자 - 현신을 스윽 훑어보더니 차애리에게 물었다.


“무슨 과외냐고? 뭐가 부족해서 없는 살림에 과외를 할 생각까지 한 거야?”

“······.”


오빠가 의심 가득한 눈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 짧은 순간에도 차애리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젠장! 뭐라고 하지? 망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럴 듯한 변명이 떠오르지 않았다. 차정혁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자 확신이 들었는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왜 대답을 못 해? 무슨 과외냐니까?”

“아니, 오빠······. 그게······.”

“왜 그래? 내가 뭐 어려운 걸 물었나?”

“그, 그게······.”

“이상하잖아. 돈 없어서 기숙사에서도 쫓겨낸 네가 무슨 돈이 있어서 과외를 해? 그리고, 헌터 수련생을 대상으로 한 과외 같은 게 있었나? 금시초문인데? 뭐 어디 해외지부 파견을 위해 외국어 자격증이라도 따려고 한 거야?”

“아, 아니. 그건 아니고, 그러니까 그게······.”

“흐음······.”


차정혁은 횡설수설하는 동생에게서 고개를 돌려 현신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여전히 문고리를 잡은 채 멍하니 서 있는 그를 똑바로 보며 말했다.


“뭐, 할 수 없지. 제자가 대답을 못하면 선생님께 직접 여쭤 볼 수밖에.”

“···뭐어?”

“···에엥?”


차애리가 경악하며 현신을 쳐다봤고, 현신도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두 남매를 번갈아 보았다. 차정혁이 현신에게 물었다.


“그래, 애리의 과외 선생님이신가요?”

“네? 아, 네. 뭐······.”


현신이 얼떨결에 답하자 차정혁은 그에게 추궁하듯이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대관절 무슨 과목을 가르치시는 거죠?”

“아, 그게······. 여러 가지인데······.”

“여러 가지라면 어떤 거죠? 구체적으로?”

“아, 뭐 헌터 수련생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를······.”

“그래요? 그건 그렇다 치고 왜 집안에 먼저 들어와 계신 겁니까?”

“···네에?”


차정혁의 눈빛과 말투가 점점 험악해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과외 선생님이라도 그렇지, 여자애 혼자 사는 집에 먼저 들어와서 학생을 기다리는 건 좀 지나치시지 않나?”

“저, 저기······.”

“그리고 당신은 과외 선생이라 치고, 아까 그 올백머리한 놈은 뭐야? 과외 선생의 조수쯤 되려나?”

“···올백머리? 아, 그 녀석 말이죠. 하하······. 가만, 그럼 혹시 그 녀석과 마주치신······.”

“말 돌리지 마!”


쿠우우우~!


“오, 오빠! 잠깐만!”


차애리가 적극적으로 차정혁을 뜯어말렸다. 왜냐하면 분노한 그가 마력을 끌어올렸기 때문이었다. 그의 심정을 대변하듯 적대적인 마기가 빌라 복도에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오빠! 내가 다 설명할게! 진정해봐!”

“넌 조용히 있어.”


차정혁은 자신을 붙드는 동생의 손을 뿌리치며 현신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그리고 현신의 멱살을 움켜쥐며 외쳤다.


“말해, 당신은 누구고, 왜 여기 있는지.”

“···어이쿠야.”


현신은 자신의 멱살을 잡은 청년의 얼굴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 녀석이 그 오라버니인가? 진짜 열받은 거 같은데 이거 어쩐다?’


멱살을 잡은 청년의 주위에서 적대적인 마기의 흐름이 느껴졌다. 비록 자신에 비하면 한 줌도 안 되는 미약한 기세였지만 그 속에 분명한 살의(殺意)가 자리 잡고 있었다.


“대답 안 할 건가?”

“아니, 일단 진정하시고······.”

“당신, 내가 누군지 몰라?”

“···에엥?”


차정혁은 오른손으로 현신의 멱살을 잡은 채 왼손을 주머니에 넣더니 무언가를 꺼내 보여주었다.


“엉? 그거 설마······.”


차정혁이 보여준 것은 푸른색 물방울과 동심원의 무늬가 새겨진 브로치였다.

그것은······.


“···블루 레이크 엠블렘 아냐?”

“흥, 알고 있다니 얘기가 빠르겠군.”


차정혁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현대 사회에서 헌터는 대중들의 선망의 대상으로서 높은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다.


물론 D등급 이하의 하위권 헌터들은 세금 도둑 취급을 당하며 무시당하는 경우도 있지만, 차정혁 같은 B급 이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우받는다.


더구나 국내 최고 길드인 블루 레이크 소속이라면 그 위상을 더욱 올라간다. 실상이 어떻든 간에, 대중들에게 블루 레이크는 우수한 정예들만을 모은 엘리트 집단이기 때문이다.


비록 길드 내에서 사실상 짐꾼 취급인 그였지만 그거야 길드 관계자가 아니면 아무도 모를 일이었다. 즉, 일반인들 대상으론 블루 레이크의 문장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몇 수 접게 만들 수 있었다.


차정혁은 두들겨 패는 것보다 이게 더 효과적일 거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그래야 했다. 그런데······.


“흠, 디자인 바꿨다더니 확실히 옛날 것보단 낫네.”

“···뭐, 뭐야?”

“역시 젊은 애들이 감각은 있다니까. 하하.”

“어, 어이! 지금······.”


차정혁은 황당했다. 이 남자는 블루 레이크의 문장을 보고도 위축되기는커녕 오히려 반가운 듯한 표정을 짓는 게 아닌가?


‘뭐야? 그냥 미친놈인가······.’


차정혁이 할 말을 잃고 멍하니 현신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자, 현신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 이제야 누군지 알겠네요. 블루 레이크의 차정혁 헌터님, 맞죠?”

“···뭐?”

“애리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지난번에 케르베르스와 싸우다가 크게 다치셨다고 들었는데, 다행히 회복하셨나 보네요.”

“아, 아니······. 당신 대체?”


차정혁이 멱살을 놓으며 물었다.


“대체 누굽니까? 당신은?”


현신은 흐트러진 상의를 바로잡고 나서 웃으며 대답했다.


“헌터연합에서 파견 나온 사람입니다. 하일호 교수님의 소개를 받고 왔지요.”

“네? 그분께서요?”


차정혁은 아는 이름을 듣자 표정이 약간 누그러졌다. 현신은 여전히 웃는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예, 여기 서서 이야기하기도 뭐하니 일단 안으로 드시지요?”

“그, 그래! 일단 들어가자!”


차정혁은 멍하니 현신의 얼굴을 바라보다 동생에게 밀려 102호 안으로 들어왔다.


***


“이 바닥도 점점 좋아지는군요. 수련생 도우미라니, 처음 들어 봤습니다.”

“하하, 올해 생긴 거니까요. 모르실 만도 하죠.”


차정혁의 말에 현신이 능청을 떨며 답했다. 현신은 상황을 파악한 후 즉석으로 가장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만들어 끼워 맞췄다.


우선 헌터 연합에서 사정이 안 좋은 수련생들을 지원하는 〈수련생 지원 프로그램〉이 올해 신설되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그 프로그램에 따라 퇴직한 헌터들이 ‘수련생 도우미’로 파견되어 수련생의 실력 향상을 위한 조언과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하게 되었고, 자신은 하일호의 추천으로 차애리를 담당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 올백머리의 사내 - 즉 인간형태의 레오는 차애리와 같은 빌라에 살던, 자신의 철없는 조카로 설정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초면에 실례를 범했습니다. 죄송하군요.”

“아, 아닙니다. 하하! 진즉에 설명을 안 드린 제 잘못이죠.”

“그러고 보니 아직 존함도 여쭤보지 않았네요?”

“아, 기, 김유신입니다.”


현신은 친하던 후배의 이름을 빌려 즉석으로 가명을 만들었다.

차정혁은 전에 비해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현신을 향해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었다. 현신은 식은땀을 흘리며 그저 이 순간이 빨리 지나가기만을 속으로 빌었다.


“그나저나, 이재호 헌터님은 잘 계시나요? 올해 S급이 되셨잖아요. 하하!”


현신이 일부러 아는 이름을 들먹이며 화제를 돌렸다.


“예, 뭐. 그런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홍제동에서 별의별 사건이 많다 보니 다소 골치 아파 하시는 것 같습니다만······.”

“그, 그렇겠군요. 하하.”

“헌데, 퇴직 헌터라고 하셨는데 실례지만 기수가 어떻게 되십니까?”

“···네에?”


차정혁의 질문에 현신은 당황했다. 여기서 1기라고 답할 수는 없었다. 현신을 포함한 1기생들은 전설적인 존재로서 실명이 모두 알려져 있기 때문이었다.


“아, 7기입니다. 하하하!”

“···선배님이셨군요. 이거 몰라 뵈었습니다.”


차정혁이 현신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였다.

참고로 차정혁은 17기였다.


“7기시면 실버 애로우의 박도수 선배님을 아시겠네요?”

“아, 그 화끈한 아저씨요? 당연히 알죠!”

“혹시 선배님께서도 실버 애로우에······?”

“아, 아니오! 저는 C급에서 끝난 조무래기라 그런 데에 못 낍니다. 하하하!”

“흐음, 그런가요······.”


현신은 재빠르게 머리를 굴려 자신을 퇴직한 C급 헌터로 설정했다. B급 이상이면 업계에서 한번쯤 이름을 들어보기 마련이니 등급을 낮춘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낮추면 수련생을 가르칠 자격이 안 되니 C급 정도가 적당했다.

하지만······.


‘여전히 수상해. 대체 뭐지 이 남자?’


차정혁은 좀처럼 그에 대한 의심을 풀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최후의 수단을 썼다.


‘천심안!’


차정혁은 천심안으로 마주앉은 남자의 스펙을 체크하기로 했다. C급 헌터 수준의 스텟을 갖추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어?”


그러나 다음 순간, 차정혁은 당황했다. B랭크의 천심안으로 들여다봤음에도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 그렇다면······?’


“왜 그러시죠?”


차정혁은 능청스럽게 웃고 있는 현신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남자, 나보다 강하단 말인가?’


B랭크의 천심안은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상대의 스펙만을 체크할 수 있었다. 차정혁은 이 의외의 상황에 멍하니 현신의 얼굴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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