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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기작가님의 서재입니다.

우주 시대의 마지막 명탐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잉기작가
작품등록일 :
2024.02.01 22:46
최근연재일 :
2024.02.09 23:00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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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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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7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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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사라진 마법사(5)

DUMMY

사라진 마법사




전투 마법 학부.

학과들이 모여 하나의 학부를 이루고, 학부들이 모여 학회를 이룬다.

그렇게 완성된 마법학회.


“커다랗네요.”


“크지. 제국에 하나밖에 없는 건물인데.”


사실 건물이라기엔 좀 애매하긴 하다.

복합중첩-마나 공간. 이론적인 건 잘 모르지만 과학자들이 굉장히 고생했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실내의 부피가 다르다.


“전투 마법 학부로.”


다리오가 소속되어 있던 곳은 전투 마법 학부 중에서도 다중 영창 학과였다.

여러 개의 마법을 동시에 구현해 더 빠르고, 강력한 화력을 일 점에 집중 투사할 수 있는 걸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이들의 모임.


뚜벅, 뚜벅.....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게 뻗은 복도를 걷자 발소리가 울린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엄청나게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데, 공간을 겹쳐서 억지로 늘려놓은 걸 마나로 고정시켜 둔 것이라고 한다.

...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닌 듯하다. 와! 축지법! 와! 허공답보!


“저쪽이네요.”


레나의 지시에 따라 얼마 남지 않은 거리를 걸었다.

온 사방이 파란색 격자무늬로 가득했는데, 인디 개발자가 3D툴을 처음 써서 만든 무지막지하게 넓기만 한 게임맵 같은 느낌이었다.

이 건물이 대단한 건 마나가 허용하는 한 공간을 무한히 늘릴 수 있다는 점이겠지.


“지금 이 안쪽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엄청나게 넓잖아?”


“또 무슨 헛소리를 하려고요.”


“만약에 모종의 사건이 터져서 동력원이 사라진다면... 풍선처럼 팍! 쪼그라드는 거지!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순식간에 원래의 공간만 한 부피에 몰리게 되고, 뿌지직! 납작해지는 거야.”


두 손을 모아 꽈지직! 소리를 내며 납작해진다는 걸 실감 나게 표현해 주자 레나의 얼굴이 조금 더 하얀색으로 창백하게 변한 것 같다.

아, 안 믿어요.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려 하지만, 쫑긋거리는 귀가 내 쪽을 향하는 건 숨길 수 없다.


“내 마법적 지식이 장담하는 거니까 믿어도 된다고.”


“그것 참 흥미로운 이야기군요. 그렇지만 저희 학회는 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비상 상황을 대비한 준비도 많이 되어 있다는 사실 또한 엄연한 진실이니, 안심하셔도 괜찮습니다.”


어우, 깜짝이야.

외눈 안경을 쓴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 치직거리며 내 눈앞에 나타나 말했다.

완벽하게 감추지 못한 술식 파편이 소년의 가장자리에서 떠올랐다 순식간에 사라지듯 점멸하는 모습에, 이게 진짜가 아니라는 건 진작 눈치채고 있었다.


“당신들이 찾으시는 다중 영창 학과의 학과장입니다. 지금은 다른 작업을 진행하는 중이라 이런 모습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는 걸 양해해 주시길.”


“아하, 미리 말씀드린 명탐정 로키입니다. 바쁘신데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설수사관인 사장님의 보조입니다.”


레나야, 명탐정이 부끄러워?

왜 명탐정 로키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거니?

레나가 등 뒤로 내 등을 아주 아프게! 꼬집는 동안 몇 개의 문을 지났고, 마침내 응접실이라고 할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났다.


“그래서, 다리오와 관련된 이야기를 듣고 싶으시다고요.”


“네. 다리오 씨가 현재 실종... 그러니까 마법적 사망에 준하는 상태에 처해 있는 건 아시죠?”


“예, 알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마력추적기를 사용했으니까요. 그곳의 흔적도 전부 제 눈으로 봤습니다.”


이 사람이 직접? 전투 마법 학부 자체가 학회에서도 꽤 힘 있고 목소리가 큰 학부였지만, 일개 마법사 한 명을 찾기 위해 마력추적기까지 사용한다는 건 이상하다.

아마 눈앞의 이 학과장에게 열쇠가 있겠지.


“특급 지명수배자도 아닌 일에 마력추적기를 사용하는 허가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제가 강력하게 요청해 사용 허가를 받았습니다. 다리오 학생이... 그렇게 끝났으리라고는 믿을 수 없었으니까요.”


“흐음, 자세히 말씀해 주시죠.”


학과장의 말에 따르면, 다리오는 훌륭한 재능과, 그걸 아득히 뛰어넘는 집념과 독기가 가득한 학생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전투 마법 학부나 다중 영창이 좋아서 들어온 느낌은 아니었다고.


“제가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저희 학과가 학부에서도 잘 나가는 편이거든요. 애초에 듀얼 케스팅이라는 게 재능이 없으면 시도할 수조차 없는 영역인지라. 누가 봐도 재능있는 젊은이가 입신양명을 노리고 온 것 같긴 했습니다.”


멜트라인 출신의 가진 건 재능밖에 없는 젊은 마법사가 이 악물고 이뤄낸 경지. 공부 잘하는 애들이 의대나 법대에 들어가는 느낌이었나.

그러나 공인 마법사 정도에 도달하면 사실상 돈 걱정 없이 살 수 있는데도, 뭔가에 쫓기듯이 연구를 계속했다고 한다.


“어째서 그렇게 초조해했는지 짐작 가는 바가 있으신지요.”


“글쎄요. 멜트라인에서 온 것도 그렇고, 가족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는 걸로 보아 그런 쪽 이야기가 아닐까, 어렴풋이 생각만 해 볼 따름입니다. 단순히 돈이 목적이 아니라, 마법사로서 뭔가를 이뤄내고 싶은 욕망일 수도 있죠.”


“그럼, 질문을 바꿔보죠. 그가 자살할 리 없다고 생각해 마력추적기 사용까지 강력하게 주장하셨다고 했는데,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있습니까?”


“제가 다리오를 가르쳤습니다. 그 학생은 죽음을 생각할 만큼 나약한 사람이 아니었고, 자주 연락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연구는 꾸준한 진척을 보였으니까요.”


“연구라, 이건 좀 민감한 질문일수도 있는데, 마법에 대해 잘 모르는 제가 봐도 그가 진행하던 연구가 실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학과장님의 견해는 다른가요?”


말하며 내가 복사해 둔 다리오의 연구 일지 중 일부분을 넘긴다.

조용히 그것들을 읽는 학과장의 눈살이 찌푸려지고, 다 읽지도 않은 채 다시 나에게 넘긴다.


“이 조잡하고 불쾌한 연구는 뭔지 모르겠군요. 적어도 이게 다리오의 손으로 썼다고는 믿기지 않습니다. 최근엔 그의 연구를 제대로 듣지 못했지만, 이런 연구를 할 아이는 결코 아닙니다.”


“음, 그렇군요. 잘 알았습니다. 다리오 씨와 관련된 다른 소식이 있다면 전해드리도록 하죠. 바쁜 시간 할애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별말씀을요. 그나저나 그 자료들, 보다 보니 꺼림칙하군요. 누군가 다리오에게 해를 끼친 사람이 있다면, 꼭 알려주시길 바랍니다.”


“물론이죠. 그럼 이만.”


다시금 문을 나와 긴 복도를 걷는다.

사건과 별개의 이야기지만, 이렇게 1자형의 긴 복도로 구성한 건 예전에 누군가가 이곳에서 길을 잃고 나오지 못해 굶어 죽어서 바뀐 것이라고. 믿거나 말거나지만.


“학과장님 말이에요, 굉장히 어려 보이는데, 그런 자리까지 올라가다니 특이하네요.”


“레나야, 너는 진짜 엘프 자격 박탈이다. 아직도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믿니?”


“네? 아니, 왜요! 누가 봐도 어린애 모습이었는데!”


학과장이 어려 보였지만, 그건 그 아저씨의 뒤틀린 취향이거나 마법적 한계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애초에 그 환영 마법에서 느껴지는 마나, 전혀 어려 보이지 않았는걸.

정교하고 섬세한 조작은 그렇다 치고, 마나의 농밀함과 질에서 아저씨를 넘어선 할아버지의 냄새가 났다.


“아마 여러 개의 마법을 동시에 전개하고 있는 상황이었을 거야. 환영 마법에 자율성을 부여하는 게 아닌 이상, 동시에 몸을 여러 개 다루는 느낌이었을 테니 본체는 어디 안전한 곳에 누워 있겠지.”


“사실 그럴 것 같긴 했어요. 어린애가 그딴 안경을 쓰고 다니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레나야, 너는 천재니? 명탐정의 자질이 보이는구나.

사이코패스 쿼터엘프 금발 초록 눈 총기 애호 사이버펑크 명탐정이라... 속성이 너무 많아서 독자들이 혼란스러워할 것 같은 주인공이군.

사건 해결보다 악당이 보이면 총을 꺼내 망설이지 않고 쏴버릴 것 같다. 어쩌면 의뢰인도.


“헛생각하지 말고 걷기나 해요.”


“이번엔 진짜 별 생각 안 했어!”


사건은 더 이상해져만 간다.

저 정도 경지에 오른 학과장이 신뢰하고 정확히 기억할 정도의 마법사였던 다리오.

그를 가르치며 가장 깊은 관계를 가졌을 것이 분명한 그가 이건 자신의 제자의 연구가 아닐 것이라 말했다.


그렇다면 누군가 다리오의 연구를 훔치고 바꿔치기라도 했다는 말인가?

하지만 탐정의 추리력으로 그건 전부 다리오가 작성한 것이 맞았다.

수사국에서도 확실히 수사한 결과니 제3 자가 개입한 여지가 없다.


“그러면 뭘까, 무엇이 능력 있는 마법사를 절망하게 하고 저런 저급한 연구나 하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었을까.”


아직은 알 수 없었기에, 다음 현장에서 수사를 이어가야만 했다.


멜트라인. 그의 고향이자 빈민가의 상징 중 하나.

최악의 치안을 가진 그곳으로.




***




도시의 최상층, 로얄클래스라 불리는 그곳은 아무나 들어올 수조차 없는 곳이었다.

최소한의 ‘자격’이 있어야 발이라도 걸칠 수 있는 곳.

그런 곳의 중심부에 있는 최고급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이 병원의 원장은,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상태는?”


“그게, 그..... 최선은 다하고 있습니다.”


자신은 의료기술 하나만으로 자격을 얻어 로얄클래스까지 올라왔으나, 눈앞의 이 남자하고는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

그야말로 지배자. 태어났을 때부터 자격을 가지고 태어난 타고난 포식자들의 제왕이었다.

의료, 무기, 군사, 조선까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 발을 걸치고 있는 메가코프의 주인.


[레인테크]의 회장이었다.


“개선될 가능성은 있나?”


“이 병이 이렇게 빨리 발견된 건 최초나 마찬가지라 일단 가능한 모든 수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만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도 힘든 게 사실입니다.”


“전신의체는? 들어보니 치료 방법이 대체로 그런 식이라던데. 완벽하게 마나를 제거한 곳에서 전신의체로 활동한다면 치료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완벽하게 마나를 제거한 곳. 무-마나 공간은 조그만 캡슐로도 억 소리가 나올 정도로 비싼데, 그런 공간을 아무렇지 않게 생활을 전제로 잡은 크기를 이야기하는 재력.

그러나 그 이야기에 의사는 고개를 가로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건 치료가 아닙니다. 그저 유예할 뿐이죠. 그리고 마나가 단 하나도 없는 공간이라니, 보통의 생명체가 견딜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이건 일종의 알레르기 반응과 비슷한 것이라서 단순히 격리만 한다고 치료되는 게 아닙니다.”


산소에 알레르기가 있다고 한들 산소 자체를 차단해 버린다면, 그 환자는 영원히 아프지 않을 곳으로 갈 수 있을 거다.

그걸 의사가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더 이상 산소 알레르기로 아플 일은 없으리라.


“고통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곧 있으면 정기총회가 예정되어 있는데, 직계혈족이 고작 병 따위로 골골거리는 모습을 보여줄 순 없어. 어찌 되었든, 승냥이같은 놈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멀쩡히 움직일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만.”


“아가씨께선 마나 유저는 아니셨죠. 그렇다면 전신의체를 사용하며 최소한의 마나로 통제한다면 몇 년 정도는 아무렇지 않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겟습니다.”


“적응기 같은 시간은 얼마나 걸리지?”


“밑바닥 놈들이나 적응기 같은 걸 부풀려 말하는 법이죠. 더 많은 진료비에 목숨을 거는 것들이니까요. 제 기술로 시술하신다면 당장 그날도 앉아서 손을 흔들거나 말하는 것 정도는 아무 지장도 없습니다. 걷는 건... 아가씨의 노력이 조금 필요하겠지만요.”


“........”


회장은 마나가 통제된 수면캡슐에 들어가 있는 붉은 머리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희미한 죄책감과 연민이 보였지만, 그건 인간에게 향하는 그것들과는 많이 다르다는 걸,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그는 그저 키우던 고양이를 치료할 수 없어 안락사시켜야 한다는 이야기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일단, 기간이 남았으니 조금 기다려 보도록 하지. 되도록 온건한 치료 방법을 최대한 찾아보게나. 별개로 그 시술 준비도 해 놓고.”


“여부가 있겠습니까. 실수는 없을 겁니다.”


“없어야겠지.”


회장이 문밖으로 나가자, 숨 막힐 듯한 위압감이 사라졌다.

의사는 흐르던 식은땀을 닦고, 캡슐 안에 죽은 듯이 누워 있는 소녀를 바라봤다.

불치병으로 쓰러져 사망이 예정되어 있음에도 병문안은커녕 안부 전화조차 한 통 오지 않는 삶.

유일하게 온 그녀의 할아버지는 그녀에게 사실상의 사형선고를 내리고 나갔다.


“레인테크의 회장님은 손녀딸 아가씨하고 굉장히 친해 보였는데, 친숙해 보이기 위해 계산적으로 행동한 거였나... 애초에 사람으로 취급하지도 않는구먼.....”


이 병에 걸리면 죽는 건 저 밑바닥이나 로얄클라스나 똑같은데도, 최상층의 그녀를 위해 눈물 한 방울 흘려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조금은 기분이 이상해지는 의사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착실하게 수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쨌건 그는 프로였으니까.


“신경 쓰지 말자.”


로얄클래스에선 많은 정보들이 나온다. 그중에는 알아서는 안 되는 것들도 많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남자는 조용히 수술 준비를 서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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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라진 마법사(2) 24.02.02 7 0 13쪽
1 사라진 마법사(1) 24.02.01 14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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