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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기작가님의 서재입니다.

우주 시대의 마지막 명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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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기작가
작품등록일 :
2024.02.01 22:46
최근연재일 :
2024.02.09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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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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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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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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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마법사(4)

DUMMY

사라진 마법사



약간의 추가적인 조사를 끝내고, 당장 얻을 수 있는 건 전부 얻었다고 판단한 후 일단 사무실로 돌아왔다.


“으음, 이 텁텁하고 답답한 공기! 폐에 이물질이 가득 끼는 것 같아! 그렇지 않니 레나야?”


“네, 정말 그렇네요. 폐가 썩을 것 같은 기분이에요.”


레나의 투덜거림을 무시하고 그립...지는 않은 공기를 들이마시며 사무실로 돌아왔다. 사무실의 귀염둥이 공기청정기는 오늘도 죽는 소리를 내며 ‘폐가 썩는 공기’를 ‘폐가 썩을 것 같은 느낌’ 수준으로 바꿔 주었다. 힘내렴. 네 선임은 3개월 동안 버텼어! 너도 그 정도는 해야지!


“사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내가 덜덜거리는 사무실의 마스코트를 격려하는 사이, 조용히 고민하던 레나가 묻는다. 어느새 상담용 테이블에 자신의 애착 총기들을 늘어놓고 기름먹인 천으로 꼼꼼히 닦고 있었다. 볼 때마다 살벌한 풍경이지만, 레나의 몇 안 되는 취미생활이기에 따로 제재하지는 않는다.


제재했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무서워서 그런 건 절대 아니다.


“그냥 보면 젊은 마법사가 불가능한 도전을 하다 죽어버린 것 같은 단순한 문제처럼 보이는데, 보면 볼수록 뭔가 찝찝한 느낌이란 말이지.”


“뭐가요? 계속되는 실패에 자포자기하고 죽은 것 아닌가요.”


레나가 고저 차 없는 목소리와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총기를 쓰다듬으며 묻는다. 사건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훌륭한 조수를 뒀다며 시기할 수도 있지만, 전부 내가 부탁한 거다.

남에게 설명하다 보면 놓친 걸 다시 보는 경우도 많고, 생각의 정리도 훨씬 쉽다. 조금만 더 진짜 궁금한 것처럼 물어봐 주면 좋겠다만, 총도 좀 내려놓고.


“전부 자살을 목적으로 죽었다는 것처럼 보이게 ‘만들어 놨어’. 의도적인 유서나, 실패할 게 뻔히 보이는 마법 실험들. 자살하기 전에 쓴 유서라기엔 지나치게 간결하고 별 내용도 없어. 그런 것치고 유산 정리는 깔끔하게 해 둬서 아버지라는 작자가 찾아와도 털끝 하나 건드릴 수 없게 꼼꼼하지.”


마치 ‘자, 마법 실험합니다~? 어이쿠, 실패! 여기 유서입니다!’ 하는 기분이랄까. 진정 자신이 역대 대마법사들도 하지 못한 업적을 이룰 것이라고 믿는 머저리나 할 법한 실험기록들이 가득했다. 그러나 그 정도의 머저리는 이만한 입지를 다지지 못한다. 공인 마법사들은 병신이 아니다.


“그럼 다리엘 씨가 유서를 노리고 다리오를 죽였을 수도 있겠네요. 다리오의 죽음으로 가장 큰 이득을 얻은 사람은 그녀밖에 없으니까요.”


“글쎄, 결과적으로만 보면 그렇다지만. 그것도 이상해. 어떻게든 자살이라고 믿게 하려는 듯한 것들 모두가 다리엘에게 전하는 이야기 같아. 수사관이나 다른 마법사들에게가 아니라, 다리엘에게 자살로 보이고 싶어 하는 느낌이야.”


“다리엘이 그것조차 노리고 한 거라면요? 마나 결핍증이 있으니 마법에 관해서 무지하고, 그 결과 마법사들만 아는 실수를 한 게 아닐까요?”


“다리엘이 다리오를 죽이고 유산 상속 과정까지 전부 끝냈다고 해 보자고. 그렇다면 다리엘은 어떻게 전투 마법 학부 공인 마법사를 죽인 거지? 대마법으로? 마나도 다루지 못하면서 말이야. 애초에 전재가 잘못됐어. 다리엘은 다리오를 딱히 죽일 필요가 없다고.”


“시한부였던 병의 치료제가 있잖아요. 실제로 치료된 본인이기도 하고요. 그런 엄청난 치료제를 팔면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지 않겠어요? 치료되었으니 다리오가 예측하지 못하는 방법으로 뭔가 마나를 사용했을 수도 있죠.”


이건 또 특이한 발상인데. 그러나 레나가 마나에 민감하지 않아서 하는 소리다. 다리오가 사망한 그런 마법을 뭔가의 도움을 받더라도 다리엘이 사용했다? 이건 하반신 마비였던 사람이 치료되어 일어나자마자 발차기로 핵폭발을 일으켰다는 소리나 마찬가지다.


“처음 걸을 때 기억나? 어떻게 걷는지도 모르고 버둥거리면서 일어나지. 의체라 조금 덜하긴 하겠다만, 익숙하지 않은 작업을 하는 건 똑같은 거야. 드래곤도 갓 태어나서 걸을 땐 넘어진다고.”


“그런 게 어떻게 기억나요. 지금 잘 걸어 다니는데. 사장님은 기억나는 것처럼 말하네요.”


보통 그 정도로 강렬한 기억은 잊지 못하지 않나? 걷는 법을 분명 다 아는데 바닥에 철퍼덕 넘어지면 쪽팔려서라도 기억하게 되는데. 레나는 쿼터-엘프라 잘 걸었었나 보네. 열등종인 내가 이해해 줘야지 뭐 어쩌겠어.


“아 진짜! 또 이상한 생각하고 있죠!”


“아니, 아닌데? 전혀 아닌데? 그것보다, 그 치료 방법을 팔아서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말했는데, 그게 왜 틀린 생각인지 설명해 줄게.”


“말 돌리는 거 봐.”


치료 방법이 없는 병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감기처럼 계속 변이하거나 하는 이유 등으로 물리적으로 완치가 불가능한 경우가 첫 번째.

두 번째는 돈이 안 되니까 치료 방법을 개발하지 않는 것이다. 불행하게도, 마나 면역 결핍증은 두 가지 전부 해당된다.


“다리엘 씨와 같은 증상을 앓는 사람들이 몇 명이나 있는지 알아?”


“모르긴 몰라도 몇십만 명은 되지 않을까요. 우주는 넓으니까.”


“아니, 지금 살아있는 사람은 네자릿수도 간신히 넘어.”


“왜죠? 다리엘 씨를 보면 불치병일 뿐, 연명치료 자체는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았는데요.”


연명치료라는 게 그리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제국법에 따라 모든 제국민(제국 내 적어도 세금은 내는 지성체)은 병에 걸렸을 시 가족이나 대리인이 치료비를 내 줄 때까지 기초적인 연명치료를 받을 수 있다.


말 그대로 목숨만 붙여놓으면 되기 때문에, 극단적이지만 두뇌만 적출하고 냉각시키는 방법도 있다. 다리엘이 전신 의체를 사용하게 된 이유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녀는 마나 면역 결핍 증후군이었으니 무균실이 아닌 무마나실에 있었겠지. 기억에 충분히 손상이 갈 만한 환경이다.


“의무 연명치료 기간은 최소 5년이야. 환자 본인이 의식이 없고, 대리인이나 책임질 친족이 없다는 상황에서. 그리고 제대로 된 치료를 시작하려면 사용한 연명 치료비를 내야 하지.”


“치료하려면 큰 금액이 필요하니까 연명치료만 받는 사람들도 많겠네요.”


“환자의 의식이 있을 경우엔 치료비를 벌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 의무 기간은 더 짧아지지. 게다가 봤잖아? 그 병은 불치병이야. 치료를 한다고 해도 완전히 나을 수 없고, 다리엘 씨처럼 전신 의체를 착용하는 게 그나마 최선이지. 그마저도 살 수 있는 시간을 조금 늘리는 것뿐이지만.”


“평범한 가정이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란 말이네요.”


부작용 없이 제대로 만들어진 의체는 굉장히 비싸다. 의료용이라면 더더욱. 거의 군사용 의체와 비교될 정도로 비싼 의체를, 한두 부위도 아니고 전신에 착용하려면 공인 마법사 정도 되지 않는 이상 시도할 수조차 없다.


“그래서 치료제를 만들어서 판다고 해도 그렇게 큰 이득을 볼 수는 없어. 필요한 사람이 적으니까 생산 라인을 만들어도 전부 소모하지도 못할 테고, 소규모라면 가격이 비싸지니 지금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 되어버리지.”


“어른들의 사정이네요.”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했지만, 레나의 씁쓸한 감정이 느껴졌다. 그녀의 고향 또한 개척 도시였기에 그곳의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 생각하는 거겠지. 춥고, 야생동물이 가득한 와중에 모든 걸 스스로 만들어야 하는 개척 도시는 사소한 의약품 하나가 없어서 사람이 죽는다.


“너무 그렇게만 보지는 마. 실제로 마나 면역 결핍 증후군의 치료제는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어려운 것도 사실이니까. 어딘가의 의학자는 자는 시간도 줄여가며 만들고는 있겠지. 단지 그렇게 만들어진들 약품이나 치료법으로 가공되어 나오기는 쉽지 않겠지만.”


“그 말이 그 말이잖아요.”


뭐, 그렇긴 하다만. 아직 미래 일은 모르는 거니까 그렇게까지 침울해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혹시 모르잖아? 어떤 갑부가 공장을 세워 싼값에 치료제를 배포할지도. 이건 너무 희망적인 생각인가?


“아무튼, 치료제는 지금 상황에 크게 중요한 건 아니야. 의뢰인이 원하는 건 다리오의 행방. 다리오가 어째서 이런 식으로 사라져야 했는가? 그 방법을 찾아야만 해.”


“어, 그러면... 으! 저는 이제 몰라요! 진짜 할 만큼 했다고요.”


그래, 웬일로 오늘따라 길게 물어보나 했어. 레나는 더 이상 질문거리가 생각나지 않는다. 솔직히 나도 지금 상황엔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다리오를 죽이는 것도 거의 불가능하고, 죽일 명분도 딱히 없다. 누가 봐도 자살이 명확한데, 자살이 아닌 이유를 찾으라면 그게 대체 뭘까?


“이럴 땐 현장 탐사지. 오랜만에 나가볼까!”


“방금 갔다 왔잖아요.”


“거기 말고, 일단은... 다리오가 소속되었던 전투 마법 학부랑, 고향인 멜트라인으로 가 볼까?”


“....네?”


오우, 레나의 얼굴이 정말 끔찍한 뭔가를 봤을 때처럼 일그러진다. 밥을 먹으려고 밥통을 열었는데 그 안에서 커다랗고 새까만 바퀴벌레가 나오면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멜트...라인이요? 제가 아는 그거 맞아요? 외행성계 따라서 있는?”


멜트라인. 한때 가장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번성했던 행성 그룹이다. 제국이 대대적으로 물류망을 조정하면서, 임시로 사용했던 물류망인데, 당연하게도 온갖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난잡하게 발전했다.


어디까지나 임시였으므로 관리도 그렇게 빡세게 하지 않았고, 온갖 불법적인 놈들이 얽히며 혼돈의 도시가 만들어졌지. 마치 8, 90년대 서울 청계천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정식 물류망이 다 완성되고 나서는 그 도시를 지탱하던 솟아나는 물자가 끊겼고, 덩치만 큰 죽은 도시가 되었다.


아아... 멜트라인? ‘이걸’ 말하는 건가? 네놈의 찬란했던 도시, 폐허로 대체되었다. 불만 있어요? 제국 행정국에 문의하시오 휴먼. 감사합니다.


“거기에 아직도 사람이 살아요? 웩, 저번 주에 다큐로 나왔는데 생각하기만 해도 구역질 나. 거긴 그냥 언더시티나 마찬가지라고요!”


“이야, 역시 엘프는 종족 차별이지! 역사와 전통이 있는 엘프의 차별 발언을 들으니 고향에 온 것처럼 편안하네요! 혹시 ‘열등종 주제에!’나 ‘자연을 파괴하는 놈들!’ 같은 대사는 추가금을 내야 해 주시나요?”


“지금 장난칠 때에요?! 보안관도 없는 곳으로 가겠다고요 진짜로?”


레나는 1/4 엘프라 그런지 본토의 그맛이 나지 않았다. 큿! 죽여라. 라던가, 세계수는 위대하시다! 같은 진득한 맛이 나지 않아서 아쉽단 말이야. 고기도 잘 먹고.


“지금 거기 사는 4000만 멜트라인 시민들을 보기만 해도 구역질난다고 하는 거야? 어머어머, 그렇게 안 봤는데 실망이다 얘!”


“장난치지 마요! 거주 구역도 아니라서 사람 안 사는 건 다 알아요!”


맞다. 멜트라인에 거주 구역이 없어진 지는 오래다. 일부 극소수의 행정관들이 관리할 뿐. 그마저도 거의 안드로이드와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었다.

그러나, 등록되지 않은 사람들이 없을 뿐이지. 등록되지 않은 사람들이 없으란 법은 없잖아?


세금도 안 내고, 법도 안 지키고, 보호를 받지도 않는 ‘불법체류자’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4000만이라고 일단 질렀지만, 솔직히 얼마나 그 안에 있을지는 모르겠네. 살기 팍팍한 구역인 건 확실한데, 누군가에겐 그곳밖에 갈 곳이 없겠지.


“무기나 확실히 챙겨. 가면 쓸 일 많을 것 같으니까. 인종차별 엘프.”


“... 무기 테스트나 할까요?”


날 보면서 총알 넣지 마. 총구 돌려! 총구 돌리라고!




***




캄캄한 방 안. 특급 보안시설로 밖에서 추적도, 도청도 힘든 장소라 극비 정보를 다루는 이들이 애용하는 곳이었다.

방의 광량이 적은 것은 그런 것들과는 별개로, 그저 방 주인의 취향이 그럴 뿐이었다.


“...... 방법은 찾았나?”


“아뇨, 애초에 대전제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걸 아시지 않습니까. 자신의 마나조차 거부하는 체질에 효과가 있는 마법적 치료라는 건 사실상 이뤄질 수 없습니다.”


“그럼, 이대로 가만히 있으라고? 이런 좋은 기회를 받아놓고, 가만히 앉아서 끝내겠다고? 내가 자네를 잘못 본 건가?”


“...... 치료된 것으로 추정하는 인물을 발견하긴 했습니다만... 미심쩍은 부분이 많습니다.”


“치료한 곳은? 사용한 약품이 뭔지 알아냈나?”


“알 수 없습니다. 그나마 치료했다고 볼 수 있는 사람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마법사 한 명이 유력합니다.”


“알아 와. 전부.”


어둠 속에서, 조용히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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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라진 마법사(2) 24.02.02 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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