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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스 님의 서재입니다.

고기방패의 복수연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글먹선비
작품등록일 :
2019.10.14 00:14
최근연재일 :
2019.10.27 22:47
연재수 :
15 회
조회수 :
5,537
추천수 :
103
글자수 :
83,010

작성
19.10.25 06:00
조회
305
추천
6
글자
12쪽

1장12화 : 싸움의 서막_때는 임박했다.

DUMMY

슬픔의 여운 조차 느끼기 전에 닥쳐온 검은 입자는 이제...내 주위를 가득 메울 기세로 피어오르고 있었다.


- 확률은 0.1%

- 1000분의 1


노인이 말해 준 극악의 확률과 추론에 추론이 더해진 희미한 가능성


"크크크...그래서?"


후우웁!!!


검은 입자를 모두 삼킬 기세로 빨아들인다.


망설일 필요는 없다. 1000분의 1이 아니라 '무량대수'분의 1이라도...거기에 희망이 있다면 난 잡을 것이다. 아니, 잡아야만 한다.


노인조차 떠난 마당에 혼자 누구도 모르는 이 지하에서 늙어 죽어가기엔....


"...내안에 품은 분노가 너무 크지..."


검은 입자를 모두 삼킬 기세로 빨아들이고 바라본 침상에 노인의 망해는 없다. 다만 엄지 손가락만한 마석만이 탁한 광택을 내뿜고 있을 뿐.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선생님의 얘기는 사실이었어..."


그럼 그 통찰과 추론도 믿어야지...


[고기방패] 시절 '검은 입자'를 흡입한 죄수의 말로를 몇번이고 봐왔다. 분명 곧 '올것이다.'


"후우..."


노인의 잔해인 마석을 집어들고, 심호흡을 하며 자리에 앉자...역시나


파직

"크윽!!!!왔...구나..."


명치에서 파열음과 함께 강렬한 고통이 퍼져나간다.


웃옷을 걷어보니 역시나, '검은 균열'이 명치에서 막 번져나오기 시작한다.


고기방패 시절 본 바로는 이 균열이 곧, 몸 전체로 퍼져나가면서 몸의 곳곳을 '터뜨릴' 것이다. 피부가 경질화 된 듯 금이 가며 '깨져 나가는 것'도 특징 중에 하나다.


그리고 작은 '폭발'들이 끝난 후엔...'대폭발'이라고 할 수 있도록 성대하게 사지가 터져 피의 비가 내릴 예정이다...대응책은...


"기도..."

-신에게 기도하지 말게. 그는 방관자일 뿐이니

"...아니...버림받아 진창을 구르던 인간의 독기로...이겨내 보이겠다...똑똑히 지켜봐라...신!"


콰지지직! 후둑!

"끄....으아아아아아....크으으...."


균열이 넓혀져가며 그에 따라 검은 입자가 혈관을 내달린다. 마치...맞지 않는 대검을 좁은 칼집에 쑤셔넣는 것 처럼...곳곳에서 혈관이 찢어진다. 터져나오는 피는 퍼석하게 굳은 피부를 깨뜨며 뿜어져 나온다.


푸쉬이익

"크으으윽....끄윽..."


몸안을 칼로 해집는 듯한 고통. 그러나, 체험을 해보며 알수 있게 됐다. 이것은 이해 할 수 없지만 어떠한 종류의 '힘'이 날뛰는거다.


머리가 아니라 본능으로 깨닫게 되는 이해는 고통과 함께 온몸을 헤집고 있었다. 그리고...


피칠갑이 된 손안에 꼭 쥐어져있는 마석...


"...큭...크크...어차피 선은 넘었어...갈데까지..."

- 떨어지는건 멈출 수 없지. 크크크

"...맞습니다 선생님...크크크...기왕 떨어진건 멈출 수 없죠"


더 망설일 것 없이 마석을 삼킨다. 마석에 덕지덕지 묻어있던 피맛 덕에 강한 철분 맛이 입안에 돈다. 문제는...


"크...크아아아아!"


식도를 타고 내려간 마석이 뱃속부터 몸을 불태운다.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배를 부여잡고 쓰러진다.


바닥을 적시는 피가 작은 웅덩이를 만들며 퍼져 나간다. 정신이 아득해 지는 고통 가운데...


"크...크크크크...크하하하하"


웃는다. 고통따위 알게뭐냐. 노인에게 배운대로 웃는다. 마지막 도박을 걸었다. 어차피 세상에서 잊혀진 채로 죽거나 혹은, 희망을 붙잡거나 둘 중 하나. 할 수 있는 모든 걸 걸었다.


그러니 그저 웃는다. 결과를 기다릴 뿐...


광기어린 웃음과 함께


푸화아아아악!


피보라가 터져나온다.


※※※※※


용은 분노하고 있었다.


용이 받은 사명은 중층부 최상층의 수호. 그가 이 사명을 받아 '창조'된 이래로, 오늘 같은 일은 단 한번도 없었다.


강철 같은 비늘은 모든 공격을 무위로 돌리고, 내려받은 가호가 합쳐져 단 한번도 피를 흘린 적이 없었다. 그러나...오늘은 다르다.


피가 흐른다.


거대한 충격에 항상 파멸적인 불길을 머금던 입과 강인한 이빨 사이로 피가 흘러 내리고 있다. 찢어진 가슴은 크게 벌어져 거대한 마석이 피에 젖은 표피를 드러내고 있었다.


생소한 고통과 함께...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 '분노'


그것은 과거 몇차례 떼로 몰려오던 인간들에게 간간히 느끼던 '짜증'과는 한결 다른...몸을 태우는 듯한 뜨겁듯고, 무겁고...어두운 감정이었다.


그리고...


그 감정을 일으킨 인간이...한껏 여유를 부리며 다가온다.


몸을 일으키는건 어렵지 않다. 강대한 충격에 다치긴 했으나, 일어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다가오는 인간을 찢어 발기는 것? 이 또한 어렵진 않다. 저 인간은 몇번이고 본 기억이 난다. 오늘은 불의의 일격을 당했지만, 저 이상한 쇳덩이에서 내린 인간은 그간 그에게 변변한 상처 한번 입힌 적이 없다.


그러나, 평소처럼 자비롭게 빠른 죽음을 내리기엔...이 생소한 감정이 해소되지 않는다.


"크르르르"


죽은 듯 엎드려 낮은 으르렁 거림 속에 궁리를 거듭한다. 희미하게 빛나는 포털의 문양을 밝으며 인간이 다가온다...포털...


'!!!!'


용의 눈이 잔혹한 유희에 번들거린다. 비릿한 미소와 함께 몸을 서서히 일으킨다. 유혈과 함께 둔중한 고통이 몸을 관통하지만 큰 문제는 없다. 상태창을 띄운다.


[중층 관리자 권한]

[층간 이동]


이상을 눈치 챈 인간이 속도를 올려 달려오지만, 상관 없다.


[이동층 : 1층]

[시행 하시겠습니까? Y/N]


"크르..."


최종 결정에 앞서 용의 검게 빛나는 손톱 끝에 망설임이 얹혀진다.


'창조주의 뜻에 벗어나는건 아닌가...'


피조물로서 가지게 되는 당연한 걱정 그러나...


투쾅!

쉬아악

"크르?"


번민하던 용을 향해 발사한 장대령의 총알은 '화살막이의 가호'로 비켜 나갔지만, 용의 분노에 마지막 불꽃을 더하기에 충분했다.


'...이 버러지 놈들의 둥지를 태워서 두번 다시 덤벼들지 못하게 멸족시키겠다!'


망설임은 분노로 덮어써졌다. 용의 발톱이 관리자 권한을 누르자


후와아아아아아아아악!


방대한 규모의 포탈이 붉은 빛을 내며 재기동한다. 분노한 용과 당황한 장대령을 휩싸며...


※※※※※


"아함...겁나 심심하네"


탑 1층 포탈구역에서 경계를 서고 있던 정중사 찢어질 듯 하품을 한다.


"야 미스킴! 뭐 재밌는 것 좀 없냐?"


"쩡중사님, 하루도 안빠지고 심심하심까? 저도 휴가 나갔다온지 한참이라 별거 없지 말임돠"


미스킴이라 불린 여리여리한 인상의 하사가 심드렁히 답한다.


"글킨하지...에이 니미~ 하필 포탈근무에 걸려선...야 여기 있다보면 최면 걸릴거 같지 않냐?"


사방이 바닥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붉은 빛으로 가득찬 공간. 정중사 말대로 몇시간이고 이 조용한 공간을 보고 있으면 정신이 이상해질거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전투연대 애들처럼 죽을 똥 싸는 것 보단 낫잖슴까?"


"갸들이 죽을 똥 싸긴...고기방패들 뒤에 숨어서 총질하는게 다잖어~. 어, 말이야 바른 말이지 갸들 하는게 뭐 있냐? 딜은 고기방패가 다 쳐먹어, 포상은 지들이 다 쳐먹어. 세상에 이런 땡보가 어딨냐?"


정중사의 푸념을 들으며 김하사는 쓴웃음을 짓는다. 사실, 교도연대 인원들이 볼때 전투연대는 좀 날로 먹는 감이 없진 않다.


이번에도 고기방패를 1만이나 끌어간걸 보면, 보나마나 또 뒤에 숨어서 총질이나 해대고 돌아올게 뻔했다. 그래놓고는 '위험수당' '원정보수'로 두둑하게 주머니를 불리는걸 보면 사실 배알이 안 꼴릴 수가 없다.


"뭐...억울하면 저희도 전투 해야지 별 수 있겠슴까?"


"내 말이...아~ 이딴 경계 말고 어? 나도 마 기회만 주어지면 어? 오크고 드래곤이고 한방에 어? 이르케! 이르케 어?"


K2를 들고 갑자기 총검술을 해대는 전중사를 보며 한숨을 내쉴려는 찰나...


파직 파지직 파직


포탈구역의 붉은 빛이 진해지며, 곳곳에서 스파크가 튄다.


"어...쩡중사님...뭐가...오는거 같지 말임다."


"응?"


"막...뭐가 밝아지고 번쩍이는..."


"...전령 아저씨 오는거 아녀?"


"뭐 보통은 그런데...뭐가 막 튀지 말임돠?"


"마~ 하루이틀 근무서냐? 오늘 포탈 상태가 좀 별론가 보지. 지통실에 전령 온다고 콜이나 넣어줘라."


별일 아니라는 듯 총검술인지, 허우적 대는건지 K2를 휘둘러대는 정중사를 보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통신보안, 포탈구역 연락초소 김정민 하사 입니다. 지금 포탈에 원정대 전령..."



-통신보안? 통신보안? 김하사? 통신보안?


김하사는 마저 보고를 할 수 없었다. 힘없이 쳐진 손에서 떨어진 무전기에서 지통실 당직사관의 당황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지만 들을 여력이 없었다.


아무것도 모른채 초소쪽을 보며 총검술을 하고 있는 정중사 뒤로...


그것은 너무나 거대했다. 아파트 보다도 높은 키에, 비늘 아래 터질 듯한 근육이 꿈틀대는게 보였다.


크게 갈라진 가슴 부위에선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똑바로 이쪽을 노려보는 용의 위압감은 그깟 상처로 상쇄되지 않았다.


"어...어....어....으..."


공포. 포식자 앞에 놓여진 먹이가 느끼는 압도적 공포. 바지춤이 뜨뜻해지는 느낌과 함께 머리속엔 단 한단어 만이 떠올랐다.


'죽음'


-통신보안? 김정민 임마! 무슨 일이야?


통신기에서 다그치듯 흘러나온 목소리가 마치 마비에 걸린 듯한 그의 정신을 깨운걸 '운이 좋았다'라고 할 수 있을까?


"읏...으...저...정중사님!!! 뒤에!!!!"


가까스로 입을 뗀 김하사의 절규에 총검술에 심취해 있던 정중사가 멍하니 뒤를 본 순간


텁!

푸슈슈우욱!


용의 머리가 내려온다 생각 했을 땐 이미 정중사의 상반신이 그 입안으로 사라진 뒤였다.


줄줄이 뽑아져 나온 내장을 바닥에 끌며 비틀대던 주인 잃은 하반신이 뒤로 쓰러지며 피를 흝뿌린다.


"으....그....어....어..."


비현실적인 광경 앞에 말을 잃은 김하사와 용의 눈이 마주친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장 젠장'


끝을 직감하고 다시 얼어붙은 김하사


퉁 퉁 퉁

피이잉 핑

"크르르르르!"


어디선가 발포음이 들리자 귀찮은듯 용이 뒤를 한번 흘낏 보곤 날아올랐다. 상공에 잠시 머물던 용이 이내 속도를 내며 날아드는 쪽은...


"비켜!"


넋을 잃은채 용의 뒷모습을 쫓던 김하사를 밀치고 초소에 뛰어들어온 누군가가 무선을 잡는다.


"지통실! 연대장이다!"


"추,충성! 연대장님?"


"교도연대 총원 전투배치! 용이 강습해왔다! 방향은...수용구역이다!"


"네? 요...용 말씀입니까?"


당혹감에 가득찬 당직사관의 목소리, 무선 너머로 혼란스러운 지통실의 상황이 흘러 나온다.


"계층 보스가 내려왔다! 수용구역에 포대 전투 배치하고 총력 대응하라! 나도 곧 추격해 가겠다!"




대답도 듣지 않고 거칠게 무선기를 팽개친 장대령. 옆에 넘어진 김하사 따위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초소 벽에 기대어 몸을 빼고 그가 바라 보는 것은 수용시설로 날아가는 용의 뒷모습


"제길!"

쿵! 퍼석!


분노를 담은 주먹질에 초소벽에 일부가 무너져 내린다.


"제기랄! 다 죽어가는 도마뱀 새키가 감히!"


다잡은 사냥감이라 생각했다. 설마 여기까지 와서 이런 역습을 당할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다.


빠드득


어금니를 깨문 장대령이 초인적 각력을 사용해 초소를 넘어, 맹렬히 용을 뒤쫓기 시작한다.


명백히 인간을 뛰어넘은 스피드. 그러나, 이미 수용구역 상공에 접어든 용이 서서히 스타디움으로 내려 앉아 가는게 장대령의 눈에도 보였다.


"제기라알!"


바닥이 파이도록 힘을 주어 달리는 장대령...어쩐지...무서운 속도로 내달리는 그의 눈에 점점 멀어져가는 별이 보이는 듯한 기분이 엄습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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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장14화 : 싸움의 서막_대면 +1 19.10.27 166 7 12쪽
13 1장13화 : 싸움의 서막_각성 +1 19.10.26 199 7 12쪽
» 1장12화 : 싸움의 서막_때는 임박했다. 19.10.25 306 6 12쪽
11 1장11화 : 싸움의 서막_별에 이르는 길 +1 19.10.24 230 8 13쪽
10 1장10화 : 싸움의 서막_주둔군vs용, 개전! 19.10.23 245 6 15쪽
9 1장9화 : 싸움의 서막_각자의 결의 +2 19.10.22 280 8 14쪽
8 1장8화 : 싸움의 서막_운명, 움직이다. +4 19.10.21 334 8 13쪽
7 1장7화 : 수업 19.10.20 354 7 12쪽
6 1장6화 : 전모 +4 19.10.19 403 5 11쪽
5 1장5화 : 능력자 19.10.18 415 7 15쪽
4 1장4화 : 기연 19.10.17 451 8 12쪽
3 1장3화 : 고기방패 +2 19.10.16 510 8 12쪽
2 1장2화 : 심문, 자백 그리고 0호 +3 19.10.15 554 6 12쪽
1 1장1화 : 마지막 행복 +3 19.10.14 925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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