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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ill 님의 서재입니다.

눈 떠보니 초능력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Nightill
작품등록일 :
2019.10.07 12:27
최근연재일 :
2020.04.15 12:35
연재수 :
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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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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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3,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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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5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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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81 - 죽음을 향하여 (완)

DUMMY

죽음을 향하여





악전고투하는 일행을 잔뜩 가라앉은 눈으로 바라보던 드미트리 대의원은 제발 저 천룡이라는 자가 틈을 보이길 기도했다.


그는 최악의 상황에는 한국 지부의 인원들을 버리고서 도주할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으나, 그 또한 그건 바라지 않고 있었다.


‘제발··· 제발 한 번만 틈을 보여라.’


드미트리 대의원은 천룡과 직접 겨뤄본 적이 있기에, 저 괴물이 얼마나 강한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가 노리는 건 기습을 통해 놈에게 부상을 입히거나 그에 준하는 충격을 주고, 재빨리 남은 인원을 데리고 지부장실에 연결된 차원 공간으로 도주하는 것.


애초에 천룡을 상대로 이길 생각은 없었다.


지부장 한채민과 남은 인원들은 악을 쓰고 비명을 지르며 버티고 또 버텼으나, 결국 그 끝은 암운에 걸려 있었다.


천룡은 도무지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한 미소를 짓고 그저 상황을 바라만 보고 있었고, 그 기묘한 미소가 주는 꺼림칙함에 드미트리 대의원은 쉽사리 판단할 수가 없었다.


‘무슨 생각인 거냐, 천룡.’


눈가에 흐르는 땀을 닦을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천룡이 틈을 보이길 기다리던 대의원은, 점차 천룡이 정말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놈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생존자들의 비명과 절규가 커질수록 짙어졌고, 놈은 마치 자신이 신이라도 되는 것처럼 모든 상황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래, 팔로워스의 미친놈이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그래서 대의원은 인내하고 또 인내했다.


그리고, 마침 그의 인내심에 보답이라도 하듯, 놈은 아예 모든 자세를 풀고 팔짱을 끼며 박장대소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이다!”


그 누구보다 놈의 빈틈을 기다려왔던 대의원은 짧은 외침과 함께 거대한 강철의 거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번개처럼 천룡을 기습했다.


-두근!


강하게 요동치는 심장 소리와 함께 주변 풍경이 녹아내리듯 천룡과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두근!


놈은 아직도 팔짱을 풀지 않고 실성한 미친놈 마냥 웃고 있었고, 대의원의 회심의 일격은 성공의 끝자락까지 도달한 것처럼 보였다.


-두근!


대의원의 무쇠보다 단단한 주먹이 천룡의 뒤통수를 후려치기 직전, 웃는 얼굴 그대로 놈이 몸을 숙여 주먹을 피해냈다.


-두근!


종이 한 장? 아니. 분명 대의원의 주먹은 놈의 긴 머리카락을 뚫고 지나갔다.


그러나 그게 그의 한계였다.


“빙고.”


천룡과 눈이 마주친 대의원은 자신이 놈에게 철저히 농락당했음을 인정했다.


놈의 눈은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나는 네놈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나는 지금껏 이 상황을 기다려 왔었다고.


놈은 무슨 재간인지 분명 습격자의 존재를 알고 있었고, 그 심리를 역이용해 습격자를 끌어들였다.


그리고, 단 한 방이었다.


대의원은 습격이 실패로 돌아가자마자 바로 뒤로 물러서려고 했으나, 그건 그의 생각이었을 뿐이다.


강철의 거인이라는 이명에 어울리지 않게, 대의원은 천룡이 가볍게 내지른 주먹 한 방에 가슴 정중앙에 거대한 구멍이 뚫렸고, 미처 비명을 지르지도 못한 채 그는 물러서려던 자세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


그리고 대의원의 뒤를 쫓던 강도찬은 미처 자신의 예지가 경고해주기도 전에 쓰러져버린 대의원의 허망한 뒷모습에 놀란 얼굴로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런. 반갑다고 해야 하나? 내가 너를 얼마나 애타게 찾았는데 이렇게 제 발로 와 주다니. 예전에 사라졌던 자비심이 마구 생겨나는군.”


놀람과 분노, 그리고 경악이 얼굴에 버무려진 강도찬을 보고 천룡이 비아냥거렸다.


“나는 말이지,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 고작 A급에 불과한 네놈이 수 세기를 고통받고 수련해 도달한 SS급 강체술사의 주먹을 피할 수 있었다고? 그것도 두 번이나?”


천룡은 진심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내 친히 대원로에게 부탁했지. 네놈이 있는 한국 지부는 내가 직접 습격하고 싶다고 말이야.”


“···”


“과연, 그 잘난 단기 예지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번 몸소 겪어보고 싶어서 말이지.”


“고작 그 이유로 전쟁을 벌인 거냐?”


“아니, 그건 아니지. 어차피 전쟁을 필연적이었고, 나는 그저 내 호기심을 채우고 싶었을 뿐이다. 아, 물론 그 이유가 또한 대원로가 전쟁을 앞당긴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건 맞다.”


강도찬은 천룡의 말에 분노를 넘어서 영혼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고작 자신 하나 때문에 전쟁이 나고 또 수많은 이들이 죽어 나가야 한다고?


깊은 분노가 그의 내부를 불태웠으나, 그의 예지는 이번만큼은 그의 편이 아니었다.


그가 무엇을 해도 그 결과는 바뀌지 않았다.


죽음, 죽음, 그리고 또 죽음!


“그래, 네가 내 번거로움을 덜어줬으니 내가 제안을 하나 하지.”


“무슨 개수작이지?”


“저들이 보이나? 저 가련한 하루살이 같은 네 동료들 말이다. 저들 또한 알고 있을 거다. 네 동료들이 아직까지 살아있는 이유는, 내가 놈들이 살아있길 원해서라는 걸.”


“···”


“하지만 말이야, 이대로 시간이 지나면 놈들은 셰인과 카자마의 손에 죽게 될 거다. 저 병신 같은 놈이 뭐가 좋은지 상부에서 성혈을 내려줬거든. 놈은 네가 예전에 쓰러트렸던 그때와는 그 격이 달라졌지.”


천룡은 셰인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그를 경멸하는 어투로 말했다.


“딱 한 번이다, 강도찬. 네놈의 그 잘난 예지로 지난번처럼 내 공격을 딱 한 번만 피한다면, 나는 그대로 여길 떠나겠다.”


악마와의 거래가 이런 기분일까?


잔혹한 미소를 지은 천룡의 말에 강도찬은 이 악마 같은 놈과의 거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놈의 말대로 생존자들은 셰인과 카자마를 상대로 버티는 게 고작이었고, 모두가 살려면 결국 강도찬이 이 말도 안 되는 제안을 받아들여서 이겨야만 한다.


‘그래, 어차피 놈의 제안을 거절해도 죽고, 받아들여도 죽는다면 그나마 가능성이 있는 곳에 걸어보자.’


잠시 머뭇대던 강도찬은 이내 굳은 얼굴로 말했다.


“그 약속, 정말 지킬 건가?”


“하하하! 난 네놈이 이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고 믿고 있었다. 물론 약속은 지킨다.”


“왜 이렇게 번거롭게 하는 거지? 그냥 다 죽이면 편하지 않나?”


“글쎄··· 나도 아마 팔로워스라는 검은색에 물들었나 보군. 지금 당장의 편안함보단 내 개인적인 호기심과 만족감이 더 중요해서 말이지.”


“강자의 여유··· 그런 건가?”


강도찬의 질문에 천룡은 그저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그리고 강도찬이 뭔가 대비할 틈도 없이, 천룡의 공격은 시작되었다.


놈은 처음부터 강도찬을 가지고 놀 생각이었는지, 치명상을 피해 팔을 노렸다.


“큭···”


“이봐, 정신 차리라고. 네놈이 한번을 피해야 저 하루살이들이 살 수 있다니까?”


강도찬의 머리속에는 수많은 예지가 흘러들어와 미래를 속삭였지만, 그 모든 미래가 결코 친절하지 않았다.


그는 머리로는 미래를 보고 있었으나, 몸이 그 미래를 따라잡지 못했고, 알면서도 천룡의 공격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반대쪽 팔.’


미래를 본다.


그 미래에는 분명 천룡이 자신의 왼팔을 노리고 손을 뻗는 게 보인다.


하지만, 현실의 나는 전력을 다해 악의를 가진 악마의 손길을 피하지 못한다.


-스걱.


“···!”


천룡은 손 날로 강도찬의 왼팔을 절단했다.


뇌가 타오르는 고통 속에서도 강도찬은 이를 악물고 천룡의 다음 행동을 예지했다.


오른팔.

아랫배.

양어깨.

그리고 다리.


뭘 해도 막을 수 없는 미래를 안다는 건, 결국 더 큰 절망 속에서 허우적대다 죽으라는 것과 다를 게 없었다.


안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게 아니었고, A급과 SS급의 격차는 단순히 미래를 엿볼 수 있다고 해서 그 격차를 메꿀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찰나의 미래가 지나가고 다가온 현실은, 그가 엿본 미래보다 더 잔혹했다.


-서걱.


너무도 빠른 공격에 강도찬의 오른팔은 칼날에 베인 듯 떨어져 나가고도 한 방울 피가 흐르는 게 전부였고.


-푹.


천룡은 그를 처참하게 그리고 처절하게 죽일 생각인지 세심한 힘 조절을 해 가며 그가 죽지 않을 만큼만 아랫배를 손가락으로 휘저었고.


-으드득.


양팔이 떨어져 나간 강도찬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아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짓뭉갰다.


“···”


“비명을 질러라, 강도찬. 비명을 지르고 살려 달라고 빌어라. 네놈 때문에 무릎 꿇었던 치욕적인 시간을 생각하면, 네 비명과 애원을 천 번 만 번이라도 들어야겠다.”


천룡은 광기에 가득 찬 눈으로 강도찬의 양어깨를 박살 내며 말했다.


그리고 그런 천룡의 모습에 강도찬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반항이란 결국 놈이 주는 모든 고통을 참고 마지막에 시원하게 욕한 번 내뱉는 게 전부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꺼져··· 병신아.”


입을 열어 말하는 거조차 고통스러웠지만, 강도찬은 마지막까지 천룡의 속을 뒤집어 놓았고, 그 대가로 두 다리가 뽑혔다.


온몸이 비명을 질렀고, 뇌는 고통에 녹아내린 듯 더 이상 예지는 없었다.


“겨우 이까짓 놈 때문에! 내가! 그 수치를 겪어야 했단 말인가!”


분노한 천룡은 한참을 더 강도찬을 짓밟았고, 그 결과 강도찬의 강인한 신체는 뼈가 가루가 돼 아직 살아있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오빠!!”


다들 정신없는 와중에도 강도찬의 처참한 모습을 본 정은혜가 소리쳤다.


“들리나, 강도찬? 이제 저들은 다 죽을 거다. 내가 하나씩 네가 죽은 것처럼 사지를 잘라내고 마지막에는 심장을 터트려 죽일 거다.”


“···”


뭐라고 대꾸하고 싶었지만, 이미 육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강도찬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그저 피눈물을 흘리는 거뿐이었다.


“시시하군.”


갑자기 흥미가 식은 걸까?


천룡은 너덜너덜한 강도찬을 목을 잡아서 들어 올렸다.


그가 말한 대로 강도찬의 심장을 뽑기 위해서였다.


“자, 이제 잘나신 예지 능력자의 심장은 무슨 색일지 한번 구경해보자고.”


그 말과 함께 천룡은 강도찬의 가슴에 얹은 손가락에 힘을 줘 천천히 그의 심장을 향해 밀어 넣었다.


“커헉···”


뼈가 부러지는 고통과는 차원이 다른, 말 그대로 심장을 움켜쥐는 고통에 강도찬은 다시 한번 피를 토했다.


“결국··· 음?”


강도찬을 더 조롱하려던 천룡은 갑자기 엄습하는 불안감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그의 불안감은 현실이 되어, 그의 등 뒤로 거대한 피의 문이 생겨났고, 그 문에서 붉은 머리칼을 가진 미녀가 걸어 나왔다.


“감히··· 감히!”


분노한 얼굴마저 아름다운 여성, 과거의 마녀 헤카테는 천천히 아우릴리케의 환생자인 강도찬을 찾아오던 중, 강력한 그녀의 예지, 과거의 재림을 통해 강도찬의 죽음을 엿보았고, 금단의 술법마저 사용해 강도찬이 있는 곳으로 올 수 있었다.


자신의 피를 매개채로 만든 문을 빠져나온 헤카테는 살얼음이 낀 얼굴로 이제는 잊혀진 강력한 혈마법으로 천룡을 공격했다.


천룡은 처음 보는 혈마법에 당연히 초능력으로 착각하고 자신의 이능 저항력을 믿고 몸으로 받아냈으나, 혈마법은 초능력과는 궤가 다른 능력이었다.


“크아아악!”


온몸에 들러붙어 자신의 살을 갉아먹는 헤카테의 피에 천룡은 강도찬을 집어 던지고 비명을 질렀다.


방심의 대가는 컸고, 천룡은 그 대가로 헤카테의 피가 튄 몸이 마치 벌레가 갉아먹은 듯 움푹 파였다.


“이 빌어먹을 년이!”


화가 잔뜩 난 천룡이 헤카테를 단숨에 쳐 죽이기 위해 몸을 날렸지만, 이내 피로 만들어진 방어막에 막혔다.


“크악!”


방어막을 가격한 주먹이 뼈가 보일 정도로 망가졌고, 천룡은 이 알 수 없는 능력에 경악했다.


천룡이 뒤로 물러나자 헤카테는 재빨리 강도찬의 옆으로 가 그를 보호하기 좋은 위치에 섰다.


‘젠장! 도대체 뭐지? 왜 이능 저항력이 통하지 않는 거냐!’


당황한 천룡은 속으로 이를 갈았으나, 섣불리 덤빌 수가 없었다.


그는 항상 초능력자와의 대결에서 막강한 이능 저항력으로 우위를 점했었고, 이렇게 이능 저항력이 통하지 않는 상대는 처음 만났기에 뭘 어찌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냥 물러나자니 자존심이 상하고, 싸우자니 껄끄러운 상대.


그런 그의 고민을 해결해 준 이는 지붕을 뚫고 난입한 세나와 아이린이었다.


“이런! 벌써 늦은 건가?”


아이린은 참혹한 현장과 사지가 절단된 강도찬을 보고 자신을 자책했다.


“염병··· 컬트가 벌써 움직이다니.”


“천룡! 이 개자식!”


천룡에게는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아이린이 달려들었고, 이내 천룡은 쉽게 제압하기 힘든 아이린과 그 능력을 알 수 없는 헤카테와 싸울 생각을 접었다.


“도주한다! 집결지로 모여라.”


셰인과 카자마를 버리고 천룡은 재빨리 자리에서 빠져나갔다.


그리고 천룡이 사라지자마자 헤카테는 무리하게 혈마법을 쓴 대가로 자리에 주저앉았다.


“헉헉···”


“당신은 과거의 마녀?”


“그래··· 타이라스가의 어린 용이 여기는 무슨 일이지?”


“동맹이 습격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당연히 도우러 왔다. 그보다 당신이야말로 마녀의 숲을 벗어나 여기에는 무슨 일로?”


“그 이야기는 나중에. 지금은 그를 살리는 게 우선이야.”


헤카테의 말대로 그녀가 왜 여기 있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오빠···”


천룡이 내빼자 셰인과 카자마 또한 재빨리 탈출을 감행했고, 지칠 대로 지친 생존자들은 그 둘을 막을 재간이 없었다.


눈물을 펑펑 쏟으며 달려온 정은혜는 이미 강도찬이 죽었다고 생각하는지 치료를 할 생각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아직 죽지 않았단다, 아가야.”


헤카테의 말에 정은혜는 의문을 품었다.


심장이 반쯤 뽑히고, 사지가 잘린 사람이 아직 죽지 않았다니?”


-마녀의 말이 맞아, 은혜. 강도찬은 아직 죽지 않았어.


“정말 그 말이 사실입니까? 도찬이가 죽지 않았다는 게?”


“물론. 다만, 평범한 방법으로는 그를 되살리기 힘들어 보이는구나.”


이준의 말에 헤카테는 침울한 얼굴로 말했다.


“제가··· 제가 치료할 수 있어요.”


“그건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아가야. 신체강화술사의 강력한 회복력 덕에 아직은 살아 있지만, 심장이 반쯤 뽑힌 사람은 평범한 방법으로는 살릴 수 없단다.”


“그럼!! 도대체 무슨 방법이 있는데요!”


정은혜가 비통한 얼굴로 소리쳤다.


“그를 살릴 수 있는 건, 여기 용의 피를 물려받은 타이라스가의 아이밖에 없단다.”


헤카테의 말이 맞는지, 아이린은 좀 전부터 얼굴 가득 고민을 안은 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니란다, 타이라스가의 아이야. 곧 그는 죽을 거고, 뒤늦은 후회는 섣부른 결정보다 더 쓴 법이란다.”


“그를 살리려면 그 방법밖에 없단다, 용의 피를 이은 아이야.”


그 방법이란 아이린이 자신의 심장을 꺼내 강도찬에게 심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마시게 하는 것.


다만 타이라스가의 핏줄에 담긴 저주 상, 그녀가 그렇게 하면 그녀는 영원히 강도찬에게 종속된 삶을 살아야 하고, 드라코의 허가 없이 그렇게 하면 그녀와 강도찬은 영구히 척결 대상이 된다.


“나도··· 알고 있다. 다만, 내가 원한다고 해도 이곳에서는 불가능하지.”


“피의 정원으로 가야 하니?”


“그것도 그렇고··· 내 심장은 가주의 허락 없이 함부로 나눠줄 수 없다, 헤카테. 과연 강도찬이 그때가지 버텨줄 수 있을 지 모르겠군.”


“그거라면 걱정 마세요! 제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오빠가 죽지 않게 할게요. 부탁드려요. 제발, 도찬 오빠를 살려주세요.”


마지막에는 거의 비명과도 같은 정은혜의 애원에 아이린은 마음이 기울었다.


“헤카테, 피의 정원으로 우릴 데려다줄 수 있겠나?”


“힘들긴 하지만, 가능해.”


“그럼 부탁하지.”


헤카테는 다시금 피를 뽑아내 바닥에 거대한 마법진을 그렸고, 이내 마법진 위에 있던 아이린과 세나, 강초찬, 정은혜, 그리고 헤카테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


남은 생존자들은 그저 그 모습을 멍하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피의 정원에 도착해 아이린이 말한 성혈의 제단에 도착한 일행을 맞이한 건 어떻게 알았는지 미리 대기하고 있던 드라코였다.


강도찬의 처참한 모습과, 일행의 면모를 살펴본 드라코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딸아··· 정말 네 인생을 그 녀석에게 걸 생각이냐?”


드라코의 말에 아이린은 당황했다.


일단 강도찬을 살려야 한다는 생각에 일단 성혈의 제단으로 오긴 했지만, 그녀는 드라코가 절대로 허락해 줄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 아버지. 저는 이 사람에게서 우리의 염원을 이루어 줄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한번 네 심장을 꺼내 피를 나눠주면 너는 영원히 그에게 종속된 삶을 살아야 한다. 정말 그 모든 걸 감내할 자신이 있는 게냐?”


“네, 자신 있습니다.”


단호한 아이린의 말에 드라코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가거라. 오늘의 결정을 후회하지 말거라.”


그 말과 함께 드라코는 몸을 돌려 사라졌고, 일행은 성혈의 제단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온통 붉은색과 밝은 금색으로 치장된 제단에는 거대한 용의 두개골이 올려져 있었고, 일행은 차갑게 식은 강도찬의 몸을 제단 위에 조심스레 눕혔다.


“이제 다들 나가.”


일행을 모두 내쫓은 아이린은, 상의를 벗고 마음을 다잡았다.


아무리 그녀라도 생살을 찢고 심장을 뽑아 그 피를 짜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으니까.


조심스레 자신의 가슴 위에 손을 올린 그녀는, 천천히 손가락을 심장으로 밀어 넣었다.


“흐윽···”


꽉 다문 입술 사이로 저도 모르게 신음이 흘러나왔으나, 아이린은 손을 멈추지 않았고, 이내 심장을 움켜쥘 수 있었다.


“헉···”


심장을 쥐자 숨이 막혀 억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마침내, 붉은 용의 후손은 자신의 심장을 뽑아냈다.


심장을 뽑는 순간 정신을 잃을 뻔했으나, 초인적인 의지로 자신의 심장을 강도찬의 입가에 가져다 댈 수 있었고, 아직 맥동하는 심장은 안에 남아있는 피를 거세게 뿜어냈다.


그녀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강도찬의 입을 타고 흘러 들어가는 순간, 용의 두개골에서는 강렬한 붉은 빛이 흘러나왔고, 어디선가 아스라이 붉은 용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아이린은 당장이라고 죽을 것 같았으나, 마지막으로 자신의 심장을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고는 결과를 확인하지도 못한 채 기절했다.


그녀의 심장에서 뿜어져 나온 피를 먹은 강도찬은, 놀랍게도 외적 상처가 서서히 아물어 가기 시작했다.


이제 그 또한 용의 피를 물려받았고, 사상 첫 예지 능력자이자 용의 후손이 된 강도찬이 다시 눈을 뜨면 이면세계의 판도가 뒤집어질 것이다.


작가의말

어찌어찌 얘기하던대로 1부를 완결 냈습니다...


그동안 읽어주신 독자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추후 공지로 신작과 여러 이야기들을 올릴 예정입니다.


못난 작가가 쓴 재미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님들께 정말 감사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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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72 - S.O.S +1 20.03.11 584 8 17쪽
71 71 - S.O.S +1 20.02.21 587 7 11쪽
70 70 - S.O.S +1 20.02.20 590 9 13쪽
69 69 - S.O.S +1 20.02.19 613 10 14쪽
68 68 - S.O.S +3 20.02.17 611 7 11쪽
67 67 - 정 씨의 짧은 봄 +1 20.02.14 623 8 13쪽
66 66 - 정 씨의 짧은 봄 +1 20.02.11 661 10 11쪽
65 65 - S급 정령술사 +1 20.02.08 607 10 13쪽
64 64 - S급 정령술사 +1 20.02.05 598 9 10쪽
63 63 - S급 정령술사 +1 20.01.31 682 8 10쪽
62 62 - S급 정령술사 +1 20.01.30 631 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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