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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전소설, 문학소설] 사골

작성자
Lv.2 황현선
작성
17.03.21 21:31
조회
110
사골은 우려내기전에 핏물을 빼야 한다. 잔여 핏물과 잡 성분을 빼내야 하고, 깨끗이 씻어내서 본격적인 사골 우려내기를 해야한다. 또 모든 조리과정에서 떠오르는 기름과 고기 찌꺼기는 끓이는 내내 곁을 지키면서 걷어주어야 노린내가 없는 법이다. 마지막으로 크게 주의 할 점이 있다. 너무 오래 우려내면 오히려 영양 성분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
대학도 국가도 인골과 돈의 맛을 진하게 우려내고 있었다. 그 속을 들여 다 볼 수 없도록 아주 뿌옇게. 덕분에 미식가인 나는 미각을 포기해야 했다. 언제나 늘 그러하듯 그 누구도 강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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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의 깔끔한 메뉴판은 상냥하게 그 비용을 안내했다. 메뉴판에 적힌 내 한 몸 뉘일 곳. 그에 대한 욕망의 값. 아니 본능의 값이라 하기엔 나이프가 아닌 펜을 쥔 학생이 썰어 삼켜 내기엔 터무니없이 질기었다. 억지로 썰어 삼킨다 해도 소화될 리 없었다. 민간 자본으로 기숙사를 짓고, 일정기간동안 관리운영권을 넘겨주겠다는 친절한 민자 씨였다. 그녀는 투입한 비용만큼 학생에게 수익을 거두어야 한다며 반찬 투정하는 학생의 무지를 논했다. 나는 무지했다. 애초에 학생들이 기숙사를 선택하는 기본 요건을 퇴비로 쓴 곳. 식물이 잘 자라도록 땅을 기름지게 하기 위하여 주는 물질은 똥, 오줌, 썩은 동식물, 광물질이라지만 건물이 잘 자라도록 땅을 기름지게 하는 것은 무고한 피땀과 썩은 돈 말고는 없어 보였다. 우려내는 걸로 부족해 철근대신 인골을 박았다.
********
나는 고개를 세워 복도의 빽빽한 현관문을 멍하니 노려보았다. 마치 어항속에 다닥다닥 붙은 징그러운 다슬기 같았다. 다닥다닥 침묵속에 빈 곳 없이 꽉꽉 차 있었다고 생각하니 내장까지 가려웠다. 가려움을 느끼되 정확한 지점을 찾지 못하고 가슴을 계속 긁어 댔다. 표현할 수 없는 가려움이었다. 개개인의 아픔의 단위는 모두 달랐다. 괜찮을 리 없었다.
********
흐르지 않는 물. 고인 돈. 어항의 주인은 자신이 싼 똥을 치울 줄 모르는 물고기다. 그러한 어항에는 이끼가 끼는데, 빠르게 제거하는 방법은 다슬기를 많이 키우는 것이다. 하지만 다슬기가 다 죽으면 빈 껍데기로 가득 찬 어항물은 심하게 썩을 것이 분명했다. 나는 이끼를 빨고 있었다. 아주 질척거리고 맛 없는 이끼를 빨고 있었다. 위협을 느꼈다. 살아남을 궁리를 해야했다. 어둠속에서는 빛을 모으기 위해 동공이 확장되듯 침묵 속에 나는 가장 먼저 책상을 확장했다. TV속 15인치의 나라는 역사에 남을 만큼 시끄러웠지만 난 내 책상이 더 중요했다.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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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예쁜 가로등길 아래 내 표정이 비칠까 미안해서 고개를 숙이고 다녔다. 밤하늘에 어떠한 행성은 주위의 빛을 반사해 노력없이 반짝반짝 빛이 났다. 하지만 분명히 밝기와 상관 없이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를 별이라 배웠기에 정작 내 자신은 캄캄해도 별이라 믿었다. 책은 극 소수의 스스로 밝게 빛나는 별들 만을 내게 알려주었고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고 가르치고 우겼다. 하지만 나조차 찾기 힘든 희미한 별을 알아줄 사람은 나 말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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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임당. 현모양처레요. 그녀의 삶이 부각되었다. 전통 시대 남성 지식인들의 눈으로. 율곡 이이의 엄마예요. 그녀의 삶이 부각되었다. 훌륭한 태교와 모성의 상징으로. 오만원에 그려진 사람이요. 그녀의 삶이 단정되었다. 돈으로. 그녀의 강직함. 누구보다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사임당의 참모습. 하지만 사임당이라는 한 개인의 꿈은 무엇이었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어떤 생각과 의지를 품고 살았든지 말이다.


안녕하세요.


물리학을 전공으로 공부하는 대학생입니다.


소설을 써보기로 했어요. 일부를 적어 봤어요.

https://blog.munpia.com/hhs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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