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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님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님과 반역용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우님
그림/삽화
Hololi
작품등록일 :
2020.05.21 06:44
최근연재일 :
2020.06.24 07:26
연재수 :
17 회
조회수 :
3,960
추천수 :
266
글자수 :
92,874

작성
20.06.24 07:26
조회
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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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017. 외전) 그 때 (2)

DUMMY

서빈은 최근 그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다들 안 들리게 뒤에서 헛소문을 수군거렸지만, 어떤 소문이 돌고 있는지 서빈도 알고 있다.

물론 전부 거짓.

하지만 다들, 사실인지 확인조차 하려 하지 않고 믿게 됐다.

······ 전부 필요 없다.

서빈은 부정하려 하지도 않았고, 예아연에게 따지지도 않았다.

이렇게 무너질 관계였으면, 굳이 친한 척하며 거짓 위선을 부릴 필요도 없다.

애초에, 서빈이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대했던 것은 진심이 아니다.

친절하게 해보니까,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해줘서.

그게 전부였으니까.

그냥, 좀 버티자.

어차피 중요한 건 성적이고.

그렇게 생각할 때,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서빈이 꺼내 확인한다.


‘피시방 갈래?’


백삼에게서 온 것이었다.

처음엔 서빈이 우연을 가장했고, 그 이후로는 게임이 생각보다 재밌어서 먼저 같이 하러 가자는 말을 꺼내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유난히 백삼이 먼저 같이 가자는 얘기를 꺼낸다.

서빈은 같이 가자는 답을 보냈다.

······ 다 필요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이 텅 빈 것은 어쩔 수 없었는데.

유일하게 백삼과 같이 있는 시간만큼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됐다.

학교에서는 거리가 조금 있었지만, 밖에서는 백삼과 함께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났다.



#



“오늘도 고양이 밥 주는 거예요?”


해가 진 저녁의 어느 골목길.

서빈이 집에 돌아가는 길은 아니지만, 일부러 이곳으로 돌아온다.

가끔, 백삼이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있었다.

쭈그려 앉아 길고양이가 밥을 먹는 모습을 보던 백삼은 서빈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어.”


그러더니 다시 고양이를 본다.

서빈이 백삼의 옆으로 간다.

그리고, 백삼처럼 쭈그려 앉았다.


“얘넨 가까이 가도 안 도망치네요?”


“만지려 하면 도망쳐.”


“그렇구나······.”


백삼이 챙기고 있는 고양이는 여러 마리였다.

전부 버려졌거나, 혹은 태생부터 길고양이거나.


“만져도 가만히 있는 애들도 있지만.”


“그래요? 한번 만져보고 싶은데.”


“그런 애들은 거의 버려진 애들이야.”


“그래요?”


“버려진 애들 중에서도, 애정 결핍인 애들. 경계심이 없어. 오히려 만져달라고 머리를 들이밀 때도 있고.”


서빈은 백삼을 보았다.


“길러질 때도, 관심 한 번 못 받다가 버려진 거야. 그런데도 누군가 자길 쓰다듬어 주길 원하는 거고.”


“······ 그렇구나.”


이전에 서빈이 물어봤었다. 알아서 잘 사는 애들인데 왜 밥을 주냐고.

백삼은, 그저 챙겨주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서 준다고 말했다.


“······ 이만 들어갈까.”


백삼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섰다.

서빈이 따라 일어났지만, 뭔가 헤어지기 아쉬웠다.

더 같이 있고 싶었다.


“저, 그러고 보니 집이 이 주변이셨죠?”


서빈이 먼저 물었다. 백삼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기.”


빌라가 가득한 골목길을 손으로 가리킨 뒤 그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서빈은 갑자기 가슴이 두근거리고 목이 탔다.

백삼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저, 집까지 좀 걸리는데······ 폰 배터리가 없거든요.”


“그런데?”


“그러니까······ 그, 잠깐 들려서······ 충전 좀 할 수 있을까요?”


서빈은 이렇게 말하면서도 본인이 왜 이렇게 말하는지 혼란스러웠다.

그저 헤어지기 조금 아쉬워서일까.


“······ 너 아이폰이잖아, 집에 아이폰 충전기 없는데.”


“괜찮아요! 항상 들고 다녀서.”


“······ 아냐, 청소도 안 돼 있고. 좀 그래.”


“아······.”


어느새 백삼이 멈추어 선다. 오래된 갈색 벽돌로 된 연립주택의 대문 앞이었다.


“들어갈게.”


“네, 그럼······.”


백삼이 대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너무 갑작스럽기도 했고.


···


그리고 그다음 날부터.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이 동급생에게 목격됐던 모양이었다.

백삼과 서빈의 관계에 대해 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



‘겜하러 갈래요?”


서빈이 백삼에게 카톡을 보냈다.

하지만 답장이 없다. 이게 며칠째인가.

분명 겹치는 강의 시간인데도, 백삼은 며칠째 출석하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걱정된다.

다른 건 전부 괜찮아도······


···


너무 나가는 건가 싶으면서도, 서빈은 백삼의 집 앞에서 무작정 기다리기로 했다.

일부러 이 앞으로 지나갈 때도 많았지만, 최근 백삼은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것도 멈춘 듯하다.

그래서 오히려 서빈이 챙겨줄 때도 생겼다.

이날도, 서빈은 백삼의 집 앞에서 잠시 기다리던 중 결국 되돌아왔다.

돌아가는 길에, 매번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위치에 멈추었다.

밥그릇이 비어있다.

서빈은 가방에서 사료를 꺼냈다.

사료통의 뚜껑을 여는 소리가 나자, 야옹 하는 소리가 들렸다.

밥 먹는 소리인 줄 아는지, 화단 밑에서 몇 번 본적이 있는 녀석이 튀어나왔다.


“에구, 거기 있었구나?”


밥그릇에 사료를 부어준다.

그때.

조금 멀리서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서 보니, 검은 봉지를 들고 오고 있던 백삼이었다.

그를 본 서빈이 곧장 일어선다.


“앗, 저!”


백삼도 서빈을 보았다.

하지만 고개가 땅으로 향한다.

서빈은 백삼에게 다가갔다.


“저기, 요새 안 보이셨는데······.”


백삼은 멈췄지만, 대꾸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꺼내야 할지.

서빈은 쭈뼛거리며 말을 꺼냈다.


“무슨 일 있었던 거예요?”


“······ 왜 온 거야.”


“걱정돼서요. 학교도 안 나오고, 연락도 안 받고······.”


“그건 그냥······.”


“무슨 일 있는 거죠?”


오지랖일 수도 있지만, 서빈이 다시 물었다.

백삼은 고개를 숙인 채 몇 초간 침묵 후 답했다.


“그냥, 나 때문에, 너도 안 좋은 소문이 도는 거 같아서.”


“네?”


“······ 최근에 자주 만난 이후로 더 그러잖아.”


확실히 그렇지만.


“그건, 백삼씨 때문이 아니라······.”


“그냥 나 혼자면 모르겠는데, 너까지 그렇게 되니까.”


“그런 게 아니에요.”


“아냐. 그냥, 그러니까, 연락하지 마. 이렇게 오지도 말고.”


“······ 네?”


서빈은 그 자리에서 얼었다.

백삼이 서빈을 지나쳐 간다.


서빈은 그 자리에서 계속 서 있다가, 복받치는 게 느껴져서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꾹 참았다.

······ 누군가 자신에게서 떠난다고 할 때, 이렇게 슬픈 적이 있었나.



#



서빈은, 백삼이 중도 휴학을 해버렸다는 것을 얼마 지나지 않아 듣게 되었다.

강의실에서 모인 아이들이 서빈에 대해 수군거리던 도중, 그걸 듣던 백삼이 “적당히 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의외의 발언에 모두가 쳐다봤고, 그 뒤로 강의실을 나섰다고 한다.

그날은 이미 휴학계를 냈었다고.

······ 이젠 학교에서 보게 되는 일도 없어졌다.

같이 가던 피시방 쪽으로도, 그 골목길로도 가지 않게 됐다.

서빈의 일상은 완전히 단조로워졌다.

그저 집, 학교, 도서실, 집.

가끔 고등학교 때 친구를 만나거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는 그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않았다.

마음 한구석이 텅 빈 느낌으로 하루하루 지나갔다.

그리고 여느 날처럼 시험 준비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가던 저녁.

주머니에서 진동이 울렸다.

꺼내어 확인해보니, 메시지를 보낸 것은 백삼이었다.

기대감에 찬 서빈이 이를 읽었다.


‘그때는 미안해. 여태 나한테 잘해줬는데

말 안 했지만, 엄청 고마웠어.


······ 오히려 도움을 받은 건 난데.

서빈이 그렇게 생각하고 마저 읽었다.


‘알지 모르겠지만, 휴학했어. 그냥 생각 정리 좀 하려고 하는데

그때도 너가 찾아올지 몰랐고, 그 뒤로 더 신경 쓰여서

연락해두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냥 정리 좀 되면 다시 연락할 게

그때 보자’


······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었다.

서빈은 계속하여 되읽었다.

고맙다는 말은, 평소에도 많이 들어왔다.

누군가의 생일을 챙겨줬을 때던, 고민을 들어주던.

진심으로 기쁘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뭔가 기뻤다.

백삼에게는 진심으로 대했기 때문이었을까.

또 다행인 점이라면, 다시 볼 수 있다는 것.

날 떠나는 게 아니었구나.

그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졌다.


‘기다릴게요’


서빈이 곧장 답장을 보냈다.

곧바로 백삼이 읽었다는 뜻으로, 보낸 메시지 옆의 ‘1’이 곧바로 사라졌다.


서빈은 이후로 똑같은, 쳇바퀴 같은 삶을 살았지만, 마음 한쪽에는 기대감이란 것이 생겼다.

그렇게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지나고.

개강 이후 2학년이 됐지만, 연락은 안 왔다.

마음 정리가 오래 걸리나 보구나···

그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평소처럼 학교에 가던 길,

횡단보도에서······



#



“어이! 마왕!!”


다프네의 목소리에 서빈이 고개를 들었다.


“회의인지 뭔지, 할 거야 말 거야?”


백삼의 어깨에 아직도 고개를 기댄 다프네가 따분하다는 표정으로 물어봤다.


“······ 해야죠. 그 전에 잠깐.”


서빈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앨락도 같이 일어선다.


“앨락은 잠시, 앉아계세요.”


“예, 마왕님.”


“그리고, 백삼씨는 잠시 따로 좀 볼까요?”


“어? 응?”


백삼이 어리바리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나도 갈 거야.”


백삼의 어깨에서 고개를 땐 다프네가 말했다.


“다프네씨도 여기 계세요.”


“뭔데!”


“······ 말 안 들으면, 마왕 성에서 아예 쫓아낼 거예요. 마왕은 저니까.”


다프네가 움찔했다.

마왕은 정서빈이니까.

그 말 자체로 모든 것이 설명됐다.

쫓겨난다면, 얼마든 쫓겨날 수도 있으니까.

3000살이나 먹고, 악마랑 계약했다고 해서 마왕보다 위인 것은 아니었다.


“흐응······.”


다프네가 불만인지 잔뜩 퉁명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잠깐이면 돼요. 다들 좀 기다리세요.”


그렇게 말한 정서빈이 먼저 식당 밖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백삼은 다프네의 눈치를 한번 본 뒤, 따라나섰다.

그렇게 향한 곳은, 마왕성 안쪽의 마당이었다.

서빈은 그늘진 벽에 기대어 앉았다.


“······ 아무 데나 앉으면 앨락이 잔소리할 텐데.”


“뭐 어때요?”


서빈이 싱긋 웃었다.

백삼은 무슨 상황인가 싶어 쭈뼛거렸다.


“옆에 앉으세요.”


“어······.”


백삼이 서빈의 옆에 똑같이 기대어 앉았다.


“······ 저, 계속 기다렸던 거 알아요?”


“무슨?”


“여기, 이 세계에 오기 전에요.”


“······ 미안.”


“미안한 줄 아시네요?”


“그거야, 한다고 해놓고 안 했는데, 정리가 다 안됐······”


백삼이 말을 이어갈 때.


“괜찮아요.”


서빈은 그대로 백삼의 어깨에 자신의 머리를 기댔다.

백삼은 당황했다.


“뭐, 뭐야?”


“그냥, 머리 좀 식히려구요.”


서빈이 작게 미소지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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