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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님 님의 서재입니다.

마왕님과 반역용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우님
그림/삽화
Hololi
작품등록일 :
2020.05.21 06:44
최근연재일 :
2020.06.24 07:26
연재수 :
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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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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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
글자수 :
92,874

작성
20.05.21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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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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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03. 재(수정)

DUMMY

‘씨발······ 씨발.’


오른팔에 힘이 도저히 들어가지 않는 레그너는, 겨우 그 커다란 대검을 왼손만으로 거꾸로 든 채 백삼의 거듭된 검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정말 이상한 일이다.


'검을 잡을 줄도 모르는 새끼가 이런 공격을 한다고? 설마 연기였냐?’


레그너의 머릿속이 복잡해져 갔다. 그렇게 잠시 다른 생각을 할 때면, 대검을 비집고 예리한 공격이 들어왔다.

순식간에 들어온 찌르기를 가까스로 피해냈다.

백삼의 검술은 도저히 앞을 예상할 수 없었다.

도저히 이어질 수 없는 동작이 이어진다.

가령, 좌상단에서 우하단으로 흘러간 베기 이후, 눈 깜박일 새도 없이 검은 또다시 좌상단에 가 있다.

똑같은 베기일 거로 생각했지만, 검은 좌하단에서 올라온다.

마치 환영과도 같았다. 그만큼 검이 빠르다는 것.

레그너는 눈으로 좇아서 피하거나, 막는 것만으로 바빴다.

다행히, 녀석의 보법이 엉망인지 레그너의 방어 사각으로 검이 들어오진 않았다.

오히려 이 점도 미스터리했다.


‘이런 검술을 숨긴 녀석이 보법은 엉망이라니?’


레그너는 입술을 물었다.

그 와중, 결투를 지켜보던 앨락의 입에서는 감탄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호오,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서빈은 그저 이 광경을 보기만 했다.

그녀 역시 마검 세르의 효과에 대해 알고 있다.

오래 사용할수록, 세르는 그 기술들을 기억한다. 그리고, 타인이 검을 잡게 되면, 상대의 그릇에 따라서 그것을 전수한다.

또한 세르와 같은 사이즈의 도검은 대검에 1:1에서 상성이 좋다. 더 빠르며, 안쪽으로 파고들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상성이 있다고 해도, 백삼이 너무나 압도적이다.


애초에 앨락이 결투를 제안한 것은 레그너를 쉽게 쫓아내기 위해서였다.

자신이 상대하자니, 상대는 죽을 때까지 덤벼들 것 같으니까.

하지만 죽일 수 없다. 마왕이 불필요한 살인을 금지했으니까.

그래서, 세르의 효력과 상성을 통하여 레그너의 자존심을 역이용하고 돌려보낸다.

··· 대략 이런 계획이었는데, 놀랄 정도로 압도적이라니.


챙!


또다시 검이 부딪혔다.


‘이 정도로 부딪혔는데도 이 하나 안 나가!?’


계속하여 밀리던 레그너는 짧은 찰나에 생각했다.

마왕성에 오기 전, 바보 같았던 모습은 연기가 아닐 수도 있다.

그냥 저 마검의 효과이다!

녀석의 엉성한 보법이 그것을 조금은 증명했다.

회피를 위한 보법과 검술만 좋을 뿐, 파고들지 못한다.

그럼 일단, 녀석의 검을 날려버리자.

그리고, 나 역시 대검을 버리자.

애초에 녀석을 얕본 것이 문제였다.

용사가 탱킹을 맡을 예정이었기에, 발이 묶인 상대에게 효과적인 대검을 가져왔던 것인데.

회피법이 좋은 상대에게 대검은 준비동작이 크고 궤적이 잘 보여 데미지를 입히기 힘들다.

하지만 격투술이라면?

심지어 녀석의 능력은 그저 마검으로 뻥튀기된 것일 테니까.

게다가 격투술은 레그너의 특기 중 하나.

레그너는 백삼의 공격이 오른쪽 바깥에서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상대를 죽여선 안 된다는 규칙을 역이용하자.

보통은 팔을 절단하기 위해 들어오는 검격이겠지만, 날이 깊숙이 들어오진 않을 것이다.

어쩌면, 고의로 오른팔을 한 번 더 내줬을 때 당황할지도. 그때가 틈이다.

그리고 기회는 순식간에 왔다.

오른팔을 베는 궤적.

레그너는 피하지도, 막지도 않았다.


후욱!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근육 깊숙이 칼날이 들어온다.


“크으으읍!!!”


고통스럽지만, 예상대로 백삼은 당황한 듯 아주 찰나, 틈을 보였다.

곧바로, 대검을 거꾸로 쥔 왼손으로 백삼의 검을 강하게 튕겨냈다.


채앵!


그 사이에, 레그너는 백삼의 손목을 강하게 걷어찼다.


‘됐다!’


마검이 백삼의 손에서 벗어나 날아간다.

레그너 역시 곧장 자신의 대검을 버렸다.


파악!


순식간에 백삼의 턱에 주먹이 꽂혔다.

이 체격 차이, 그리고 레그너가 단련해온 격투술.


화려하지 않지만, 제일 효과적으로 상대를 무력상태로 만드는 단순한 기술.

레그너는 그 순간, 자신의 승리를 점치는 미소를 띠었다.

이제 무릎이 풀려야···


“어······?”


하지만 백삼은 꿋꿋이 서 있었다.


“이걸······?”


레그너가 나직였다.

그리고 백삼이 입을 열었다.


“안 통한다, 이 씨발아.”


#


어딜 맞을지 미리 알고, 그 부분을 방어하는 능력이랬나.

학창 시절이 생각나서 진짜 좆 같은 능력이지만, 효과는 탁월한 듯하다.

이 새끼의 주먹이 제대로 꽂혔는데, 아프지 않다.

움찔할 새도 없이 빠르게 들어왔기 때문에 나는 적잖이 당황했었다.

마검을 날리고, 자신의 검도 버린 뒤 주먹질이라니.

하지만 이 새끼는 날 얕봐도 너무 얕봤다.

이 뒤는 짧은 순간이지만, 어떡해야 할지 고민했다.

다시 검을 주워야 하나?

꽤 멀리 있는데.

난 그저 레그너를 보았다.

검을 잡기 전만 해도, 조금 무서웠는데.

지금은 전혀 무섭지 않다.

이 새끼는, 맘만 먹으면 죽일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녀석은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그리고 저 표정은······ 쫄았냐?


“그만.”


오크가 말했다.


“보통은 한쪽이 전투 불능이 될 때까지 싸우는 것이지만. 인간은 전의를 잃었다.”


“아냐··· 아냐! 이딴 새끼쯤은······.”


“너는 패배했다, 인간. 설마, 싸움도 이길 수 없으면서 약속도 지키지 않는 치졸한 녀석은 아니겠지?”


“큭······.”


“약속을 지켜라. 돌아가라.”


레그너가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 언젠가 너희 셋 다 죽여버릴 거야···”


레그너가 떨어진 자신의 대검을 챙겼다.

그리고 카를라의 부축을 받으며 성문을 나선다.

카를라는 문이 닫히기 전, 우리 쪽을 한 번 돌아봤다.


“후으으······.”


이후 이어지는 한숨 소리. 정서빈에게서 났다.


“한고비 넘겼네요. 그나저나, 너무 무모했어요. 알아요?”


정서빈이 앨락을 보며 얘기했다.


“면목 없습니다. 마왕님······ 하지만, 저런 녀석들은 죽을 때까지 싸우려고 하니까요. 최대한 아무도 다치지 않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치만······. 뭐 됐어요. 결과가 이렇게 됐으니까······ 그래도, 다음부터는 조심해주세요.”


“예, 마왕님.”


앨락이라는 오크가 고개를 숙였다.

뭔가 나는 긴장이 풀리자, 숨어있던 생각들이 전부 튀어나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정서빈은 왜 마왕인가?

그 검은 대체 뭐였나?

난 앞으로 어떻게 되는가?


이런 생각들에 잠겨있을 때, 정서빈이 나를 불렀다.


“백삼씨, 그나저나 아까 복수를 하자고······”


그렇지. 복수.

갑자기 억울했었다.

중, 고교때와 달랐던, 나쁘지는 않았던 대학 생활을 망쳐버린 년.

죽고 다른 세계로 왔더니, 여기서도 지랄이라니.


“난 진짜 그년이 싫어.”


“저는 괜찮아요. 꽤 지난 일이기도 하고······”


“그럼 이건? 마계를 모함하고 자꾸 귀찮은 녀석들을 보내잖아?”


“그건 나름대로 대응하고 있어요. 복수와는 달라요.”


아아··· 이런 면에선 답답하네.


“그리고 당장 해답이 떠오르진 않아서······ 복수를 한다고 해도, 어떻게 할 건데요?”


정서빈이 물어왔다.

어떻게?

그러네.


“으으음······.”


“당장은, 눈앞에 보이는 일로도 벅차요. 저 역시도, 이 악연을 끝내고, 마계와 인간계 모두에게 평화가 왔으면 좋겠지만··· 당장은 불가능하니까.......”


“그럼 당장은 아니더라도 뭔가 계획은 있다는 거야?”


“그건······. 있긴 하지만요.”


확실하지 않은지, 정서빈이 눈길을 피했다.

하지만 나에겐 기회다.


“뭐든 좋으니까 돕게 해줘.”


정서빈이 다시 날 본다.


“돕게 해달라고. 너도 결국엔 그 씨발년을 어떻게든 하고 싶다는 거잖아?”


“크하하하, 용사여. 재밌군. 그 패기!”


대뜸 오크가 호쾌하게 웃으며 끼어들었다.


“마왕님, 끼어들어 죄송합니다만. 어찌 이런 자를 등용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오크가 나에게 다가선다.


“우리 마왕님을 도와주겠다니, 마왕님뿐 아니라, 마계의 모든 이들이 환영할걸세. 안 그렇습니까? 마왕님?”


그의 커다란 손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그거야 그렇지만······.”


“이런 패기와 용기가 있는데 뭐가 걱정입니까 마왕님! 그나저나, 내가 이상한 걸 봤는데.”


그가 멀찍이 떨어져 있던 마검에게 손을 뻗는다. 순식간에 마검이 날아와서 그의 손에 잡혔다.


“용사, 이 녀석을 잡자마자 뭔가 기억들이 쏟아져 들어왔지?”


맞아. 레그너와 싸우던 순간.

그런 경험은 난생처음이었다.


“예······ 예.”


“하나 묻겠다. 원래 검을 익혔던 자인가?”


“아니요, 저는 싸움 같은 건 전혀······.”


“용사가 아까 그 인간과 결투를 할 때. 펼쳤던 검술 중에서 말이야.”


오크는 손수건을 꺼내 마검 세르에 묻은 피를 닦으며 말했다.


“이 ‘세르’에게서 전수받은 게 아닌 검술이 있었어. 다시 묻지. 검을 익힌 적이 정말 없는가?”


뭐? 난 그냥 정신없이 처음 보는 기억을 보며 휘둘렀을 뿐인데?


“전혀 없어요. 애초에 뭐가 뭔지······.”


“마왕님, 어차피 저희와 함께할 자라면, 확인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네요. 저도 궁금하기도 했고······”


“확인? 뭘?”


“재(才)를 확인하는 거예요. 자기 자신을 정확히 알 수 있다면, 능력을 발달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니까요. 어느 쪽으로 재능이 있는지, 어떤 능력이 있는지 확인하는 거죠.”


“참고로, 이 마법은 마왕님께서 직접 만드셨지.”


오크가 흡족하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건 중요하지 않고······ 아무튼 확인할게요.”


정서빈이 그렇게 말하고, 눈을 감는다.

나는 긴장했다.

마법이라니, 뭔가 빛이 번쩍이거나, 아까 저 오크가 썼던 속박 마법처럼 검은 불이 피어오르거나?


“······됐어요.”


“뭐? 10초도 안 지났는데?”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는데?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요. 그나저나··· 어디 볼까요.”


정서빈은 어디선가 나타난 책을 펼친다. 난 그것을 들여다봤다.

빈 페이지다. 그리고 뭔가 빨갛게 그을리면서, 알 수 없는 문자들이 나타난다.


“일단 알 수 없는 능력이 2가지 있네요. 이 세계의 데이터베이스에 없는······ 원래 세계에서 갖고 있던 미련이나 욕망, 아니면 경험이나 특기나 인성일수도 있고, 이것저것이 발현되는 것 같더라고요. 하나는 아마······”


“그거야. 아까 그 녀석한테 한 대 맞고도 멀쩡했던 거. 어딜 맞을지 미리 알고 방어가 된다던데.”


“흥미롭네요······ 나머지 또 하나는요?”


“또 하나?”


잠깐, 나는 애초에 하나밖에 설명을 못 들었는데?


“······ 백삼씨도 아직 모르시나 보네요. 뭐, 대부분의 능력과 재능이란 게 그래요.”


“흐음······.”


“그럼 다음을 볼까요······ 2개가 더 있는데. 어라······?”


정서빈이 고개를 조금 갸웃한다.


“뭔데?”


“백삼씨, 검도나 태권도 같은 거 했어요?”


“아니 아니, 그 싸움 관련은 아예 젬병이라니까.”


“그럴 리가요. 여기······ ‘검술’이 2단계, 그리고 ‘격투술’도 2단계······.”


“2단계?”


“발전되기 시작한 재능이에요. 보통의 사람이라면 수년간 연마한 수준······”


말을 끊은 정서빈은 뭔가 생각했다.


“아직 안 밝혀진 나머지 하나란 게······ 재능을 흡수하는 능력일지도 모르겠는데요.”


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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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012. 위기(수정) +14 20.06.07 184 18 11쪽
11 011. 광체화 +13 20.06.06 167 1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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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3. 재(수정) +6 20.05.21 283 10 12쪽
2 002. 마왕(수정) +8 20.05.21 402 16 15쪽
1 001. 얼떨결에 용사 +19 20.05.21 578 5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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