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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서 내공 없...!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현대판타지

묵직(墨織)
작품등록일 :
2022.10.28 11:37
최근연재일 :
2022.11.22 21:44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17,479
추천수 :
838
글자수 :
133,217

작성
22.11.18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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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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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글자
11쪽

21화. 과거의 악연, 미래의 악연 (2)

DUMMY

[현대도시개발 주임 : 이창렬]


‘아까 그놈 이름이 분명 이창렬이었지?’


묵직은 과거, 아니 미래의 일을 떠올렸다.


- 어쩌다 죽었대?

- 밀린 노임 받아주려다가 재수 없게 당했지 뭐. 현장 소장 놈 뒷배가 독사파라나 봐. 사촌 형이라나 뭐라나.

- 아니 사무장도 참,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지 무림인한테 덤비긴 왜 덤벼?

- 그러게 말이야······

- 그래서 거기가 어딘데?

- 현대 도시개발이라고. 아 왜 그때 목동에서 우리 곰빵 뛴 데 있잖아.

- 아~ 그 소장이 X 같던 현장? 그 새끼 이름이 뭐였더라?

- 이름도 X 같아. 창렬이야. 이창렬!


으드득


‘세상 좁네. 이렇게 마주치고.’


묵직은 이마에 열십자 핏줄을 세운 채 사무장을 채근했다.


“누님. 자세히 좀 말해봐요. 남자를 못 믿다니?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어요?”


순간 사무장의 얼굴에 아차 하는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어머, 술김에 내가 무슨 말을······ 그대. 이건 못 들은 거로 해, 호호.”

“엄마도 참, 감출 게 뭐가 있다고 그래? 아저씨, 우리 엄마 나 속아서 낳았대요. 아빠가 사랑한다고 해놓고는 막상 엄마 배부르니까 비겁하게 도망쳐버렸대. 아주 겁쟁이야.”


띠링

[권능 : 눈칫밥이 발동합니다]


이름 : 김수빈

나이 : 36세

내공 : 없음 (산신무(山神舞) 수련자)

감정 : 당황. 슬픔. 분노.

비고 : 아니야 시아야. 사실은······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권능이 비친 누님의 속내. 누님은 사랑으로 시아를 가진 게 아니었다.


‘어떻게 사람이······!’


솜털도 안 가신 열다섯 중학생을 범할 수 있단 말인가! 누님이 왜 이렇게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었나 했더니 독사파 쓰레기에게 겁탈당한 것이었다.


무림이 엮인 사건. 경찰은 3등 시민이었던 누님을 외면했고, 설상가상 병원에서도 등을 돌리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나아야 했던 것이 시아인 셈.


‘전생에 그래서······, 그래서 달려들었구나.’


그때 누님이 왜 그렇게 미련한 짓을 했는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우연히 마주친 악적에게 분노가 치밀었으리라.


뿌드득


“어? 아저씨 표정이 왜 그래요? 그래서 우리 엄마 싫어요?”


묵직은 어금니가 부서져라 이를 악 다물다 시아의 말에 황급히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럴 리가. 누님 미모면 나야 땡큐라니까? 하하.”


하지만 표정과 다르게 생각이 깊어졌다.

해야 할 일이 생겼다.



***



인적이 드문 새벽의 거리. 묵직은 어둠을 밝히는 등대처럼 홀로 불 켜진 인력 사무소의 건물을 지나치며 담배에 불을 붙였다. 그의 손에는 소위 이민 가방이라 불리는 대형 캐리어가 들려있었다.


딸칵

스으읍 하───


그리고는 몽실한 연기가 쌀쌀한 새벽 공기와 만나 허공에 스러지는 것을 잠시 바라보다 버스에 몸을 실었다. 일도 거르고 그가 향한 곳은 어제의 현장.


묵직은 노가다 잡부들이 애용하는 먼지막이용 목폴라를 코까지 올리고, 생전 쓰지 않던 두건에 색이 들어간 보안경까지 착용하는 것으로 위장을 마쳤다.


‘정체는 되도록 드러나지 않게.’


놈의 뒷배는 무림 방파. 정체를 드러냈다가는 곤란한 일이 생길지도 몰랐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몸을 숨긴 채 현장 입구를 뚫어져라 노려봤다.


띠링


[와~ 어쩐 일이야? 엉덩이 무거운 남자가 먼저 나서기도 하고. 어차피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는 거 아니었어?]


하연 어머니가 평소와 다른 행실을 꼬집으며 놀려대도 일언반구 대꾸하지 않았다.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묵직은 기다린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목표물을 포착할 수 있었다.


[현대도시개발 주임 : 이창렬]


어제의 그 싸가지없던 주임이 현장에 들어서고 있었다. 대상을 확인하자마자 주저 없이 움직였다.


신선무 제1식.

타풍기무(隨風起舞). 바람과 함께 춤을 추다.


산책이라도 나온 듯한 걸음. 하지만 섬전처럼 빨라 인지 부조화를 일으키는 신형이 이창렬의 등을 점하며.


신선무 제5식.

풍편천하(風遍天下). 바람은 어느 곳에나 있다.


퍼퍼퍼퍼퍼퍽-!

엌,엌,읔,엌,엌, 커허헉!


점혈을 가장한 구타를 자행했다. 그동안 현장의 누구도 그 모습을 보지 못했다. 그만큼 묵직의 움직임은 빠르고 표홀했다.


순식간에 사람 하나를 납치해서는 캐리어에 욱여넣는 묵직. 그는 잠시 후 인적이 드문 야산에서 캐리어의 내용물을 꺼내놨다.


‘이 자식이 누님을 죽인 원흉!’


이창렬의 현대도시개발 명찰에 다시 한번 분노가 솟구친 묵직이 주먹을 치켜들려 하자.


띠링

엄마의 마음이 말을 걸어왔다.


[설마 때리려고?]

‘이 자식 때문에 누님이 죽었는데 이 정도도 못합니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야.]

‘일어날 일이에요!’

[하지만 지금의 이자는 잘못이 없지.]

‘잘못이 왜 없습니까! 어제만 해도 나한테······!’

[어제 일 정도로 사람을 때리는 게 정당하다고 생각해? 그거야말로 네가 혐오하는 무림인과 똑같은 짓 아니니? 법 위에 선 너만의 잣대를 세우는 거 아니냐고.]


크으윽


결국, 묵직은 주먹을 내려놔야 했다.

하연 어머니의 말이 백번 옳았으니까.


“이창렬. 현대도시개발 소속 맞나?”

“커허헉. 마, 말이. 말이 나온다?”

“묻는 말에는 빨리 대답해라. 죽기 싫으면.”

“히, 히이익. 맞습니다. 맞아요!”

“네 친척이 무림인이라 들었다.”

“네, 네네, 독사파에 사촌이 있습니다!”

“그자에 대한 모든 것을 털어놔라. 하나라도 거짓일 있다면. 넌 죽는다.”


하지만 심문은 이어갔다.

폭력 없이 평화롭게(?).


딸칵

스으읍 하───


심문을 마치고 집 앞의 더러운 골목길 담벼락에 기대 담배 연기를 들이켤 때.


- 의왕, 내 노파심에서 하는 말이오만 독사파는 만만치 않소.


광왕의 전음이 귓전에 흘러왔다.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합니다.”


- 내 말을 가볍게 여기지 마시오. 그들은 반무맹과도 강한 유대가 있으니 부디 조심하시길.


묵직은 더 이상 광왕의 전음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저 휴대폰을 들어 검색에 몰두할 뿐.


‘반무맹이 아니라 반무맹 할애비라도 누님에게 그런 짓을 한 놈을 가만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녹색 검색창에 주르륵 나열되는 상대에 대한 정보.


“이형기. 나이 마흔에 독사파 경기도 지부장이라······, 잘 나가는 놈이네.”


하지만 그 좋은 날도 머지않아 끝날 거야. 이창렬, 이 새끼와 다르게 너는 이미 죄를 지었으니까.


묵직의 눈이 보기 드물게 희번뜩 싸늘하게 빛을 뿜었다. 그건 한 번도 보지 못한 살기였다.



***



이형기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내였다. 거대 정당 삼선 의원 출신의 아비에, 알아주는 지역 유지인 어머니. 무엇 하나 부족할 것 없는 집의 삼대독자인 그가 안하무인으로 자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첫 경험은 고3 때였다. 시작은 실수였다. 술김에 유독 앙탈이 심했던 여학생 하나를 겁탈한 것으로 가학적 성(性)적 취향에 눈을 뜬 그는, 이제는 여자가 반항하는 것을 보지 않으면 희열을 느끼지 못할 정도의 성불구가 되어버렸다.


경기도 성남.

분당 서현 번화가의 한 호텔


단정히 정돈된 쉼표 머리에 후덕한 몸집의 남자. 이형기는 술에 취해 정신을 잃었는지 나무토막처럼 미동도 없는 교복 입은 여자 하나를 들쳐업고 유유히 카운터로 다가갔다.


“키 줘.”


누가 봐도 이상한 광경에도 익숙한 모습인지 카운터의 직원은 계산도 하지 않고 카드키를 내밀었다. 이형기는 오직 그를 위해 1년 365일 내내 비어 있는 방음이 철저한 특실로 들어섰다.


풀썩


폭신한 침대에 여자를 눕혀놓고 바라보기도 잠시. 그는 기대감 어린 얼굴로 상의를 벗기 시작했다.


“흐흐. 나이도 어린 년이 발랑 까져서는 조심성 없이 취하기는. 넌 얼마나 날 즐겁게 해 줄 테냐?”


그런데, 여자의 눈에서 한줄기 눈물이 또르륵 흘러내렸다. 나는 취하지 않았다고 항변이라도 하듯 여자. 아니 여자라고 하기엔 너무도 앳된 소녀의 눈동자가 요란스레 흔들렸다.


스르륵


마침내 하의에 속옷까지 모두 벗어 던져 자연의 모습이 된 남자는 막아놨던 혈을 풀어 소녀에게 자유를 줬다.


“이제 움직일 수 있을 거다. 마음껏 반항해봐.”

“이, 이러지 마세요!”


마혈이 풀린 소녀는 흉물스러운 물건을 덜렁대는 이형기를 피해 달렸지만, 이내 그의 몸 아래 깔려버렸다.


쫘악, 짝, 짝, 쫘좌자자자작───!


꺄아악──── !

살려주세요. 누구 없어요? 제발!


남자의 우악스러운 손길에 이제 갓 중학생이나 되었을까 싶은 아이의 교복이 찢겨 흩날리고. 애처롭게 막아서는 작은 손이 무색하게도 수줍은 가슴을 가리던 속곳도 저 멀리 던져졌다.


“크흐흐, 좀 더 세게 반항해봐 이쁜아.”

“아저씨, 그만하시면 안 돼요? 제발요.”

“그만은 무슨. 어차피 조금 있으면 너도 이 오빠한테 안아달라고 매달릴 거다.”

“절대 그럴 일 없어요!”

“과연 그럴까? 흐흐.”


이형기는 음흉한 눈으로 아래에서 바둥대는 소녀를 일별한 뒤. 분홍빛 고운 가루가 담긴 작은 유리병을 꺼내 들었다.


“이게 열락산(悅樂散)이라는 건강보조식품인데, 우리 이쁜이가 이걸 먹고도 그만하자 말하면 내가 털끝 하나 건들지 않는다고 약속하지. 어때?”


잠시 망설이던 소녀는 어차피 이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는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할게요···, 대신 약속은 꼭! 지켜주셔야 해요!”

“오냐 이쁜아. 5분만 버티면 그 약속. 내 꼭 지켜주마. 흐흐흐.”


안타깝게도 소녀는 모르고 있었다. 저 예뻐 보이는 분홍빛 가루가 사실 색마(色魔)들이 애용하는, 상대를 강제로 성적인 흥분상태로 이끄는 춘약(春藥)의 일종이며, 내공이 없는 일반인은 도저히 저항할 수 없다는 것을.


소녀는 가루를 들이킨 직후 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무언가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때늦은 후회였다.


“아흑, 모, 몸이········.”


이형기는 온몸을 꼬아대며 달큰한 숨결을 뱉어내는 소녀를 내버려 둔 채. 자리에서 일어나 삼각대에 휴대폰을 설치했다. 그리고는 놀리듯 그녀를 바라봤다.


“오빠가 이제부터 우리 이쁜이가 잘 참는지 못 참는지 촬영을 할 거거든? 그럴 일 없다고 해놓고선 오빠한테 매달리면 벌로 이거 쫙 뿌려버린다? 크흐흐.”


아이의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었다. 억지로 입술을 씹으며 참고는 있었지만.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을 직감한 것이었다.


“아아. 제발 그만하시면 안 돼요? 제발요······.”

“정말 그만할까? 츄릅.”

“아핰, 거긴!”


아항, 흐으윽!


남자가 입술이 핥듯이 어딘가를 스쳐 지나가자 자지러지듯 소리를 지르는 소녀. 이형기가 뒤집힌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승리의 깃발을 꽂기 위해 그녀의 마지막 한 마디. 항복선언을 기다리던 그때.


콰앙────!


호텔 방문이 뜯기듯 거세게 열리며 누군가가 난입했다.


“이 개만도 못한 놈아! 네가 이러고도 사람이냐?”


거기엔 노가다 잡부나 쓸법한 괴상한 먼지 마개를 올려 쓴 괴한이 서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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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과거의 악연, 미래의 악연 (4) +6 22.11.21 452 20 11쪽
22 22화. 과거의 악연, 미래의 악연 (3) +1 22.11.19 476 22 13쪽
» 21화. 과거의 악연, 미래의 악연 (2) +2 22.11.18 476 21 11쪽
20 20화. 과거의 악연, 미래의 악연 (1) +2 22.11.17 476 29 13쪽
19 19화. 귀기에 물든 광왕(狂王) (4) +2 22.11.16 501 26 12쪽
18 18화. 귀기에 물든 광왕(狂王) (3) +3 22.11.15 513 30 13쪽
17 17화. 귀기에 물든 광왕(狂王) (2) +6 22.11.14 533 29 13쪽
16 16화. 귀기에 물든 광왕(狂王) (1) +5 22.11.13 585 3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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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김호주우우우운-! (1) +9 22.11.08 684 3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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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2화. 오야지는 아무나 하나? (1) +7 22.11.01 1,234 5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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