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걸까? 세계는 질문으로 이루어진 시공간이다.
사람으로
재영은 춥다는 느낌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눈을 떠보려고 했지만 강렬한 햇살에 다시 눈을 감았다. 점차 감각이 돌아오며 차가운 물기와 까실까실한 풀잎들과 땅에서 올라오는 냄새까지 느껴졌다. 어떤 상황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몸을 움직여보려고 했지만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 죽은 걸까?’ 죽음 이후의 세계에도 풀은 자라는 걸까? 자꾸 얼굴을 찔러대는 풀잎에 잔뜩 인상을 쓰는데 생각지도 못한 소리가 들려왔다.
“어, 어? 오영 오빠. 재영이예요. 재영이 맞죠? 어떡해 어떡해. 재영아!”
목소리는 점점 가까워오더니 곧 그의 몸을 덮칠 듯이 달려들며 얼굴을 부여잡았다. 따뜻한 손길, 그리운 음성에 재영은 천천히 눈을 떴다. 유선이었다. 눈을 깜빡이자 눈물 콧물을 쏟아내는 그녀의 얼굴이 기적처럼 다가왔다. 절대적인 시간은 채 한나절이 겨우 되었는데 그녀와의 시간은 10년은 더 지난 느낌이었다. 얼굴을 감싸 쥐고 우는 그녀를 재영은 힘껏 안아주었다. 동시에 그는 자신의 육신이 이전과 같이 완전히 회복되었음을 깨달았다. ‘아담?’ 그는 아담과 연결하기 위해 집중해보았지만 어디에서도 아담을 느낄 수는 없었다. 어쩌면 아담은 그의 형제와 하나 되고 소멸되면서 자신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을 지도 모른다, 그 거대한 존재의 흔적이 보잘 것 없는 자신의 연약한 몸이라니 재영은 고마움과 미안함, 눈물과 뜨거움이 밀려올라 오는 걸 느꼈다.
오영과 리차드, 그리고 동료들이 다가왔다. 그들과 눈인사를 하던 재영은 몸의 감각이 돌아오면서 자신이 벗고 있음을 눈치 챘다.
“아 이런. 제가 벗고 있네요. 누가 옷 좀 주시겠어요? 유선. 다들 오시는데 이렇게 벗고 있기는 그렇네 잠깐만.”
“싫어!”
그녀는 그의 몸을 자신의 몸으로 포개서 가리고서는 떼쓰는 아이처럼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고 모인 사람들은 킥킥거리며 웃었다. 리차드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이야. 요즘 애들 정말 뜨겁네요. 그렇죠 단장?”
“그러게요. 제법 발칙하네요.”
오영이 농을 받자 모두들 하하호호 다소 낯 뜨거운 재영의 귀환을 축하해주었다.
“선아 잠깐 옷 입고 얘기하자.”
“싫어. 또 어디 도망가려고! 꿈도 꾸지 마.”
“아이고 참 내. 하하. 그래 나도 보고 싶었어. 아담이 내 마음을 알아줬나 보다.”
“진짜? 많이 보고 싶었어?”
“응. 그래서 거인 녀석을 두들겨 패고 이렇게 왔잖아.”
“잘했어. 앞으로도 그렇게 해.”
“네 잘 알겠습니다. 사랑해.”
“··· 느끼하긴. 뭐 하지만 나도 사랑해.”
“흐흐. 사랑해요 내 사랑.”
“아우 그만해. 닭살 돋아!”
“하하하.”
재영은 기분 좋게 웃었다. 그리고 그녀의 온기 너머 아담과 그 안에 있던 수많은 생명들을 보았다. 혼자 살아서 너무 미안했고 다시 찾은 그녀의 온기 때문에 목이 막히도록 고마웠다.
“너 울어?”
“응. 너 너무 따뜻하다.”
“어, 어. 내가 무슨 이불이냐?”
대답 대신 그녀를 꼭 안아주었다. 그는 이 순간 사람이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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