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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 님의 서재입니다.

유사인간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jinos73
작품등록일 :
2018.03.19 17:52
최근연재일 :
2018.05.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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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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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글자수 :
234,389

작성
18.05.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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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마지막 전투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까?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걸까? 세계는 질문으로 이루어진 시공간이다.




DUMMY

재영은 아담 안에서 정신이 들었고 그를 기다리던 아담은 만남의 결과를 궁금해 했다.


“그는 이미 전쟁을 멈출 생각이 없어. 지독한 에고와 자신만의 철학에 빠져있더군. 인간을 연구하고 사랑했고 실망한 나머지 독재자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 것 같아. 대부분의 독재자들이 그렇지. 게다가 엘은 사이코패스의 기본적인 조건인 인성, 또는 양심을 애초에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을 테니 대단한 능력까지 더하면 독재자로서의 ABC는 다 갖춘 셈이야.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니라는 게 내 결론이고 이제 남은 건 전쟁뿐이야.”


“그렇군요. 어쨌거나 저쪽은 제 아버지고 형제인데 슬픈 일이군요. 그리고 회담하시는 시간 동안 저도 옛 연구기록들에 대한 조사를 했습니다. 요약해 드리면 엘과 우리의 싸움은 전쟁이라기보다는 단순한 주먹다짐이 될 겁니다.”


“시정잡배들처럼? 이 세상의 운명을 걸었는데?”


“네 시정잡배들처럼. 그저 주먹과 주먹, 몸과 몸을 부딪쳐서 상대방을 깎아내는 원시적인 그림이 될 겁니다.”


“깎아낸다?”


“깎아낸다는 것은 말 그대로입니다. 있는 힘껏 때리셔야 합니다. 상대방의 방어막을 뚫고 들어가면 다른 차원의 공간인 저와 저쪽 아담의 몸이 깎여나갑니다. 깎여나간 부분을 채우려면 다시 막대한 생명과 물을 흡수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아담이라는 존재의 몸은 이 세계와 다른 차원의 시공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같은 차원의 것만이 타격을 줄 수 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한 천적인 셈입니다. 군대의 저 막강한 공격들이 보기엔 심각한 타격을 주는 것 같지만 실상은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합니다. 오히려 발생한 에너지들이 아담의 차원으로 흡수되어 그 차원의 크기만 늘려줄 뿐입니다.”


“그런가? 이럴 줄 알았으면 권투라도 배워뒀으면 좋을 텐데. 때리는 쪽이 아무래도 유리하겠지?”


“그렇습니다. 공격하는 쪽도 피해가 있습니다만 당하는 쪽의 피해가 더 큽니다. 승리하는 법은 간단합니다. 피하고 때리는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측의 공간 크기가 아직까지 저쪽 대비 70%밖에 되지 않으니 최대한 맞지 않으며 공격에 성공해야합니다.”


재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도 그럴 것이 이쪽의 사정과는 달리 엘쪽이 바로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가까이 올수록 비할 데 없이 거대한 몸집은 공포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거대한 물보라와 파도가 강 전체를 뒤흔들었다. 이제는 있지도 않은 사지가 제대로 서 있지도 못할 만큼 떨리는 것 같았다. 이 막대한 공포에 맞서야할 정도로 이 땅과 세계를 사랑했던가? 고민할 시간 따위는 없었다. 거인의 몸은 느리게 움직였지만 거리는 순식간에 좁혀졌다. 재영은 재빨리 고등학교 때 수련했던 태권도 준비자세를 취했다. 재빨리 자세를 잡으려 했지만 몸은 천천히 움직였다. 그는 자신의 인식과 아담의 몸체와의 괴리가 있다는 걸 알았다. 몸을 쓰는 상황에서 좋지 않은 신호였다. 상대는 자신의 몸체에 익숙한 데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인공지능의 왕이었다.


그는 긴장을 풀기 위해 태권도 대련 시 특유의 반동을 주었다. 뒤꿈치가 들릴 때마다 강바닥에선 흙먼지가 피어오르고 거친 파문이 상대방에게까지 넘실거렸다. 그렇지만 상대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곧장 다가왔다. 가까이 올수록 거인의 몸 안에서 검붉게 타오르는 불의 수레바퀴들은 세상을 다 집어삼킬 듯이 흉악하게 이글거렸고 부드러운 강바닥도 감당하지 못할 진동은 지진이라도 일으킬 마냥 재영의 뇌를 흔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사정권에 들어왔다고 판단하고서 재영이 선제공격을 가하려는 순간 거인의 어깨가 이미 돌아가며 붉게 타오르는 주먹이 어깨 너머에서 크게 회전하며 나타났다. 아담이 경고를 날렸고 재영은 급히 몸을 뒤로 뺐지만 거인의 오른 주먹은 아담의 가슴을 쓸어가 버렸고 뒷발을 움직여 거인의 좌측으로 돌며 반격을 꾀하는 아담에게 오른 주먹을 휘두른 에너지 그대로 몸을 돌려 다시 왼 손등으로 아담의 오른뺨을 거의 반 이상을 날려버렸다. 부서져서 흩어지는 아담과 거인의 파편은 공중에서 반짝이며 멀리 강변도로와 산까지 날아갔다. 부서진 파편들은 원래의 물로 돌아갔지만 거대한 물덩이들은 도로와 집을 덮쳤고 사람들은 혼비백산했다.


“재영은 현재의 상황이 마치 그가 집에서 그렇게 즐기던 격투 AR게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압박감은 비할 데 없었지만 원리는 다를 리 없었다. 손상을 입은 부분은 아담이 회복하고 있었지만 그만큼 몸체 전체는 줄어들고 있었다. 리치에서 현격하게 차이 나는 거인의 주먹을 피할 방법이 없었다. 거인은 다시 어깨를 잔뜩 틀어쥐고 핵폭탄 같은 주먹을 날릴 태세를 갖췄다. 파고들어야 한다! 그는 몸을 잔뜩 낮추고서 거인의 어깨가 돌아가는 타이밍에 거인이 내민 다리를 목표로 뛰어들었다. 거인의 무지막지한 주먹이 아담의 등을 쓸어버렸지만 태클은 성공했고 다리를 들어 올려 균형을 무너뜨리고 결국 넘어뜨렸다. 두 거인이 넘어지는 통에 한강의 거대한 물줄기는 다시 한 번 바닥까지 드러내며 순간 쩍 갈라졌다. 파도는 인근 강변을 덮쳤다. 재영은 강가에 남아 있을 사람들의 피해를 걱정했지만 자세를 역전하려는 거인의 거친 몸부림에 생각을 할 틈이 없었다. 여기서 상대를 깎아내지 못하면 끝이라는 생각에 재영은 필사적으로 몸을 바짝 붙이고 거인의 얼굴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위치로 기어올랐다. 아담의 충고에 따르면 얼굴의 대부분을 괴멸시키면 사고중추가 붕괴하면서 이를 회복시키는 데에 온힘을 쏟기 때문에 승리의 가능성이 크게 상승한다고 했다. 거인의 거친 반항에 그의 몸은 여기저기 깎여 나갔지만 결국 얼굴을 타격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오르고서 재영은 무자비하게 거인의 턱과 입과 뺨, 눈과 이마를 주먹과 팔꿈치에 박치기까지 가미했다. 그리고 회심의 팔꿈치 공격이 거인의 코와 눈 주위 대부분을 뭉개버리자 거인의 몸의 반응이 급격히 둔해졌다. 재영의 가슴이 크게 요동쳤다. 모든 불리한 상황을 딛고 승리의 여신이 그에게 미소를 지은 것이다.


그는 승리의 방점을 찍기 위해 몸을 일으켜 두손의 깍지를 낀 채 거인의 얼굴을 박살내려 했다. 그 순간 아담은 ‘아직이야!’를 외쳤지만 행동을 멈출 수는 없었다. 거인은 크게 허리를 튕겨냈고 재영은 몸이 허공으로 떠오르는 걸 느꼈다. 결정적인 타격을 주기 위해 양손에 힘을 모은 터라 다리의 힘이 약해진 것을 거인이 놓치지 않은 것이었다. 재영은 날아가서 몸을 굴렀고 거인은 얼굴을 회복하며 천천히 일어섰다. 다시 일어선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주먹을 날렸다. 재영은 액션 영화에서 본 것처럼 그 순간이 극히 천천히 흘러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명하게 날아드는 거인의 주먹은 관자놀이부터 그의 얼굴을 쓸어갔고 아래에서 올려 친 재영의 주먹은 거인의 턱부터 부숴버렸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둘의 얼굴의 상당부분이 날아갔다. 재영은 충격과 함께 꺼진 모니터처럼 암흑으로 변해버린 세상에 겁이 덜컥 났다.


“아담! 아담. 이봐 어디 있는 거야. 정신 좀 차려 봐. 아담! 이런 제길.”


새삼 자신이 이미 의식만 남은 존재라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도 볼 수 없었고 무엇도 움직일 수 없었다. 깊은 물속에 가라앉는다면 이런 기분일까? 가위에 눌린 듯 무엇 하나 할 수 없고 끝없는 답답함에 비명이라도 지르고 싶었지만 성대도 이미 남의 소유가 되어 버린 지 오래였다. 시인들이 고독을 찬양했던가? 절대고독의 가치를 논했던가? 무(無)의 경이를 노래했던가? 다 개소리라는 걸 재영은 체험했다. 인간은, 아니 생명은 애초에 홀로 존재할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알게 되었다. 비록 실험실 시험관에서 태어난 반인공 생명체이지만 그의 내면에 존재하는 생명의 씨앗은 고독에서 당장 벗어나라고 비명을 질러댔다. 누군가 손을 잡아주었으면. 누군가 이름을 불러주었으면. 누군가 밝게 웃어주었으면. 누군가 무엇이라도 해주었으면. 시간도 공간도 타자(타자)도 없는 곳에는 ‘나’도 없을 뿐더러 급기야 ‘나’가 산산이 해체되는 과정으로 접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를 갈가리 찢어버리는 압도적인 무(無)의 압력 속에서 재영은 의식이 점점 흐려지는 것을 느끼며 죽음을 떠올렸다. ‘어차피 잘못 태어난 삶. 미련은 없지만 이렇게 마무리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유선, 이 상황 속에서도 미련이라면 미련이고 집념이라면 집념이라고 해도 좋지만 놓고 싶지 않은 건 그녀의 따스한 온기였다. 차가움도 사치일 무저갱 속에서도 그녀의 온기는 생생했다. 신이시여 만약 살아 계시다면 딱 한 번 그녀를 안아볼 수 있게만 해주신다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무엇이든요. 한 번만, 한 번만 기회를 주십시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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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유사인간 vs 유사인간 18.05.07 79 1 14쪽
39 크기의 마법 18.05.05 65 1 11쪽
38 욕망의 크기 18.05.04 111 1 13쪽
37 전쟁 18.05.03 93 1 15쪽
36 생명나무 18.05.02 111 1 10쪽
35 사명 18.05.01 136 1 11쪽
34 자이언트 아담 18.04.30 102 1 11쪽
33 18.04.28 117 1 11쪽
32 알파와 오메가 18.04.27 92 1 16쪽
31 구출하라 18.04.26 114 1 8쪽
30 반격 18.04.25 88 1 11쪽
29 양복 18.04.24 99 1 17쪽
28 모르모트 18.04.23 108 1 7쪽
27 욕망의 크기 18.04.21 92 1 13쪽
26 인류대화합의 날(2) 18.04.20 91 1 13쪽
25 인류대화합의 날(1) 18.04.19 116 1 13쪽
24 전쟁 전야(前夜) 18.04.18 106 1 11쪽
23 승리의 피로 18.04.17 97 1 12쪽
22 아담(2) 18.04.16 139 1 10쪽
21 아담(1) 18.04.14 113 1 10쪽
20 승리의 함정 18.04.13 112 0 9쪽
19 영웅탄생 18.04.12 109 1 12쪽
18 첫 번째 활약 18.04.11 158 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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