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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캐 님의 서재입니다.

실패한 복수자는 회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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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캐
작품등록일 :
2024.02.22 13:08
최근연재일 :
2024.03.05 12:35
연재수 :
1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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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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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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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201

작성
24.02.2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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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3화 (02.25 수정)

DUMMY

김현우의 병실.


“갔습니다.”


“고생했다.”


눈빛이 살아났다.

김현우는 여전히 무표정했지만, 아까처럼 넋 나간 표정은 아니었다.

박정민이 침대 옆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말씀해주십시오.”


여전하군.

역시 단도직입적이다.

박정민은 돌려서 말하는 법이 없었다.


“정보가 샜다.”


하지만 김현우도 직설적이다.

있는 그대로를 이야기한다.


“···별로 믿고 싶지 않은 사실입니다.”


믿기 어려운 말임에도 불구하고 박정민은 김현우가 한 말을 ‘사실’ 로 받아들였다.


남들과는 ‘조금’ 다른 삶을 살았던 시절.

박정민은 몇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겼다.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확실한 작전만 계획하는 김현우를 직속상관으로 두었기에 가능했던 일.

김현우가 아니었다면 몇번이나 죽었을 것이다.

그런 김현우였기에 믿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다만 믿고 싶지 않았을 뿐.


“하지만 믿어야 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가슴 한구석이 욱신거렸다.

오늘의 복수를 위해서 박정민은 수많은 시간 동안 인내했었기에.


“···얼마나 기다려야 됩니까?”


김현우는 손가락 세 개를 펴 보였다.


“삼일 입니까?”


그렇게 짧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3일을 이야기했지만,


“세 시간이다. 내가 회복될 때까지만 기다려라.”


더 짧은 시간으로 돌아왔다.

김현우의 말에 박정민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도와준다고 했다.

자신이 가장 믿고 따르는 김현우가.

아직 성치 않은 김현우였지만 상관없다.

그간 자신이 꼼꼼히 해왔던 준비보다, 김현우가 도와준다는 사실이 더 신뢰가 갔다.


“늘 쓰시던 걸로 준비해두겠습니다.”


“하나 더 필요하다.”


“말씀하십시오.”


“대검. 미군들이 쓰는 걸로. 시리얼 넘버는 없어야 한다.”


“가능합니다.”


“그래. 19시 40분에 다시 모인다.”


“몰(Mole)은 누구입니까?”


몰(Mole).

내부 정보를 적에게 넘기는 스파이.


“나중에 알려주겠다.”


박정민과 김현우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아닌 척해도 많이 급하군.

무언가 조급한 박정민의 눈빛을 마주 보며 김현우가 말했다.


“정보는 작전 직전에 전파한다.”


박정민은 순간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빠르게 원래 표정으로 돌아갔다.


“알겠습니다.”


박정민이 병실을 나간 후.

김현우는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했다.

다행히 링거 8병을 한 번에 맞은 효과가 있었다.

물론 나중에 부작용 때문에 고생하겠지만.


‘이 정도면 해볼 만하다.’


완전하지는 않았다.

3일 정도는 더 쉬어야 했지만, 김현우는 이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서한솔.

한성전자 서주창 사장의 장남.

젠틀한 모습과 잘생긴 외모로 TV에도 자주 나온다.

하지만, 그 누구보다 쓰레기 짓을 서슴지 않는 폐기물.

그리고 자신의 가정을 박살 낸 6명 중 한명.


‘서한솔부터 끝낸다.’


박정민의 복수에 자신의 복수를 더 해 서한솔을 끝내기로 마음먹은 김현우였다.


***


19시 40분.


박정민이 까만색 스포츠 백을 가지고 김현우의 병실에 들어왔다.


“20시, 1번 엘리베이터. 지하에 차 준비해뒀습니다.”


“좋다. 작전명 ‘토끼사냥’, 브리핑 시작한다.”


입이 안 떨어지는군.

하지만 피해 갈 수는 없다.

길게 숨을 들이마신 김현우가 내뱉듯 말했다.


“몰은 박정주다.”


길지 않은 말이었다.

하지만, 박정민에게는 그 어떤 말보다 천천히, 그리고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

크게 한숨을 내쉰 박정민이 대답했다.


“···정말 믿고 싶지 않은···사실입니다.”


박정주는 이번 복수에 누구보다 힘을 많이 보태주고, 응원해줬던 사람이자


“···정말 큰 형님이 몰입니까?”


박정민의 큰 형이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정말 확실한 사실인지 묻진 않았다.

김현우의 정보는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으니까.

수많은 전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정확한 정보와 통찰력 덕분이었다.


여전히 무표정으로 박정민을 바라보던 김현우가 대답했다.


“하지만 믿어야 하는 사실이기도 하다.”


박정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김현우도 그런 박정민을 바라보며 입을 열지 않았다.


19시 42분.

19시 45분.

···

19시 50분.


계속 이어질 것 같던 침묵은 박정민이 깼다.


“작전은 어떻게 진행됩니까?”


김현우가 박정민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각오가 섰군.

김현우가 대답했다.


“우선 박정주가 준비해두었다고 한 깡패들부터 치운다. 뒤통수에 적을 두고 싸울 수는 없으니까.”


아킬레스건이 끊겼다.

전생에 박정민은 깡패들에게 두들겨 맞고, 아킬레스건이 끊겨 불구가 됐다.

이번엔 절대 그렇게 되도록 두지 않을 것이다.


“깡패들 치우라고 하면 의심하지 않을까요?”


“아니, 전화해서 한마디만 하면 된다.”


“알겠습니다. 뭐라고 하면 됩니까?”


“오늘 야근이라 시간 안 된다고.”


“···예?”


오랜만이군, 박정민의 저런 어리바리한 얼굴은.

김현우는 대답 대신 TV를 켰다.


“뉴스 속보입니다. 대연건설이 공식적으로 워크아웃을 신청했습니다. 대연건설의 법률 대리인 한결 로펌은 이와 관련하여 해당 뉴스는 사실이 맞으며, 내일부터 공식적인 워크아웃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이번 복수에 ‘공식적’으로 박정민은 없다.”


박정민은 김현우가 이 핑계를 만들기 위해 대연건설을 부도낸 건가 생각했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미친 생각을 했군.


“물론 대연건설은 내가 부도 낸 게 아니다. 곪아 있던 걸 조금 빨리 터트린 것뿐.”


이해하려고 하는 것을 포기했다.


‘팀장님은 원래 이런 사람이었지.’


‘포기하면 편하다.’ 라는 말은 김현우에게 잘 어울리는 말이었다.

김현우라는 사람을 이해하려 들면 한없이 피곤해지기에.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연락하겠습니다.”


19시 59분.

병실 밖을 나온 김현우는 검은색투성이였다.

검은 모자, 검은 마스크, 검은 장갑, 검은 상의와 하의, 신발.

중앙 간호사실을 지나갈 때, 수간호사 외에 다른 간호사들은 보이지 않았다.


“수쌤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그래~맛있게 먹고 오늘 야간도 힘내자!”


간호사실 안쪽에서 들려오는 간호사들의 말.

수간호사는 입으로 대답하며, 눈은 김현우와 박정민에게 인사했다.


“다녀오지. 복귀 예정 시각은 05시다.”


수간호사를 지나치며 김현우가 말했다.


20시 00분.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워치 온 (Watch on)”


김현우와 박정민이 손목시계의 타이머를 눌렀다.


“토끼사냥 시작한다.”


***


작전명 토끼사냥.

작전은 간단했다.


‘필요 없는 건 치우고, 토끼를 잡는다.’


박정주가 준비한 깡패들을 치운다.

어디서 긁어모았는지 50명이 넘는 깡패들을 모아놓았다.


‘깡패들은 치웠다.’


박정민이 박정주에게 연락한 것으로 깡패들은 처리했다.

대연건설은 큰 업체였다.

뉴스 속보로 나올 만큼.

그리고 박정주는 증권 애널리스트였다.

기업 뉴스를 항상 챙겨봐야 하는 직업.

그래서 박정민의 야근 핑계는 생각보다 훨씬 더 잘 먹혀들었다.


필요 없는 건 치웠으니 이제는 토끼를 잡는다.


‘깡패들이 빠졌다고 해도, 지금 상태로 둘이서 처리하기 힘들다.’


23명.

깡패 50명을 빼고 상대해야 하는 숫자.

둘이서 상대하긴 어렵다.

어렵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다.


‘내 몸이 문제다.’


완벽하게 준비됐다.

박정민은 잘 벼려진 칼날이었다.

완벽하지 않다.

김현우는 무뎌지다 못해 이가 빠진 칼날이었다.


성공 확률은 60%.

매력적이지 않은 숫자다.

그래서 사냥꾼을 추가했다.


“둘만으로 작전을 수행하면 성공 확률은 60%. 사냥꾼을 추가해서 95%까지 끌어 올린다.”


“알겠습니다.”


박정민은 사냥꾼이 누구인지, 또 몇 명인지 묻지 않았다.

자신은 그저 김현우의 말대로 하면 됐다.


김현우는 그런 박정민을 잠시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알렉세이가 마침 한국에 있었다.”


알렉세이라서 성공 확률을 95%까지 끌어올렸지만, 아이러니하게 알렉세이라서 95%가 한계다.

알렉세이는 전문 히트맨이 아니기 때문에 100%는 될 수 없었다.


“알렉세이면 달러가 필요하겠군요. 준비하겠습니다.”


알렉세이 벨리코프(Aleksei Velikov).

러시아 출신, 40대.

총보다 칼을 선호하는 PMC 용병.


- 이봐, 친구. 신뢰는 달러에서 오는 거지, 화면에 찍힌 숫자에서 오는 게 아니야.


그리고 달러로만 요금을 받는 달러 애호가.


“요금은 후불 3만달러. 작전 후 마드리드의 리츠 마드리드(Ritz Madrid) 호텔 라운지에서 정산한다.”


“알겠습니다.”


“도착 예정 시간은?”


“30분 남았습니다.”


“20분 안에 도착한다.”


“알겠습니다.”


박정민의 차가 속도를 높여 달리기 시작했다.


***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것이다.

그래서 김현우는 후회할 짓을 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회귀 전.

김현우는 그토록 싫어하던 ‘후회할 짓’ 을 했다.

아내가 임신하고 몸담고 있던 ‘회사’를 관뒀다.

회사는 김현우가 돌아오길 바랐지만 김현우는 돌아가지 않았다.

아니 돌아가지 못했다.


돌아갈 수 있는 마지막 날.

김현우는 교통사고를 당했고, 가족을 잃었다.

퇴원 후 다시 복직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실패했다.

힘없이 복수를 외쳐봐야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


회귀 후.

김현우는 복수를 위한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회사에 복직신청을 했고


“돌아온 걸 환영한다, 마스터(Master).”


마스터라는 코드네임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김현우는 복수를 위한 힘을 갖게 되었다.


***


유하나.

박정민의 여자친구였던 그녀는 박정민과 헤어졌다.

이별 사유는 죽음.

그녀는 작년 겨울에 죽었다.

기다리던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그래서 박정민은 믿지 않았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던 그녀가 자살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정보가 필요했다.

박정민이 모은 정보량도 상당했지만, 정보는 양보다 질이다.


“사적으로 복수하지 않겠다면 정보를 주겠다.”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

하지만 받아들여야만 하는 제안.

김현우의 도움으로 서한솔을 찾아냈고, 유하나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게 되었다.


자신의 예상과 다르게 그녀는 자살했다.

서한솔과 그 일당들에게 끔찍한 일을 당하고 정신이 망가진 채로.


“제 손으로 복수하고 싶습니다.”


예상은 틀렸다.

김현우는 의외로 박정민을 말리지 않았다.


“네 뜻대로 해라. 하지만 도움은 줄 수 없다.”


“알겠습니다.”


그랬던 김현우가 바뀌었다.


몇 달 만에 걸려 온 전화.

아내와 장인 내외를 잃은 김현우가 도움을 요청했다.

박정민이 본 김현우는 슬퍼 보였지만 좌절하진 않았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이 남자는 계획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 김현우가 자신의 복수를 돕기로 했다.

김현우다웠다.

치명적인 문제는 제거하고, 지극히 효율적인 작전을 수립했다.

그런 김현우 덕분에 0%가 95%로 바뀌었다.

박정민의 복수 성공 확률은 그렇게 극적으로 상승했다.


***


20시 55분.

이태원의 한 골목 주차장.


덜컥-.

차 문이 열리며


“헤이, 마스터. 이게 얼마 만이야? 다시 돌아온 거 맞지?”


사냥꾼이었다.

모국어인 러시아어 만큼 한국어가 유창한 알렉세이가 뒷좌석에 올라탔다.


마스터.

김현우의 코드네임.

마스터라···회사에 복귀한 실감이 나는군.


“알렉세이, 오랜만이다.”


김현우와 알렉세이가 반갑게 악수했다.


“요요요 제임스 본드! 중동에서 보고 처음이지? 잘 지냈어?"

박정민의 코드네임은 제임스지만, 알렉세이는 제임스 본드라고 불렀다.

그게 박정민에게 더 잘 어울린다고 하면서.


"안녕하십니까? 알렉세이."


190cm가 넘는 키, 호리호리하지만 탄탄한 몸매.

옅은 금발에 이제는 얼굴에 연륜이 조금씩 묻어나오는 미남자.

알렉세이는 용병보다는 사업가가 어울리는 인상의 남자였다.


“알렉세이, 옷이 잘 어울리는군.”


“마스터랑 일하려면 이정도는 기본이지.”


알렉세이는 온몸에 검은 옷가지를 걸치고 있었다.

김현우와 박정민과 마찬가지로.

나름의 농담을 주고받은 김현우가 대검을 건넸다.


“장비는 대검. 미군들이 쓰는 거다.”


커스텀이군.

군용 대검 답지 않게 날이 바짝 서 있어.

대검을 살펴본 알렉세이가 씨익 웃으며 대검을 돌려줬다.

지금은 확인만.

작전 직전에 다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죽이는 건 안되지?”


“안된다. 일이 커지는 건 곤란하다.”


“아쉽네. 인대? 아킬레스건? 아님 둘 다?”


아킬레스건이었다.

전생의 박정민은 당한 곳은.

김현우가 박정민을 슬쩍 바라보며 말했다.


“아킬레스건, 상태는 재기 불가능이면 된다.”


오호, 죽이지만 않으면 된다는 말이지?

알렉세이의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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