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기연™의 서재

다시 찾은 무공이 너무 강함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기연™
작품등록일 :
2022.10.31 23:52
최근연재일 :
2022.12.17 01:05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292,617
추천수 :
5,553
글자수 :
183,052

작성
22.11.29 00:44
조회
5,056
추천
106
글자
11쪽

제28화. 수심객잔(修心客盞)

DUMMY

무당산이 뭐 누구 한 사람의 것도 아니고. 당연히 아무나 갈 수 있다. 그게 정상이고. 하지만 무당파 경내에는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물론 배례하러 가는, 아니 쌩돈 바치러 가는 사람은 초입까지는 가능하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무당파. 무림 역사에 손꼽힐만큼 강하고 유서깊은 그 무당파의 속살은 누구나 원한다고 마음대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무당파는 머릿수 채우기에 급급한 다른 문파와는 달리 ‘몹시’ 사람을 가려 받았으므로.


그 인원이 타 문파에 비해 현저히 적은 편이었다.


피식.


절로 웃음이 튀어나왔다. 이게 무슨 대단한 일이라고 다들 이 난리들일까.


금번 무당파 입문 시험에 초빙된 사람들은 무당파에서 정한 규칙에 따라 입문 시험자 외 총 세 사람까지 동행할 수 있었다.


두 사람도 아니고, 네 사람도 아니고. 왜 세 사람인가. 그야 알 수 없지. 그 이상이 되면 무당파에서 관리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별 시덥잖은 규칙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뭐, 어쩌랴. 무당파는 갑이고. 시험 보러 가는 우리는 을이거늘.


하여튼 솔직히 나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이거 인기가 아주 폭발이었다.


어차피 선택권은 나에게 있었으므로. 무학관 내에 갑자기 친한척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위아래 할 것 없이 말이다.


- 알지? 섭 아우. 나야 나.

- 누구세요?


- 섭 형. 이번에 무당산에 누구랑 갈지 정했어요? 혹시 아직 못 정했으면 나랑 같이···

- 응, 넌 아냐.


물론 나는 해맑게 웃으면서 모두 거절해 주었다.


뭐, 하여간. 이렇게 세 사람까지 동행이 가능한데. 인솔자는 빼야 하니까. 실제로는 두 자리다.


그럼 인솔은 누가 가냐고?


솔직히 하등 필요 없는데. 그래도 굳이 나의 인솔을 맡은 것은 <춘추무학관>의 강준명 사범이었다.


얼마전부터 숙부심 사부한테 열심히 비비는 것 같더니 그 댓가로 요거 뼈다귀 하나 던져준 모양이다.


멍멍이처럼 ‘딱’ 문거지 뭐.


어쨌거나 이건 고정이니까 바꿀 수 없다.


이제 남은 것은 두 자리였는데 한 사람은 볼 것도 없이···


“와! 진짜 나야? 내가 가도 되는거야?”


내가 이야기하자 구설봉은 뛸 듯이 기뻐하며 어쩔줄을 몰라했다.


나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는 솔직히 소림사가 더 어울릴 것 같아서 고민했다.”

“소림사?”

“그래. 금강불괴, 맨주먹으로 돌깨기. 배에 바위 올려놓고 망치로 부수기 등 등. 그건 너랑 딱 어울리잖아.”


그는 잠시 돌을 머리로 부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는 듯 하더니 이내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말했다.


“아냐, 아냐. 그래도 역시 소림사는 안되겠어. 내 취향이긴 한데. 고기 못 먹으면 나는 못살아.”

“음, 그렇군. 인정. 내가 그걸 생각 못했네.”

“아니, 그런데. 여기서 대체 소림사가 왜 나와? 그냥 나는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할게. 나 좀 데려가다오.”

“알았다. 이 새끼. 야망도 없는 놈.”

“그렇게 말해도 할 수 없다. 어차피 난 나중에 표물 배달해야 되니까. 내 미래는 이미 정해져 있다고. 나도 놀 수 있을때 놀자, 쫌!”


아니, 언제부터 이놈이 이렇게 똑똑해졌나 고민하고 있다가. 뭐, 틀린 말은 아닌것 같아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솔직히 세상 좀 살아본 지금 와서 이야기지만 뭐든 돈 잘 벌면 장땡이다.


탈법, 불법만 저지르지 않는다면 말이다.


무공이고 관직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없더라.

그래···.

당연한 이야기니까 이건 여기까지만 하고.


자, 그럼 이제 한 자리가 남네?

나는 솔직히 궁지탁이를 데려가고 싶었다. 그런데 좀 뜬금 없기는 하다.


적어도 회귀한 지금 시점은 우리 두 사람의 끈끈한 우정이 시작되기 훨씬 전이었기 때문이다.


[잠깐! 잠깐!]

‘또 왜요?’

[그 우정 난 반댈세.]

‘네?’

[아니, 그게 아니라. 그게 끈끈한 우정인지는 그 친구한테도 물어봐야 한다는 말이지. 보니까 너는 혼자 착각 되게 많이 하더라고.]


혼자 착각을 많이 한다?

아!

그 말을 듣는데.

아아.

대체 무슨 조화였을까.


가슴 한편이 옭죄듯이 아려오면서. 불현듯 떠오르는 한 사람의 얼굴이 있었으니.


악문비(岳汶霏).


산동악가의 장녀이자···

아니다.

여기까지.


더 생각하고 싶지 않다.

적어도 오늘은···


그런데 그때 <섭가장> 정원 앞으로. 바리바리 짐을 잔뜩 싸들고 있는 사람이 싱글벙글 웃으며 다가오고 있었으니.


바로 둘째 형 ‘섭지상’이었다. 그의 웃는 얼굴을 보는 순간 즉시 침이라도 뱉고 싶어지는 기분이었지만.


안그래도 인성 파탄으로 소문난 나니까. 조금은 적당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어! 무상아. 준비 다 했어? 넌··· 왜 이렇게 짐이 없냐.”


둘째 형이 내 면전에서 왜 이렇게 끔찍한 대사를 읊조리고 있을까.


이런이런, 이 안타까운 현실. 이건 아버지의 작품이다.

(아마도 둘째 어머니가 살랑거리며 온갖 애교 공세를 피웠을테지만.)


그가 너무나 간절히 부탁한 바람에 나는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 둘째 형이 관에 진출하려면 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면서. 부친이 이렇게까지 사정하는데야···


[햐~ 웃기지 마라, 인간아. 다 들었다. 절대로 안데려간다고 생떼를 부리더니만. 저 놈 데려가면 여비 세 배로 올려서 주겠다고 하니까 덥썩 받아들였잖아.]


흐음. 때때로. 돈 잘벌면 장땡이다.


분명히 아까 얘기했다. 한 입으로 두 말하는거 아니다.


어쨌든 내가 주인공이니 만큼 오늘 집결지는 바로 <섭가장>이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설봉이가 도착하였고 거의 동시에 강준명 사범도 이리로 왔다.


그런데 진짜 웃기는 것이 세 사람 다 무슨 소풍이라도 가는 것처럼 엄청나게 들떠 있었다.


우리는 말 상태를 다시 한 번 점검하고 떠날 채비를 했다.


아울러 과거 강호 출도 경험이 신물나도록 픙부했던 나는.


둘째 형이 바리바리 싸들고 온 짐을 싹 정리하도록 종용했다. 그게 못마땅했던지 형은 이렇게 불만을 토로했다.


“야! 야··· 말 등에서 읽는 서책이 제맛이라는 말도 못들어 봤어? 왜 다 빼야 하는데?”

“아니, 평소에나 좀 공부할 것이지··· 그렇게 잔뜩 싸들고 가다가 말 지쳐서 죽게 만드려고? 그럼 나중에 사람이 지고 가야해. 나는 형 책 안 들어 줄거야.”

“그, 그런가···”


쯧쯧쯧. 꼭 공부도 못하는 인간들이 어디갈때 책 싸들고 가더라.


어쨌든 나는 어머니와 누나의 환송을 받으면서.


“얘, 무상아. 무리하지 않아도 좋으니까. 건강히 다녀오렴.”

“예. 어머니.”

“아니야. 거기 그냥 눌러 앉아서 우리 호강시켜 줘야해. 꼭! 호호호."

“아니, 누나. 그건 좀···”


마침내 <섭가장>을 나섰다.

목표는 무당산.


같은 호북성 내에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말을 타고 보름에서 이십 일은 족히 달려야 갈 수 있는 거리다.


그때 가장 앞에 선 강준명 사범이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자? 모두 준비 되었는가?”


잔뜩 흥분한 설봉이가 큰 소리로 대답했다.


“네!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그래. 출발!”


* * *


구설봉은 마치 ‘강호 초출’ 이라도 한 것처럼 한참 들떠있는 상황이었다.


하긴 뭐 비슷하긴 하지 아울러 지상이 형 역시 그에 못지 않게 흥분 상태였다.


처음에는 조잘조잘 떠들기도 했지만 달리고 또 달리니까 결국은 할 말도 모두 떨어졌다.


기묘한 침묵 속에서 우리는 하루 종일 달렸고 저녁에 되면 객잔에 가서 쉬기를 반복했다.


강준명 사범이야 그렇다 쳐도 이 두 사람은 꿈에도 몰랐을 것이다. 무림 출타라는 것이 바로 이런 것임을.


삼 일째 까지는 그래도 좀 편했다. 우리 <섭가장>의 영향력 아래 있는 객잔에 묵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점점 무한에서 멀어질수록. <섭가장>의 약발이 그에 비례하여 떨어져갔다.


하, 그나저나 나의 팔자란 도대체. 어딜 가도 지도자가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란 말인가.


분명히 인솔은 강준명 사범이 하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지금 열심히 지도를 보면서 조금이라도 더 빠른 길을 열심히 찾고 있는 것은 나다.


왜 이런짓을 하고 있냐고? 나는 모든 일에 만전을 기하는 하오문 책사 출신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고는 객잔 따위에서 나는 법. <강호열전>에도 나와 있듯이 사고는 꼭 ‘객잔’ 내지는 ‘기루’에서 벌어진다.


여기다 거나한 ‘취기’까지 더해지면.


쾅!


사달이 나기 십상이다. 그러니 이곳을 조심해야 한다.

나는 이곳에 밥먹듯이 드나드는 <응조표국>에 부탁하여 가장 효과적인 경로에 대해 도움을 받았다.


아울러 구 국주님께서는 사람이 적으면서도 묵어가기 좋은 객잔 등에 대한 정보도 상세히 전해 주었다.


하오문에서 뼈저리게 배웠듯이 정보란 것은 매우 중요한 자산이다.


솔직히 나도 무척 지루했다. 내가 이 무식한 인간들하고 무슨 담화를 나누고 토론을 하겠는가.


솔직히 약간은··· 아주 약간은 기대했다.


혹시 짠 하고 녹림채의 산적이라도 등장한다거나. 길거리에서 패싸움이 벌어진다거나···


혹은 악당이 처녀를 희롱하고 있다거나··· 뭐 그런거 있지 않은가.


하지만 일단은 무당산이 워낙 유명한 곳이라 가는 길이 너무 잘 닦여 있었고.


아울러 구설봉의 외모는 너무 좀··· 누가 시비를 걸기에는 많이 부담되는 모습이었다.


게다가 강준명 사범과 나 또한 검을 차고 있다보니 어지간해서는 시비에 휘말리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게 열흘 남짓 달려갔을까. 돌연 강준명 사범이 말했다.


“얘들아. 우리 너무 빨리 가는 것 같다.”


내가 물었다.


“빨리 가면 좋은 거 아니에요?”

“주의사항에 씌여 있더라. 빨리 들어와도 안들여 보내주니까 기일에 맞춰서 오라고.”


그럼 진작에 말할 것이지. 나의 비범한 독도(讀圖) 능력과 방향감각 덕분에 근방에 일찍 도착한 우리 일행이었지만.


망할놈의 말코도사들이 세워놓은 규칙때문에 우리는 무당산 근방에 있는 객잔을 찾아 나섰다.


그러다가···


- 수심객잔(修心客盞)


주인이 누군지 모르겠으나 ‘무당’이라는 이름에 붙어 먹으려고 이런 이름을 붙이지 않았나 싶다.


규모는 결코 작지 않았지만 집기들이 낡고 헐어 볼품이 없었다.


아마도 역사가 굉장히 오래된 듯 싶었다.

(어쩌면 무당파와 풍파를 함께 했는지도 모르지.)


하여튼 지금까지는 친구 아버지 덕분에 가격 싸고, 위치 좋으면서도 사람이 없는 객잔을 잘 찾아 다녔지만.


세속과는 떨어진 무당산에 가까워질수록 객잔 아니라 숙소 비슷한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다고 노숙을 할 수도 없는 일이니 아쉽게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당연하겠지만 말을 받아주는 점소이 따위는 없었다.


우리는 썩어가는 울타리에 말들을 직접 묶어두고는.


끼이익.


귀신 우는 소리를 내는 출입문과 더불어 객잔 안으로 들어갔다.


여러모로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주 일관성이 있었으니 그 내부 역시 매우 낡아 빠진 것은 두 말할 나위가 없었다.


내가 중얼거렸다.


“이건 무슨··· 고대 유적지라고 해도 믿겠는데”


작가의말

예 선생 : 어휴. 또 객잔이야?

작가 : 그럼 빨래터에서 만날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시 찾은 무공이 너무 강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하게 되었음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4 22.12.17 840 0 -
공지 이후 연재주기 및 예정 연재 시간 말씀 올립니다(수정) 22.12.02 2,998 0 -
42 제42화. 두 번 말 안해요 +1 22.12.17 2,592 70 9쪽
41 제41화. 반칙입니다 +3 22.12.14 2,836 82 10쪽
40 제40화. 슬기로운 도가 생활 +7 22.12.13 2,985 76 10쪽
39 제39화. 인시수련(寅時修鍊) +6 22.12.12 3,282 84 9쪽
38 제38화. 갑론을박 +18 22.12.11 3,383 84 9쪽
37 제37화. 무당사협(武當四俠) +8 22.12.10 3,406 94 10쪽
36 제36화. 처음 뵙겠습니다 +6 22.12.09 3,799 89 9쪽
35 제35화. 귀가 가렵네 +6 22.12.08 3,888 100 9쪽
34 제34화. 기율관(紀律官) +11 22.12.07 3,937 91 10쪽
33 제33화. 너무 많이 나갔다 +4 22.12.05 4,096 99 10쪽
32 제32화. 궁서설묘(窮鼠齧猫) +8 22.12.04 4,452 91 11쪽
31 제31화. 입문 시험 +8 22.12.02 4,654 102 11쪽
30 제30화. 기자불립(企者不立) +8 22.12.01 4,548 99 11쪽
29 제29화. 내기 한 판 하자 +5 22.11.30 4,743 106 12쪽
» 제28화. 수심객잔(修心客盞) +5 22.11.29 5,057 106 11쪽
27 제27화. 농담 아닌데 +10 22.11.28 5,246 111 12쪽
26 제26화. 얘기와 다르네 +15 22.11.27 5,469 120 11쪽
25 제25화. 못 들으셨어요? +13 22.11.26 5,610 105 9쪽
24 제24화. 오해 +14 22.11.25 5,759 109 9쪽
23 제23화. 황소의 뒷걸음 +11 22.11.24 6,074 112 9쪽
22 제22화. 급속완해공(急速缓解功) +18 22.11.23 6,345 112 9쪽
21 제21화. 수뢰둔(水雷屯) +10 22.11.22 6,400 121 9쪽
20 제20화. 농담이야 +13 22.11.21 6,543 121 9쪽
19 제19화. 앉아 보세요 +6 22.11.20 6,725 115 9쪽
18 제18화. 잘못 골랐다 +7 22.11.19 6,703 107 9쪽
17 제17화. 여기가 어디라고 +10 22.11.18 7,196 121 9쪽
16 제16화. 손님이 오셨어요 +10 22.11.17 7,689 127 9쪽
15 제15화. 진맥 +11 22.11.16 8,016 112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