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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의 서재

다시 찾은 무공이 너무 강함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기연™
작품등록일 :
2022.10.31 23:52
최근연재일 :
2022.12.17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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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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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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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3,052

작성
22.11.28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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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27화. 농담 아닌데

DUMMY

월양후는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말했다.


“내가 듣기로는 말이야··· 한 놈이 다른 한 놈을 일방적으로 작살냈다고 하던데. 아니야? 혹시 내가 잘못 들었나?”


그 순간 제법 훈훈했던 ‘대화당’은 다시금 석빙고로 변모하고 말았다.


그렇게 순식간에 정적에 휩싸인 가운데.


매우 곤란한 표정으로 이를 수습하기 위해 탕현명이 얼른 뛰어들면서 말했다.


“아하하. 태사부님은 거기 계시지도 않았으면서. 무슨 말씀이세요.”


하지만 나는 월양후 같은 사람들의 성정을 잘 알고 있다.


이들은 잔뜩 당겨놓은 활 시위와 아주 비슷해서 이렇게 자극하면 자극할수록. 더욱더 심하게 튕겨져 나가기 마련이다.


아니나 다를까.


“뭐? 네가 그랬잖아.”

“태, 태사부님. 여기 사람들도 많이···”

“사람들 있는게 뭐? 분명히 네가 그랬잖아.”


그때 탕현명은 더욱 당황하면서 그의 소매를 잡아 끌려고 시도했다.


“태사부님, 태사부님. 우리 잠깐만 밖에 나가서 얘기를 좀···”


순간 월양후는 눈을 부라리면서 그의 손길을 피하더니 말했다.


“목검을 몽둥이 삼아서, 개천 다리 밑에 매달아 놓은 미친개 쳐죽이듯이 들이 패놨다고. 그렇게 때렸는데 머리통 안 깨진게 신기하다고. 네놈이 분명히 나한테 그렇게 얘기했잖아!”


그러니 이제.

첫째 어머니 여선자는 잠시 그의 말을 곱씹는 듯 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전후 관계를 깨닫고는. 너무나 분노한 나머지 거의 실신할 지경이 되었다.


그녀는 숫제 이성을 잃고 나를 향해 달려들면서 외치고 있었다.


“이놈! 첩년의 아들놈! 내가 너희 년놈들에게 얼마나 잘 해줬는데 네가 감히 내 아들을···”


이런···

우려했던 대로 축하 행사가 아니라. 점점 콩가루 가족 홍보 대회가 되어가고 있다.


이럴때 아버지가 짠하고 달려 나와서 그녀를 말려야 할텐데, 대가 약하고 우유부단한 나의 아버지는 어쩔 줄을 모르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쯧쯧쯧. 여전하구나, 여전해.’


이쯤 되고 보니 내가 개입해서 해결해야 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어머님!”

“누가 네 어머니냐? 나는 너같은 아들 둔적 없다. 이 비천한 놈! 듣기 싫어!”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저와 형은 일전에 약속했습니다. 형제 관계를 떠나 한 사람의 무인으로써 정정당당하게 비무하겠다고 말입니다.”

“닥치지 못해?”

“사실입니다, 어머님. 형님은 무림인 다운 모습으로 깔끔하게 패배를 인정하셨습니다.”


깔끔하긴 했다. 기절했으니까. 뭐 어쨌건간에 그가 앞으로 순순히 패배를 인정할 가능성은 눈곱만큼도 없을 것이다.


자기 엄마와 판박이니 만큼 지금쯤 어떻게 복수를 해야할지 골몰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지.


“아아! 정말 안타깝습니다. 어머님께서 이렇게 행동 하시면 그건 형님을 욕되게 하는 결과가 됩니다.”


나의 논리정연하면서도 감정적인 이야기선이 효과가 있었던지.


첫째 어머니는 다소간 흥분이 잦아든 정황이 포착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내가 원한 것이 아니다.


나는 첫째 어머니 곁에 가까이 다가가서는 한쪽 눈을 찡긋 하면서, 그녀만 들을 수 있도록 아주 조그맣게 속삭였다.


“너무 심려 마세요, 어머니. 누구 닮았는지 실력은 뭣도 없으면서 깝죽거리길래 정신 차리라고 몇대 줘박은 것 뿐이니까요. 혹시 대머리가 될 수는 있겠지만 죽진 않을 거예요.”


당연하겠지만 내 이야기를 들은 첫째 어머니는 기가 막히다는 표정에서 순식간에 분노 단계로 전환하는 신공을 선보이더니.


내가 원한대로 결국 손찌검을 시도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무공을 배우지 않은 여성들이 자주 사용하는 초식.


즉, 귀싸대기 후려치기를 시전한 것이다. 그때 나는 눈을 한번 반짝 하고는 또 다른 무공 잡기 중 하나인 항탄술(抗彈術)을 시도했다.


개방의 기인이 창안했다고 알려진 이 이상한 무공은 얻어 맞을 때 조차 반격을 시도하는 희한한 종류의 수법이다.


그 원리는 아주 단순한데.

얻어 맞는 부위 근방의 혈도를 개방하여 순간적으로 내력을 상대의 혈도로 급격히 주입해서.


상대 체내의 진기를 ‘순간’ 역류시키는 기술로써 사실 실전에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왜냐.

이 방법을 쓴다고 해도, 상대가 시전하는 타격의 충격은 고스란히 남기 때문이다. 누가 일부러 아프게 맞아가며 공격을 하려 하겠는가!

하지만 지금과 같은 경우, 그러니까 상대가 비무림인인 상황에서는···


“못된 놈! 이 나쁜 놈아! 네가 감히.”


짝!


아주 찰진 소리와 더불어 나의 뺨이 제대로 돌아갔고.


아니, 돌아간 척했고. 내가 주입 후 지극히 작게 폭발시킨 극미량의 내력은.


그대로 첫째 어머니의 체내에 반응을 일으키면서.


“아악!”


외마디 소리를 지르면서 그대로 혼절해버렸다.


물론 이 모든 동선을 미리 계획하고 있던 나는 그녀가 바닥에 쓰러지기 전 기가 막힌 자세로 부축하는 것도 모자라, 너무나 걱정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어머님! 어머님! 정신 차리세요!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광분해서 기절하는 배다른 어머니를.


뺨을 맞고도 지극정성 보필하는 불쌍한 자식처럼 비춰졌을 것이다.


사실 비무림인에 무공을 시전하는 것은 금기사항이지만, 전에 내가 말했던가. 나는 강호의 도리 따위는 깃털처럼 가볍게 여기는 대 하오문 책사 출신이라고 말이다.


하하하.


어쨌든 나의 연기는 매우 뛰어났기에, 얼른 의원을 불러오라면서 처절하게 울부짖었고 잠시후 시녀들이 그녀를 데려갔다.


그때 탕현명의 표정이란 건 혼자 보기 아까울 만큼 재미난 것이었다.


기껏 좋은 뜻으로 남의 집에 방문했는데 그야말로 한바탕 난리가 났다.


게다가 그 사달의 빌미는 동문 대선배가 제공 하였으니 그야말로 황당하면서도 바늘 방석에 앉은 기분일 것이다.


그때 탕현명이 말했다.


“저··· 그럼 저희는 이만··· 가보는 것이 좋겠군요.”


숙부심 역시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혹시나 돈 줄 날아갈까 심려하는 마음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그렇습니다. 할 일은 모두 끝마쳤으니 이제 그만···”


하지만 대번에 월양후가 치고 들어왔다.


“뭐야? 현명이. 확인할 게 있다면서. 나보고 좀 봐달라며?”


도저히 외모로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아 생경하지만. 그래도 태사부란 사람이 이렇게 떼를 쓰는 가운데 아버지는 누가 봐도 예의상 한 마디 했다.


“그럼요. 이렇게 오시자마자 가시면 섭섭합니다. 연회도 마련해 놓았고 말입니다.”


그러자 월양후는 껄껄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당연하지. 대접해주는 마음도 헤아려야지. 밥은 먹고 가자. 응?”


내가 보기에 저 태사부라는 별종은 반로환동을 하긴 했는데. 정신도 같이 어린애로 돌아가 버린 게 아닌가 싶다.

그렇지.

오랜만에 썩 마음에 드는 인간을 만났다.


* * *


원래는 떠들썩하게 거행되어야 했겠지만 최소한의 인원만 모여 조심스러운 만찬이 진행되었다.


늦겨울 호수 빙판 위에서 밥을 먹는 기분이랄까.


솔직히 얘기하면 아버지는 첫째 어머니를 별로 걱정하는 것 같지 않았다.


정략 결혼인 것도 그렇지만, 그의 마음은 이미 첫째 어머니를 떠난지 오래였으니까.


좀 심하게 말해서 기절을 했든, 발광을 했든 죽지만 않았으면 만족일 것이다.


뭐, 어쨌든.

본래 숙수가 집에 돌아오면 요리는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지?


우리 역시 맨날 지지고 볶고 기름진 음식을 다루는 객잔과 기루 사업을 하다보니 집에서는 단촐하게 먹는 편이지만. 오늘만은 그래도 밥상에 힘 좀 줬다.


그걸 또··· 월양후는 아주 맛깔나게 와구와구 씹어 삼겼다.


먹는 것인지 흡입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백주를 곁들여 거하게 식사를 마친 그는···


끄으윽.


배를 두드리면서 만족스러워 했다. 그 모습을 계속 주시하고 있던 탕현명은 기회를 봐서 얼른 말했다.


“태사부님. 그럼 이제 가보실까요? 주인분들도 좀 쉬셔야···”


그때 월양후가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얘 등급 좀 봐달란 거 아니었어?”


뜬금 없는 그의 발언.

사람이 무슨 도축장의 소, 돼지도 아닌 다음에야. 등급이라니?


참으로 저 늙송이는···

···보면 볼 수록 마음에 든다.


어쨌든 탕현명이 난감해 하면서 말했다.


“아··· 그게···”

“아니야?”


탕현명은 이 인간이 또 헛소리를 할까 두려웠던지 얼른 긍정하고 말았다.


“맞습니다. 등급이란건··· 좀 그렇고. 우리 무당이 원하는 재목인지 아닌지 좀 궁금해서요. 한 달 뒤에 태사부님은 여기 안 계실거잖아요.”

“흐음. 그야 나도 모르지.”

“그러면···”


드르륵.


그는 의자를 밀면서 일어나더니 어깨를 가볍게 풀면서 입을 열었다.


“여기는 적합한 분이 안계시니··· 어떻게 저라도 가볍게 비무를 해볼까요? 아주 살살이요.”


순간 나는 눈을 반짝였다.


그렇지. 이런 왕건이를 상대해야 강호에서의 나의 위명이 쑥쑥 클 것이다.


아니, 아직은 좀 이른 것 같기도 하고···


쬐끔 고민되는걸. 하지만 월양후는 생각이 다른 모양이다.


“됐어. 필요없어. 아까 봤잖아.”


물론 탕현명은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되물었다.


“아까 언제요?”

“했잖아.”

“그러게 무슨 비무를 했다고 그러세요?”

“자기네 계모하고 한 판 붙었잖아.”


그때 사람들의 표정은 굳이 내가 묘사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계모는 아니지만, 지금 그걸 바로잡을만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게다가 솔직히 말해서 나는 좀 가슴이 철렁했다. 그때 숙부심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아하하. 어르신께서는···”

“어허! 어르신이라니! 짜증나게. 삼촌 정도로 퉁 치자.”

“사, 삼촌님께선··· 농담도 잘하십니다.”


그러자 월양후는 숙부심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말했다.


“농담 아닌데?”


그렇게 숙부심 사부가 화들짝 놀라는 찰나.


드르륵.


돌연 월양후가 벌떡 일어나더니 말했다.


“다 먹었으니 나 먼저 간다.”


황당해 할 만도 하지만 탕현명은 익숙한듯 이렇게만 말했다.


“어디 가실건데요?”

“여기 오랜만에 왔으니. 거지 새끼 좀 보고 가야겠다.”

“네?”


그는 돌연 씩 하고 웃더니 나를 보면서 말했다.


“아까 이놈 하는 짓거리를 보니까 문득 그 거지 새끼가 생각나서 말이야.”


탕현명이 물었다.


“다시 오실거죠?”

“아니.”

“그럼 어떻게 해요? 또 떠나시려고요?”


그는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한 달 후에 무당산에서 보자고. 이 ‘인성 파탄난 놈’ 입문 시험 보는 날 말야. 선심 좀 썼다. 이몸이 직접 행차하기로 마음먹었단 얘기지.”


그러더니 월양후는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휭하고 날라 버렸다.


그야말로 엄청난 경신법. 이미 사라진 신형 저 너머로 바람결에 그의 목소리가 실려온다.


“오늘 잘 먹었소. 주인장.”


그렇게 나는.

어느덧 ‘인성 파탄자’가 되어 있었다.


* * *


형은 일주일만에 요양을 마치고 돌아왔고. 첫째 어머니 역시 무사히 깨어나 건강한 상태였다.


천만 다행히도 그녀 역시 자기 성깔을 못이겨 기절한 줄 알고 있었다.


어쨌든 우리 <섭가장>에서 이제 나를 무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머니들과 형들 빼고.)


하지만 월양후에 의해, 형에 대한 나의 무자비한 폭행이 싹 까발려진 이후로 이번에는 무시 대신 ‘무(無)인성’ 쓰레기 논란에 휩싸이게 되었다.


하지만 늘 이야기 하듯이. 나는 그 따위 것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대신 무당파 입문 시험을 핑계 삼아서 알찬 폐실(?) 수련을 마친 나는.


마침내 무당산의 맑은 공기를 쐬기 위해 집을 나서는 참이었다.


‘자, 무당파 녀석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번 구경하러 가보실까?’


작가의말

예 선생 : 이상하네. 왜 이제야 1화가 시작하는 것 같지?

작가 : 기분 탓일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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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7화. 농담 아닌데 +10 22.11.28 5,247 111 12쪽
26 제26화. 얘기와 다르네 +15 22.11.27 5,469 1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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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22화. 급속완해공(急速缓解功) +18 22.11.23 6,345 1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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