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기연™의 서재

다시 찾은 무공이 너무 강함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기연™
작품등록일 :
2022.10.31 23:52
최근연재일 :
2022.12.17 01:05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292,982
추천수 :
5,553
글자수 :
183,052

작성
22.12.17 01:05
조회
2,598
추천
70
글자
9쪽

제42화. 두 번 말 안해요

DUMMY

그러더니 문득 화들짝 놀라면서 첨준원의 양팔을 놓아주었다.


첨준원은 그대로 바닥에 주저 앉았고.


오붕곤은 잔뜩 긴장한 채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그를 향하여, 나는 저벅저벅 걸어갈 뿐이다.


그때 정신을 좀 챙긴듯한 첨준원이 바닥을 짚고 비틀거리며 일어나면서 말했다.


“섭 사제. 이제 그만두는 것이 좋겠어. 사부님들이라도 아시는 날엔 혹여···”


나는 고개를 돌려 빙긋 웃으면서 말했다.


“상이라도 주실까봐요? 에이, 그런건 괜찮습니다. 저는 칭찬 받으려고 이러는 거 아니에요. 그저 사형님들의 말씀을 충실히 이행할 뿐이죠.”


그때 곁눈으로 오붕곤의 표정을 보아하니.


그는 내가 한눈을 파는 작금의 상황을 천금 같은 기회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것이 멧돼지를 위한 올무인지도 모르고 말이다.


순간 오붕곤이 달려들면서 외쳤다.


“이 호로새끼가! 사형들을 뭘로 보고!”


거, 수행하는 사람이 입도 더럽게 지저분한 그는, 아무래도 금나수를 주무기로 삼는 모양이었다.


이번에는 태극십삼세(太極十三勢)를 펼치면서 할퀴듯 나의 상반신을 장악하려고 했으니까.


뭐, 좋다.

애착 무공을 만드는 것은 무림에서 살아남기 위한 훌륭한 비책이다.


하지만 물론 그런것도···


“사람을 봐가면서 하셔야죠. 사형.”


그렇게 내 허리를 거꾸로 접어 버릴 기세로 달려든 오붕곤이었는데.


아쉽게도 나는 유운신법의 오묘한 도리를 활용해 오히려 그의 왼편으로 순식간에 근접하더니.


그의 귀에다가 이렇게 속삭여주었다.


“왜 그러세요? 사형. 약해 빠진 사대 제자 녀석들 몇 놈 때려눕히고는 아주 기세 등등한 저같은 놈 앞에서 말이에요.”


당연히 오붕곤은 기겁하더니, 즉시 오른쪽 팔꿈치를 세워 그대로 내 얼굴을 찍어 왔는데.


순간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나의 친애하는 구설봉을 흉내내어 그대로 머리통을 들이밀어 버렸다.


그것도 엄청난 내력을 실어서 말이다.


빠각!


사람과 사람의 몸이 부딪혀도.

이렇게 듣기에 끔찍한 소리를 낼 수 있다니.


역시 소우주인 인간의 육체는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물건이다.


이렇게 아름다운 신비를 눈앞에 두고서.


오붕곤은 탈골된 팔꿈치를 틀어쥔 채 크게 비명을 질렀다.


“으으으억!”


나는 싱긋 웃으면서 말했다.


“사형. 사내가 되어서 뭐 그렇게 엄살이 심하십니까.”


그러면서 나는 그의 멀짱한 왼팔을 그러잡고는.


그가 첨준원에 한것과 똑같이 내 몸쪽으로 왈칵 잡아당겼다.


그런데 이제는 눈치 챘겠지만.


내 동작 하나하나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결코 허투루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그의 팔을 잡는 그 순간.


나는 무당파가 남긴 신비의 금나수법이라는 무영신나수(無影神拿手)를 발휘하고 있었다.


이름만 들어도 신나는 이 금나수는 사실 무당파에서 대놓고 가르치지 않는다.


하오문에서 본 훔쳐서 베껴온 수기 판본이 아니었더라면, 나도 영영 그 정체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좋은걸 왜 안가르쳐 주냐고?

겉으로는 온갖 착한척을 다하는 무당파 도인들이지만.


실제로 마도와 전쟁이라도 벌어지는 극악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포로를 ‘심문’ 해야할 순간이 반드시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렇다.

이 무영신나수는 사실.

무당파의 비밀 고문 수단이었다.


겉으로는 매우 점잖아 보이지만.


내력과 악력을 적절히 조화시키면서 상대의 근골을 딱 부서지지 않을만큼만 헤집어 버리는 이 금나수가 무서운 이유는.


그것이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소리 지르는 것 조차 잊게 만들어주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최대한의 반항이라고 해봐야···


이를 테면 지금 눈 앞에 있는 오붕곤처럼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면서 애원의 눈빛을 던지는 것 정도?


그렇게 나는 그를 향해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나는 내일 당장 무당파 짤려도 아무 상관없어요. 그런데 사형들은 어떤지 모르겠네. 우리 입 다물고 조용히 삽시다. 응? 두 번 말 안해요.”


* * *


어쭙잖게 자기를 괴롭히려 드는 자를 만났을 때는.


똘기 충만함을 보여주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오붕곤 일당에게 아낌 없이 나의 똘기를 펼쳐 보이고 난 이후.


다행히 그들에게서는 추가적인 반응이 없었다.


아니, 반응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들 일행은 나와 첨준원을 슬슬 피해다니기 시작했다.


전형적인 반응이다.

어딜 가나 그런 놈들일수록 기가 막히게도, 강한 자에게 약하고 약한 자에게 강한 정책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얼마 후.


첨준원 역시 아주 특이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섭 사제.”

“네. 첨 사형.”

“하나만··· 부탁해도 될까?”

“그럼요. 말씀하십시오.”

“···나도 강해지고 싶어. 그러니까··· 섭 사제처럼 말이야.”

“예?”

“강해지고 싶다고! 괜찮다면 나 좀 도와줘.”

“아니, 그런거라면 사부님께 말씀하시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그는 민망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


“그분들은··· 이미 나를 포기했어. 하지만 섭 사제는··· 어쩐지 섭 사제는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잠시 나는 빤히 그를 쳐다보다가 천천히 말했다.


“좋습니다. 사형. 어느 정도는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나머지는··· 모두 사형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습니다.”


* * *


진리는 생각보다 훨씬 더 우리 주변에서 잠자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미 스스로 절대 신공을 창안해 얻은 바에야.


게다가 야매이기는 하지만, 무당파의 무공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나로서는.


솔직히 무당파에 무슨 배울 것이 더 있을까 의문이었다.


하지만 그 의문에 가시는 데는, 채 두 달이 걸리지 않았다.


유서 깊은 그들의 전통에 따른 교육 과정을 밟는 동안. 나는 무당파의 저력을 여지 없이 느낄 수 있었으며.


실제로도 무학에 엄청난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


아! 그 엄청난 발견과 깨달음들을.


일일이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다소 안타까울 뿐이다.


이렇게 원래도 뛰어난 오성과 감각을 지닌 천재였던 나는. 놀랍게도 더욱더 발전하고 또 발전을 거듭했다.


생각보다 시간 또한 빠르게 훌훌 지나갔다.


벌써 이곳에 들어온지도 일년이 지났으니 말이다.


누군가 말했던가.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그건 사실이었다. 놀랍게도 나는 이 끔찍한 도장 생활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딱 한 가지.


새벽마다 이루어지는 그 끔찍한 제례만 뺀다면 말이다.


그것만은···

아무리 참석해도 도저히 익숙해지질 않는다.


그렇지만 무당파 도사 노릇이라는 것은 참으로 단조롭고 지루한 나날의 연속이었으니.


그 날이 이 날 같고, 이 날이 저 날 같아서 좀처럼 차이를 느낄 수가 없었다.


그러니 바깥 세상에 대한 그리움과 열망은 점차로 켜켜이 쌓여가게 되었다.


'제기랄 약속한 삼 년을 언제 다 채운단 말인가. 이러다 말라 죽는거 아닌지 몰라···.'


그런데 말이다.


어느날 부턴가 나는 장문인을 비롯한 무당파 제자들의 눈이 돌연 반짝거리고 열의에 차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모습이 하도 신기해서 나는 기영무에게 물었다.


“기 사형.”

“왜?”

“요즘 다들 정말 열심히 수련하는 것 같아요.”


기영무는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그야 무당파는 항상 열심히 수련해 왔으니까.”

“흐음. 그렇긴 한데요. 요즘 느껴지는 분위기는 뭔가 조금 더··· 활기차다고 할까요?”


그러자 기영무는 손가락을 ‘딱’하고 한차례 튕기더니 말했다.


“아하! 그렇지. 섭 사제는 잘 모르겠구나.”

“뭘 말입니까?”


그때 옆에서 듣고 있던 첨준원이 말했다.


“이제 석 달 정도 있으면 <강호논담>이 열리거든.”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강호논담>이요?”


다시 기영무가 대답했다.


“그래. 본래 이름은 따로 없었지만··· 어쩌다 보니 그런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고 들었어.”

“그게 뭔데요?”


그의 설명에 따르면.


그 이름도 광오한 <강호논담>이란 행사의 정체는 바로 무림의 유력 세력간의 친목 모임이었다.


보통 백도에서 가장 중요하고 공적인 행사들은 과거 <무림맹>의 기능과 역할을 승계한 <정의맹>의 주체로 열렸지만.


그쪽은 사실 완전히 전통적인 구파(九派)들의 잔치라고 할 수 있었으므로.


그런 것과는 별도로 중원에서 전통적으로 가장 잘 나간다고 할 수 있는 네 곳의 무림 집단.


즉, 무당파, 소림사, 개방, 남궁세가의 수뇌부와 주요인사가 삼 년마다 별도로 모여서 중요한 정보를 나누고 의사결정을 하는 등 그들만의 회의를 개최했는데···


“아이고. 듣기만 해도 지루하게 느껴지는데요?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단 말인가요?”


기영무가 웃으면서 대답했다.


“얼핏 생각하면 그렇겠지. 하지만 생각해봐. 혈기왕성한 강호인들이 삼년 마다 한 번씩 한 자리에 모이는데. 과연 조용히 차나 한잔 마시고 넘어갈 듯 싶으냐?”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씩 웃으면서 말했다.


“아하, 이제 무슨 뜻인지 알았습니다. 힘좀 깨나 쓰는 남자들끼리 모였으니 무슨 짓을 벌일지는 뻔할 뻔자죠 뭐.”

“그래, 더 말해봐야 무엇하겠어.”

“그럼 그건 대체 언제 한답니까?”

“이번 <강호논담> 총회는 두 달 뒤 개방의 본타가 있는 ‘개봉’에서 열릴 예정이야. 각 세대별 대표 제자들이 그 대회에 참석하게 될거고 말이야.”


작가의말

여기까지 와주신 독자님들, 그간 감사했습니다! 새로운 작품으로 다시 만나뵐 때까지 몸 건강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다시 찾은 무공이 너무 강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하게 되었음을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4 22.12.17 842 0 -
공지 이후 연재주기 및 예정 연재 시간 말씀 올립니다(수정) 22.12.02 3,000 0 -
» 제42화. 두 번 말 안해요 +1 22.12.17 2,599 70 9쪽
41 제41화. 반칙입니다 +3 22.12.14 2,842 82 10쪽
40 제40화. 슬기로운 도가 생활 +7 22.12.13 2,991 76 10쪽
39 제39화. 인시수련(寅時修鍊) +6 22.12.12 3,288 84 9쪽
38 제38화. 갑론을박 +18 22.12.11 3,389 84 9쪽
37 제37화. 무당사협(武當四俠) +8 22.12.10 3,412 94 10쪽
36 제36화. 처음 뵙겠습니다 +6 22.12.09 3,805 89 9쪽
35 제35화. 귀가 가렵네 +6 22.12.08 3,894 100 9쪽
34 제34화. 기율관(紀律官) +11 22.12.07 3,943 91 10쪽
33 제33화. 너무 많이 나갔다 +4 22.12.05 4,102 99 10쪽
32 제32화. 궁서설묘(窮鼠齧猫) +8 22.12.04 4,458 91 11쪽
31 제31화. 입문 시험 +8 22.12.02 4,660 102 11쪽
30 제30화. 기자불립(企者不立) +8 22.12.01 4,554 99 11쪽
29 제29화. 내기 한 판 하자 +5 22.11.30 4,749 106 12쪽
28 제28화. 수심객잔(修心客盞) +5 22.11.29 5,064 106 11쪽
27 제27화. 농담 아닌데 +10 22.11.28 5,255 111 12쪽
26 제26화. 얘기와 다르네 +15 22.11.27 5,477 120 11쪽
25 제25화. 못 들으셨어요? +13 22.11.26 5,617 105 9쪽
24 제24화. 오해 +14 22.11.25 5,766 109 9쪽
23 제23화. 황소의 뒷걸음 +11 22.11.24 6,082 112 9쪽
22 제22화. 급속완해공(急速缓解功) +18 22.11.23 6,353 112 9쪽
21 제21화. 수뢰둔(水雷屯) +10 22.11.22 6,408 121 9쪽
20 제20화. 농담이야 +13 22.11.21 6,550 121 9쪽
19 제19화. 앉아 보세요 +6 22.11.20 6,733 115 9쪽
18 제18화. 잘못 골랐다 +7 22.11.19 6,711 107 9쪽
17 제17화. 여기가 어디라고 +10 22.11.18 7,204 121 9쪽
16 제16화. 손님이 오셨어요 +10 22.11.17 7,698 127 9쪽
15 제15화. 진맥 +11 22.11.16 8,026 112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