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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연™의 서재

다시 찾은 무공이 너무 강함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기연™
작품등록일 :
2022.10.31 23:52
최근연재일 :
2022.12.17 01:05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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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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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83,052

작성
22.11.22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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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제21화. 수뢰둔(水雷屯)

DUMMY

하지만 소양준은 이것을 시정잡배의 협박 정도로 여겼던 모양이다.


그는 피식 웃는 입술 모양과 더불어 서서히 검집을 개방한 후.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때 구원정 국주가 벌떡 일어나더니 나에게 외쳤다.


“무상아! 내 검을 사용해.”


으음. 그냥 손으로 전달해줘도 충분할 텐데. 좀 더 극적인 효과를 노렸던지 그는 굳이 그 무거운 검을 검집채로 던져주었다.


척.


나는 검을 말아쥔 뒤, 검집을 뽑아 탁자위에 내려 놓았다.


두려움은 없었다. 진검을 마지막으로 쥔 것은 꽤 오래되었지만 그것은 마치 어제 일 인것처럼 생생하기만 했으니까.


쓰윽 내려다 보니 국주의 검은 ‘보검’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상검’ 정도의 등급은 부여할 수 있을만 했다. 예리한 날이 예사롭지 않게 번뜩였다.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건만 탁자를 치워놓은 연회장 한편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고 보니 오늘 회합 장소가 드넓은 연회장인 것은 마치 지금 이순간을 위한 배려인 것만 같았다.


<태산파>의 소양준.


하필 이놈이 여기 온 이유 역시 명확하다. 그들의 입장에서 ‘흉수’란 녀석은 구설봉 또래일 것이 분명했고.


명분과 실력을 모두 갖춘 이 소양준이란 녀석을 보내어 앙갚음을 하려고 계획을 수립한 것이다.


적어도 신어신과 소양준은 그랬을 것이다.


어쨌든 무림 대다수 문파의 무공들은 최소한 이론적이나마 나의 머릿속에 선명히 존재하고 있다.


한때 태산파 무공 또한 열심히 연구한 적이 있었다. 태산파의 전성기는 약 이 백년 전. 그들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고수들이었다.


지금은? 물론 급전직하했다. 나는 그 단절에 대해 의문을 품고 그 전승과정에서 소실된 ‘기연’이 있는지를 연구했던 것이다.


그 결론은··· ‘없다’였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태산파는 구파일방에서 제외되며 재원의 수준이 낮아지는 악순환을 밟았을 뿐이다.


그러니 눈앞의 이 자식은 ‘임자 만났다’고 복창하면 되는 것이다.


저절로 피식 웃음이 나온다. 하지만 얼굴 표정은 살짝 겁먹은 듯한 모양을 연출했다.


상대의 방심을 끌어내는 일은 언제 어느때 사용해도 유용한 전술이다.


그때 소양준이 말했다.


“선공을 양보하리다.”


바로 이걸 원했다.

명문정파 아이들은 이런게 멋있는 줄 알더란 말이지. 어차피 둘이 싸울 때는 이것저것 가릴 게 없지만 공증을 받는 싸움에서는 이 ‘명분’이 아주 중요하다.


그의 말이 떨어지던 즉시 나는 수민보를 활용하여 미끄러져 갔다. 선공 양보에 대한 겸양 같은 것은 생사를 걸고 하는 비무에서 세상 멍청한 짓이다.


죽고나면 두 번의 기회란 것은 다시 없으니까.


상황이 오면 바로 출수하는 것. 그것이 생존의 비결이며, 살아남는 놈이 강자이다.


뭐, 그렇다고는 해도. 단박에 모가지를 칠 수 있는 형편은 아니었기에 손속에 좀 여유를 두려고 했다.


아무리 잡아 놓은 바퀴벌레라 해도 너무 빨리 죽이면 재미가 없지 않겠는가.


내 머릿속에 수십 수백가지의 검법이 아른거렸지만.


아직도 아니다. 나의 정체를 드러내는 것은 아주 결정적인 순간이어야 한다. 강호에 소문이 나면 피곤한 일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의 선택은 이번에도.


- 삼재검법


쾌검이 따로 있던가?

평범한 검식도 내가 재빨리 휘두르면 쾌검식이 된다. 맹호희산의 수법으로 검을 휘두른 나는.


휘잉.

서걱.


찰나에 그놈의 소맷자락을 베어버리며 씨익 웃어주었다.

내가 워낙 빨랐기 때문인지 소양준은 깜짝 놀란 것 같았다.


그래도 상황 판단이 꽤나 명민한 놈이다.


그는 사태가 심각한 것을 깨닫고 얼른 쌓아놓은 식탁을 등지고 돌아섰다.


내가 웃으면서 말했다.


“좋은 전략이야.”


아울러 그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이내 태산파가 아랫목 곶감처럼 아껴둔 <대산금강검(大山鑽石劍)>을 구현하기 시작했다.


검을 쓰는 자세가 워낙 독특하므로 보는 즉시 알 수 있었다.


‘뭐야. 초장 댓바람부터 이걸 쓰다니···’


놈이 당황하긴 당황한 모양이다. 보는 사람에게는 평범한 삼재검법 이었겠지만.


실제 겪어보는 이에게는 삼재(三災) 검법이나 다름이 없었을테니.


여하간 생각해보라 그래도 아직 끝발이 남은 태산파의 난다 긴다 하는 후기지수가, 어디 시골 무관에서 삼재검법이나 쓰는 놈한테 지면 얼마나 쪽팔리겠는가.


그러니 마음이 급할만도 하다.


반드시 이기기로 마음 먹은 소양준은 시작부터 가문의 필승 전략인 필살기를 발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 불청객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때? 굉장히 어렵지? 난해하지? 도와줄까?]

‘됐거든요.’


‘대산금강’은 아주 묘한 무공으로 이는 쾌검술이면서도 일종의 진식을 만들어내는 ‘얕은 수’인데.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행하는 세상 둘도 없는 검술이다. 뭐, 굳이 별명을 붙여 보자면 공방검(攻防劍)이라고나 할까.


물론 ‘얕은 수’라는 것은 그 원리를 아는 사람에게 그렇다는 것이고.


뭣도 모르는 놈들은 그 현상에 휩쓸려 희롱당하다가 결국은 지친 상태에서 역공을 당해 박살나기 마련이다.


쯧쯧쯧.


하지만 진식 아니라 진식 할애비까지 모든 공부를 마친 나는 그 약점이 어딘지 꿰뚫어 볼 수 있는 혜안을 갖추고 있었다.


그 혜안을 조금 발동해 보자면··· 그의 내력과 경험이 아직 부족한 바, 방어진을 완벽하게 형성하지 못한 위치가 존재하고 있었다.


아무리 보지 않으려고 해도. 중원에서 가장 위대한 무공연구가이자 세상에서 가장 날카로운 시야를 가진 나에게는 다 보인다.


[또 지랄한다.]


그곳은 바로 육십사괘 방위에 따르면 <수뢰둔(水雷屯)>의 자리로써.


물속에 우레가 있는 상으로, 이 부위는 본래 <대산금강검> 초심자가 연마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자리다.


바로 그 자리 즉, 수뢰둔의 방위에.


입으로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손으로는 부드러우면서도 매우 시의 적절하게 일검을 날렸다.


다른 복잡한 검식은 쓸 필요도 없다. 찌르기를 극대화시키는 기본초식.


- 팔방풍우


그렇게 나의 일격이 적절한 방위에 닿자마자.


쨍.


검과 검이 맞붙는 시끄러운 소리와 더불어.


찌직 찌직.


하고 내력이 새어나오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다. 나는 이처럼 그의 부실한 우물(井)을 깨뜨렸다. 그러자 그 안에 잠자던 우레가 발출되며 부작용을 일으켰고. 이내 진식을 통해 구현되어야 할 대산금강검에게 혼란을 가하면서.


콰콰콰콰.


그 전체의 방어진이 깨어지는 연쇄효과를 구현했다.


‘아우. 속이 다 시원하네.’


이처럼 홀로 펼치는 검진은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는 합격 진법과는 달라서. 딱 한 번 삐끗하는 것만으로 모든 공격이 수포로 돌아가는 맹점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의 수비가 무너져내린 바로 지금. 나는 운종보를 펼쳐 그의 옆에 바짝 붙어서 외쳤다.


“소양준! 너는 복수에 눈이 멀어 정파의 도리를 팽개쳤다. 네놈은 감히 죄도 없는 자의 팔을 탐했으니, 나는 너의 목을 베어 그 과보를 받아야겠다!”


내가 떠들었지만 이치에 맞는 소린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이렇게 해야 멋있을 것 같았다.


당연하겠지만. 신어신, 왕입성을 비롯해 구 국주와 설봉이 등 너나 할 것 없이 난리가 났다.


“안돼! 무상아! 참아야해!”

“그만! 비무를 멈춰!”


하지만 나는.


부웅.


더없이 단호하게 검을 휘둘렀다.


빡!


그와 동시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소양준의 몸뚱이는. 끈 떨어진 연처럼 맥없이 날아가더니. 그대로 탁자를 쌓아놓은 곳에 쳐박히고 말았다.


꽝.

우당탕탕탕.


응?

그런데 이건 대체 무슨 일인가. 자세히 보니 소양준은 목이 달아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방금 났던 소리도 정말 이상하기 그지 없었다. 그렇지 않은가? 검을 휘둘렀는데 ‘빡’이라니.


물론 이유는 단순했다. 칼날이 아니라 면(面)쪽으로 돌려 그의 목을 후려쳤던 것이다.


어떤가? 그 짧은 시간에 펼친 나의 기지가.


“후아~!”


나는 설봉이를 흉내내어 고개를 뚜둑뚜둑 꺾으면서 바닥에 널부러진 그를 향해 다가갔다.


소양준의 목을 보아하니 핏줄이 터져 벌써 까맣게 멍울이 올라오고 있었다.


음. 더럽게 세게 후려치긴 했나보다.


모르긴 몰라도··· 아프기도 죽도록 아프고, 정신도 없을 것이다. 물론 쪽팔린게 제일 크겠지만···.


어쨌든.

나는 그의 면전에 불쑥 쪼그리고 앉아서 말했다.


“네 녀석이 아니라 네 부모를 생각해 자비를 베푼 것이다. 한꺼번에 형제를 다 잃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니까. 그러나 두 번의 기회는 없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그순간 신어신이 뛰쳐나오는 것이 보였다. 그녀는 바닥에 넘어진 소양준을 부축하면서 나를 노려보았다.


그 시선이 너무 따가운 나머지 기분이 나빠진 내가 말했다.


“왜요? 그냥 모가지를 댕강 잘라 드릴걸 그랬나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는데.”


작가의말

예 선생 : [구독, 좋아요, 알람 설정은 사랑♥입...]

작가 : 어어어! 여기는 그거 아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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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제41화. 반칙입니다 +3 22.12.14 2,841 8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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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제30화. 기자불립(企者不立) +8 22.12.01 4,553 9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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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제22화. 급속완해공(急速缓解功) +18 22.11.23 6,352 112 9쪽
» 제21화. 수뢰둔(水雷屯) +10 22.11.22 6,407 121 9쪽
20 제20화. 농담이야 +13 22.11.21 6,549 121 9쪽
19 제19화. 앉아 보세요 +6 22.11.20 6,732 115 9쪽
18 제18화. 잘못 골랐다 +7 22.11.19 6,710 107 9쪽
17 제17화. 여기가 어디라고 +10 22.11.18 7,203 12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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