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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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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최근연재일 :
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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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20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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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81. 내홍內訌

DUMMY

무림맹 맹주실의 공기는 싸늘하다 못해 냉기가 흘렀다.

정주로 파견된 주작당 일개 조가 정주에는 들어가지도 못하고 허창許昌 부근 산속에서 몰살을 당한 것이다.

무림맹 정주 지부에서는 무한에서 출발한 주작당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약속된 시일이 한참 경과해도 주작당이 나타나지 않자 무한으로 되짚어 오다 허창 부근 산속에서 몰살된 주작당을 발견했던 것이다.

“필히 무림맹 내부에 놈들의 첩자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주작당주 부운검 번량이 탁자를 손으로 탕탕 치며 언성을 높였다. 자신이 맡고 있는 주작당의 일개 조 스무 명이 몰살을 당했으니 분노 할만도 했다.

“번 당주의 심정은 십분 이해하나 그리 쉽게 하실 말씀이 아니시오.”

허세학 부맹주가 점잖게 번량을 타일렀다. 첩자 운운하는 것은 조직에서 쉽게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조직이 와해될 수도 있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겠습니까? 주작당이 정주로 간다는 사실은 출정하는 조원들도 몰랐던 일입니다. 저번 난주 사건 이후로 우리가 얼마나 보안에 신경을 썼습니까? 그럼에도불구하고 놈들은 정주 초입 산속에서 주작당을 기다리고 있다가 기습을 한 것입니다. 우리 쪽에서 정보가 새나가지 않았다면 주작당이 가는 길목을 그리 정확하게 알고 기습을 준비할 수 없질 않겠습니까?”

번량이 여전히 언성을 높이며 자신의 생각을 고집했다. 사실 고집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쉬쉬할 문제만은 아닌 듯 합니다. 저도 번 당주의 말을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백호당주인 모용철이 번 당주를 지지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그게 누구란 말이오?”

“그걸 알고 있으면 무엇이 문제겠습니까?”

성질 급한 팽보기 부맹주의 물음에 허세학 부맹주가 답답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제갈청은 난감했다. 자신은 일찍이 무림맹 내부에 놈들의 첩자가 있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래서 정주 작전도 극비리에 진행한 것이다. 그런데 그마저도 놈들이 알고 기습했다. 그렇다면 무림맹 수뇌부에 놈들의 첩자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렇지만 생각만으로 그런 생각을 입 밖에 꺼내기는 힘들었다.

“제갈군사의 생각은 어떠시오?”

제갈청이 답답해하고 있는데 마치 그걸 알기나 하듯이 맹주가 물어왔다.

“이렇게 된 마당에 철저히 조사해보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공개적으로 추진할 일도 아닌 듯 하니 저희 군사부에서 은밀히 내사內査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자칫 혼란이 커질 수 있으니 일단 내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공개석상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제갈청이 곤혹스러운 얼굴로 답했다.

“어떻게 내사를 진행하실 생각이시오? 잡음 없이 조용히 내사를 진행하면 시간이 많이 걸릴 텐데 그 사이 그 놈이 사라지거나 다른 피해가 발생할까 두렵소.”

현무당주인 소림의 흥선이 제갈청에게 물었다.

“구대문파와 오대세가 출신 중에 첩자가 있을 리 만무하니 그들을 제외하고 내사를 진행하면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지 않겠소?”

이번에는 청룡당주인 청성의 진걸이 불쑥 내뱉었다.

“험험~”

청룡당주 진걸의 얘기에 부맹주 허세학이 헛기침을 했다. 자신이 구대문파와 오대세가 출신이 아닌 것이다. 사람 좋기로 소문난 허세학 부맹주였지만 청룡당주 진걸의 말에 기분이 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무슨 말씀이시오? 하면 허 부맹주님이나 나부터 내사 대상이 되겠구려. 좋소 나부터 내사하도록 하시오.”

성정이 불 같은 주작당주 번량이 다시 언성을 높였다. 번량의 별호는 부운검浮雲劍이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라는 말이다. 언뜻 고즈넉하고 넉넉한 느낌이 들지만 실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른다는 의미에서 부운검이었다. 그만큼 성정이 급했기에 짐작할 수 없다는 의미였던 것이다.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그런 뜻이 아니라면 무슨 뜻이오?”

청룡당주 진걸이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번량의 성난 기세는 수그러질 줄 몰랐다.

“그만하시게. 제갈군사가 내사한다 했으니 조용히 기다리면 될 일이 아니겠는가? 번 당주도 그만 성정을 가라 앉히시게. 발끈한다고 무엇이 변하겠는가?”

허세학 부맹주가 두 사람을 진정시키며 말했지만 허세학 부맹주의 하대下待 속에 이미 가시가 자리잡고 있었다.

제갈청이 우려하던 일이었다. 허창에서 발생한 주작당 몰살 사건에 대한 후속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첩자 얘기로 그 논의는 입 밖에 꺼내지도 못하고 말았다. 그렇게 무림맹은 머리에서부터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균열이 커져 깨져 버릴지 아니면 비 온 뒤 땅이 굳어지듯 더욱 강한 무림맹으로 거듭날지 여부는 이제 자신의 손에 달려 있다.

제갈청의 마음이 한없이 무거워졌다.



쾅~

태상호법이 탁자를 내리치자 탁자가 두 동강나면서 부서져 내렸다.

“해정의 밀염 조직이 파괴되었다고?”

“그렇습니다. 무림맹 현무당 삼조에 의해 그렇게 되었습니다. 빈객당에서 파견된 흑귀쌍호 형제와 철마삼봉은 현장에서 죽었으며 칠보상단의 단주 등은 동창으로 연행되었습니다. 밀염 약 일만 가마도 압수되고 말았습니다.”

성장로를 대신해 편장로가 보고했다. 밀염 조직 자체는 편장로 관할이었다. 다만, 무림맹 삼조를 척살하는 임무는 성장로와 횡삼수전이 맡았었다. 실패는 성장로와 횡삼수전 진철신 전주의 몫이었다.

“그 놈들이라면 저번 장안에서 정보를 빼내간 놈들이지 않은가?”

태상호법이 성장로를 노엽게 쳐다보며 물었다.

“그렇습니다.”

성장로가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 놈들이 흑귀쌍호와 철마삼봉을 죽였다고?”

“그게 상대가 누구였는지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두 번씩이나 당해? 그것도 정확한 상대가 누군지도 모르고?”

태상호법의 얼굴에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했다. 태상호법이 가만히 진철신 단주를 향해 손을 뻗었다. 태상호법의 손이 조금씩 붉은색으로 물들어감과 동시에 진철신이 목을 움켜쥐며 허공으로 조금씩 떠올라 발버둥을 쳤다. 태상호법과 진철신은 이장 가량 떨어져 있는 상태였다.

“사..살려 주십시오. 다시 한번만 기회를···”

진철신이 태상호법을 향해 애원했다.

“요즘 기강이 너무 안이해졌어.”

말을 마침과 동시에 태상호법이 붉은 색으로 변한 손의 손목을 비트는 시늉을 하자 이장 가량 떨어진 상태에서 허공 중에 떠있던 진철신의 목이 콰직하는 소리와 함께 돌아가더니 털썩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바닥으로 떨어져 내린 진철신의 몸은 잠깐의 근육 경련 후 움직임이 없었다. 절명한 것이다.

순간 모여있던 장로들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특히 성장로는 호흡이 가빠짐을 느꼈다. 자신이 저 꼴이 될 수도 있었던 것이다.

“앞으로 실패라는 말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복명”

태상호법의 냉기 풀풀 날리는 목소리에 장로들의 대답이 어느 때보다 절도節度 있었다.

“놈들이 이곳으로 찾아 올 것이다. 무덤을 준비해주지.”

태상장로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허세학 부맹주 맞은편에 한 사내가 앉아 있었다.

“더 이상 이대로 좌시할 순 없습니다.”

사내가 목에 핏대를 올리며 말했다. 허세학 부맹주의 집무실로 찾아온 주작당주 부운검 번량이다.

“너무 흥분하지 말게. 어제 오늘 일도 아니지 않은가?”

허세학이 번량을 진정시켰다.

“어제 오늘 일도 아니기 때문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습니다. 무림맹이 어찌 구대문파와 오대세가만의 것입니까? 모든 정도 무인의 염원을 담기 위해 결성된 것이 아닙니까? 그런데 구대문파와 오대세가는 예전과 한 점 변한 게 없습니다. 여전히 오만하고 자기중심적입니다.”

“그래서 어찌했으면 하는가? 뜻이 있는 고수들은 대부분 은거해 있고, 무림맹에 관심을 가지는 것들은 오합지졸에 다름 아니니 구대문파와 오대세가 중심으로 무림맹이 돌아 가는 것을 어찌 막을 수 있단 말인가?”

허세학이 자조적으로 말했다. 사실 허세학이라고 구대문파와 오대세가 중심으로 정도 무림이 움직이는 것이 흔쾌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현실이 그러하니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저희들이라도 은거해 계신 분들을 무림맹으로 불러내야지요. 정도 무림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구대문파와 오대세가 중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젊은이들도 꿈을 가지고 무림에 뛰어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번량이 열변을 토했다. 사실 번량의 말은 맞는 말이었다. 구대문파와 오대세가 중심으로 정도 무림이 고정되어 있으니 구대문파와 오대세가 출신이 아닌 젊은이들은 뛰어난 자질에도 불구하고 무림에 대한 꿈을 접는 형편이었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흐른다면 정도 무림 자체가 위축되고 종국에는 소멸할 것이었다.

“자네 말이 틀리지 않음을 내 어찌 모르겠는가? 하지만 우리 둘이 움직인다고 얼마만큼의 호응이 있을지 모르겠네.”

“저부터 나서 보겠습니다. 저도 무림에 일정 정도 지인들이 있습니다. 그들과 허심탄회하게 이 문제를 논의해볼 생각입니다. 부맹주님께서는 지인분들께 보내실 서찰이나 써 주십시오. 제가 주작당원들을 동원해서라도 나서보겠습니다. 우리의 뜻에 동참하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다면 의미가 있습니다.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넷이 되고 그렇게 커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번량의 눈에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허세학 부맹주 역시 속으로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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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84. 지연 작전 +2 17.01.22 3,374 44 11쪽
84 83. 걱정 +2 17.01.22 3,151 46 10쪽
83 82. 출관 +2 17.01.20 3,563 49 9쪽
» 81. 내홍內訌 +2 17.01.20 3,461 48 10쪽
81 80. 배후 +2 17.01.18 3,320 45 10쪽
80 79. 철마삼봉鐵魔三奉 +2 17.01.18 3,297 49 11쪽
79 78. 인질 +2 17.01.16 3,322 50 10쪽
78 77. 달라진 검劍 2 +2 17.01.16 3,074 49 11쪽
77 76. 달라진 검劍 1 +5 17.01.15 3,469 50 11쪽
76 75. 입찰 +2 17.01.15 3,231 53 10쪽
75 74. 전아剪芽 - 싹을 자르다 +2 17.01.12 3,282 49 11쪽
74 73. 동해상단 +2 17.01.12 3,396 50 10쪽
73 72. 염탐廉探 +3 17.01.09 3,543 4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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