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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진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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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자유연재 > 무협

임규진
작품등록일 :
2016.12.0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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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30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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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1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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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입찰

DUMMY

아직 한겨울로 들어서지 않았지만 바닷가의 밤 바람은 자못 매서웠다. 하지만 남궁이현과 함께 곽 염부의 소금창고를 감시하고 있는 당수진에게는 따뜻한 봄 바람인 듯 여겨졌다.

“묵진휘라는 분과 남궁공자께서는 친구분이라 그러신지 많이 닮았어요.”

당수진이 묵진휘에 대한 인상을 얘기했다. 남경 인근 객잔에서 처음 보곤 해정으로 들어오면서 헤어졌기 때문에 오래 묵진휘를 관찰할 순 없었지만 인상은 뚜렷했다.

“그렇소?”

“공자께서는 잘 모르시겠지만 두 분은 상당히 비슷한 인상이에요?”

“내가 묵진휘 그 친구처럼 어리숙하고 고지식하게 보인단 말이오?”

남궁이현의 말에 당수진의 눈동자가 불쑥 커졌다. 남궁이현이 당수진에게 농담을 한 것이다.

당수진은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자신이 아는 범위 내에서 남궁이현은 자신에게 농담을 할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면 저건 진짜 마음을 표시한 것이다.

“아~아니에요. 남궁공자께서 어리숙하고 고지식하게 보인단 말이 아니라···”

당수진이 당황하여 말을 맺지 못했다.

“그렇다면 내 친구가 어리숙하고 고지식하단 말이오?”

“그게 아니라···”

당수진이 더욱 더듬거렸다. 어리숙하고 고지식하단 얘기는 남궁이현이 한 것이다. 그런데 마치 자신이 한 것처럼 몰아세우고 있으니 당황할 수 밖에. 그렇다고 남궁이현에게 강하게 반박할 수도 없고 보니 당수진은 얼굴이 붉어지고 손에서 땀까지 나기 시작했다.

“하하하. 내가 농담한 것이오. 나는 당소저께서 이리 여린 마음을 가지고 계신 줄 몰랐소. 당황하게 했다면 내 사과하겠소.”

남궁이현이 조용히 웃으며 당수진에게 사과하자 당수진은 남궁이현의 사과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다시 당황했으나 농담이라는 말에 마음이 풀리며 한층 가까워진 둘의 관계에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농담이시라니 다행입니다. 저는 제가 실언失言을 한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남궁공자님의 짓궂은 장난에 대해서는 조만간 따로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음이 풀린 당수진이 여유를 되찾아 농담으로 맞받았다.

“아니오. 내가 잘못했소. 내가 진심으로 사과할 테니 독을 풀지는 말아주시오”

이번에는 남궁이현이 당황해 했다. 독이란 배탈약을 말하는 것이다.

“그렇게 사정하시니 이번 한번만 봐드리겠어요.”

“감사하오.”

농담 한마디로 시작된 둘의 새로운 관계는 남궁이현이 용서를 빌고 당수진이 아량을 베푸는 것으로 매듭지어지고 있었다.

남궁이현은 오늘의 상황이 자신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에 예측하지 못했다.


“저기 움직이는 게 사람 아니에요?”

밤이 깊어 불빛이라곤 한 점 없었지만 곽 염부의 소금창고 근처에서 희미한 달빛 속에 언뜻언뜻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그런 것 같소. 한 둘이 아닌 것 같은데?”

“좀 더 가까이 가봐요.”

당수진이 남궁이현을 팔을 끌었고 둘은 어둠 속에서 조용히 소금창고 쪽으로 나아갔다. 움직이는 것은 분명 사람이었다.

[저들이 창고 문을 열었어요.]

사람의 말이 들릴 정도로 가까이 다가간 탓에 당수진이 전음으로 남궁이현에게 말했다.

[저기 수레도 있소. 소금을 운반하려는 것 같소].

[이 야심한 밤에 소금을 운반하려는 것을 보니 밝은 햇빛 아래에서 하기에는 곤란한 일인 모양이군요.]

[기다렸다 따라가 봅시다.]



해정 관아에서 입찰이 진행되는 날이 되었다.

동해상단에서는 예등원과 관지선 그리고 묵진휘가 입찰에 참여하기로 했다.

“입찰은 사시巳時 경에 진행되고 결과는 미시未時 경에 발표될 것이오. 낙찰자가 결정되면 다음날까지 해당 대금代金을 관아로 지급하고 물량을 받을 수 있소. 대금을 정해진 기일까지 미납하면 낙찰 자격이 박탈될뿐더러 이후 삼 회에 걸쳐 입찰에 참여할 수 없는 불이익을 당하게 되오.”

해정 관아로 가는 길에 예등원이 입찰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혹시 각 염상이 적어 넣은 입찰 가격을 관아에서 몰래 변경하는 일은 없습니까?”

관지선이 만일을 대비해서 물었다.

“아마 그런 일은 없을 것이오. 가격을 적은 봉투는 밀봉한 후 입찰자의 수결을 거쳐 입찰함에 보관되며, 입찰함은 관아 마당에 공개된 상태로 있다가 미시未時에 관아와 염상들이 모두 참여한 곳에서 공개적으로 개봉되기 때문에 그런 일은 도모하긴 어려울 것이오.”

“그럼 안심이군요. 우리가 낙찰자로 선정되면 그 놈들은 오늘 밤 우리를 급습할 가능성이 제일 크겠군요. 우리가 다음날까지 대금을 납부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방법이 그들로서는 가장 좋을 테니까요.”

“그렇소. 우리가 내일까지 대금을 관아로 납부하지 못하면 재경매가 진행되오. 물론 우리는 참여 자격이 없어지지.”

관지선의 물음에 대한 예등원의 답이었다.

“오늘 밤에는 두 조장님과 일행들을 모두 동해상단으로 불러야겠군요.”

관지선이 이번에는 묵진휘에게 물었고, 묵진휘는 관지선을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드디어 염상들이 해정 관아에 모두 모였고 사시가 되자 입찰이 개시되었다.

이번 입찰에 참여하는 염상은 동해상단, 칠보상단을 포함하여 모두 다섯 곳이었다.

입찰 방법은, 염상들이 차례로 관아 마당에 마련된 임시 입찰소 안에 들어가 입찰 가격을 적은 종이를 봉투에 넣고 봉한 후 수결하여 임시 입찰소 밖에 마련된 입찰함에 넣으면 끝나는 것이었다. 임시 입찰소는 천막으로 둘러 밖에서 안이 보이지 않도록 만들어져 있었는데 안에는 종이와 붓, 먹이 마련되어 있었다.

동해상단 차례가 되자 관지선이 임시 입찰소로 들어가 가격을 적은 후 봉투를 입찰함에 넣었다. 그렇게 모든 염상들이 입찰가격을 적은 봉투를 입찰함에 넣자 입찰은 종료되었다. 미시 경에 공개해 그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적은 곳이 낙찰자로 결정될 것이다.

“이거 다들 높은 가격을 적어 넣으신 것 아니시오? 생각해 보니 내가 너무 가격을 낮게 적은 것 같소이다. 하하”

칠보상단의 총관 심의기가 호탕하게 웃으며 엄살을 떨었고 다른 염상의 총관들은 모두 소금물 머금은 듯 쓰린 얼굴들이었다.

“미시가 되려면 아직 멀었으니 다들 나가서 식사나 하고 오십시다.”

칠보상단의 심의기가 큰소리로 말한 후 성큼성큼 걸어 관아 마당을 벗어났고 나머지 염상들도 모두 관아 문을 나섰다.


해정 관아 앞에 객잔 몇 개가 잇달아 있었다. 관아에 일을 보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는 객잔이었다. 등예원과 관지선, 묵진휘도 관아 앞 우측 객잔에 앉아 차를 마셨다.

“딸에 말을 듣고 막상 일을 벌였지만 솔직히 걱정이 많소. 설사 이번 일이 잘되어 우리가 무사히 소금을 확보한다 한들 해풍당과 칠보상단 놈들이 이곳 해정에 계속 있는 이상 우리 동해상단만의 힘으로 어찌 그들로부터 계속 자유로울 수 있겠소? 앞날을 생각하면 솔직히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오.”

예등원 단주가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번에 해풍당과 칠보상단의 뿌리를 완전히 뽑아야지요. 그들과 내통한 관리들이 있다면 그들도 정리할 것입니다. 단주님께서는 걱정 마시고 무림맹을 한 번 믿어 보십시오.”

관지선이 예등원 단주를 위로했다.

묵진휘도 예등원 단주의 걱정을 덜어주고 싶었으나 입 밖에 말을 내뱉진 않았다. 다만, 눈으로 마음을 전달했다.

‘모든 게 잘 될 것입니다.’


미시未時가 되어 입찰에 참여한 모든 염상들이 해정 관아에 다시 모였다.

“이의 없으시다면 이제 입찰함을 열고 입찰봉투를 개봉하여 낙찰자를 가리도록 하겠소.”

입찰을 담당하고 있는 해정 관아의 관리가 입찰함 앞에 서서 외쳤다.

“이의 없소이다. 어서 입찰함을 개봉하시오.”

칠보상단의 총관 심의기가 큰소리로 화답했다.

“그럼 지금부터 입찰함을 개봉하겠소.”

관리가 열쇠를 들어 입찰함의 자물쇠를 열고 입찰함 뚜껑을 연 후 입찰가격이 적힌 입찰봉투 하나를 집어 들었다.

“먼저 수영상단이오. 수영상단은 가마당 삼백 한 냥을 제시했소.”

관리가 봉투를 열어 안에 적힌 가격을 읽었다. 이번에 제시된 기준가격은 소금 한 가마당 삼백 냥이었고 입찰 물량은 삼 천 가마였다.

“다음은 영동상단이오. 영동상단은 가마당 삼백 한 냥 오십 전을 제시했소. 일단, 수영상단은 탈락이오.”

관리가 입찰함에서 봉투 하나를 다시 집어 든 후 큰소리로 읽었다.

그렇게 칠보상단까지의 입찰봉투가 개봉되었다. 현재까지 최고가를 제시한 상단은 칠보상단으로 가마당 삼백 세 냥을 제시했다.

관리가 입찰함에서 마지막 입찰봉투 하나를 집어 들었다.

“마지막으로 동해상단이오. 동해상단은 가마당···가마당 삼백···삼백 다섯 냥을 제시했소. 이로서 이번 입찰의 낙찰자는 동해상단으로 결정되었소. 동해상단에서는 내일까지 삼천 가마에 해당하는 총 금액 구십일만오천 냥을 관아에 납부하도록 하시오. 이것으로 오늘 입찰을 끝마치겠소.”

관리가 놀란 듯 더덤거리면서 낙찰결과를 발표했고, 낙찰자 발표에 칠보상단 총관 심의기의 안색이 새파랗게 변했다.

“그럴리···그럴 리가 없소. 다시 한번 확인해 보시오.”

심의기가 관리에게 재심을 요구했고 관리가 동해상단의 입찰봉투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분명히 가마당 삼백 다섯 냥이라고 적혀있소. 정히 믿기 어려우시면 여기 입찰봉투를 직접 확인해 보시오.”

관리가 확인 공표를 한 후 동해상단의 입찰 봉투를 심의기에게로 내밀었고 이를 받아 확인하는 심의기의 손이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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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83. 걱정 +2 17.01.22 3,151 46 10쪽
83 82. 출관 +2 17.01.20 3,563 49 9쪽
82 81. 내홍內訌 +2 17.01.20 3,460 48 10쪽
81 80. 배후 +2 17.01.18 3,320 45 10쪽
80 79. 철마삼봉鐵魔三奉 +2 17.01.18 3,297 49 11쪽
79 78. 인질 +2 17.01.16 3,322 50 10쪽
78 77. 달라진 검劍 2 +2 17.01.16 3,074 49 11쪽
77 76. 달라진 검劍 1 +5 17.01.15 3,469 50 11쪽
» 75. 입찰 +2 17.01.15 3,231 53 10쪽
75 74. 전아剪芽 - 싹을 자르다 +2 17.01.12 3,282 49 11쪽
74 73. 동해상단 +2 17.01.12 3,396 50 10쪽
73 72. 염탐廉探 +3 17.01.09 3,543 47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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