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편지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마어마한 우연이다, 루미아르.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는지 모르겠어. 넌 마른하늘에 치는 날벼락마냥 우리 머리 위에서 뚝 떨어졌지. 기억나? 그게 너와 나, 그리고 우리를 만나게 해 준 끈이었어.
생각해봐, 루미아르.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아직도 난 네가 해준 말들이 정확히 이해가 안가. 어린 네 입에서 나온 말들은 내 상상을 뛰어넘는 종류의 것들이라서, 아마 평생이 간다 해도 그것들을 다 이해할 수는 없을 거야.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해. 너와 나는 만날 운명이었다는 거.
떠올려봐, 루미아르. 이제는 엄연히 ‘로냑’이라는 이름까지 있는 그 광야를 떠올려봐. 그 어마어마한 넓이의 땅을 떠올려봐. 그 끝도 없을 것 같은 수많은 언덕을 떠올려봐. 그 가운데서 우리는 정확히 맞닿은 거야. 어떻게 보면 불가능한 일이야. 정말 말도 안 되는 가능성이야. 그래서 난 항상 너를 만나게 해준 그 어떤 것, 신이라 해도 좋아. 그것에 감사하며 살았었어. 하지만 넌 말해주었지. 널 이 땅에 내려 보내준 워홀이란 것에 대해서. 그제야 비로소 난 깨달았던 거야.
그래, 루미아르. 이건 우연이 아니었어. 우리는 만날 운명이었던 거야. 어마어마한 우연? 사실 그게 아니었던 거야. 그런 것이 아니었던 거야. 그 사실이 난 축복받은 사람이라는 걸 자각시켜. 그래서 감사하게 돼. 널 만나게 해준 워홀, 그리고 너, 그리고 그런 나한테까지.
널 결코 잊지 못할 거야.
-너의 영원한 친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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