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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 무한반복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네블레인
작품등록일 :
2019.05.21 11:33
최근연재일 :
2019.08.16 19:10
연재수 :
6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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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911
추천수 :
1,799
글자수 :
323,457

작성
19.08.03 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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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
추천
10
글자
13쪽

2월 (22)

DUMMY

- 2월 (22)




“아우, 작정하고 사람들 감정을 읽으려니까 마음이 혼란스럽네요.”

“그러니······? 힘들···...어?”

“아, 누가 과자라도 사주면 좀 괜찮을 거 같다아!”

“아······ 내가 사줄···...게···”

“와, 정말요? 용식 아저씨 최고!”

“아저씨······ 아냐······”

“군대 갔다 오면 아저씨죠! 헤헤!”


용식은 협회 내의 매점으로 향하며, 토라진 티를 내었다.

수연은 그의 뒤를 보다가 나에게 말했다.


“저기, 아저씨.”


수연이 낮은 목소리로 나에게 속삭였다.


“응? 왜 그러니?”

“저 아저씨요, 용식 아저씨.”

“왜? 수상한 점이 있어?”


나는 의심 어린 눈으로 하품하는 용식을 노려보았다.


“푸핫, 저 아저씨가요? 아니에요. 완전 반대에요.”

“뭐?”

“저 아저씨, 완전 아저씨를 믿고 의지해요. 저분은 믿으셔도 된다고요.”


수연은 생글거리며 그렇게 말했다.


나를 믿는 용식도, 그렇게 말해준 수연도 고마웠다.

나는 미소로 그에 대답하며 수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용식은 과자를 한 아름 사 들고 왔고, 우리는 오독거리며 과자를 입에 물었다.

그렇게 며칠 동안이나 탐문을 계속했지만 이렇다 할 소득을 올리지는 못했다.



일주일 정도 지나자, 아내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 우리한테도 연락이 왔어.]

“어디서?”

[합정게이트 희생자 모임에서······]

“아······”


스틱키의 기억이 생각났다. 그때 권지열은 모친상을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었다.


“합동 장례식······ 얘기지?”

[으응······ 괜찮아? 여보?]

“괜찮아······ 참석하자. 추모식은 언제부터야?”

[어제 시작했어······]

“그래, 난 서울에 일이 있어서 와 있으니까. 오늘 저녁에 보자.”

[응··· 나도 별일 없을 거 같아. 볼일 마치고 연락해, 여보.]

“알겠어.”


전화를 끊자, 수연이가 눈에 들어왔다.

통화 내용을 들었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괜찮아, 수연아. 힘들면 가지 않아도 돼.”


수연은 눈물이 맺힌 눈을 들어 대답했다.


“아뇨, 꼭 가보고 싶어요.”


그날 저녁, 나와 아내와 용식 그리고 수연과 한성, 진호는 광화문 광장으로 향했다.



광화문 광장은 추모 행렬로 가득했다.

입구에는 희생자 명단이 빼곡하게 써진 대자보가 붙어있었다.

족히 몇천은 넘어가는 이름들이었다. 게이트 안에 있던 사실이 확인된 사람들만이 적혀있었기에 희생자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장소였지만, 조용했다. 울음소리만이 종종 들려올 뿐이다. 어제는 희생자 가족들이 통곡하는 소리로 가득했었다고 들었다.

모두가 슬픔에 젖어있었다. 일주일 동안은 희생자들과 관련 있는 사람들만 출입하도록 추모위원회에서 권고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슬퍼하고 있었다.

광화문광장에서조차 합정게이트를 둘러싼 푸른 돔이 보였다. 아이러니했다.


수연과 한성, 진호는 우리와 만나지 않고 그들끼리 움직이기로 했다. 지하철을 헤쳐나온 그들끼리 추모하고 싶은 것이 많을 것이다. 굳이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권지열의 어머니, 한점순의 추모공간이었다. 5단으로 이루어진 추모단에는 수많은 사람의 이름과 나이, 사진이 촘촘히 걸려있었다.

한점순의 추모공간 역시도 작았다. 먼저 다녀간 누군가가 놓아둔 초만이 잔잔히 빛나고 있었다.

이름, 나이, 그리고 실종자 명단에서 가져온 사진뿐이었다. 그녀의 삶을 추모하기에는 초라하고 부족하다. 한점순 할머님은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계셨다.


“아이고, 어머님!”


아내가 먼저 울음을 터뜨렸다. 용식은 고개를 돌렸다.

나는 그녀를 다독였다. 권지열의 감정이 슬픔을 자아냈지만 울지 않는다. 울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녀는 아직 죽지 않았다.

한점순의 초상화 앞에 촛불을 내려두었다. 그리고 한참을 서서 일렁이는 촛불의 불빛 속에서 웃고 있는 한점순 할머니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내는 한참을 울었다. 나는 울다 지친 아내를 용식에게 부탁하여 휴식 공간으로 보냈다. 그 뒤에 넓은 추모공간을 홀로 헤매었다.

지하철 사람들을 하나하나 확인하며 그들의 추모공간에 초를 올렸다.

모든 사람들이 다 자리하지는 못했다. 아마도, 합정역으로 들어서던 날 죽은 사람들일 것이다. 지하철 사람들의 이름이 밝혀진 이유는 수연과 진호, 한성이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세 명이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름 또한 알고 있다. 다음 생에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생겼다. 그들도 추모받아 마땅하다.


한 명 한 명을 찾아, 초를 올리고 그들과의 기억을 되새겼다. 걸으면서 수연의 일행과 마주치기도 했다. 우리는 조용히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 서로의 길을 걸었다.

99명의 사람들을 찾아다녔다. 내가 구하지 못한 이들이었다. 이들은 영원히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함덕원 요리사의 추모를 하고 있을 때, 5살짜리 여아를 데려온 여인을 보았다.


“아빠다! 봐바! 아빠 사진이 저기 있어.”

“으흡······.”

“엄마, 왜 그래. 왜 물어. 아빠 보러 간 뎄잖아. 나 이거 초 켜줘! 나도 해볼래.”


함덕원 요리사의 딸과 아내였다. 무너지는 그녀를 보는 내 마음이 끊어질 듯 아파왔다.

그는 1월 말경에 죽었다. 큰 부상이 아니었는데, 급속도로 상태가 안 좋아졌다고 들었다. 김진호는 파상풍이었을 것이라 말했다.

단 며칠, 며칠만 더 버텼어도 희망이 있었을 것이다.


“엄마, 이거 초 꺼봐도 돼? 초가 엄청 많아!”


그녀는 코를 훌쩍이며 아이를 잡아끌었다.


“안돼, 가만히 있기로 했지? 조용히 있어.”

“나, 가볼래! 가볼래!”


죽은 함덕원이 나에게 남긴 능력은 부성애이다. 나는 그 아이의 이름과 성장 과정을 모두 기억한다. 얼마나 그가 아이를 아꼈는지, 아이는 아빠를 얼마나 좋아했는지를 기억한다.

나는 그가 원망스러워졌다. 나에게 이런 능력을 건네준 것이 원망스러웠다. 저 어린아이를 두고 먼저 떠난 그가 원망스러웠다. 그 며칠을 더 버티지 못했던 그가 너무도 원망스러웠다.

차마 그들에게 위로의 말조차 건네기가 힘들었다. 죄책감마저 들었다.

나는 그들을 두고 조용히 자리를 비웠다.


99명의 사람들을 모두 찾아다녔다. 신원이 밝혀진 사람들은 78명이었다. 나머지 사람들에게도 조용히 묵념했다.

그리고 손철호와 유상현을 찾았다.

손철호의 추모공간은 허전했다. 자식들은 그를 찾아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에게도 초를 올렸다. 무뚝뚝하지만 잔정이 있던 경비를 나는 기억한다. 그가 좋아하던 담배와 커피를 기억한다.


“죄송합니다. 실례지만 담배 한 까치만 빌릴 수 있을까요?”


나는 굳이 자판기 커피와 빌린 담배 한 개비를 휑하게 비어있는 공간 위에 올려두었다.


유상현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군인이기에 게이트 안에서 실종되었다면 그의 이름이 빠질 수 없다.

다행이었다. 그는 아직 살아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기필중의 공간이었다.

수많은 헌터들이 그의 죽음을 추모하고 있었다. 그의 공간에 빽빽하게 놓인 초들이 그의 삶을 증명하는 듯했다.

그곳에서 한지수를 보았다. 필중이 많이 좋아하던 사람이었다.

그녀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그의 사진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필중씨······ 돌아온다고 했잖아······ 별 일 없을거라 했잖아······ 같이 저녁 먹기로 했었잖아······”


그녀의 중얼거림이 마음속을 파고들었다.


하늘을 보았다.

내가 알던 서울 하늘과는 달리 이 세계는 미세먼지도 없이 맑고 청량했다.

푸른 게이트 위로 점점히 박혀든 별들이 평화롭게 빛나고 있었다.

나는 더이상 내가 왜 이곳에 떨어져 이런 일들을 겪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수많은 인연과 소중한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이 세계는 나의 세계이다.


이런 비극을 더 보고 싶지 않다.

2월의 차가운 밤이 만들어낸 나의 입김이 대기 속으로 하얗게 흩어졌다.

추모의 밤은 그렇게 조용하게 흘러갔다.



***


“아저씨이! 아하하하!”


다음 날 수연을 만났을 때, 여전히 활기차고 즐거운 모습이었다.

어제의 기억에서 빨리 벗어난 것 같아 다행이었다.


“에이, 아저씨 오늘 아침부터 센치한 감성이시네요? 기운 내요! 아자!”


그녀는 내 어깨를 팡팡 쳤다.

그래, 그럴 리 없었다. 수연이 내 감정을 모를 리 없었고, 저렇게 타인을 위하는 착한 마음을 지닌 아이가 아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단지 겉으로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일 뿐이었다.

그녀가 어제 추모광장에서 느꼈을 거대한 슬픔의 감정을 나는 모른다.


“너는······ 나보다 강하구나.”

“아, 하하? 무슨 소리에요! 오늘도 일 합시다아!”


그렇게 뛰어가는 수연의 뒤를 나는 미소를 지으며 따라갔다.


“권지열 헌터님?”


뒤를 돌아보자, 처음 보는 협회 직원이 서 있었다.


“개발부에서 팔보호대의 개발이 끝났다고 전해달라 십니다.”

“아, 감사합니다. 제가 찾아가죠.”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1층 보관소에 맡겨두었다고 하네요. 찾아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보관소에요?”


장비실도 아닌 보관소에? 협회가 장비들을 얼마나 엄중하게 다루는지를 몇 번이나 보았던 나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현정수 연구원의 특이한 성격을 미루어 볼 때 가능한 일 같았다.

고개를 끄덕여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찾아가죠.”

“아저씨이! 일로 와보세요! 빨리요!”


수연이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고맙습니다, 저는 이만.”


급하게 고글을 내려썼다.

수연의 곁으로 가자, 수연이 빠르게 말했다.


“저기, 저기 싸우는 두 사람 있죠? 저 사람들이 좀 이상해요.”


나는 그녀가 가리키는 곳을 보았다.

맥이 탁 풀렸다.


“저 사람들은 절대 아니야. 아, 수연이 너는 이 보좌관님 한 번도 못 뵈었겠구나. 나를 도와주시는 분이셔.”

“그럼, 저 옆에 있는 사람은요? 생긴 것도 수상쩍게 생겼는데?”


나는 고글에 표시된 정보를 살펴보았다.

이 자경단용 첨단 고글은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여 정보를 보여준다.


[헌터협회 이사, 자경단, A급 헌터, 공주혁]


“저 분은 이사님이야. 그 사람이 수상하다니······”

“아니죠! 또 모르는 거예요! 제가 드라마에서 보니까, 권력 암투, 막 그런 걸로 사람을 죽이고 그러더라고요.”


공주혁 이사.

차기 헌터협회장이다.

생각해보면 가능한 일이다. 저 사람은 협회장의 암살 이후에 협회를 이어받아 나락으로 끌어내린 주범이다.

협회장도 공 이사가 욕심이 많은 타입이라고 했었다.

대본에서도 사사건건 나영웅과 대립하는 전형적인 라이벌 형 인물이었다.

차후에 나영웅이 그를 참회시키고 믿음직한 동료로 받아들이지만, 지금은 어떨지 모르는 일이다. 소설 속에서조차 협회장을 암살한 범인이 누군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저 사람 심리가 어떠냐면요!”

“쉿, 조용히. 일단은 들어보자.”


귀를 기울여 공 이사와 이 보좌관 간의 대화에 집중했다.


“이게 이사진을 무시하는 처사지 아니면 뭐야! 다른 걸 말해볼까?최근에 안정화 된 게이트 하나도 닫혔지. 평택 게이트를 공략하는 걸, 독단으로 결정해?”

“이사진을 무시할 의도는 없었습니다.”

“하, 웃기지 마. 내가 자경단 출신인데, 요즘 분위기를 모를 것 같아? 자경단의 협회내의 움직임이 달라졌어. 내부에 뭔가가 있는 거지?”

“이 곳에서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협회장을 데려오라고! 너 같은 똘마니와 말씨름 할 생각은 없어!”

“다시 말씀드리지만, 공 이사님. 지금 협회장님과의 면담은 불가합니다.”

“나도 다시 말하지, 이 보좌관. 그 이유가 뭔가. 협회장이 숨기고 있는 게 뭐야! 요즘 협회출신이 아닌 헌터들이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다닌다고 들었어. 빌런이 죽느냐 우리가 죽느냐는 판국에, 자경단의 인원이 이렇게 부족한데도 협회 내에 조사를 강행해? 그것도 이사진의 승락도 없이? 나는 이유를 알아야겠네.”


점차 그들을 둘러싼 사람들이 늘어났다. 로비는 그들을 둘러싼 헌터들이 한명 두명씩 늘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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