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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요거트의 글방

밀수업자 - The Smuggler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SF

완결

플레인Y
작품등록일 :
2019.07.28 20:59
최근연재일 :
2019.12.13 09:00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3,225
추천수 :
70
글자수 :
163,984

작성
19.09.07 08:00
조회
59
추천
2
글자
11쪽

9화 - 베라네를 얻는 자(1)

DUMMY

“네 능력 말이냐? 무슨 능력? 저기 땅바닥에 있는 모래알 하나만 움직이는 능력?”


밀러는 의기양양하게 수민을 한껏 도발한다.


“왜 아직 안 보여 주는 거지? 설마 그사이에 그 미세한 능력마저도 사라져 버린 것인가?”


“......”


밀러의 도발에도 수민은 아직 어떤 말도, 행동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처음부터 그 자리에 서 있었던, 색칠한 동상처럼 보일 법도 하다. 하지만, 분명 밀러에게는, 수민으로부터 어떤 에너지가 전해져 오는 것만은 확실하다. 밀러에게는, 확실하지만 좀처럼 알아내기 힘든 그것이 더 의문스럽고, 이상하고, 한편으로는 두렵기까지 하다. 밀러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한다.


“빨리 보여 주란 말이다! 네 능력을 말이야!”


“지금 여기서 그쪽의 능력을 해제하는 게 좋을걸. 내 능력을 몸으로 겪고 싶지 않다면 말이야.”


“그렇다면 말이다!”


밀러의 일갈과 동시에, 밀러의 오른손이 수민의 얼굴을 강하게 움켜쥔다. 눈, 코, 입 할 것 없이, 수민의 얼굴은 온통 밀러의 손에 틀어막힌다. 그리고 다음 순간, 얼굴에 점점 높아지는 온도, 뜨거움이 전해져 오기 시작한다. 45도, 50도, 55도... 온도는 점점 올라간다. 뜨거움은, 어느새 피부를 태워 버릴 듯한 고통으로 바뀐다.


“이대로라면, 내 손의 온도는 수백 도까지 치솟겠지. 네 얼굴은 그 온도를 그대로 받는다. 네 눈, 코, 입으로, 나의 능력에 의한 열기가 그대로 들어가지. 네 능력이 무엇인지는 이제 상관없다. 수 분 후면 너는 죽음을 맞을 것이다.”


그러고는, 밀러는 아직 우주선에서 내려오지 않은 호렌과 아이샤를 향해 말한다.


“거기 여자! 그리고 이레시아인! 당신들의 정체와 목적이 뭔지 여기서 말하지 않으면, 이 녀석은 곧 죽는다. 그러기 전에, 빨리 정체를 밝히고, 여기서 손 떼라!”


“천만에. 그럴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수민의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호렌이, 표정 변화 없이, 태연히 말한다. 호렌의 옆에 서 있는 아이샤는 순간 머리를 갸우뚱하며, 이상하다는 눈으로 호렌을 한 번 돌아본다. 호렌은 아이샤를 ‘왜 그리 눈치가 없냐’는 눈으로 한 번 흘겨본다.


밀러 역시 초조하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이 수민의 얼굴을 쥐고 온도를 올리고 있음에도, 수민은 처음에 ‘아’ 하는 신음 비슷한 소리만 냈을 뿐, 별 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이건... 내가 원하는 전개가 아니야! 왜 비명을 안 지르는 거야!’


밀러의 얼굴에는 이제 식은땀마저 흐른다. 거기에다가, 오른손이 자신의 손이 아닌 것 같은 은근한 느낌마저 든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오는 불안감. 그것을 숨기기 위해, 밀러는 더욱 크게 소리를 지른다.


“허세 부리지 마라! 나는 너희 동료의 목숨줄을 쥐고 있단 말이다! 금방이라도 죽여 버릴 수 있단 말이다! 빨리 결정해라!”


밀러가 버럭버럭 목청이 쉬어 가도록 소리를 지름에도, 호렌은 표정의 변화가 하나도 없다. 아이샤는 은근히 불안스러운 눈으로 호렌과 밀러, 수민을 번갈아 본다.


“보라고. 우리가 말할 필요는 없다니까?”


“뭐... 뭐야?”


그때에서야, 밀러는 앞을 본다. 수민의 얼굴에 자신의 오른손이 없다! 오른손은 엉뚱한 데에 가 있는 것이다. 아까 오른손이 자기 손이 아니라고 느껴졌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다...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그런데 오른손은 아무리 봐도 보이지 않는다. 문득, 목이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다. 목에 이상한 뜨거운 기운이 느껴진다. 아래를 보려 한다. 그러나 밑을 볼 수 없다. 뜨겁다! 어느새, 100도가 넘게 달구어진 그의 손은 수민의 얼굴을 벗어나, 그의 목 앞에 가까이 가 있다. 그 열기가, 그의 목에 온전히 전해진다. 금방이라도 목의 살을 태워 버릴 듯한 열기가.


“이... 이런 수작이 통할... 통할 것 같으냐!”


밀러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손바닥 자국이 벌겋게 남은, 그러나 여전히 표정의 변화 없이 자신을 응시하는 수민을 보며 경악과 공포가 섞인 소리를 지른다.


“그럼, 통하고말고.”


수민은 이제 비웃음 섞인 미소까지 지으며 말한다.


“네 목에 지금 느껴지지. 내가 원하면 네 목을 어떻게 해 버릴지 너도 잘 알 텐데. 자, 이제 그만 포기하실까.”


“내가 그런다고 네놈들에게 순순히 길을 내줄 것 같으냐!”


밀러는 깊은 곳으로부터 나오는 공포심에도 굴하지 않고, 왼손으로 주먹을 쥐고 수민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려 한다. 주먹을 쥘 때도, 그것을 수민의 얼굴로 날릴 때도, 밀러는 조금 전에 느낀 이상한 기운을 다시 느낀다. 수민의 얼굴에 왼손 주먹이 닿으려는 그 순간. 밀러의 왼손은 저절로 수민의 얼굴 앞에서 물러난다. 밀러는 그제야 상황을 온전히 이해한다. 밀러의 앞에 서 있는 수민은, 밀러의 손을 조종하고 있는 것이다!

EP9.png

“잘도 이런 수작을!”


급히 왼손의 주먹을 풀어 보려 하나, 이미 늦었다! 주먹은 그대로 밀러의 얼굴로 향한다. 밀러가 어떻게 해 볼 새도 없이, 아니 밀러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먹은 밀러의 왼쪽 뺨을 강타한다! ‘퍽’ 하는 둔탁한 소리가 들리고, 밀러는 그 충격에 뒤로 넘어진다. 마치 강한 충격을 받은 썩은 나무가 힘없이 땅으로 넘어지듯이. 그가 바닥에 털썩 쓰러짐과 동시에, 그의 능력도 해제된다.


“후... 십년 감수했군.”


수민은 쓰러져서도 이리저리 몸을 비틀거리는 밀러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이런 건 잘 안 쓰는 능력인데 말이야.”


“뭐, 내 능력보다는 유용한 능력이잖아.”


호렌이 상대편의 밀수선 2대와 앞에 쓰러진 밀러를 번갈아 보며 말한다.


“내 능력은 아무 물리적인 피해 같은 것도 주지 못하고 말이야. 그저 눈속임 같은 것만 할 수 있지. 뭐, 내 옆에 있는 도둑의 능력도 물리적 피해 자체는 없었지만.”


수민은 문득 얼리버드 호를 돌아보며 말한다.


“그런데... 카르토는 왜 연락이 없지?”


“그러게. 네가 전화 한번 해 봐.”




한편, 얼리버드 호. 카르토는 홀로그램 모니터 앞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혼자 앉아서 모니터를 유심히 보고 있다.


“어느 정도 소란은 멈춘 것 같군... 자, 그럼, 나도 밖에 나가 볼까?”


화면에 밀러가 쓰러진 모습이 보이자, 카르토는 자리에서 일어나 얼리버드 호 밖으로 나가 보려 한다. 막 발을 옮기려는 바로 그때, 카르토는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는다. 마치 자신도 모르게 등 뒤에서 다가온 괴물이 자신을 잡아먹으려 입을 벌리고 있다는 듯한 느낌을. 카르토는 바로 돌아선다.


“알아채는 게 빠르군, 살테이로인.”


카르토의 바로 뒤에,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복면을 쓴 누군가가 서 있다. 그것도, 다섯 걸음도 안 되는 거리에!


“네놈, 어떻게 여기에 들어온 거냐?”


카르토는 뒤를 돌아보며 소리 지른다. 뒤에 서 있는 남자가 입을 벌리고 크게 웃는다.


“하하하, 여기 놈들은 다 물러터졌군. 내가 이렇게 접근하는 것을 다 허용하고 말이야.”


“누구냐, 네놈은?”


“나에 대해서 알고 싶은 건가?”


복면의 남자는 사뭇 거만한 말투로, 팔짱을 끼고 마치 아랫사람에게 말하듯 한다.


“그건 말해 줄 수 없지. 네 녀석은 알지도 못할 것이고, 또 알 필요도 없다. 하지만 확실한 건 하나, 너희는 결코 이 행성을 나갈 수 없다는 것, 그건 장담할 수 있지.”


“그 입, 다물게 해 주겠다!”


카르토는 복면의 남자를 향해 바로 주먹을 날린다. 그러나 바로 그 순간, 카르토의 바로 눈앞에 있던 그 남자가 사라져 버렸다! 불과 1초 전만 해도, 카르토의 앞에서 기분 나쁘게 웃으며 버티고 서 있던 그 남자가! 카르토는 순간적으로 아까 전 아이샤와 있었던 일을 떠올린다. 이 복면의 남자도, 아이샤와 같은 타입의 능력인가? 그의 머릿속에는 우선 그 생각부터 든다. 카르토는 우선 엷게 바닥과 벽에 비친 자기 자신의 그림자부터 조심스럽게 살핀다. 없다... 특별히 이상한 느낌 같은 건 그림자에서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거기로구나!”


카르토는 순간 몸을 홱 돌려, 등 뒤에 있는 벽을 향해 주먹을 날린다. 하지만, 주먹이 채 벽이 닿기도 전, 카르토의 머리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역시, 예상대로군. 내가 어디 있는지 파악도 못 하고 그냥 되는 대로 주먹을 날리다니.”


“어디냐... 어디냐고!”


“그걸 말해 주면 되겠나?”


고개를 두리번거린다. 그러나 안 보인다. 복면의 남자는. 하지만 방금의 그 목소리는, 분명히 지척에서 들린 소리다. 결코 먼 곳에서 들린 소리나 스피커를 통해 들린 소리가 아니다. 그런데 그때, 그의 머리 왼쪽으로 공기를 가르는 뭔가가 다가온다. 뒤이어, ‘퍽’하는 둔탁한 충격음과 함께 전해져 오는 충격.


“큭...”


카르토가 돌아보니, 그 복면의 남자는 파리 정도 크기만큼 작아져 있다. 거기에다가, 크기뿐만 아니라 무게도 가벼워진 듯하다. 깃털보다도 더 가볍게, 공중을 날아다니고 있다! 신기한 건, 주먹을 날렸는데 충격은 다를 게 없다는 점이다.


“어떠냐? 네놈은 내 손바닥 안에 있다. 자! 이제 여기를 우리에게 넘기는 게 좋을 거다!”


“훗...”


갑자기 카르토가 작아진 복면의 남자를 향해, 비웃는 듯한 웃음소리를 낸다.


“왜 웃지? 실성한 건 아니지?”


“내가 주먹을 날린 건 네놈을 노리고 한 것이 아니었지.”


“뭐... 뭐야?”


“이게 바로, ‘게임 체인지’라는 거다.”


카르토가 주먹으로 벽을 친 자리. 그곳에는 어느새 긴 빛줄기가 생겼고, 그 빛줄기는 점점 벌어진다. 암청색의 뭔가가, 그 빛줄기 너머로 보인다. 복면의 남자가 재빨리 카르토를 잡아채려 하지만, 이미 카르토는 암청색의 공간 안으로 몸을 집어넣은 뒤다.


“쫓아올 테면 쫓아와 봐라! 여기는 내가 만들어낸 공간이니!”


복면의 남자는 재빨리 그 빛줄기 사이의 암청색 공간으로 들어가 보려 하지만, 이미 그 암청색 공간은 막힌 다음이고, 빛줄기도 막 사라져 버린 참이다.


“제법이군, 살테이로인.”


복면의 남자는 원래의 크기로 돌아온다.


“하지만 내게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 곧 이 우주선도, 우리 차지가 될 테니.”




카르토는 자신의 공간에 숨어서 상황을 살피고 있다. 이 암청색의 공간에서는, 밖의 상황이 보이지는 않지만, 소리를 듣거나 할 수는 있다. 또 여기서는 전화를 받을 수도 없다. 따라서 밖의 소리를 알아서 잘 판단하는 것밖에는, 이 공간 안에 있어서는 별다른 수가 없다.


카르토의 귀에 문득 뭔가 저벅저벅 걷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를 쫓아간다. 얼마쯤 갔을까. 저벅저벅 하고 이어지던 소리는 어디선가에서 멈춘다. 카르토는 직감에 이끌려, 그 소리가 멈춘 자리를 주먹으로 친다. 퍽 하는 소리와 동시에, 그 공간에 빛줄기가 생기고 틈이 생긴다. 그 틈을 향해, 카르토는 주먹을 날리며 몸을 던진다.


“거기구나! 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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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화 - 베라네를 얻는 자(1) 19.09.07 60 2 11쪽
8 8화 - 베라네의 행성 19.08.31 81 2 11쪽
7 7화 - 지상에서 우주로 19.08.28 107 2 11쪽
6 6화 - 실종(3) 19.08.24 136 2 11쪽
5 5화 - 실종(2) +2 19.08.17 159 2 11쪽
4 4화 - 실종(1) 19.08.14 179 5 10쪽
3 3화 - 베라네 19.08.10 281 5 11쪽
2 2화 - 기쁜 소식 +4 19.08.03 437 10 10쪽
1 1화 - 밀수선 +4 19.07.31 779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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