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플레인요거트의 글방

Tycoon City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중·단편

완결

플레인Y
작품등록일 :
2019.04.16 23:06
최근연재일 :
2019.06.05 08: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611
추천수 :
10
글자수 :
46,686

작성
19.05.18 08:00
조회
36
추천
1
글자
8쪽

5화 - 철창 안에서

DUMMY

여기가 어딘지 아직도 알 수 없었다. 잠에서 깨어난 뒤 호송차에서 내려서 구불구불한 통로를 지나 여기에 도착한 지 몇 시간은 지난 것 같았다. 이 작은 방 안에는 햇빛이 들어오지 않았다. 오로지 위에 있는 희미한 LED 조명만이 이 방을 밝혀 주고 있을 뿐이었다. 방의 냄새는 아주 쾨쾨했다. 방들은 벽을 마주 보고 있었고, 벽에 붙어진 레일로는 감시카메라가 쉴 새 없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게다가 아침 식사를 한 이후로 몇 시간째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당연히 지치고, 배는 고팠다. 이 방 안에 먹을 게 있을 리가 없다. 방문은 환히 뚫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런다고 나갈 수도 없다. 문은 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는 턱에 손을 괴었다. 천장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2059 이민우! 턱을 괴지 마! 손 떼!"

그는 다시 무릎 위에 손을 대고 앉았다.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내 이름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그나저나, 이 나라가 정말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는 게 분명하다. 나같이 성실했던 사람이 조금 이상한 생각을 품었다고 이렇게 되다니... 오주원이 말한 게 거짓은 아니었어.’


바로 그 때, 옆에 있던 사람 중 하나가 입을 열었다.

“당신, 어쩌다 여기 오게 된 거요? 보아하니 체격도 좋은데, 뭘 하던 사람 같군.”

“아, 저는 원래 대정 경비대의 장교였습니다. 오늘 아침에 차를 타고 길을 가는데 검문소에서 사원증 제시를 요구할 때 사원증이 없었고, 저는 바로 체포되어서 여기로 오게 되었죠.”

“그런가? 안 믿기는데. 여기는 그런 것 가지고 오는 곳이 아니거든. 아주 중한 범죄를 저질렀을 때만 오는 곳이오. 반체제 활동을 하거나 그에 동조하는 행동이나 언행을 했다던가, 강도상해나 사기죄를 저질렀던가.”

“보아하니 나이가 좀 지긋해 보이는데, 어떻게 오신 건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나는 비사원이오. 하청으로만 40년을 일했지. 어느 날 배가 고파서 사원증이 없으면 출입이 금지된 사원 전용 식당에서 몰래 식사를 하고 있었소. 당연히 직원들이 와서 사원증을 요구했지. 나는 나갈 수 없다며 버텼소. 직원은 경비대를 불렀지. 직원과 몸싸움이 벌어졌고, 나는 분을 못 참아서 직원의 얼굴을 몇 차례 쳤소. 그 이후 나는 ‘감히 비사원이 사원을 폭행했다’는 이유까지 덤으로 씌워져 이곳으로 잡혀 오게 된 거요.”

“참... 억울하셨겠군요. 그런데 반체제 활동가들은 보통 한 곳에 잡아 둡니까?”

그 말을 듣고는 옆에 있던 남자 한 명이 입을 열었다.

“내 이야기를 하는군. 당신은 잘 알고 있소. 중대장으로 활동하며 시위를 진압할 적에 우리 활동가들을 많이 잡아 넣었지. 당연히 잊을 리가 없지.”

“아니, 정성훈 아니오? 당신은 그러면 그러한 것을 잘 알고 있단 말이오?”

“그럼, 알고말고. 반체제 활동가들은 이곳저곳에 분산수용 되어 있소. 쓸데없이 모여서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데, 놈들은 그런 얄팍한 수작을 써서라도 반체제 활동가들을 분산시키려고 애쓰고 있소. 참, 그런데 당신 왜 잡혀 왔는지는 저분에게 말씀했고, 어쩌다 그렇게 된 거요?”

“며칠 전, 오주원이라는 반체제 운동가를 심문했소. 그 때 ‘개인적인 의문점’이라는 말을 했지. 생각해 보니 거기서부터 이상하게 된 것 같소. 그 전에 세크라듐 광산으로 끌려가는 비사원들도 봤고. 아무튼, 이 나라, 상당히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소.”

“바로 보셨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시위 진압할 때 썼던 능력을 왜 지금은 못 쓰는 거요?”

“모르겠소... 여기 몇 시간밖에 안 있었는데도 시간 개념이 없어지고 혼란스러워지는군. 정신이 맑지 않으면 그것을 쓰지 못하는데... 이곳은 사람을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나락에 빠트리기에 충분한 곳이오. 여기 온 지 몇 시간밖에 안 됐지만, 나는 그렇게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때였다. 밖에서 워커 소리가 들려왔다. 벽을 깎아내는 듯 울리는 그 소리는 방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공포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젠장! 또 누구 하나를 305호 분실로 끌고 갈 모양이군. 놈들은 짧으면 하루, 길면 며칠을 가뒀다가 저렇게 하나씩 끌고 가지. 거기 가면 어떻게 될지는 몰라.”

워커 소리가 그가 있는 방 앞에 멈췄다. 그가 고개를 돌아보니 경비대 3등위 1명과 3등사 2명이 방 앞에 서 있었다. 그들이 누군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4487 정성훈! 나와라. 305호실로 간다.”

“당신들은 다 똑같군.”

정성훈은 악에 받쳐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며 말한다.

“당신들 중 누구 하나 나를 인간으로 대해 주는 사람이 없었어. 비사원이라고 갖은 수모를 주고, 여기 와서도 며칠씩이나 굶겼지. 이제 당신들도 그럴 테지. 어디 끌어갈 테면 끌어가 봐라.”

정성훈은 의자를 잡고 놓지 않았다. 병사 두 명이 그의 다리를 잡고 안간힘을 썼다. 3등사가 다가왔다. 순간 이민우는 3등위 오른쪽에 서 있는 3등사가 누군지 알 수 있었다. 예전에 그의 부하로 있었던 조준호 3등사였다. 하지만 그는 지금 그를 몰라본다. 아니, 안다고 해도 알아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그는 허리춤에서 진압봉을 꺼내 들더니 정성훈의 손을 있는 힘껏 내리쳤다. 정성훈이 비명을 지르며 잡은 손을 놓았다. 이때를 놓치지 않고 병사들이 그의 다리를 잡아끌고 방을 나갔다. 정성훈은 그렇게 비참한 몰골로 305호실로 끌려갔다.

몇 시간이나 지났을까. 지금은 아마 그다음 날 아침이리라. 그는 하염없이 온몸이 가려웠다. 이곳에는 벌레도 있는 모양이었다. 정사원 때에는 방이 깔끔하게 관리가 되어서 그런 건 찾으려야 찾아볼 수 없었다. 아무튼, 그에게는 열심히 긁기 위해 움직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나가는 몇 시간 동안 벽돌 수를 세 보기도 했었다. 여기가 어딘지는 모른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반드시 살아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려면 몸과 정신이 온전해야 한다. 기회를 마치 매가 먹이를 노리듯 노리지 않으면, 여기서 온전히 살아 나갈 수 없다. 그 생각은 정성훈이 끌려나가는 것을 보고 나서 더욱 절실해졌다. 그는 옆에 있던 나이 지긋한 방 동료에게 물었다.

“어르신, 여기서 혹시 탈옥한 사람은 없습니까?”

“없소... 이곳은 삼중으로 경비가 되어 있고, 복도마다 모두 자동화 경비 시스템이 갖춰져 있소. 설사 시스템이 고장이 났다 하더라도, 경비대원들이 쉴 새 없이 돌아다니지.”

옆에 있던 덩치 큰 죄수가 거들었다.

“이곳에서 빠져나가려고 하느니, 차라리 죽는다고 생각하는 게 나을 거요. 여기서 탈옥하려는 사람은 모두 경비대원들 손에 죽었지. 그냥 초탈하슈.”

그 죄수는 벌써 체념한 분위기였다. 그 말을 듣고 이민우가 말했다.

“당신은 무슨 말을 그렇게 쉽게 하는 거요. 나는 여기서 그냥 안 죽을 겁니다.”

그 죄수는 무슨 소리를 들었다.

“잘 들어 보슈. 저기 또 공포의 사자가 오고 있군. 워커 소리 들리우? 또 누군가 저렇게 잡아가겠지. 305호실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는 저 정성훈이라는 자가 잘 말해 줬을 거요.”

그 워커 소리가 그 방 앞에 멈췄다. 2등위 1명과 3등사 2명이었다.

“2059 이민우, 나와라.”

“무슨...일이오?”

“305호 분실로 간다.”

같은 방의 죄수들은 하나같이 공포에 질려 있었다. 하지만 이민우는 무슨 생각을 한 건지 조금의 떨림도 없었다.

“그...렇소? 내 차례가 됐단 말이오? 뭐... 그럼 가 봐야지.”

그는 태연하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병사들 사이에 섰다. 병사들도 죄수들도 모두 멀뚱멀뚱 이민우만을 쳐다본다. 2등위는 약간 놀랐으나 곧 말했다.

“당신 참 말을 잘 듣는군. 당신같이 우리를 잘 따르는 죄수는 처음이야. 본래 정사원이라 그런가? 다만 그 말투만 좀 공손하게 해 줬으면 좋겠군. 자, 가지.”

이민우는 아무 말 없이 그들을 따라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Tycoon City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Tycoon CIty> 완결 공지+차기작 공지입니다. 19.06.06 50 0 -
공지 연재 공지입니다. 19.05.02 26 0 -
공지 <Tycoon City> 공지입니다. 19.04.16 49 0 -
10 10화 - 진실 19.06.05 32 1 12쪽
9 9화 - 본사 19.05.31 31 1 14쪽
8 8화 - 도심으로 19.05.29 49 1 11쪽
7 7화 - 탈출 19.05.24 30 1 10쪽
6 6화 - 305호 분실 19.05.22 26 1 9쪽
» 5화 - 철창 안에서 19.05.18 37 1 8쪽
4 4화 - 뜻밖의 사건 19.05.16 54 1 9쪽
3 3화 - 알지 말았어야 했을 것 19.05.11 69 1 10쪽
2 2화 - 빛과 어둠 19.05.09 107 1 10쪽
1 1화 - 흐린 하늘 19.05.04 167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