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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인요거트의 글방

Tycoon C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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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플레인Y
작품등록일 :
2019.04.16 23:06
최근연재일 :
2019.06.05 08: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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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0
글자수 :
46,686

작성
19.05.2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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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8화 - 도심으로

DUMMY

행렬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뒤에서 동료들이 서로 말을 주고받았다.

“그런데 이거 말이야. 우리는 대정 전체를 위하여 투쟁하는 건데... 이렇게 소수로 가는 건 의미가 없지 않을까? 뭐랄까, 좀 독선적인 거라고.”

“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여러 차례 시위를 이끌어 와 봤자, 저놈들은 모르쇠로 일관해 왔지. 어떻게 보면, 이런 충격 요법이 그들로 하여금 뭔가 바꾸게 할 수 있을지도 몰라. 손바닥으로 여러 번 치는 것보다, 송곳으로 한 번 찌르는 것이 더 아프듯 말이지.”

듣고 있던 이민우가 한마디 했다.

“저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효율성과 정사원 신분의 풍요를 긍정하던 사람이었습니다. 그 속에서만 살아왔고, 그 속에서 주는 여러 혜택에 묻혀 있었으니까요. 저를 바꿔 놓은 건 노점상을 하고 있던 한 할머니였습니다. 그 할머니는 정사원인 저를 부러워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할머니가 저에게 새로운 세상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 할머니를 다시 만나보고 싶군요.”

뒤에서 듣고 정성훈이 말했다.

“우리 동지 중에는 정사원 출신도 있고, 비사원 출신도 있네. 자네도 알듯이, 자네 옆에 앉은 주원이는 자네와 똑같은 엘리트 과정을 밟다가, 사회에 의문을 품고 대학을 뛰쳐나왔지. 서로가 서로의 위치에서 현재에 의문을 품고, 더 나은 것을 추구한 결과 이렇게 서로 만나게 된 거야. 서로 뜻이 같으면, 서로 뭉치게 돼. 그렇지 않고 각자 위치에 안주하려 하면, 정사원은 각종 복지와 혜택에 파묻혀 현실을 못 보게 되고, 비사원은 점점 더 추락해서 노예가 되어 가는 거야.”

“또 이런 적도 있었습니다. 제가 며칠 전 휴가를 나가서 동부 지방의 산지로 가던 도중에 세크라듐 광산을 보았습니다. 그곳에서 경비대원들이 비사원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끌고 가서, 인간 이하의 대접을 하며 끌고 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강압적으로 대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습니다. 저 위에 있는 누군가가 명령을 내렸을 테니...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역시 뒤에서 최세미가 말했다.

“마음고생이 심했겠어. 그걸 보고도 뭔가 느끼지 않는 건 이미 사람이 아니야. 기계 속의 부품일 뿐이지. 우리는 그 부품이 되지 않으려고 몸부림쳐왔어. 시위에 나가서 우리의 목소리를 외쳤지. 그러나, 돌아오는 건 발길질과 매질뿐이었어. 우리는 더욱더 쪼그라들었어. 이민우 씨, 자네를 만난 건 그야말로 기적이야.”

호송차 행렬은 도심부로 점점 더 들어가고 있었다. 마침 시간은 오후 5시를 지나고 있었다. 그 때, 길가에서 방송이 나왔다.

“사원 여러분께 알려 드립니다. 조금 전, 동부 감옥에 같혀 있던 테러리스트들이 탈출한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이들이 강영 쪽으로 향했다는 제보가 들어왔으며, 정확한 위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사원 여러분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훗, 우리보고 테러리스트라는군! 한번 해 보자는 거지! 그리고 사원만 대피하라고? 사원 아닌 사람은 인간도 아닌가 보군!”

“모두 총을 드십시오. 당장 쏘지는 않더라도 몸에서 떨어지면 안 됩니다. 그리고 이럴 때일수록 마음을 가라앉혀야 합니다. 놈들이 언제 공격해 올지 모릅니다. 오주원 씨는 이 차 안에 방어 시스템 같은 것이 있는지 살펴봐 주십시오.”

“알겠네. 이 앞에 있는 걸 보면 되는 건가?”

오주원은 화면에 있는 ‘자동 방어 시스템 작동’ 버튼을 보았다.

“이민우 씨, 자동 방어 시스템 작동이라는 버튼이 있는데, 이걸 누르면 되나?”

“네, 그럴 겁니다. 그런데, 지금 누르면 안 됩니다. 제가 누르라고 할 때 누르십시오.”

“음... 자네 그러고 보니 이 차를 많이 알겠군. 자네 결정에 따르지.”

행렬은 이제 시가지에 진입하고 있었다. 시가지는 이상하게 음산했다. 평소라면 퇴근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눈에 띄기 시작해야 할 때인데 아무도 없었다. 조금 전의 안내방송 때문인 듯했다. 이상하게 본사로 가는 길은 한산했다.

“이상해. 아무도 제지하지 않고, 길거리에 차도 없고 말야. 민우 씨, 이건 함정인 것 같아. 돌아가서 다음을 도모하는 건 어떨까?”

이민우는 잠시 차를 세운 뒤, 자신이 들고 온 역사책을 꺼내 보이면서 말했다.

“기회가 있으면 즉시 행동에 옮기라고 하였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이 역사책에서 본 바로는 민중들이 들고 일어났고, 그 때 비로소 최씨 부자 정권이 무너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기회는 그렇게 왔고, 민중들은 그 기회를 잡아 최씨 정권을 몰아냈습니다. 지금은 기회입니다. 그리고 제가 방금 자동 방어 시스템이 있다고 말했잖습니까. 저만 믿으십시오. 그리고 여지껏 수없이 많은 위험과 싸워 오며 반체제 운동을 해 왔던 분들이신데 이렇게 소심한 모습을 보이면 되겠습니까. 걱정 마십시오.”

그는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차는 어느덧 목표지점을 400m 가량 남겨두고 있었다. 그 때였다. 갑자기 계기판에 붉은 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민우 씨, 이 붉은 점들은 뭔가?”

“일단 차를 멈추십시오. 지금이 바로 자동 방어 시스템을 사용할 때입니다. 제 신호에 누르십시오.”

그 시간, 1개 중대 병력의 경비대가 20층 정도 높이의 건물 위에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3개 소대로 나누어 각각 자리를 잡고 기다렸다. 일등경 한 명이 밑을 내려다봤다. 약 100m 밖에서부터 호송차 행렬이 오고 있었다. 일등경은 중대장에게 물어 보았다.

“저기 호송차들이 오고 있습니다. 저희 지원병력입니까?”

“아니다. 동부 감옥에서 탈출한 놈들이다. 총본사 쪽으로 향하고 있으니 맞을 거다. 내가 대대장님께 보고하겠다.”

즉시 중대장은 소속 부대의 대대장에게 보고했고, 대대장으로부터 허가 명령이 떨어졌다.

“내가 신호하면 즉시 쏜다.”

한편 밑에서 호송차를 모는 이민우는 건물 위에서 총을 장전하고 있음을 눈치챘다. 위에서 기회를 노리던 중대장은 지금이라고 생각하고 발사 명령을 내렸다.

“발사!”

“지금입니다! 누르세요!”

위에 있는 경비대원들이 일제 사격을 개시했다. 사격은 약 30초간 이어졌다.

“계속 쏴라! 총알이 다 떨어질 때까지 쏴라!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한 놈도 살려 보내선 안 돼!”

이윽고 총알이 다 떨어졌다. 중대장은 호송차에 있는 사람들이 죽었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중대원들에게 밑으로 내려오라고 지시했다.

“밑으로 내려와라. 확인 후에 보고한다.”

한편 차 안에서는 이민우와 일행이 숨죽인 채 기다리고 있었다.

“모두 무사하셨습니까? 지금 저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아마 죽었는지 확인하러 내려오는 걸 겁니다.”

“그런데, 이거 원리가 어떻게 되는 거지?”

“버튼을 누르면 시스템에 의해 일시적으로 차체 장갑이 초고도로 단단해져서 아주 강력한 포탄이 아닌 이상 어떤 총탄에 의한 공격도 흡수합니다. 이건 그룹 쪽에서 개발했다고 들었습니다. 일단은 가만히 있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가까이 오면?”

“그때는 제가 처리하지요.”


이윽고 그 중대가 가까이 다가왔다.

“모두 몸을 낮추십시오. 제가 됐다고 할 때까지는 가만히 있어야 합니다.”

이민우는 그러면서 뭔가 생각했다.

‘전에 벽을 넘어뜨린 게 생각나는군... 그 때와 비교하면 정말 상상도 못 할 정도의 정신력을 느낀다... 감옥에 있었던 기억 때문인가...’

한편 바깥에서는 경비대원들이 소리가 들리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바깥에서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중대장님,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창문을 열어 봐도 되겠습니까?”

“아직, 아니다. 열지 마. 저놈들이 뭔가 꿍꿍이가 있을지도 몰라. 부비트랩이라든가...”

“중대장님, 저놈들은 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었습니다. 뭘 가지고 나왔겠습니까? 그냥 열어서 확인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 순간, 차 문을 열고 누군가가 나왔다. 복장까지 완벽히 경비대원과 똑같았다.

“너는 누구냐!”

다음 순간 그들은 폭풍과도 같은 충격파를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버텨낼 수 없을 만큼 강했고 그들의 머릿속을 뒤흔들어 놓았다. 이민우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넘어진 경비대원들이 어지럽게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이민우는 차로 돌아왔다.

“지금입니다! 출발합니다!”

안에 있던 동료들은 모두 한숨 돌렸다는 표정이었다. 뒤에서 여자친구가 말했다.

“민우야, 네가 이런 건 몰랐는데...”

“나도 네가 정사원인 거 몰랐잖아? 그럼 똑같아진 건가?”

“야. 그거랑 차원이 같냐? 정사원이랑 초능력 쓰는 거랑 같으냐고?!”

“자자, 둘 다 그만들 하고, 지금은 그런 거로 다툴 때가 아니야. 지금은 본사로 가는 것에만 집중하자고.”

이제 그들은 본사에서 500m도 안 떨어진 거리에 있었다. 여기까지 온 것이 어떻게 보면 기적이었다. 그것도, 정말 놀라운 것이었다.

“그리 먼 거리도 아니고, 그리 가까운 거리도 아니군. 그토록 위압적으로 느껴졌었는데, 이렇게 쉽게 이곳에 도달할 줄이야...”

드디어 본사 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약 100m 높이의 원통형 빌딩에 그것보다 3배는 넓은 기단이 받치고 있는 형태였다. 주위 100m에는 건물이 없도록 해 놨고, 둘러싼 건물들도 모두 낮게 지어졌기 때문에 높이에 비해서 돋보이는 느낌이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저기 들어갑니다. 딱히 보이는 건 없어 보이는데... 뭔가 심상치 않습니다. 제 느낌인가요?”

“아냐. 자네 느낌이 맞아. 본사를 둘러싼 건물들 위에서 경비대원들이 우리를 포위하고 있어. 내가 지금 뒤에 난 창으로 봤는데, 역시 자네 예감은 적중했어.”



그 때, 본사를 둘러싼 건물 위에서는 1개 대대 규모의 병력이 건물을 포위하고 있었다. 그들은 다름 아닌 북부대대. 그 중에도 시위 진압으로 명성이 높은 A중대는 행렬의 뒤편에 있었다. 물론 이민우는 공식적으로는 행방불명 상태이므로 다른 중대장이 와 있었다.

“내가 첫 번째로 맡는 작전인데... 잘 되겠지? 이번 작전을 잘 해야 대대장님께서 뭔가 포상도 주고 할 텐데 말이야.”

“저, 중대장님. 지금 그런 걸 생각하실 때가 아닙니다. 조금 전에 서부대대 B중대가 원인불명의 연락두절상태에 빠졌습니다. 서부대대 B중대의 마지막 보고에 따르면 차 안에서 경비대 전투복을 입은 누군가 나왔다고 합니다. 뭔가 심상치 않습니다.”

“이봐, 반체제 놈들이 있어 봐야 뭐 있겠어? 그냥 호송차를 방패 삼고 맨몸뚱이로 온 거 아닌가? 모두 신호가 가면 진격 개시다. 다른 중대에서도 우리가 가는 것과 동시에 진격할 것이다. 알았나?”

“예, 알겠습니다.”

소대장들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대답했다. 하지만 그 중대장이 생각하는 ‘반체제 놈들’은 맨손으로 온 것이 아니었다. 어쨌든, 신호가 떨어지자 그들은 건물에서 내려와 포위를 시작했다. 이상하게도 그들은 ‘안에 들어 있는 놈들’이 뭘 가졌는지도 몰랐다. 아니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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