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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린의 3.141592차원적 서재

귀환 검후의 다시 쓰는 프롤로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완결

장린
작품등록일 :
2022.11.28 13:27
최근연재일 :
2022.12.27 18:05
연재수 :
1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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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51
추천수 :
524
글자수 :
656,239

작성
22.12.2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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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격돌 (5)

DUMMY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투명한 경계에, 두 ‘태초’가 부딪혔다.


손과 손이 맞부딪힐 때마다 주변의 공기가 팽창했다가 사그라든다.


파멸의 의지가 만들어낸 염동파에 대응해 모든 상황에 적응하도록 진화하는 육체가 점점 더 벼려진다.


염동력 따위에 굴하지 않도록 단단하면서도 유연하게

의지로 이루어진 화살을 피할 수 있을만큼 빠른 속력을 낼 수 있게

《라 크레도》의 인식보다 빠르게, 그의 상상보다 더 튼튼하게 육체가 진화한다.


피잉—!


신하의 발돋움이 소리를 두고갔다.

물 위에 거대한 구덩이가 만들어질 때마다 한 박자 늦게 따라오는 파공음.

공기를 찢는 소리가 들릴 쯤이면 이미 신하의 공격이 《라 크레도》를 노리고 날아들고 있었다.


“소용 없다.”


그러나 모든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라 크레도》는 온몸에 염동력으로 만든 갑옷을 둘렀다.


그의 의지를 따라 생겼다가 사라지는 염동 방벽을 신하는 뚫어내지 못했다.

아무리 공격해도 쿵,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공격한 팔다리가 저려올 뿐.

진화를 통한 신체 강화는 그의 염동력을 부수기에는 부족했다.


“멸(滅).”


《라 크레도》가 팔을 뻗자 손가락 끝의 공간이 아지랑이 피듯 흔들린다.

신하는 그것을 보고는 곧바로 몸을 날렸다.


콰광—!!


귀를 찢는 폭발음이 사방에 울려퍼지면서 압도적인 염동파가 방출되었다.


그의 염동력은 파멸의 극의를 담은 의지 그 자체.


예전만큼은 못하다해도 직격하면 치명상을 입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극(極).”


곧이어 신하에게로 두 번째 염동파가 쏟아졌다.

진화한 오감이 발하는 경고에 신하는 몸을 피했다.


피부를 찌르는 듯한 감각이 전방위를 압박해왔다. 이미 염동력이 공간을 전부 장악한 뒤였다. 회피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신하는 어쩔 수 없이 ‘진화’의 힘을 더 끌어올렸다.


“하아압!”


바다를 박차고 뛰어나가 주먹을 내질렀다.


그가 선택한 것은 정면돌파.


신하가 가진 ‘진화’의 초능력은 상황에 맞춰 필요한 초능력으로 변화하는 힘이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빠직—!


주먹이 염동파와 맞닿는 동시에 공간이 일그러졌다.


‘태초’의 초능력이 충돌한 나머지 시공간이 어그러진 것이다. 신하는 남모르게 입꼬리를 올렸다.


이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은 신하에게 있어 호재였기 때문이다.


뻗은 주먹에서 힘이 흘러넘치며 부서진 시공간에 적응하기 시작한다.


아무리 《라 크레도》라고 한들 시공을 뛰어넘어 염동력을 전개할 수는 없다.


당연히 두 힘이 맞닿은 곳을 기점으로 염동파가 두 갈래로 갈라졌다. 거대한 물살이 뜻밖의 장애물을 만나 비틀린 것처럼, 신하 한 명이 자리할 수 있는 안전지대가 생겨났다.


그에 만족하지 않고 신하는 돌진했다.


안전지대에 머무르지 않고 구태여 위험을 좇는 저돌적인 행동이었지만 그러지 않고서는 그가 맞서는 적에게 제대로 된 공격을 할 수 없다.

시공의 일그러짐이 더욱 확장되면서 염동파가 그를 빗껴나가는 것을 느낀다.


거대한 염동력을 갈라내며 순식간에 그의 코앞에 도달한 신하가주먹을 뻗으려던 순간


신하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의지의 덩어리를 피하기 위해 급히 몸을 날렸다.


“섬(殲).”


뒤늦게 《라 크레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장 순수하게 정제되고 날카롭게 벼려진 파멸의 의지가 신하의 목을 노리고 날아들었다.


그가 예측이라도 한 듯 미리 염동력의 창을 만들어 쏘아냈던 것이다.


“크윽!”


미처 피하지 못한 염동파에 왼쪽 어깨가 망가졌다.


생각한대로 너무 쉽게 상황이 흘러간다 싶더니, 역시나 《라 크레도》의 함정이었다.


전방위에서 쏟아져내린 염동파 공격은 신하의 정면돌파를 유도하기 위한 미끼.


‘어쩐지 위력이 약한 것 같더라니.’


허허실실에 당한 신하는 무던한 표정으로 어깨를 쓸어내렸다. 손에 피가 좀 묻어나왔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어떤 상처도 금방 회복하도록 진화한 육체 덕분에 박살난 어깨는 곧 있으면 되돌아올 것이다.


“인간이 됐는데도 ‘진화’의 초능력은 사라지지 않은 건가. 성가시기 그지없군.”

“그러는 너는 확실히 예전보다 약해졌는데? 원래 같았으면 벌써 내 목을 뚫고도 남았을 텐데 말이야.”


신하는 자신의 목을 가리키며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

한 순간의 공방이었지만 신하는 전력을 쏟아낸 뒤였다.


그에 반해 《라 크레도》는 숨 하나 흐뜨러지지 않은 상태.


“어리석은 녀석. 인간이 된 몸으로 내게 도전한 것부터가 자살행위다. 지금 네 나약한 모습을 봐라. 한 합의 공방만으로 벌써 호흡이 흐뜨러지지 않았느냐.”


여유를 가장했지만 《라 크레도》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신하는 비틀린 웃음을 지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난제에 도전하는 것이야말로 인간다운 점이 아니겠어?”

“선문답은 지옥에 가서나 하거라.”

“먼저 폼 재는 놈이 누구였는데?”


농담을 던지며 신하는 다시 자세를 잡았다.


이미 상처는 치유되고 호흡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인간화의 부작용인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든 극도의 긴장으로 인한 피로는 풀리지 않았지만 상관은 없었다.


‘여기서 내가 굳이 녀석을 죽여야 할 이유는 없어.’


신하는 크게 숨을 내쉬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가 눈에 가시 같은 적인 것은 맞지만 이곳에서 녀석을 죽일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던 건 아니었다. 죽일 수 있으면 좋지만 그렇지 못해도 좋았다.


자신이 이곳에 온 것은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대한 많이 녀석의 힘과 충돌해야 돼. 아까 같은 균열이 더 생겨야······.’


자신을 타이르던 신하는 《라 크레도》의 목소리에 하던 생각을 멈추었다.


“전투 중에 다른 생각을 하다니. 답지 않군. 단(斷).”


빈틈을 보인 것은 실책이었다.

염동의 칼날이 신하의 옷깃을 스쳤다. 아까와 같은 치명상은 아니었지만 흰색 와이셔츠 사이로 배어나온 피는 실제 상처보다 더 심각한 부상을 입은 것처럼 붉게 물들었다.


“하하! 좋아, 그렇게 나오셔야지!”


신하는 광소를 흘리며 외쳤다.


그는 자잘한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고 날아드는 염동력을 사이를 뚫고 바다 위를 미끄러졌다.


‘진화’의 힘은 시간이 흐를수록 강해진다.

그때 그때의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한다는 점이 ‘진화’의 장점. 속도가 부족할 때에는 속도를, 위력이 부족할 때에는 위력을 보충한다.

어디까지나 상황에 대응할 수 있을 정도로 적응을 할 뿐, 문제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제공해주지는 않지만 그것은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다.


계속되는 극한 상황에 적응해, 마지막에는 상황을 타파할 진화의 해답을 내놓는 것이 그가 가진 힘의 본질.


전투가 계속될수록 신하는 《라 크레도》의 힘에 적응해 끝없이 강해진다.


‘그렇게 되기 전에 끝장을 봐야한다.’


신하의 초능력을 알기 때문에 오히려 초조한 쪽은 《라 크레도》였다.


아무리 인간이 되었더라도 ‘진화’의 초능력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예전보다 출력은 약해졌어도 그것은 ‘태초’가 가지는 힘의 잔재.


어지간한 치명상은 금세 회복해버릴뿐더러 시간을 끌면 끌수록 무슨 진화를 이룩할지 알 수가 없다. 방금 전처럼 시공간의 균열을 일으켜 염동력을 강제로 흘려내는 그 힘을 완벽하게 다룰 수 있다면 더 이상의 승기는 남지 않는다.


“파극(破極), 열섬(裂殲), 멸단(滅斷).”


그의 의지에 따라 쏘아진 염동력이 폭풍우를 이루기 시작했다.


파멸의 의지가 신하의 사위를 에워싼다.

첨예한 죽음의 창이 바다 위에 긴 궤적을 그리며 날아간다.

칼날처럼 날카로운 염동파의 회오리가 모든 것을 찢어발길 듯한 굉음을 발산한다.


쿠오오—


《라 크레도》가 만들어낸 사이킥 토네이도를 견디지 못한 바다는 수없이 많은 소용돌이를 만들어냈다.


유속이 빨라지고, 잔잔했던 바다에 고저차가 생기면서 발 딛을 곳을 찾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하지만 그런 것들은 사소한 문제다. 고작 물이나 바람 같은 주변 환경에 신경을 쓸 정신은 없다.


눈앞에 당도한 파멸의 의지를 어떻게든 깨부수어야했기에.


“좋아! 전력으로 덤벼!”


신하가 호기롭게 외치며 ‘진화’의 초능력을 끌어올린다.


자신의 몸이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되는 것 같은 감각이 차오른다.


몸이 수면 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허공을 밟을 수 있도록 진화한다.

섬광과 같은 속도에 견딜 수 있게 몸이 단단하고 날카롭게 변한다.

주먹이 의지를 부수고 시공간을 깨부수는 위력을 가지게 된다.


이 모든 진화는 《라 크레도》가 만들어낸 염동의 폭풍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


살아남아 녀석의 턱주가리에 주먹을 꽂아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일단 지금은 살아남는 데에 집중한다!’


그것은 파멸의 폭풍 속에서 살아남은 뒤의 이야기.


그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염동의 칼날이 날아오는 것을 시작으로


인간이 되기 위한 신하의 진화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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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어서 와, 오빠 (2) 完 22.12.27 192 2 13쪽
130 어서 와, 오빠 (1) 22.12.27 111 2 10쪽
129 전후 처리 (4) 22.12.27 95 2 14쪽
128 전후 처리 (3) 22.12.27 87 2 12쪽
127 전후 처리 (2) 22.12.27 94 2 15쪽
126 전후 처리 (1) 22.12.26 91 2 15쪽
125 집으로 돌아가자 (2) 22.12.26 94 2 13쪽
124 집으로 돌아가자 (1) 22.12.26 87 2 10쪽
123 개념간섭 (7) 22.12.26 88 2 10쪽
122 개념간섭 (6) 22.12.26 90 2 9쪽
121 개념간섭 (5) 22.12.26 84 2 9쪽
120 개념간섭 (4) 22.12.25 99 3 9쪽
119 개념간섭 (3) 22.12.25 94 3 10쪽
118 개념간섭 (2) 22.12.25 86 2 11쪽
117 개념간섭 (1) 22.12.25 93 3 10쪽
116 격돌 (7) 22.12.25 96 3 10쪽
115 격돌 (6) 22.12.24 99 3 11쪽
» 격돌 (5) 22.12.24 93 2 9쪽
113 격돌 (4) 22.12.24 103 3 9쪽
112 격돌 (3) 22.12.24 102 3 10쪽
111 격돌 (2) 22.12.24 101 3 11쪽
110 격돌 (1) 22.12.23 91 3 10쪽
109 막간 - 신하와 진화 22.12.23 101 5 12쪽
108 계획 (4) 22.12.23 98 3 11쪽
107 계획 (3) 22.12.23 103 4 12쪽
106 계획 (2) 22.12.23 102 4 11쪽
105 계획 (1) 22.12.22 94 3 11쪽
104 내가 악역이 되더라도 (4) 22.12.22 103 3 9쪽
103 내가 악역이 되더라도 (3) 22.12.22 107 3 12쪽
102 내가 악역이 되더라도 (2) 22.12.22 102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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