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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구역

육도환생기(六道幻生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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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량
작품등록일 :
2024.09.08 16:40
최근연재일 :
2024.09.09 17:31
연재수 :
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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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추천수 :
0
글자수 :
12,731

작성
24.09.08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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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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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5쪽

지옥도(地獄道)

DUMMY

부끄러운 삶을 살았다. 가을의 맑은 하늘은 그러한 내 죄책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나는 가만히 앉아 힘없게 고개를 돌려 창문밖을 바라보았다.


가을에 우는 매미는 늦게나마 자기 짝을 찾기 위해 간절함의 노래를 불렀다.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 매미는 실패할 것이라는 것. 조금 늦게 굴 밖으로 나온 게으른 행동의 대가를 곧 치르게 될 것이라는 것.


하지만 그런 장면은 보는 이로 하여금 흥미를 끄는 능력이 있었다. 왜인지는 잘 모른다. 어쩌면, 저 매미의 발악이 재미있는 것일지도. 아니면, 자신은 저 게으른 매미와는 다른 성향을 가진 자이고 자기 목적을 꼭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저런 매미나 인간이나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거의 모든 인간은 감정이 없는 살인마의 자질이 있는 것이다. 단지 그것이 단편적으로 발현될 뿐인 것이다.


불과 200년 전까지만 해도, 사형을 관람하는 것은 일종의 서커스 취급을 받았다. 사형식을 집행하는 날짜가 오면, 남녀노소 상관없이 처형대 밑에서 목이 떨어지기 전에 마지막으로 사람들을 향해 저주를 퍼붓는 사형수는 망나니의 칼질에 그 생을 마감한다.


목이 굴러떨어지면 사람들은 환호성을 질렀고, 사형수의 몸은 흥분에 젖은 관중들에게 짓밟혀지거나 운이 나쁘다면 시체조차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분풀이를 당할 수도 있었다. 이미 그들의 기준에서 사형수란 자신들이 가지고 놀다가 죽거나 해도 상관이 없는 장난감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풍조는 한 장의 종이로 막을 알리게 된다. ‘인권선언서'라는 이름을 가진 그 종이 한 장이 얼마나 큰 파급력을 불러 올지.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사물의 힘을 결정하는 것은 그 사물이 가진 근원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그저 상호 간의 약속에 불과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원자폭탄이라던지 생화학 무기라던지 하는 것도 사실 다 가짜고 고도의 책략에 의해서 우리가 믿게 된 것이 아닐까.


잡생각하다보니 어느새 시간이 빠르게 흘러 하늘은 어둑해졌다. 나는 땀으로 젖어 찝찝한 옷을 벗어 던지고 가볍게 샤워했다. 샤워기에서 나오는 물은 차가웠다. 마치 차갑게 얼어붙은 내 삶의 온도처럼.


나는 입 안에 매실을 앙 물었다.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매실 향을 맡으며 죽을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았다.


입을 굳게 다물고 결심을 마친 나는 푸른 막으로 감겨진 캡슐에 누웠다. 캡슐에 들어가니 차가운 몸이 조금은 따뜻해졌다. 역시 100만원씩이나 주고 구입한 보람이 있다. 이런 것을 보면 꼭 그들이 정하는가치가 헛된 것만은 아니다.


나는 가만히 누워 문제가 많았던 내 삶을 회상했다. 기뻤던 일도 분명히 있었지만, 이미 그런 것들은 어둑하고 눅진한 것들이 내려앉아 덮어버린 지 오래였다.


‘아.’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온 것 같았다. 축축한 것이 내 뺨을 타고 흘렀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방울은 내 옷에 둥그런 물 자국을 남겼다.


마지막으로, 나는 캡슐의 뚜껑을 닫는 버튼을 눌렀다. 10초 이내로 수면가스가 분사되고, 30초 후에는 산소가 사라질 것이며, 2분 후에는 더 이상 이 세상에 내가 없겠지.


딸깍.


무감하게 목숨을 앗아가는 듯한 캡슐의 뚜껑이 닫히는 소리. 그것을 끝으로, 내 의식 활동이 정지했다. 이변이나 구원은 없었다. 그런 것을 바라기에 나는 지나치게 어리석었다. 문제 많았던 삶의 결말이 코앞에 있었다. 내 몸에서 내 영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내가 마지막으로 본 장면은 눈을 감은 내가 편안한 표정으로 있는 것이었다.


‘사후세계가··· 있을까?’


그것을 끝으로, 이승에서의 내 삶이 끝났다. 내 영혼이 마치 끝없는 어둠에 잠식된 터널 안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과 함께, 내 의식이 사라졌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내가 다시 의식을 되찾았을 때는.


“끄아아아아아!!!”


지옥의 업화에 맛있게 구워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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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초열지옥(焦熱地獄), 타파나(Tapana) (2) 24.09.09 9 0 10쪽
2 초열지옥(焦熱地獄), 타파나(Tapana) (1) 24.09.08 17 0 14쪽
» 지옥도(地獄道) 24.09.08 23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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