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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피의 상상극장.

내 꿈은 지구정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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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준.
작품등록일 :
2024.08.12 15:17
최근연재일 :
2024.09.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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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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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5,027

작성
24.08.1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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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히어로를 만났다.

DUMMY

"야. 가자. 중길아. 내가 씨발 저 가격에 짜장면 곱베기로 먹을 수 있는데 알려줄게."

"어..."

"왜? 라면 먹고 싶어?"

"아니요. 그게 아니라... 전 한강 오고 싶어서 데려다 달라고 했는데..."

"형이. 먹고 또 태워다 주면 되잖아."

"..."


왜 굳이?? 그렇게까지???


"뭐?"

"어... 가셔야 되는 거 아니세요?""나 오늘 일 없는데?"


그럼 가시든가. 왜 저랑 같이 계시는지...


그래. 이건 혼자 눈 껌벅거리면서 생각하지 말고 물어보자.


"형 왜 저랑 계실려고 그러세요?"

"그러면 안돼?"

"안 되는 걸 떠나서... 아는 사람도 아니고..."

"하 나 씨발. 거 참. 존나 따지네. 중길아. 너 아까 내가 브레이크 제대로 안 잡았으면 지금 한강이 아니라 병원에 있어."

"그건... 그렇게 될 수도 있었겠죠?"

"그래. 병원비 낼 돈으로 밥 사먹는다 생각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오토바이 형이 어깨를 툭 치면서 말했다.


"이 씨발 너 지금 혼자 냅뒀다간 또 울면서 뛰어다닐 거 아냐."

"아... 안 그래요..."

"하하하! 일단 타. 빨리 뭐라도 먹으러 가자. 나도 슬슬 진짜로 배고파진다."


낯선 사람을 두 번이나 따라가는 건 걸리지만. 그래도 아까 오토바이 뒷자리에 탄 건 좋았어.

재밌었다. 시원하고 빠르고.

오토바이에 탄 순간만큼은 확실히 현실에서 뭔가를 잊은 기분이었어.


"정말 가도 돼요?"

"아! 타라고. 배고파 임마."

"..."

"빨리 타라니까. 형이 사준다고."


이상한 사람 같지는 않다.

그리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해봐야. 내가 뭐 뺏어먹을 돈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실례하겠습니다."

"푸하하하! 뭐냐? 방금 그건?"

"아니요. 그게... 뒤에 앉으니까."

"새끼. 예의있네. 꽉 잡아라. 조금 멀다."


* * *


"이리 오너라!"

"뭔 소리야?"

"저 왔어요."

"길조 왔냐."


지주동 옆. 성구동이란 주택가로 왔다.

빌라 골목 중간중간 식당도 있고 슈퍼도 있고 미용실도 있는 그런 곳에서 오토바이 형이 아는 중국집에 들어왔다.


"중길아. 뭐 먹을래?"

"어... 짜장면이요."

"사장님. 짜장면 곱베기 두 개랑요. 탕수육도 하나 주세요."

"잠깐만 있어라. 지금 바빠서. 먹고 갈 거지?"

"네. 왜요? 주문 밀렸어요?"

"보면 모르냐..."

"알바생은 어디가고?"

"모르겠다... 어디 갔을까. 망할놈의 새끼."

"사모님은요."

"후우..."


오토바이 형이 사장님을 가만히 쳐다보더니 곧 몸을 돌려 나를 보며 말했다.


"중길아. 잠깐만 기다리고 있어라."

"네?"

"형 배달 좀 뛰고 올 테니까. 잠깐만 있어."


그리곤 다짜고짜 내가 뭐라 답하기도 전에 혼자 벌떡 일어나 정신없는 주방 쪽을 향해 나간다.


"어디 어딘데요?"

"왜? 일하게?"

"군만두 서비스로 주면?"

"으하하! 기특한 놈의 자식. 잠깐만 있어 봐. 두 군데가 있거든?"

"빨리 빨리 주세요."


원래 일하던 곳인가? 하긴 오토바이 타니까 배달도 할 수 있겠지.

좋겠다. 나도 오토바이 면허 따볼까? 배달은 돈도 많이 주던데.


"기다려. 금방 오니까."

"네. 다녀오세요."


형은 당당하게 철가방을 들고 나가고 사장님이 테이블에 물과 수저를 놔주며 물으셨다.


"뭐 먹을래?"

"네??"

"뭐 먹고 싶냐고."

"어... 아니. 방금 형이 짜장면이랑 탕수육 시켰는데..."

"급할 때 나서주는데 어떻게 주문만 대령하나. 먹고 싶은 거 얘기해 봐. 아저씨가 다 해줄테니까."


중국집에서 먹고 싶은 걸 고르라 한들 먹어본 게 있어야지.

짜장면 짬봉 볶음밥 탕수육 외에는 다 한번도 안 먹어봤는데.


"형 오면 같이 고를게요."

"알았어. 그럼. 내가 알아서 준비해줄게."

"..."


이래도 되는 건가? 처음 보는 사람을 따라왔다고 공짜 밥을 먹다 못해 대접까지 받는다.

바로 몇 시간 전까지만 하더라도 세상 모두가 나를 거부하는 것 같았는데.


"사장님. 식사 되나요?"

"네. 근데 잠깐만 기다리세요. 지금 일손이 바빠서."

"으음."


그러는 가운데도, 저녁시간이라 그런가 손님들이 찾아왔다.

큰 테이블이 네 개 있었다.

가만히 있을 수 없어 나도 뭐라도 돕는 게 맞겠다 싶어 교복이랑 가방을 내려두고 나섰다.


"왜 이래?"

"저도 도울게요."

"하하. 가만히 있어도 되는데."

"아니요. 그냥 물이랑 젓가락만 놔주면 되는 거잖아요?"

"음. 그래 맞다."


아까 사장님이 여기서 숟가락 세트를 들고 오셨어.

물은 냉장고에 있고 컵도 그 옆에 준비되어 있다.


"쟁반에 받쳐서 들고 가."

"네."


엄청나게 배가 고팠지만, 공짜 밥을 먹긴 싫었다.

무엇보다 나는 알바를 찾고 있으니까 여기서 잘하면 또 써줄지 누가 알어?


"어. 보자. 짜장면이랑..."

"난 짬봉."

"그렇게 주세요."

"알겠습니다."


식탁을 준비하고 사장님한테 돌아와 주문을 말씀드렸다. 그러자 사장님이 계산기로 오라며 손짓을 해준다.


"저기가 3번 테이블이거든. 이거 누르면 메뉴 보이지?"

"네."

"짜장면 짬봉이니까 그거 누르고."

"이렇게요?"


모니터 화면을 꾹꾹 누르자 주방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이름이 뭐냐?"

"저요? 중길이요. 안중길."

"그래. 중길아. 아까 물 꺼낸 냉장고 옆에 보면 단무지랑 춘장이랑 있거든? 그것도 갖다드려."


그 사이 또 다른 손님이 가게로 찾아오고. 오토바이 형도 헬멧을 턱 올리며 돌아왔다.


"음? 넌 뭐하냐?"

"아. 뭔가 다들 바쁘신 거 같아서..."

"으하하하! 사장님? 이거 우리 서비스 군만두로 안 될 거 같은데?"

"길조야. 알아서 다 챙겨줄 테니까. 급한 불만 좀 꺼주라."


오토바이 형이 씩 웃으며 주방에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형을 가만히 보면서 물었다.


"길조가 형 이름이에요?"

"어. 김길조."

"길조 형이구나."

"그래. 형 이름 멋지지? 흉조 길조 할 때 그 길조야."


길조 형은 또 한번 툭 하니 내 어깨를 치면서 말했다.


"넌 씨발 오늘 형 만난 거 존나 행운인 줄 알어."


조금은 그런 생각이 없지않아 있었다.

아까는 어딘지도 모를 공간을 헤매고 다니며 거절만 당했는데. 지금은 임시라곤 해도 뭔가 이 안에 소속되어있단 느낌이 든다.


"저희 주문 안 받아요?"

"야. 너 가야 하는 거 아니냐?"

"어? 네."

"하하! 또 다녀오마."


누군지도 모를 사람을 따라와 맞이한 공간.

시끄러운 주방 소리와 바쁘게 요리를 나르는 사장님. 들어오자마자 정신없이 배달을 가는 길조 형.

무언가 분명하게 자기 역할을 가지고 있는 그들과 달리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꼴랑 물이랑 수저 젓가락 단무지 정도 놔주는 게 전부였지만.

그래도 나는 이 안에서 허전한 마음이 조금 차오르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 * *


"어이고. 뭘 이렇게 많이 차리셨어?"

"알바비다 생각하고 먹어라."

"하하! 고맙습니다."

"어..."

"중길이도 많이 먹고."

"저... 저는..."

"음? 왜? 뭐 더 줄까?"

"아니요. 그게..."


정신없는 한 시간 정도가 지나고 사장님이 저녁을 차려주셨다.

길조 형이 주문한 짜장A세트에 처음보는 요리가 두 어가지 더 올라와 테이블이 가득차 보인다.


"잘 먹겠습니다."

"그래."

"어..."

"왜? 너 깐풍기 싫어해?"

"아. 이게 깐풍기에요?"

"안 먹어봤어?"

"처음봐요."

"먹어 봐. 치킨같애."


빨간 튀김은 깐풍기였고 야채와 해파리 같은 게 있는 건 양장피였다.


"먹어도 되죠?"

"아. 정말... 왜? 독이라도 탔을까 봐?"

"아니요. 그게 아니라... 전 뭐 한 것도 없는데."

"니가 왜 한 게 없어. 일을 했잖아."

"어..."

"먹어. 일단. 난 배고파."


정말 생각지도 못 한 저녁. 엄청 푸짐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후우. 아. 배부르다."

"저도요."

"많이 배고팠나보네. 솔직히 다 못 먹을 줄 알았는데."

"다 처음 먹어보는 것들이라. 맛있기도 했고요."

"크크크. 한강 라면보다 낫지?"

"근데... 계산은요?"

"그러게. 사장님. 계산은요?"


주방을 정리하던 사장님이 고개를 빼들며 말씀하셨다.


"됐으니까 가."

"정말요? 짜장면 값은 받으시지?"

"에이. 급할 때 나서준 게 고맙지. 됐으니까 오늘은 그냥 가."

"하하! 알겠습니다. 또 급할 때 불러주세요 그럼."

"길조야. 이번 주 주말 어떠냐?"

"아. 주말에 가게 바쁜데."

"그래. 그럼 다음에 보고."


정말 이렇게 가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형과 사장님 사이에선 쿨하고 깔끔하게 정리가 끝나버렸다.


"후우. 배부르다."

"어... 진짜 가도 되는 거죠?"

"응. 왜? 알바비 받아 줘?"

"아! 아니요. 밥도 공짜로 먹었는데..."

"공짜는 무슨. 일하고 먹었지."


길조 형은 담배를 칙 꺼내물며 오토바이에 앉아 배를 문질렀다.


"하우. 생각지도 않게 과식했네."

"오늘 고맙습니다..."

"뭐가 고마워?"

"네?"

"이제 가려고?"

"가야죠..."

"한강은?"

"..."

"한강 안 가도 돼?"


이 사람은 대체 뭐하는 사람이길래. 이렇게 모르는 사람을 위해 나서줄 수 있는 거지...?


"데려다 주시려고요?"

"가자. 나도 조금 드라이브 하고 싶다."

"어... 형?"

"음?"

"왜 이렇게 도와주세요?"

"뭘 도와 줘. 내가 드라이브 하고 싶다잖아."

"아니... 그래도..."


그래. 굳이 나를 위한다고만 볼 순 없어. 여기 식당도 급하니까 다짜고짜 나서서 배달 뛴 사람이니까.


"가자. 어서 타라."


세 번째 길조 형의 오토바이를 타게 됐다.

처음은 그냥 무서우면서 신기했고 두 번째는 좋으면서 낯설었다.

그리고 지금은 편하다.


"어우. 씨버럴 거. 인간이 더 늘어났네."


아까 어둑어둑해질 때와 다르게 한강은 더 많은 사람들과 인파로 분비고 있었다.

길조 형과 나는 누가 그러자고 한 것도 없이 오토바이를 세우고 조금 걸어 강이 보이는 앞으로 가서 앉았다.


"크으. 역시 한강은 야경이 좋아. 분위기가 있어."

"네."

"오~ 씨발. 중길아 저기 봐 봐. 여자 존나 이쁘다."

"네?"

"아. 남자친구 있네. 데이트 하고 집에가서 떡 존나 치겠지?"

"형?!!"


좋은 사람 같은데 말이 참 거칠다.

그래도 그런 거침이 있으니까 나 같이 처음 보는 애도 이리저리 태우고 다닐 수 있는 거겠지?


"어머니 아프시냐?"

"네..."

"어디?"

"..."

"원래 편찮으신거야?"

"그건 아니고... 암이 발견이 됐어요..."

"허이고 씨벌 거. 울면서 뛰어다닐만하네."

"아까 운 건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고요..."

"난 뭔 일 났나 싶었어. 왕따 학교폭력 금품갈취 씨발 좆같은 세상."

"하하하... 의식의 흐름이 너무 과격한 거 아닌가요..."

"그만큼 아까 니 얼굴이 절박해 보였었다고. 마치 어디 벼랑 끝에 떨어져 뒤질 새끼마냥."

"아..."

"이젠 좀 괜찮냐?"

"뭐. 후우..."

"담배 줄까?"

"네??"

"왜? 담배 안 펴? 고등학생 아니야?"

"하하하... 무슨 고등학생이 당연하게 담배를 펴요..."

"하긴. 나도 고등학생 땐 안 폈어."


길조 형이 치익 담뱃불을 붙이며 물었다.


"그래서 알바 찾는 거야? 어머니 병원비 때문에?"

"조금은 보탬이 되어야 하지 않으까 싶기도 하고..."

"보험 없어?"

"있어요. 있지만. 돈보다..."


말 한마디 꺼내기 위해 가슴을 짓누르는 무거움을 이겨내야 했다.


"엄마 돌아가시면 이제 혼자 살아야 하니까..."

"으음..."

"최대한 뭐랄까... 엄마한테 나 혼자 살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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