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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言之房

금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자언
작품등록일 :
2021.05.12 23:46
최근연재일 :
2021.06.17 03:23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6,784
추천수 :
388
글자수 :
173,670

작성
21.05.15 04:28
조회
657
추천
25
글자
12쪽

#2. 성장하는 금손

DUMMY

#2. 성장하는 금손




출렁이는 살들이 땀 흘리며 어디서 지도를 가져왔어. 그런데, 어떤 지도가 필요한지 물어보는 게 상식 아니야? 예를 들면 세계지도가 필요한지, 한국지도가 필요한지, 그것도 아니면 서울지도가 필요한지 말이야. 상대방이 뭘 원하는지 알아서 맞춰 가져와야 하는데, 얘들은 그런 게 없어. 그냥 문구점에 파는 지도를 싹 쓸어왔어. 그리고 또 해맑게 웃으며 이런다.


“금손 님 귀찮게 안 해드리려고, 그냥 싹 다 가져왔습니다. 필요하신 걸로 골라 보시면 됩니다.”


지도를 내 앞에 내려놔. 그리고 내 얼굴을 빤히 봐. 왜, 머리 쓰담쓰담이라도 원하는 건가?


“어, 알았어. 고마워.”


말과 동시에 내가 가만히 있잖아? 그럼 또 방긋 웃는 표정으로 옆을 떠나지를 않아.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지갑에서 수고비를 꺼내서 건네. 그럼 충성을 다하겠다는 표정으로 자리를 떠나. 결국 돈이 나를 이곳에서 쫄지 않게 만들어 주더라고. 상대방도 나에게 얻을게 있으니 예의 바르게 굴고.


그런데 사람 참 간사하다. 용과 호랑이가 내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있으니 뭘 하기 싫더라고. 잡아먹힐까봐. 그래서 내가 어쨌는지 알아? 지도를 쓰레기통에 버렸어. 응, 맞아. 전부. 모조리 싹.


“지...지금 뭐. 아니. 저희한테 섭섭한 거 있으십니까, 금손 슨상님?”

“아니, 그런 거 아니고. 그냥 쓸데없는 짓 같아서. 신경쓰지 마.”


그 와중에 몇몇 애들은 처음에 내 눈치만 보더라. 그러다가 슬금슬금 쓰레기통으로 움직여. 그리고 그 안의 지도를 다시 다, 싹, 모조리 꺼내. 마지막으로 지도가 어디 회사 것인지 확인해.


“주식회사 ‘잘맞아’라는 회사에서 만든 지도입니다, 형님.”

“그리여? 그런데?”

“주식회사면 주식이 있지 말입니다.”


지들끼리 소곤소곤 이야기하는 척하는데 나한테도 다 들려. 그제야 주변에 있는 동물원들이 핸드폰을 하나 둘 꺼내기 시작해.


“이 종이는 서울재지에서 난 것입니다. 형님.”

“어, 그래, 그래. 거기 주식 얼마인지 확인혀.”

“인쇄는 칼라인쇄라는 회사에서 한 것 같은데요, 여긴 주식이 없습니다. 형님.”

“가게 위치 확인해서 주소 애들한테 쏴줘. 거기 땅 사들이게, 아... 아니면 그 건물 우리가 접수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얘들이 돌았나봐. 아니 미쳤나봐. 난 그냥 지도가 보기 싫었어. 그래서 그걸 쓰레기통에 버렸을 뿐인데 말이야.


근데, 그때부터 막 신기한 일들이 펼쳐지기 시작해. ‘잘맞아’ 회사의 주식이 빨간 세상을 그린다. 갑자기 5배 떡상을 시작해. 그리고 서울재지 주식은 떡떡상해.


그때부터 동물원이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봐. 지들이 동물이면서 마치 신기한 동물 보는 듯 한 그 눈빛. 그런데, 그게 또 막 기분 상하고 그런 눈빛은 또 아니더라고. 몇몇은 나에게 경외심을 갖기 시작하더라.


마지막으로 칼라인쇄 업체가 있던 장소 있잖아? 그곳은 지하철 호재가 떠서 땅값이 어마무시하게 뜨는 거야. 그걸로 상황 종료야.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어.


동물원이 갑자기 훅- 내 인생으로 들어오려 해. 막 친해지려고도 하고. 언제는 슨상님이었다가, 이제는 또 형님이래. 근데 다 귀찮더라고. 그래서 난 아버지가 오시기만을 기다렸어. 근데 뭐하시는지 한 참 동안 안 오시더라고.


요즘 내가 많이 피곤했거든, 이리저리 납치당하느라고. 살짝 눈이 감기려고 하는 찰나, 애들이 어디선가 이불을 가져와. 잠에서 확 깨더라고.


생각해봐. 흑룡이 꿈틀거리면서 나한테 다가와. 그 흑룡의 입에 이불이 매달려있는데, 그게 막 브레이크댄스를 추면서 다가온다. 그 행동을 어떻게 이해하겠어? 알라딘에서 나오는 날르는 융탄자가 있듯이, 이곳에도 날르는 이불이 있는 걸까? 아니면, 요술램프 지니가 소원을 이뤄주듯, 흑룡이 내 소원을 이뤄줄까? 그것도 아니면, 그 이불로 보쌈 해 간다? 아니지, 아니야. 나의 좋은 기운을 받으려면 일단 나와 좀 더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아.


지도를 만져서 쓰레기통에 버렸을 뿐인데, 지도와 관련 있는 회사들이 다 대박 났잖아?! 마찬가지야. 이불 만드는데 관련 있는 회사들이 대박날 수 있다는 정도? 이불공장, 실공장, 유통사정도랄까? 내가 손을 댔다는 이유만으로 그냥 대박 나는 거야. 그 회사는 이유도 모르고 말이야. 문젠 내가 당분간은 사회에 어떤 영향력도 끼치고 싶지 않았다는 거야.


그래서 커피 한 잔을 하면서, 나의 이야기를 시작했어. 언제나처럼. 참고로 난 아무 컵에나 커피를 마시지 않아. 이유는 이제 말 안 해도 알겠지? 내가 직접, 내손으로 빗은 무광택 도자기 컵. 난 그것만 사용해.


개인 컵 가지고 다니는 정도는... 그래, 나를 따라 해도 좋아. 당신도 대박날 수 있다면 말이야. 난 언제나 그대의 대박을 기원하거든.


“금손 형님. 언제부터 그렇게 금손 이셨어요? 여러 일들이 있으셨겠지만, 그 중에 재미난 거 하나 이야기 해주세요.”


큰 덩치들이 나를 주목했어.


“초등학교 때 이야기 하나 해줄까? 내가 초등학교 입학하던 날. 날이 진짜 따듯했어. 그리고 유아원시절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도 모두 만날 수 있어서 마음도 따듯한 날이었지.”


***


8살. 내가 벌써 이렇게 자랐다는 것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었어. 수염도 안 나고, 털도 안 났지만, 예전보다 제법 키도 크고 사내다워 졌거든.


“금손. 얼른 옷 입어. 입학식부터 지각할라!”


엄마의 잔소리는 여전했는데, 뭐 이 정도는 괜찮았지.


“혹시 모르니까, 갈색 떡볶이 코트 입어! 다했어?”


한참 옛날에 유행했던 떡볶이 코트. 엄마 눈에나 멋있어 보이지, 내 눈에는 그닥이었어. 그래도 입었어. 그래야 엄마의 등짝 스매싱을 피할 거 아니야.


그날은 진짜 따듯하다고 했잖아? 맞아. 그걸 핑계로 맘에 들지도 않던 떡볶이 코트를 벗어 버스에 두고 내렸어. 지금 생각해 보면 일부러 그랬는지, 진짜 더워 벗었는지... 잘 기억은 안 나.


내가 버스에서 내리자, 할머니 한분이 창문을 두들기며 옷을 들었다 내렸다 했거든. 그러다가 그 할머니도 버버리 상표를 아셨는지, 몇 번의 창문 노크 뒤엔 가만히 계시더라고. 괜찮아 할머니도 사람이니깐. 엄마는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했어.


난 태연하게 학교 운동장에 1학년 2반 이라고 써진 푯말 밑에 가서 섰어. 엄마는 그런 나를 대견한 듯 웃으며 멀리서 보고 있었고. 그런데 나름 긴장했는지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은 거야. 그 사람 많은 곳에서 소리를 질렀어.


“엄마! 나 화장실!”


주변 사람들이 웃더라. 그러거나 말거나. 엄마는 뛰어왔고, 우리는 처음 온 학교에서 화장실을 찾았어. 화장실은 학교 뒤편 창고 같은 건물에 있더라고.


우리 초등학교는 돌산을 깎아 만든 학교였어. 그래서 학교 뒤쪽은 돌을 감싼 촘촘한 초록색 그물이 가득했어. 돌덩이 떨어지지 말라고. 그 길을 지나 화장실로 들어가 시원하게 볼일을 보고 나왔지.


다시 운동장으로 돌아가려는 순간.


쿠루릉-


이상한 소리와 함께, 초록색 그물 일부분이 툭- 하고 끊어지더라. 뭐 엄마랑 나는 괜찮겠지 하고 계속 걸었는데, 엄마와 내가 감당 못할 정도의 돌덩이 커다란 것이 구르고 굴러 우리 쪽으로 달려오지 뭐야. 내 걸음보다 더 빠른 속도로. 돌덩이가 내 엉덩이를 한데 툭- 치더라.


1~2분이 흘렀나봐.


“금손아! 누가 좀 도와주세요! 여기 누구 없어요?”


엄마 얼굴이 눈물 콧물이더라. 분명히 그건 보고 눈을 감은 거 같아. 그 와중에 난 손에 돌덩이 일부를 꽉 쥐었어. 그런데 그 다음이 기억이 안나.


얼마 뒤, 내가 눈 떴을 때, 나는 교장실의 소파위에서 엄마 다리를 베고 누워있더라.


엄마가 교장선생님과 마주보고 웃으며 어딘가에 싸인을 하고 있더라고. 나는 손에 쥔 것이 뭔지 보려고 손을 들어 올렸어. 그냥 평범한 돌덩이 같았는데... 무언가가 햇볕에 반짝 거리더라. 신기했어. 돌이 반짝이는 것이. 마법의 돌인가 싶었거든. 군데군데 제법 반짝이는 노란 것이 많이 묻어 있었어. 어른들은 이걸 금이라고 부르더라고.


맞아, 난 8살, 너무 일찍 금을 찾았지 뭐야.


“금손이 어머니! 복도 많으시네요. 하하하. 그래도 땅 주인이, 관례에 따르겠다면서 채굴 지분 50%를 금손 어머니께 양도하겠다고 합니다.”

“어머. 그래요? 주인분이 엄청 양심적이시네요. 호호호.”

“입학식 날, 금을 찾아낸 금손이가 진짜 손에 금을 쥐었어요. 하하하.”


그날 부로 학교에서 날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됐어. 교과목 선생님, 급식 선생님, 사무직원 선생님, 심지어 양호실 선생님까지.


학교는 땅 주인의 배려로 몇 년 뒤 다른 곳으로 이전됐어. 큰 도로에서 더 가깝고, 사방이 아파트고, 더 큰 학교로.


얼마 뒤 예전학교에서는 금채굴이 시작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엄마도 매일 그곳으로 출근하면서 구경하는 거 같더라고. 엄마의 환한 웃음이 아직도 기억나. 잠자리 선글라스를 쓰고, 긴 머리를 휘날리며, 빨간 스카프를 하고선 찍은 사진이 아직도 집에 있거든.


아, 물론 그 떡볶이 코트건은 잘 마무리 됐어. 엄마가 옷은 언제든지 새로 살 수 있다며, 100만 원짜리 코트였을 뿐이라고 말하는데, 살짝 입술을 무는 거 같기도 했어. 그런데 이 떡볶이 코트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내 인생이지만, 진짜 골 때려.


나의 인생을 고작 0.01% 정도 엿봤겠지만, 이 정도만 해도 보통은 아니라는 거 딱 느낌이 오지?


우리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은 외부활동에 욕심이 많은 분이었어. 사생대회를 열어도 교내 사생대회 이런거 안 좋아하셔. ‘XX신문사 사생대회’ 정도 되어야 만족하시는 분이셨어.


내가 6학년이 되던 해, 우리 학교는 남북교류사절단으로 지정되고, 몇몇 학생은 특별 사절단으로 뽑혀 북한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어. 상상이나 해봤어? 어린나이에 밟는 북한 땅.


6.25 전쟁 이야기 듣고, 이승복 학생의 ‘공산당이 싫어요.’ 이야기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알거야. 초등학생에게 다가오는 미지의 세계는 공포감을 준다는 것을.


총 20명의 학생이 북한을 방문하게 되는데, 교장 선생님은 당연히 나를 직접 픽했어. 우리 엄마아빠는 걱정도 안 하더라. 그냥 잘 놀고, 잘 구경하고 오래.


“엄마, 아빠. 나 북한에서 안 놔주면 어쩌려고 그래?”


말이 끝나자마자 엄마의 등짝 스매싱각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겠지? 그런데 하도 맞으니 내성이 생기더라. 윽- 이라는 소리도 어느 순간부터 안 나와.


“거기서 살아 그럼. 좋겠네. 광물자원 많은 곳이니까 잘해봐. 굶어 죽지는 않을 거야.”


갑자기 심각해졌어. 과연 나를 낳아준 친부모님이 맞을까 싶은 게....


“너 다리 밑에서 주어 와서 우린 괜찮아. 그지 여보?”

“하하. 그러게.”


부부가 쌍으로 나를 놀리더라고.


드디어 그날이 왔어. 버스에 오르는데, 갑자기 엄마가 다급하게 나를 부르는 거야. 혹시 모르니까 가져가라며 휴대용 배터리 10개를 준비해서는 가방 앞, 옆 등등, 주머니란 주머니에 하나씩 나눠 넣는 거야.


“누가 빌려 달라고 해도, 절대 빌려주지 말고. 거기서도 112가 되나? 무슨 일 있으면 무조건 호루라기부터 불고 봐. 알았어? 잘 챙겼지?”


가서 살라고 할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왜 이래?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호루라기를 꺼냈어. 주변을 돌아봤다. 근데, 우리엄마만 유난 떠는 게 아니었어. 엄마들 하는 말, 행동 다 똑같더라고.


버스가 출발했어.


그때부터 심장이 터질 것 같더라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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