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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아재

몰락할 백작가의 차남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바라아재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0.09.03 10:15
최근연재일 :
2020.09.21 07:20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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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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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8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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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왕도행 내기(1)

DUMMY

소설 속에 나온 내용이다. 밤의 여왕이 자신의 부하를 인간으로 되돌려 놓는 장면이 나왔거든. 꽤 인상 깊었던 장면이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좋습니다. 도련님의 말대로 밤의 여왕이 실존하고, 그녀가 제 여동생을 치료할 방법을 가지고 있다 칩시다.”


한참동안 생각하던 오토는 한숨과 함께 말을 꺼냈다.


“도련님은 그녀의 소재를 알고 있습니까? 환상이 되어버린 사람을 찾을 수 있습니까?”

“당연하지. 할 수 있으니까 말을 꺼낸 거야. 베크를 남겨 둔 이유도 그거고.”


가만히 있다 튄 불똥에 베크의 어깨가 움찔거린다.


“저 말입니까?”

“그래. 베크. 노예시장 쪽에도 연이 있지?”

“있기야 합니다만, 노예시장과 밤의 여왕 간에 무슨 사유가 있습니까?”

“지금쯤 밤의 여왕이 노예시장을 굴러다니고 있을 거거든.”


내 말에 오토와 베크. 에일린의 표정까지 굳어버린다.


[그 고고한 년이 노예가 되었다고?]

‘영락했거든요. 처참할 정도로.’


*


사건이 끝난 다음 날. 이안은 사건의 보고를 위해 데른을 찾았다.

이안은 흡혈귀를 계획대로 처리했다고 말했다. 새빨간 거짓말을 하면서도 이안은 개의치 않았다.


“고생했네. 덕분에 수확제가 지나가기 전 불미스러운 일을 없앨 수 있었어.”


데른은 쾌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가 해야 할 일이니까요. 신경 쓰지 마시길.”


이안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데른의 표정과 몸짓을 살폈다. 그리고 낸 결론은 이러했다.

데른은 자신의 아들이 이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조금도.

그러니까 다렌이 벌인 행동은 모두 다 단독행동이었다는 것이다.

아무런 뒷배도 없는 9살 꼬마아이가, 거짓으로 대화의 자리를 만든 후, 동료조차 모르는 이안의 과거를 들먹이며 이안에게 거래를 제시한 거다.

이걸 깨달은 순간 이안은 헛웃음을 참지 못했다. 아이의 계략에 홀라당 넘어가다니.

짜증은 일순이었다. 다렌은 결코 평범한 꼬마아이가 아니었으니까.

아이처럼 논리도 근거도 없는 내용을 가지고 화를 내다 순식간에 표정을 바꾸고 동료도 모르는 과거를 들먹이며 이안을 비꼬던 녀석. 그게 어디가 아이란 말인가.

이안은 다렌이 당장 수도의 극장에서 배우로 활약한다 해도 의심치 않을 것이다.


“우리 아들 녀석이 폐를 끼쳤다고 들었네.”

“폐라뇨. 그저 아이의 호기심일 따름이죠.”


아들의 말썽에 곤란해 하는 데른. 만약 그에게 다렌의 이상성에 대해 알려주면 어떻게 반응할까.

순간 장난스런 마음이 솟았으나 이안은 그 마음을 꾹꾹 눌렀다. 지금 다렌과 이안은 같은 배를 탄 몸이니까. 그를 곤란하게 만들 순 없다.


“그래도 공무를 수행하는 데 실례가 된 것 아니겠나.”


아니라고 말을 하려다 이안이 슬쩍 웃었다. 이 정도 심술은 부려도 되지 않을까.


“그리 강하게 혼내진 마십시오.”

“하하. 그건 내 알아서 하겠네.”


이야기가 끝나고 응접실을 빠져나온 이안은 무심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제 그토록 가쁜 하루를 보냈음에도 다렌은 정원에서 단련에 힘쓰고 있었다.

이안은 문득 어젯밤 자신이 보았던 다렌의 일검을 떠올렸다. 바람을 검 삼아 휘둘렀다는 것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감탄스러웠던 건 그 동작이다.

그의 일격은 아이의 일격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깔끔했다. 당장 성기사 후보생 중에서도 그처럼 휘둘러보라면 못 할 녀석들이 수두룩할 텐데.

9살이란 나이에 그런 일검을 구사할 정도라면, 머잖아 대륙에 이름을 떨치게 되겠지.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검성의 자리에 오를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 때가 되면 나는 다렌을 이길 수 있을까.

치솟아 오르는 호승심에 이안은 결심했다. 돌아가면 검을 휘두르기로.


*


‘도련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왕도의 시장을 위주로 찾아봤습니다. 얘기하신 특징을 가진 이들이 몇 있었습니다만 누가 도련님이 찾는 이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었습니다. 섣부르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라 도련님께서 직접 왕도로 가 확인하는 편이 옳다고 생각합니다만 도련님께서는 어찌 생각하십니까?’


베크가 보낸 편지를 내려놓는다. 그에게 밤의 여왕에 대한 특징을 알려 준 지 채 일주일이 되지 않았거늘 그는 벌써 성과를 내놓았다.

내가 그에게 전한 게 대략적인 것들뿐이었단 걸 생각해보면 가히 최선의 결과라 할 수 있겠지.

결국은 후보군을 이 두 눈으로 보며 찾아내야 한다. 정체를 숨긴 밤의 여왕이 자진납세할 리도 없으니까.

어차피 이안 때문에 왕도로 향할 생각이었는데, 잘 된 일이다. 이렇게 된 이상 가는 김에 두 일을 모두 처리하면 된다.


“도련님. 잔을 채워 드릴까요?”


리트나의 물음에 빈 잔을 내밀었다.


“다들 즐기고 있네.”


사람들로 소란스러운 정원을 보며 중얼거린다.


“네. 파티의 당사자인 도련님보다 더”


오늘은 다렌 H 시데이나가 10살이 되는 날이다.

백작가 차남의 생일답게 파티는 성대하게 준비됐다. 정원에 늘어진 테이블. 그 위를 가득 채운 음식과 음료. 뛰어난 연주자의 선율. 얼핏 보면 자그마한 마을의 축제처럼 보일 정도다.

손님은 없는 시데이나만의 파티. 다렌, 데른, 시데이나의 기사들과 저택의 사용인들로 이루어진 축제.

나를 위주로 돌아가던 파티는 가문의 사람들이 남들 신경 쓸 것 없단 걸 깨달은 후로 과열되기 시작해서, 이제는 저들끼리 즐기기 바쁘다.


“도련님도 저기 가서 함께 노시죠. 분명 즐거울 겁니다.”

“지금 술에 절인 시체들 사이로 가란 거야?”


흐느적거리면서도 술잔을 놓지 못하는 저 좀비들 사이에 끼어들었다간 달이 중천에 뜰 때까지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은데.


“생각이 짧았습니다. 도련님”

“뭣보다 나 힘들어. 이 파티 벌써 네 시간째잖아.”


노는 걸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정도가 있지. 네 시간 동안 쉬지 않고 뛰놀기엔 내 정신이 너무 늙었다.


[애늙은이 같으니라고.]


흐늘거리며 잔을 받는 내 모습에 에일린이 시비를 건다.


‘수백 살 먹은 할머니한테 듣고 싶은 말은 아닌데요.’

[요것이.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다니!]

‘사실이잖아요. 인정하시죠. 할머님.’

[..두고 보자! 네 약점을 잡는 순간 밤낮으로 놀려댈 테다!]


만일 그런 일이 생기면 며칠간 팔찌를 벗든가 해야지.

리트나가 건네 준 음료를 마시며 정원을 둘러본다.

왕도 행을 위해선 데른에게 허락을 구해야 한다. 현대건 중세건 여행이라는 건 사춘기도 안 된 꼬마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데른은 기사단장과 함께 술을 나누고 있다.

전생에 드워프라도 됐던 걸까. 저들은 두 시간 전 술잔을 잡은 후로 계속 들이붓듯 맥주를 마시고 있다.

그 어떤 술고래라 한들 슬슬 술기운이 올라왔을 시간. 데른은 평소의 진중함을 내려놓은 채 기사단장과 키득거리고 있다.

지금이다. 그가 들떠 있을 때 왕도 행을 허락받아야 한다. 날치기로 결제를 받고서 나중에 뒷말을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몸을 일으켜 데른에게로 향한다.

데른의 얼굴을 벌겋게 물들어 있다. 500cc짜리 잔을 벌써 수십 번 비웠으니 안 취하는 게 이상하지.


“오. 다렌. 쉬고 있던 것 아니냐?”

“쉬다가 아버님이 보여서 왔답니다.”

“..다렌. 이리 오거라. 한 번 안아보자.”


대체 어디가 감동받을 포인트였던 건지. 데른은 눈시울을 붉히며 양 팔을 펼쳤다. 저 두터운 팔 안으로 들어가면 괴로울 것 같았지만 지금 나는 영특한 아들을 연기해야 했다.

쪼르르 그의 품 안으로 달려가니 그가 불끈거리는 팔로 나를 꽉 껴안았다. 나름대로 힘조절을 한 것 같지만 숨이 막히는 건 똑같았다.

발버둥을 치며 놔달라 해도 모르는 체 하던 데른은 기사단장이 만류를 하고 나서야 나를 풀어 주었다.


“어떠냐? 오늘은 즐거웠느냐?”


술기운 때문인 걸까. 데른의 표정이 느슨하다. 감정을 절제하던 사람이 오늘은 아낌없는 웃음을 보인다.


“예. 아버님.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렇다니 다행이구나.”


그래서일까. 오늘따라 데른의 입가에 난 주름이 더 선명하다.


“다렌. 혹여 무언가 바라는 것 없느냐?”

“저번에 미리 선물을 주시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걸로 충분했습니다.”

“존재도 잊고 있던 반지 하나가 무어 선물이더냐. 내 제대로 된 것 하나를 줘야 마음이 풀릴 듯 해. 그래. 이건 어떠냐. 내 너에게 직접 검을 가르치마.”


데른의 말에 기사단장의 눈이 커진다. 이건 데른이 해선 안 되는 말이다.

가주가 직접 검을 가르치는 건 오직 후계자뿐이어야 하니까. 나에게 돌아와선 안 될 은혜다. 무엇보다.


[이놈이! 아무리 포센의 후손이라지만 내 제자를 빼앗아가려 하다니!]


지금 나는 이미 스승을 둔 몸이다.


“죄송합니다. 아버님.”

“..그래. 네 뜻이 그렇다면.”


본인도 일의 경중을 알고 있었던지 데른은 선선히 내 거절을 받아들였다.


“그럼 이것 말고 무언가 바라는 게 있느냐? 말해 보거라. 어지간한 건 들어줄 터이니.”

“그럼 실례를 무릅쓰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왕도에 가고 싶습니다. 아버님.”


데른이 깔아준 판에 편승해 원래 바라던 것을 입에 담았다.


“갑자기?”

“이전부터 생각하던 것입니다. 메이렌 형님을 만나러 가고 싶습니다.”

“메이렌을 말이냐.”


메이렌. 다렌의 형. 시데이나의 후계자. 그는 이 년 전부터 수도의 기사단에서 수학하고 있다.

그 곳에서의 일상이 바쁜 건지 그는 간간히 편지로 소식을 전할 뿐 시데이나에 얼굴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건 이번 생일에도 마찬가지였다. 메이렌은 편지와 책 한권을 보냈을 뿐 시데이나에 돌아오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형을 따르던 다렌이다. 오랫동안 보지 못한 형을 만나고 싶다 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 이건 설득력 있는 변명이다.


“이해는 한다만 허하기가 어렵구나.”


데른은 내 부탁이 껄끄러운 듯 했다.


“나는 영지의 주인 되는 입장이다. 대리인이 없는 지금 이곳을 비울 수 없다. 그렇다고 너를 혼자 왕도로 보낼 순 없어.”

“아버님. 이 곳에서 왕도는 그리 멀지 않습니다. 10살인 저라도 사용인과 기사가 함께라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습니다.”


두 눈을 마주하며 이야기를 하니 데른이 말을 망설인다. 어떻게 하면 내 감정이 상하지 않게 거절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겠지.

나는 물러설 생각이 없다. 억지를 부려서라도 왕도 행의 허락을 맡을 거다.


“도련님. 가주님. 저에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


첨예하게 시선이 대립하던 중 기사단장이 끼어들었다. 나와 데른은 말 대신 시선으로 물음을 던졌다. 그는 너털웃음을 흘리더니 말을 잇는다.


“조금 있으면 수확제와 함께 무투제가 열립니다. 도련님의 나이는 열 살. 참가할 자격을 얻으셨죠. 도련님이 여기서 성과를 보인다면 제 한 몸을 건사할 수 있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기사단장의 말에 데른이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 좋구나! 다렌. 네 생각은 어떠냐.”


그의 생각이 보인다. 내가 무투제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탈락하리라 여기는 것이다. 나는 열 살 밖에 안 된 꼬맹이고, 제대로 된 수련을 한 지 반년도 안 된 애송이니까.

생각하자.

협상안을 내밀었는데 거절하게 되면 내 부탁은 억지가 되어버린다. 데른에게 부탁을 거절할 명분을 주는 셈이다.

무엇보다 나는 실력을 보일 자신이 있었다. 저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다.


“저도 좋습니다.”

“좋다. 이렇게 하자꾸나. 다렌. 너는 네 신분을 숨기고 무투제에 참가하는 게다. 거기서 성과를 보인다면 내 왕도 행을 허락하마. 대신 아무것도 보이지 못하면 이 이야기는 없던 걸로 하는 게야.”

“알겠습니다. 아버님.”


작가의말

안녕하십니까. 바라아재입니다.

오늘도 이 글을 읽으러 와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아마 오늘 내로 바뀔텐데 제목이 변경될 예정입니다.

[빌어먹을 소설의 조연이 되었다.] -> [몰락할 백작가의 차남이 되었다.]

새로운 제목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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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다비드(1) +3 20.09.19 224 9 12쪽
» 왕도행 내기(1) +2 20.09.18 207 10 12쪽
17 흡혈귀와 성기사(4) +2 20.09.17 218 15 12쪽
16 흡혈귀와 성기사(3) +3 20.09.16 221 13 12쪽
15 흡혈귀와 성기사(2) +4 20.09.15 229 14 12쪽
14 흡혈귀와 성기사(1) +4 20.09.14 261 14 12쪽
13 마자리스(2) +6 20.09.13 246 15 13쪽
12 마자리스(1) +2 20.09.12 261 14 12쪽
11 얻어야 할 것(2) +2 20.09.11 282 11 13쪽
10 얻어야 할 것(1) +4 20.09.10 298 13 11쪽
9 이야기를 바꾸다(5) +1 20.09.09 322 15 13쪽
8 이야기를 바꾸다(4) +1 20.09.08 287 17 12쪽
7 이야기를 바꾸다(3) +4 20.09.07 298 15 14쪽
6 이야기를 바꾸다(2) +2 20.09.06 317 14 12쪽
5 이야기를 바꾸다(1) +2 20.09.05 379 13 12쪽
4 강해질 방법(1) +2 20.09.04 445 16 12쪽
3 소설의 조연이 되었다(3) +6 20.09.03 439 19 12쪽
2 소설의 조연이 되었다(2) +3 20.09.03 476 21 12쪽
1 소설의 조연이 되었다(1) +5 20.09.03 782 1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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