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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드 인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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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울
작품등록일 :
2015.09.21 15:38
최근연재일 :
2015.11.02 11:35
연재수 :
4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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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378

작성
15.10.22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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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출근#2

DUMMY



@



능력자가 된 직후에는 당장이라도 회사에 뛰어 들어가 깽판을 놓고 싶었다.


그러나 머리가 식은 다음 생각해 보니 그것은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일이었다.


위원회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닥터 제이조차 모른다고 한다. 성진 그룹에서 활동 중인 능력자의 수가 얼마나 될까?


분명 레이드 인 코리아에 소속된 능력자의 수십 배는 될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치기였다.


우선은 정보를 모아 상대의 빈틈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성화는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망원경으로 성진 그룹의 건물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그곳은 수많은 계열사들이 모여 있는 형태를 하고 있다.

부지만 해도 수 만평.

고층 빌딩만 수백 개가 넘게 있으니 말 그대로 작은 도시인 셈이다.


그곳은 망원경으로도 전부 볼 수 없을 정도로 넓었다.


‘계속 오버 드라이브로 주위 상황을 살펴야겠다.’


감각증폭 - 오버 드라이브를 오래 유지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힘들긴 해도 간신히 할 수 있었다.


사원들은 여전히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간혹 얼굴을 알고 있는 사람이 보였지만 그다지 반갑지는 않았다.


‘역시 성진그룹 전부가 위원회와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


수만 명이 다니고 있는 회사였다. 그들 전부가 위원회에 속해 있을 리는 없었다.


그렇지만 적은 분명히 존재했다.

그것만은 확실했다.


‘우선 진희가 어디에 있는 지부터 찾아야 해.’


그녀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걸까.

성진 그룹 어딘가?

군부대?


그것도 아니라면…….


진희의 마지막 모습을 본 것은 어릴 적부터 절친한 친구였던 창운이었다.

성화는 정장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동생이 구해다 준 대포폰이었다. 이것이라면 위치 추적 걱정 없이 전화를 걸 수 있다.


-뚜루루!


거의 일 주일만의 전화. 여전히 신호만 갈 뿐 받지 않았다.


“잠깐만.”


성화는 놀라운 사실을 깨달았다.

창운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린다.

그것은 전원이 켜져 있다는 뜻이다.


아무리 오래가는 배터리라도 해도 이삼일이 한계였다. 그런데 신호가 간다는 것은 충전을 해 주었다는 뜻이다.


위원회의 손에 창운의 휴대폰이 넘어갔을 가능성도 있다. 그렇지만 빼앗은 휴대폰을 충전시키지는 않을 것이다.


‘무사했으면 좋겠다. 창운아…….’


부시럭!


오버 드라이브로 강화된 성화의 청각에 무언가가 포착되었다.

약 10미터 정도 떨어진 장소. 아마도 나뭇잎이나 무언가를 밟는 소리.

작은 동물이 낸 소리가 아니라 명백히 사람의 것이었다.


성화는 재빨리 들고 있던 망원경을 저 멀리 던졌다.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죄송하지만 누구십니까?”


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자 순찰중인 경비원으로 보이는 남자가 서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저는 의료 제약 사업부 신입사원 김민철이라고 합니다. 수고 많으십니다.”


경비원은 들고 있던 무전기로 누군가에게 보고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성화에게 물었다.


“여기는 출입 금지입니다. 어떻게 들어오셨습니까?”


성화는 살짝 당황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버 드라이브로 경비원의 심리 상태를 파악해 본 결과 심하게 의심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성화는 적당히 말을 지어내 대답했다.


“아, 그래요? 오늘 의료 E팀에서 회의가 있는데 조금 지각을 해서요. 지름길이라고 듣고 왔는데. 다 막혀 있더라구요.”


성화의 신입사원 연기가 워낙 감쪽같았기에 경비원은 납득 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의료 제약 사업부 맞습니까?”

“네. B팀입니다.”


경비원은 성화가 목에 걸고 있는 사원증을 슬쩍 보고는 들고 있는 PDA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사원명부에 등록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의료 제약 E팀이라고 하셨죠?”

“네.”

“그곳이라면 저쪽으로 가시면 서문이 있을 겁니다. 거기서 오른쪽으로 조금 가시면 세 번째 건물입니다.”

“우와. 감사합니다.”

“하하, 그럼 다음부터는 늦지 마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성화는 경비원이 알려준 방향을 향해 걸어갔다. 몇걸음이나 걸었을까.


갑자기 등 뒤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흠. 김민철 씨.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순간 성화는 움찔 했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뒤돌아섰다.


만약 무언가 빌미를 잡힌 거라면 그대로 달려 도망치는 것이 옳았다.


그러나 괜히 의심의 여지를 주고 싶지 않았다.


“네? 무슨 일이시죠.”


경비원이 천천히 다가왔다.


“아, 별건 아닙니다. 요새 보안 문제 때문에 들고 계신 서류 가방을 좀 보여주셨으면 해서요. 아, 절차상의 문제니까 그리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보안상’의 문제라.

짚이는 것이 있었던 성화는 쓴웃음을 지었다.


“알겠습니다.”


성화는 거리낌 없다는 듯이 들고 있던 서류가방을 내밀었다.


“그럼. 잠시 살펴보겠습니다.”


내용물은 보고서로 보이는 A4 용지 몇 장. 세면도구. 제대로 정리가 안 된 명함지갑. 필기구 정도가 들어 있었다.


“음.”


경비원은 종이에 무엇이 적혀있는지 훑어보았다.

그 모습을 보며 성화는 미간을 모았다.


‘확실히 경비가 빡세졌어. 이런 곳까지 경비를 서는 것은 처음이야.’


게다가 서류에 적힌 내용물까지 확인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가방에 위험물이 들어 있지 않나 확인하는 정도에서 끝난다.

저렇게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은 상부에서 무언가 지침이 내려왔다고 보는 것이 옳았다.


“끝났습니다. 바쁘신데 시간을 뺏어서 죄송합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네. 수고하세요!”


경비원은 또다시 무전기로 무언가를 보고하며 그대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며 성화는 작게 웃었다.


‘역시 더미를 준비해 두길 잘했군.’


의심을 살 만한 물건으로 시선을 돌리게 해서 정말로 숨기고 싶은 것을 숨긴다.

만약 가방이 없었다면 자칫 하다가는 신체검사를 당했을 수도 있다.

그랬다가는 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몇 가지 가젯을 들킬 가능성이 있다.


‘뭐, 겉으로 보기에는 그냥 평범해 보이는 물건이긴 하지만.’


성화는 장소를 이동했다. 한자리에 오래 머무는 것은 아무래도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다시 오버드라이브를 발동 시킨 다음 성진 그룹에서 멀리 떨어진 곳까지 가려 했다.


그때였다.


-탕!


순간 성화는 눈을 크게 떴다.


바람결에 무언가 묘한 소리가 들렸다.


‘총소리……?’


그러기엔 너무 작고 특유의 울림도 없었다.


‘소음기를 쓴 것 같은데. 어디에서 들린 거지? 가까워!’


등이 식은땀으로 축축해졌다.

성화는 정신을 더욱 집중해 총소리가 들린 장소를 알아내려 했다.


‘이런. 다른 소음이 너무 많아서 어딘지 모르겠어.’


그러나 결국 찾을 수 없었다.

한 가지 희망적인 사실은 비명은 들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단 벗어나자.’


도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성화는 자리를 뜨며 마지막으로 성진 그룹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는 던전보다도 더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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