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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고 님의 서재입니다.

군주의 권세로 지옥까지 정벌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이니고
작품등록일 :
2024.02.25 22:43
최근연재일 :
2024.04.1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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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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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
글자수 :
303,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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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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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부산해전(釜山海戰)

DUMMY

[예, 주군. 하명하소서.]


이때 경상 수군의 판옥선 포문에서 화포 주둥이가 배 밖으로 튀어나왔다.

이지가 다이진에게 차분하게 말했다.


“내가 명하면 바로 시행하라.”

[예, 주군.]


틈을 주지 않고 이지가 고강선에게 말했다.


“마지막 기회라고 하여라. 당장 길을 내지 않으면 죄다 쓸어버리겠다고 신호하여라.”

“·····!”


별장 고강선이 눈을 크게 뜨고 이지를 바라보았다.


“뭐하느냐, 어서 신호하지 않고.”

“예? 예.”


고강선이 명했고, 군사가 수신호를 보냈다.

경상 수군도 신호를 보았다.

대장선의 부장이 경상 우수사 박흥식에게 달려가 고했다.


“우수사 영감, 마지막 기회라고 물러가지 않으면 죄다 쓸어·····.”

“나도 보았다.”

“어찌할까요?”

“점화하라.”

“·····!”


부장도 눈을 크게 뜨고 박흥식을 바라보았다.


“영감, 저 배에는 폐세자가 있습니다. 게다가 폐세자에 대한 괴소문을 듣지 못하셨나이까.”

“네놈은 어명을 받고 똥구멍으로 버렸느냐, 어서 명을 전하지 못할까!”

“·····예, 영감.”


부장이 심호흡을 하더니 소리를 질렀다.


“점화를 준비하고 발포 명령을 기다려라!”


경상 우수사 박흥식이 어금니를 물었다.

그는 수군에서 뼈마디가 자란 장수다운 장수였다.

얼굴빛에선 도무지 물러설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고강선이 점화를 준비하는 군사들을 보았다.


“주군, 주군의 말씀이 통하질 않습니다, 발포명령을 기다리고 있나이다!”

“음·····, 알겠다. 다이진!”

[하명하소서, 주군.]


이지가 고개를 한 번 저었다.


“바케모노를 불러라. 나는 점비함대를 부를 것이다.”

[명 받듭니다, 주군.]


이지가 오른손을 들었다.


“나는 망자의 군주 이지다., 점비함대는 몸을 일으켜라!”


이어 다이진이 주문했다.


[나의 친우여, 바다의 폭군이자 살육의 제왕이신 바케모노여, 모습을 드러내소서!]


구구구궁.

쏴아아악.

바다 밑에서 큰 울림이 들렸고, 폭풍 같은 물보라가 일었다.

이지가 타고 온 연락선 앞쪽에 15척의 점비함대가 물 밖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조선의 판옥선과 왜선으로 형성된 점비함대는 유령선과 같은 모습은 여전했지만.

이지의 힘에 따라 점비들의 능력이 다른 것처럼 점비함대도 이전보다 더 크고 웅장했다.


“우아악!”

“유령선이닷!”

“저, 저게 소문으로만 듣던·····!”


경상 수군의 수군들이 웅성대며 당황했다.


“우수사 영감, 폐세자의 유령함대입니다!”

“영감, 어찌합니까!”


박흥식은 이빨을 내보이며 코주름을 깊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뿐이 아니었다.

구구구궁.

쏴아아아.

해양 괴수 바케모노가 물보라를 일으키며 경상우수군의 판옥선과 점비 함대 가운데에 모습을 드러냈다.

캬아아악!

바케모노가 꼬리를 말더니 바다 위를 강타했다.

거대한 물보라가 일어 경상우수군의 판옥선을 강타했다.


“괴물이다!”

“피해라!”


부장이 다급히 외쳤다.


“우수사 영감, 후퇴해야 합니다.”


점화를 위한 불씨가 모두 사그라들었고.

대부분의 화포는 거대한 물보라에 물 위로 떨어지거나 자리를 이탈했다.

물보라를 흠씬 맞은 박흥식은 말이 없었다.

그저 입을 다문 채, 점비함대와 바케모노를 바라볼 뿐이었다.

부장이 다급하게 외쳤다.


“영감, 후퇴 명령을 내려주소서!”


이때, 이지가 또 한 차례 명을 내렸다.


“나는 망자의 군주 이지다, 모든 점비들은 함선 위로 몸을 일으켜라!”


2천 명에 이르는 점비들이 함선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저, 저건 또 뭐야!”

“괴시들이다!”

“괴시들까지 배에 타고 있다!”


15척의 함선과 2천의 점비 군사들.

게다가 해양 괴수까지.

이 정도라면 경상우수군이 할 수 있는 뾰족한 방도는 있을 수 없었다.

선봉 역할을 감당한 바케모노가 경상우수군을 향해 크게 아가리를 벌렸다.

캬아아악!

그리고.


“전진하라.”


이지가 명을 내렸고.

다이진이 바케모노에게, 정봉덕이 점대함대에게 명을 하달했다.

구구구궁.

쏴아아아.


“영감!”


결국 박흥식은 결심했다.


“천천히 배를 물려라!”


길을 열지 않고 배만 뒤로 물리는 모습을 본 이지가 손으로 가리키며 명했다.


“바케모노는 파도를 만들고, 점비함대는 경상 수군을 향해 돌진하여 충파를 행하라.”


캬아아악!

바케모노가 또아리를 풀며 연신 꼬리를 휘몰아쳤고.

바케모노를 중심으로 점대함대가 좌우로 크게 우회하다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경상 수군은 수비를 하듯 천천히 배를 뒤로 물리고 있어 도주할 시간이 없었다.

잠시 후.

바케모노가 일으킨 큰 파도에 올라선 경상 수군의 판옥선이 위로 솟구쳐 오르자.

쾅, 쾅, 쾅, 콰앙!

점비 함선들이 돌진하여 경상 수군의 판옥선 옆면에 충파를 감행했다.

겨우 피한 경상 수군의 배에는 바케모노가 달려들어 머리로 배의 옆면을 들이박았다.

쿵, 쿵!

캬아아악!

점비함대의 충파와 바케모노의 박치기가 단행되자, 배에 타고 있던 점비들이 수군의 판옥선에 뛰어올랐다.

가장 먼저 뛰어든 건 선봉대장 장필상이 이끄는 점비들이었다.


“괴시들이 넘어온다!”

“도망쳐라!”

“싸워야 해!”


선상 육박전.

하지만 승부는 결정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누가 보더라도 점비들의 압승이 예상되는 싸움.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경상 수군은 거의 두 손을 들고 벌벌 떠는 채로 항복을 청하고 있었다.


[주군.]


정봉덕이 이지를 불렀다.

결국 정봉덕 앞에는 경상우수사 박흥식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이지가 연락선에서 판옥선 위로 올랐다.

이지영이 다가와 보고했다.


[경상 우수영의 함선 네 척 중 두 척을 침몰시키고 수군 사백여 명 중 이백 군사를 익사하거나 척살되었나이다. 남은 두 척의 배와 이백여 군사가 대장인 경상우수사와 함께 항복을 청했나이다.]


이지가 말없이 주위에서 가라앉는 판옥선을 바라보았다.


“절반을 죽였구나.”


이지가 경상 우수사 박흥식에게 눈길을 돌렸다.


“경상우수사.”

“저하를 뵙나이다. 소신 경상우수사 박흥식이라 하옵니다.”

“네 똥고집으로 군사 이백이 죽었다.”

“저하, 소장은 무장이며, 무장은 명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옵니까.”


무릎 꿇고 있는 자신의 코앞에 놓인 붉은 빛을 뿜어내는 적검을 본 박흥식이 몸을 떨었다.

이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내 소문을 들었겠지?”

“예?”

“못 들었을 리 없다. 나에 대한 소문, 불사의 몸인 내 군사들에 대한 소문, 유령선과 같은 내 함대에 대한 소문.”

“으, 듣긴 했나이다.”

“그럼에도 이리 대응한 것이냐.”


박흥식의 태도는 이전보다 더 강건한 태도였다.


“말씀 올리지 않았나이까, 무장인 저는 어명에 따라 움직일 뿐이옵니다!”


더 할 말이 없었다.

이지가 소리 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일은 반복될 것이다.

주상은 나를 대역죄인으로 특정했고, 공신이라 하는 조정의 대신들은 대적으로 낙인을 찍었다.

녹봉을 받는 무장이 무슨 명목으로 이를 거부한단 말인가.


“알겠다.”


이지가 정렬해 있는 점비들을 향해 외쳤다.


“모든 점비들은 부산포에 상륙하라.”


[주군.]


최규식이 이지를 향해 말했다.

이지가 최규식을 바라보자, 최규식은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포구 쪽이었다.

이지의 시선이 그곳을 향했다.


‘응?’


포구에는 기치창검을 쳐든 군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이지가 시선을 돌려 박흥식에게 말했다.


“일어나라.”


이지가 박흥식을 향해 말했다.

박흥식이 몸을 일으키자, 이지가 포구를 가리켰다.


“저 군사들은 누구의 군사들이냐?”


박흥식이 눈을 가늘게 뜨며 포구를 응시했다.


“감영의 군사들이옵니다.”

“미리 약조하여 너를 지원하는 군사들이냐?”

“만일에 경우를 대비하여 지원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경상병마사 윤희영이 이끄는 군사들일 것입니다.”


‘윤희영?’


이지가 물었다.


“나와 싸울 작정이겠지?”

“·····.”


박흥식은 말이 없었다.


“네가 패할 경우를 대비하여 감영에 지원군을 요청했고, 이에 따라 대비하고 있는 것이 아니더냐?”

“그렇습니다.”


그런데.

무장을 하고 도열해 있던 경상 감영의 군사들이 갑자기 대열을 풀더니 어딘가로 급히 움직이고 있었다.

후퇴하는 모습 같기도 했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때 포구에 있던 감영 군사 하나가 뭔가를 높이 들어 올렸다.

백기였다.


‘·····?’


이지가 다시 박흥식에게 물었다.


“저 백기. 항복하겠다는 말이냐?”

“병마사는 쉬이 항복할 사람은 아닙니다만·····?”

“나와 대화를 하잔 말인가?”

“소, 소장은 잘 모르겠사옵니다.”


백기에 눈이 박힌 박흥식도 의아한 표정이었다.

이지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좌우군과 후군은 배에 남아 항복한 군사들을 감시하라. 선봉과 중군은 상륙한다.”


이지가 다시 연락선에 올랐고.

정봉덕과 이지영, 장필상 등 선봉과 중군의 점비들이 이지의 뒤를 따라 작은 배에 올랐고 상륙을 개시했다.

점비들이 노를 저었다.

그 와중에도 포구에 있던 감영의 군사들은 연신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배가 포구에 이르자.

이지가 배에서 내렸다.

누군가 장수로 보이는 이가 달려오고 있었다.

뒤에는 백기를 든 군사가 따르고 있었는데.

달려온 이가 이지 앞에 부복했다.


“저하!”


이지가 그를 내려다보았다.


“넌 누구냐.”

“경상 감영의 부장 차경민이라 하옵니다.”

“네 상관인 병마사가 윤희영이냐?”

“그러하옵니다.”

“한데, 네가 왜 왔느냐?”

“장군께서는 다른 일로·····.”

“다른 일?”


부장 차경민이 잠시 머리를 들었다.


“장군께서는 저하께 양해를 구한다는 말씀을 남기고 자리를 떠나셨나이다. 장군께서는 다시 돌아와 자초지종을 저하께 전할 것이라 했나이다.”

“자초지종? 그게 무슨 일이냐고 묻는 것이다.”

“그게, 그게·····.”


이지의 미간이 좁아졌다.


“나를 막으려고 준비를 마친 감영 군사들이 무슨 급한 볼일이 있길래 이토록 신속하게 자리를 옮기는 것이냐? 게다가 대적으로 지칭된 나더러 예서 기다리라?”

“그, 그렇사옵니다.”

“허, 나보다 더 급한 일이라.”

“송구하오나 며칠만 객사에서 머물러 계시길 간청하였사옵니다.”


이지가 기가 막혀서 웃었다.


“뭐라, 며칠간 객사에서 기다려? 너는 무장으로 사는 동안 이런 경우를 본 일이 있더냐?”

“소, 송구하옵니다.”

“참으로 해괴한 경우구나. 대적에게 객사에서 며칠만 기다려달라니·····.”

“송구하옵니다.”

“일어나거라.”

“예, 저하.”


차경민이 몸을 일으켰다.

허연 눈의 이지를 차경민은 마주 바라보지 못했다.


“똑바로 고하거라, 무슨 일로 병마사는 자리를 비운 게냐?”

“소장은 마, 말씀드릴 수 없사옵니다.”


이지가 으르렁거렸다.


“왜적이나 오랑캐들이 쳐들어와도 이리할 참이냐? 객사에서 기다려달라고?”


할 수 없이 차경민이 다시 부복했다.


“저하, 저하께서는 한때 이 나라의 국본이셨던 분이 아니옵니까. 한양을 바라고 제주를 떠나셨으나, 아직 이 나라를 생각하시는 분이라 사료되옵니다. 소장을 믿으시고 며칠만 인내하셔서 기다려 주시길 간청드리나이다.”


이지가 한쪽 무릎을 꿇고는 차경민의 눈높이와 눈을 맞추었다.


“변고가 생긴 게지?”


차경민은 눈을 감아버리며 고개를 푹 수그렸다.


“소장의 목을 베소서. 허나, 엄명을 받았으니 제 입으론 말씀드릴 순 없사옵니다, 통촉하여 주소서!”


이지가 일어나 하늘을 바라보았다.

부장의 목을 칠 생각도 없었고 더 따져 물을 마음도 없었다.


‘규식아.’


이지가 점비함대 쪽을 바라보며 속으로 말했다.


[예, 주군.]


‘이리로 와 몸을 일으켜라.’

[명 받드옵니다 ,주군.]


점비 함선에 있던 최규식이 밑으로 꺼짐과 동시에.

이지가 선 곳에서 최규식이 솟아올랐다.


[부르셨나이까, 주군.]


‘군마를 타고 경상병마사 윤희영의 뒤를 좇아라. 무슨 일로 군사들이 회군하였는지 알아내거라.’

[명 받드옵니다, 주군.]


이지가 명하자.

같은 곳에서 점비 군마 한 필이 땅속에서 솟아 나왔다.

최규식이 점비 군마에 오르더니 감영의 군사들이 이동한 곳을 향하여 달렸다.


“저하!”

“넌 굳이 말할 필요 없다. 군령에 따르라.”

“저하·····.”

“객사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이곳에서 내 군사들과 함께 기다릴 터이니 넌 네 볼일을 보라.”

“그, 그럴 수는 없사옵니다.”

“허허, 나를 감시하라 했느냐?”

“·····.”


이지가 쓴웃음을 지었다.


“감시가 되겠느냐, 내 군사는 이천이 넘고 네 군사는 겨우 삼십여 명인데.”


차경민은 여전히 부복해 있었다.

이지가 뒤를 돌았다.

바다에 면한 이지가 오른손을 들었다.


“다이진, 바케모노를 재의 영역으로 돌려보내라.”

[명 받드옵니다, 주군.]


이지가 이어 말했다.


“망자들과 바다 위의 좌우군, 후군 점비들과 점비함대는 재의 영역으로 돌아가라!”


그러자 바다 위의 점비들과 점비 함선들이 물보라를 일으키며 바닷물 속으로 들어갔다.

그 장관을 본 경상 감영의 군사들이 엎드려 벌벌 떨었다.

이지가 다시 뒤를 돌았다.

윤이와 사니가 이지를 바라보고 있었고.

마침 배에서 오른 고강선과 제주 군사들이 이지 앞에 나타났다.


“군주님!”

“주군!”

“이런, 너희들을 잊고 있었구나.”


이지가 고강선과 제주 군사들 앞으로 다가갔다.


“어려운 걸음 해주었다, 이제 돌아가도록 하게. 정말 고마웠네.”

“군주님.”


제주 군사들이 이지를 향해 절했다.


“군주님, 우리 백성들을 불쌍히 여겨주소서.”

“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소인들은 이제 물러가옵니다.”

“조심히 돌아가게.”


이지가 웃었다.

제주 군사들이 다시 돌아서서 이지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이지도 손을 흔들어 주었다.


“저하.”


이지가 고개를 돌렸다.

고강선이 정봉덕과 이지영의 눈치를 보며 이지 곁으로 슬금슬금 다가왔다.


“저하·····.”

“강선아, 정말 돌아가지 않아도 괜찮은 것이냐?”

“이미 결정한 몸이옵니다.”

“오냐.”


이지가 사니를 돌아보았다.

사니가 배를 문지르고 있었다.


“먹성 좋은 사니를 보니 슬슬 허기가 지는 게 사실이구나.”


사니가 코를 찡그리며 다가왔다.

사니가 눈짓으로 여전히 부복해 있는 부장 차경민을 가리켰다.


“응? 내가 말하라구?”


사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고기 먹을까?”

“또!”

“어험, 험.”


이지가 헛기침을 해댔다.

윤이가 웃었고, 고강선도 눈치를 채며 웃어댔다.

고강선은 웃다가 흉흉한 기운의 장필상을 보고 다시 정색했고.

그런 모습을 본 차경민이 나지막이 말했다.


“저하·····.”

“응?”

“속히 수라를 준비하겠나이다.”

“아니, 그게 아니고·····.”


사니가 불쑥 앞으로 나섰다.


“고기는 없어도 좋은데, 쌀밥으로 주시는 겁니까?”

“예?”


차경민이 사니와 이지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년, 군사들도 잡곡을 먹을 텐데 우리가 무슨.”

“쌀밥을 먹고 싶사옵니다. 쌀밥 먹어본 때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질 않습니다.”

“어허, 이런.”


차경민이 몸을 일으켰다.


“기다려주소서. 객사에 가지 않으시면 이리로 수라를 대령하겠나이다. 잠시만 기다려 주소서.”

“아니다.”

“예?”


이지가 차경민을 향해 미소 지었다.


“객사가 멀지 않으면 그곳으로 가겠다. 그것이 네가 받은 명이기도 하지 않느냐.”


차경민의 표정이 한껏 밝아졌다.


“저하, 그리 해주시겠나이까?”


이지가 사니와 윤이, 고강선을 바라보았다.


“객사에 가서 편하게 먹자꾸나.”


사니가 활짝 웃었다.


“바라던 바입니다.”

“그럼, 가자꾸나. 아무래도 금방 걸릴 일이 아닐 듯하니.”


이지가 한숨을 쉬며 말하자.

차경민이 꾸벅 허리를 굽혔다.


“고맙습니다, 저하.”

“앞장서거라.”


* * *


해가 질 무렵이었다.

마당에서 윤이와 사니가 줄을 넘으며 놀고 있었고.

산책하던 이지가 뒷짐을 진 채 문가만 바라보았다.

고강선이 다가왔다.


“주군께서 걷는 모습이 어찌 전하와 그리 똑같으십니까?”

“후후후, 그러하냐.”

“뒤에서 보면 어느 분인지 분간이 되지 않사옵니다.”

“그 피가 그 핀데, 어디 가겠느냐.”

[주군.]


호위를 하던 무르기야가 이지를 불렀다.


‘규식이 왔느냐?’

[예. 잠시 후면 당도할 것 같습니다.]

‘오냐.’


이지가 고강선에게 말했다.


“방에서 보고받을 것이 있으니 너는 예 있거라.”

“예, 주군.”


이지가 객사쪽으로 향했다.

이어 주위에서 호위를 하고 있던 무르기야, 무르기친, 호오젠이 한데 모여 이지의 뒤를 따랐다.

고강선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이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쩌면 저리 똑같을까나.’


[주군.]


최규식이 방 구들장에서 솟아 나왔다.


“그래, 알아보았느냐?”

[예, 주군.]

“무슨 일이더냐?”

[속으로 답하소서, 중한 일이옵니다.]


이지가 속으로 말했다.


‘고하라.’


최규식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국난이옵니다.]

‘국난?’

[평안도 병마사인 이괄이 함경도의 군사들과 함께 반란을 일으켰나이다. 벌써 한양이 코앞이라 하더이다.]

‘뭣이, 이괄이!’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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