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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고 님의 서재입니다.

군주의 권세로 지옥까지 정벌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판타지

이니고
작품등록일 :
2024.02.25 22:43
최근연재일 :
2024.04.1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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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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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28
추천수 :
96
글자수 :
303,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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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3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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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화산해전(花山海戰)

DUMMY

바다에도 망자가 있다는 목소리.

이지의 머릿속을 울리는 목소리는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진지하고 심금을 울리는 목소리.

이지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6백의 점비 가운데는 없었다.


‘누구지·····?’


하지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이지는 무엇을 행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이지가 소리쳤다.


“점비들은 배를 찾아라, 나룻배라도 좋으니 바다로 나아갈 배를 어서 찾아!”


주군의 명은 곧 지상명령.

이내 점비들은 흩어져 배를 찾기 시작했다.

큰 배는 없었지만, 대여섯이 탈 수 있는 나룻배는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이내 점비들이 네 척의 나룻배를 끌고 왔다.

온전한 배였다.

이지가 명했다.


“봉덕과 지영, 철진이와 필상이는 한 배를 타고, 나와 무르기야, 무르기친, 김길과····· 아, 잠깐.”


이지가 포구 안쪽의 구릉을 바라보았다.

정봉덕이 목장창으로 찔러 죽인 왜구의 부장.

그가 기억이 났다.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지가 그곳을 향해 오른팔을 쳐들었다.


“나는 망자의 군주 이지다, 죽은 왜구들은 몸을 일으켜라!”


그러자.

여기저기에서 점비들에게 죽은 왜구들이 몸을 일으켰고.

명에 따라 이지를 향하여 다가들었다.

이지영이 배를 타고 도망치는 왜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외쳤다.


[주군, 놈들이 배를 몰며 도주하고 있나이다.]

“알아, 우리에겐 아직 시간이 있어.”

[주군.]

[주군.]

[주군을 뵙습니다.]

[주군을 뵙습니다.]


죽은 왜구 점비들이 이지를 향하여 다가와 정렬했고.

왜구 식의 인사를 했다.


“허허, 너희는 조선의 군례부터 배워야겠구나. 그건 그렇고, 너희 중에 대장을 보좌한 부장이 누구지?”


누군가가 앞으로 나섰다.

명치부터 등을 향해 구멍이 뚫려 있는, 투구 앞에 긴 쇠붙이로 장식한 사내.

미토야였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미토야가 자신의 말로 대답했다.


[와따시와 미토야데스.]

“너는 이제 내 군사다, 조선말로 말해.”


그러자 신기하게도 미토야의 조선말이 이지의 머릿속을 울렸다.


[저는 미토야라고 하옵니다.]

“오냐, 너는 나와 함께 배에 오른다.”

[명을 받듭니다, 주군.]


점비들이 나누어 배에 오르자.


“노를 저어 놈들의 배에 다가가라.”


하지만 이미 출발한 왜구의 함선은 점차 멀어지고 있었다.

나룻배의 노만으로는 전선인 왜선의 속도를 좇을 수는 없었다.


[주군, 놈들을 놓칠 것 같나이다.]


무르기야의 말이었다.

이지의 두 눈이 빛을 내고 있었다.


“아니. 내게 가르침을 준 이가 있었다.”


* * *


“다이진, 다이진!”


하키무라가 배 밑으로 내려가 자루에 넣은 다이진을 찾았다.

하키무라의 말에 자루가 꿈틀거렸다.

하키무라가 자루의 끈을 풀었다.

끈을 풀고 자루를 벗기자, 날렵한 몸매가 드러났다.

하지만 여성의 옷차림은 아니었다.

오직 묶은 긴 머리가 여성임을 드러내고 있었지만.


“이런.”


그녀의 눈과 입은 검은 천으로 가려져 있었다.

하키무라가 가리고 있던 천을 벗겼다.

여인의 눈매가 드러났다.

와중에도 평온한 표정.

하지만 그녀의 눈은 하키무라를 노려보고 있었다.


“다이진, 나를 도와주시오. 지금 조선의 괴시들에게 쫓기고 있소.”

“무슨 짓을 벌인 것이냐!”

“다이진, 자초지종은 나중에 얘기할 테니, 지금은 저기 조선의 괴시부터 없애야 해.”


다이진이 하키무라를 잠시 노려보다가 입을 뗐다.


“내게 보여줘.”


분노하고 있었지만, 침착한 목소리였다.

하키무라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앞장서서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갔다.

뒤따라 나온 다이진이 하키무라의 뒤를 따랐다.

뱃고물로 간 하키무라가 손가락으로 포구 쪽을 가리켰다.

다이진의 눈길이 가리킨 곳을 향했다.

포구에 늘어선 수백의 괴시들, 그리고 멀리서 자신들을 뒤쫓는 나룻배 두 척.

과연 하키무라의 말대로 저들은 살아있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다이진의 미간이 한껏 좁아졌다.

하키무라가 급히 말했다.


“다이진, 나를 도와줘. 이대로 물러설 순 없다고, 어서 요괴와 괴수를 불러내야 해.”


다이진이 눈을 가늘게 뜨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도망쳐.”

“뭐, 뭣!”


다이진이 고개를 돌려 하키무라를 노려보았다.


“어서 도망치라고!”


하키무라가 왜도를 들어 다이진의 목을 노렸다.


“저 괴시들을 없앨 수 있도록 도와달라니까! 넌 요괴와 괴수를 불러낼 수 있잖아, 어서 이 치욕을 씻을 수 있게 해달라고!”


다이진의 침착한 눈길이 떨고 있는 하키무라의 눈동자를 향했다.


“어서 쓰시마로 돌아가, 그러지 않으면 저 괴시들에게 죽어.”


도망치라니!

20년이 넘는 동안 다이진을 보아왔다.

그녀의 입에서 도망치라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다.


“지, 진심이냐?”

“·····.”


다이진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다시 고개를 돌려 뒤를 쫓는 이지 일행을 노려보고만 있었다.


“퇴각, 퇴····· 아니, 난 못해! 나를 뒤쫓는 건 겨우 나룻배 두 척에 괴시 아홉뿐이야. 저기 앞선 멀쩡한 놈이 괴시의 우두머리다, 저놈이라도 잡아가야겠어.”

“·····.”


다이진은 여전히 말이 없었다.

죽든 살든, 이기든 지든 두고 보겠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왜 다이진이 요괴와 괴수를 부르지 않는지 의아했지만, 다이진만 넋 놓고 바라볼 수는 없었다.

하키무라는 결정했다.


‘그래, 다이진 앞에서 저 괴시들의 우두머리를 잡는 거다. 그러면 일시적 패배는 다이진은 물론, 사카모토도 눈감아줄 것이다.’


하키무라가 칼을 올렸다.


“배를 돌려라! 저 나룻배 두 척을 섬멸하고 괴시들의 두령을 사로잡을 것이다!”


왜구들이 배를 돌리는 모습을 이지가 보았다.

망자의 군주가 되기 전에는 불과 몇 장 앞도 잘 보지 못하던 근시.

하지만 허연 이지의 눈은 독수리의 눈과 같았다.


‘예상대로다, 놈이 명을 내렸고 배를 돌리고 있다.’


이지가 손을 들며 명했다.


“배를 멈추어라.”


곧 두 척 나룻배의 노질이 멈추었다.

출렁출렁.

나룻배가 파도의 흐름에 위 아래로 출렁거렸다.

곁의 배에서 정봉덕이 소리쳤다.


[주군, 놈들의 배가 다가오면 나룻배는 뒤집히고 말 것이옵니다.]

“알고 있다.”

[주군, 배에 다가가게 하소서. 왜선에 오르겠나이다, 명을 내려주소서.]

“지금은 너희의 때가 아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온지·····.]


이지가 수평선을 한 번 바라본 후, 적검을 든 오른팔을 위로 펼쳤다.

망자들을 부를 때 하는 동작.

그런 이지를 본 나룻배의 점비들이 숨을 죽였다.


“나는 망자의 군주 이지다, 이 바다의 수군 망자들과 함선은 몸을 일으켜라!”


잠시, 바다 위에선 정적이 흘렀다.

왜구들이 짓쳐오는 소리도, 출렁거리는 나룻배의 흔들림도, 이지의 숨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마치 시간이 딱 멈춘 것 같은 모습.

이윽고.

부글부글.

바닷물이 끓기 시작했다.

여기저기, 이쪽저쪽에서 바닷물이 끓어올라 거품이 일고 수증기가 일었다.

이지가 다시 외쳤다.


“조선의 바다를 지킨 망자들이여, 내 앞에 몸을 일으켜라!”


그러자.

끓어오르기 시작한 바다에서 큰 물줄기가 위로 솟았다.

그 물줄기 속에서 비친 그림자.


“저, 저건 뭐냐!”


기이한 광경에 놀란 건 왜구들이었다.

배를 돌려 나룻배를 향해 돌진하는 왜구들의 함선 부근 여기저기에서 크고 검은 물체들이 물줄기를 뿜으며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솟아오른 것은 함선!

예전 형태를 가진 판옥선 6척이었다.

하지만 6척 모두 온전한 모습은 아니었다.

여기저기 깨어지고 부서지고 파괴된 판옥선은 검고 어두웠고.

물때와 이끼와 이런저런 해초와 바다생물이 더덕더덕 붙어있는 모습.

함선 위로 모습을 드러난 점비들도 온전한 형태는 없었다.

거의 대부분이 해골 형상이었고.

물에 불어 사람의 얼굴이라곤 할 수 없는 이상한 모습의 점비들도 몇몇 보였다.

그들은 해상 검열을 받듯이 선상에서 이지를 향해 정렬해 있었다.

이지가 적검으로 가리키며 명을 내렸다.


“바다의 점비들이여, 네 척은 한데 모여 대적을 향해 충파를 행하라!”


충파.

조선 수군의 판옥선이 왜선을 향해 시행하던 전술 중 하나.

왜선이 조선 수군의 판옥선보다 작고 약했던 것을 이용한 해상 전술 중의 하나였다.

4척의 점비 함대가 다가오는 왜선을 향해 방향을 틀기 시작했고.

다가오는 11척의 왜선들을 향해 돌진을 시작했다.


”뭐, 뭐야!“

”유령함대다!“

”바다 위에까지 조선의 괴시들이 활개를 치다니!“


이지가 남은 점비 함선 두 척을 향해 명했다.


”두 척은 포구로 나아가 육지의 점비들을 태워 다시 나오라!“


점비 함선 두 척이 포구를 향해 나아갔다.

놀란 하키무라는 고개를 돌려 다이진을 찾았다.

그러나.

다이진은 고물이든 이물이든, 배의 어느 곳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다이진, 다이진!“


이윽고.

쾅, 쾅, 콰앙, 콰앙!

충파가 이루어졌고, 왜선이 깨지기 시작했다.

이지가 소리쳤다.


“왜선에 올라라, 백병전을 펼쳐라!”


점비 함대의 판옥선들도 깨어졌지만, 수군 점비들은 전혀 괘념치 않고 왜선으로 건너뛰기 시작했다.

포구에 늘어서 있던 점비들은 마저 찾아온 나룻배에 올라타기 시작했고.

나룻배에 타지 못한 점비들은 아예 물에 뛰어들어 다가오는 두 척의 점비 함선을 향해 헤엄치며 나아갔다.

이지가 나룻배의 점비들을 향해 명했다.


“우리도 배에 오른다!”


두 척의 나룻배가 왜선 가까이 나아갔다.

배에 이르자, 가장 먼저 이지가 위로 솟구쳤다.


[점비들은 배에 올라라!]


정봉덕이 명을 내렸고.

두 척의 나룻배에 타고 있던 정봉덕을 비롯한 점비 장수들이 나룻배에서 왜선을 향해 몸을 던졌다.

뱃전에 붙은 점비 장수들이 뱃전을 움켜잡으며 왜선에 기어올랐다.

육지에서도 몸서리를 쳤던 왜구들은 제정신들이 아니었다.


”괴시들을 피해라!“

”물로 뛰어들어!“


덤비는 놈들도 있었지만, 이미 대세는 완전히 기울어져 있었다.

이지가 적검을 휘두르며 왜구들을 베었다.


”한 놈도 살려 보내선 아니 된다, 물로 뛰어든 왜구들도 모두 없애버려라!“


포구에 있던 점비들을 태운 두 척의 점비 함선이 한 척씩 양 갈래로 벌려 섰고.

물에 뛰어든 왜구들을 처단하기 위해 두 척에 타고 있던 일부 점비들이 물로 뛰어들었다.

육지에 이어 함상과 해상에도 지옥의 단면이 그려지고 있었다.

포식자와 피식자의 싸움.

그건 싸움이 아니었다.

함상의 백병전은 왜구들의 특성이자 장점이었지만.

어느 왜구도 자신들의 특성을 살리지 못하고 피식자의 역할만을 충실히 수행할 뿐이었다.


”으악!“

”우욱!“

”살려줘!“

”살려줘, 제발!“


왜구들은 하나같이 단말마와 비명을 토해내며 저 세상 객이 되어갔다.

하키무라가 칼을 휘두르며 소리를 질렀다.


”뭐해, 뎁뽀를 쏘아라!“


하지만 하키무라 주위에는 조총을 들고 있는 이는 단 한 사람도 없었다.


“아니, 아니야. 이건 아니야!“


하키무라는 덤벼드는 점비 몇을 베어 넘겼지만.

팔과 다리가 잘리고도 마구 달려드는 점비들에 대한 공포심은 어쩔 도리가 없었다.


”살아야 한다, 지금은 살아서 나가야한다·····.“


하키무라는 점비들을 베어 넘기며 뱃고물로 달려갔다.

죽은 척 하거나 고물 끝에 매달려 추이를 지켜본 다음, 도망칠 잔꾀를 생각해낸 것이다.

하지만.

고물 끝에는 누군가가 기다린 듯 서있었다.

바닷바람에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붉은 빛을 내뿜는 장검을 든 사내.

그 뒤에 서 있는 만주족 외양의 두 괴시.

장검을 든 사내는 육지에서부터 보아온 괴시들의 우두머리였다.

괴시들을 부리는 유일하게 살아있는 사람.

왜국의 말을 알고 있는 이지가 말했다.


”네놈이 우두머리냐?“


하키무라는 외려 잘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저놈만 잡으면, 아니 저놈만 죽인다면 이 지경에서 벗어날 수 있다.’


옳은 생각이었지만.

하키무라가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래, 내가 대장이다. 네 뒤에 선 놈들은 호위무사로군. 쳇, 호위무사들까지 붙여서 나를 상대할 테냐? 이쯤 되면 대장끼리 붙어봐야 하지 않겠느냐?“


자존심을 긁으며 상대방을 자극하는 말.


”후후후.“


이지가 웃었다.

무르기야와 무르기친이 오른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지가 손을 들었다.


”내가 하겠다.“

[예, 주군.]


명을 받은 무르기야와 무르기친이 뒤로 물러섰다.


”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널 상대할 터이니.“


평온한 얼굴의 이지가 오른팔을 들었다.


”망자의 군주의 권한, 살수의 권능!“


들고 있던 적검이 두 갈래 빛을 뿜으며 노란빛을 뿜어내는 2개의 단검으로 변화했다.

곧 이지가 하키무라를 향해 달려들었다.


‘은신.’


”어?“


하키무라의 눈동자가 마구 흔들렸다.

자신을 향해 달려들던 이지가 사라진 것이다.

곧 하키무라의 귀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네놈들을 수하로 둘까 말까를 고민하던 참이다.“


그리고 번쩍.

한 줄기 짧고 강한 노란빛이 번쩍였고.

2자루 단검이 하키무라의 목에 샛노란 평행선을 그렸다.

이윽고 붉은 선혈 두 줄기가 하키무라의 목에서 뿜어져 나왔다.


“어, 어어·····.”


퉁.

하키무라의 몸이 마치 통나무처럼 뱃전에 떨어졌다.

이지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완벽한 승리였다.

화산 앞바다에 몰려온 왜구들은 단 한 사람도 생존한 이가 없었다.

건너편 왜선에서 정봉덕이 목장창을 들어 올렸다.


[주군, 왜구들을 모두 섬멸했나이다.]


이지영도, 윤철진도, 최규식도, 장필상도, 김길까지 모두 손을 들어 올리며 이지를 바라보고 있었고.

6백의 점비들과 모습을 드러낸 2백여 바다의 점비들도 이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겼다!’


이지는 태양빛을 반사시키는 바다와 청명한 하늘을 천천히 바라보았고.

이어 자신을 주시하는 육지의 점비들과 바다의 점비들을 일일이 둘러보았다.

감격스러웠다.

이 나라와 백성들을 위해 큰일을 한 것 같은 보람과 자부심이 넘쳐흘렀던 것이다.


”잘 싸워주었다, 나의 군사들이여.“


그때, 화산 포구에서 함성이 들려왔다.


”와아!“

”우리가 이겼다!“

“왜구들을 무찔렀다!”

”우릴 위해 괴시들을 부리는 분은 누구냐?“


피난을 떠났던 백성들, 어딘가에 숨어 있던 백성들이 나와 있었다.

그들은 한결같이 감격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일부의 표정에는 두려움도 있었다.

눈이 밝은 이지가 그들의 눈길과 표정을 보았다.


”점비들은 이제 재의 영역으로 돌아가라.“

[명 받듭니다, 주군.]

[명 받듭니다, 주군.]


정봉덕을 비롯한 장수들과 군사들이 일시에 밑으로 사라졌다.

그들은 모두 점비 함선 위에 있었지만, 밑으로 꺼진 것이다.


‘아, 점비 함선에선 출입이 가능하구나.’


어쨌든 망자의 군주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이지는 새삼 느꼈다.


‘그건 그렇고·····.’


바다에도 망자가 있다는 목소리를 들려준 이를 기억했다.

이지가 바다를 돌아보았다.


‘·····혹여 지금도 이 나라를 걱정하는 충무공의 목소리는 아니었는지.’


잠시 감상에 빠졌지만, 이내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때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이지영이었다.


[주군, 이대로 제주를 향해 나아가는 것도 방도일 듯싶습니다만.]


당연히 할 법한 말이었다.

하지만 이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잠시 저 백성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구나. 싸움에 이기는 것도 백성들에게 기쁜 일이겠지만, 한 사람씩 만나 손을 잡고 위로와 격려를 하는 것도 군주인 내가 할 일이 아닌가 하네.“

[예, 주군.]

”이번에는 멧돼지 몇 마리를 한꺼번에 잡아줄 수 있겠는가?“


이지영의 힘찬 목소리가 울렸다.


[명 받듭니다, 주군.]

”고맙네.“


그때, 이지가 타고 있던 왜선의 고물 밑에서 머리 하나가 물속으로 들어가더니 자취를 감췄다.

왜구들 중 유일한 생존자였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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