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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님의 서재입니다.

플레이어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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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레
작품등록일 :
2024.07.22 16:37
최근연재일 :
2024.09.15 18:28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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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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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8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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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화

DUMMY

나는 성인이다. 여자랑 키스 한번 했다고 설렐 나이는 한참도 전에 지나버렸다.

그래서 장미가 내게 키스를 한 사실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그리고 내 문제는, 그걸 아무렇지도 않다는 걸 너무 의식해서, 아무런 대처도 안한 것에 있었다.


“왜 입술에 장미의 틴트가 묻어 있어?”


설유진의 한마디에 볼링장에 모여있던 직원들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나는 반사적으로 사장과 파견쪽으로 두 손을 뻗으며 말했다.

“자, 잠시만요. 다 설명할 수 있습니다.”

“······왜 손을 그렇게 해? 내가 너한테 달려들까봐? 난 아무렇지도 않아. 일단 변명은 들어보겠지만,”

사장은 팔짱을 낀 채로 그렇게 말했다. 그런 사장의 검지가 쉴새없이 까닥거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파견이 말했다.

“나도 물론 뭐, 사장처럼 뭐,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그래서 그 망할년이 너한테 대체 무슨 짓을 했는데?”

파견이 발이 쉴새없이 볼링장 바닥을 두드렸다.

그 광경을 지켜보던 설유진이 말했다.

“나는 안 괜찮은데?”

“······네?”

내 물음에 설유진은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잠깐 둘이 있을 때 뭐 한 거야? 설마 장미 그 여자가 너한테 키······.”

“잠깐!”

나는 소리를 치며, 설유진의 말을 막았다.

내 감이지만, 만약 그렇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웬지 돌이킬수 없는 사고가 일어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사태를 벗어나기 위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는 장미의 말에 착안해서 기발한 해결책을 떠올렸다.

나는 침착하게, 얼굴을 덮고 있던 실리콘 가면을 벗었다.

“제 입술에는 안했습니다.”


***


“넌 그걸 해명이라고 한 거냐? 으이구. 한심한 자식.”

시설 영감은, 그 말 그대로 한심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훈계했다,

나는 두 손으로 볼링공을 가득 든채로, 부들거리며 말했다.

“그, 여, 영감님이······, 좀 말을 잘 해, 해주시면······.”

내 말에 장비를 점검하던 시설 영감이, 쯧 하고 혀를 찬 뒤 다시 장비를 보았다.

그 옆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던 전산이 중얼거렸다.

“부, 부럽네요.”

“······부러우면 이것 좀 대신, 좀 들어줄래요?”

“그, 그건 부, 부럽지 않은데요?”

전산은 그렇게 툭 말하고는 계속해서 노트북을 들여다 보았다.

경비는 그런 내 옆에 서서, 볼링공을 들었다가 받았다 반복했다.

“생각보다 무게가 제법 나가는 군. 단련으로 나쁘지 않겠어.”

“그, 그럼 좀 대신 들어줄래요?”

“나보다 네가 더 단련할 필요가 있을 거 같은데.”

경비는 한손으로 볼링공을 위로 던졌다 받은 다움, 그 볼링공을 내 팔위에 얹었다.

그 만행에, 나는 비명을 지르며 외쳤다.

“당신은 사람도 아니야!”

“그 말 참 오랜만에 듣는군. 처음 체력단련 시킬 때 들었던 거 같은데.”

경비는 그렇게 말한 뒤에, 중간보스를 불러오겠다며 나가버렸다.

내 이마에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팔과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이거, 진짜 위험한거 같은데?

나는 필사적으로 시설 영감을 불렀다. 영감은 짜증을 내며 용건을 물었다.

내가 말했다.

“혹시, 제가 이 볼링공을 내려놓고 있으면 무, 문제가 생길까요?”

내 말에 영감은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자신있냐?”

“뭐, 뭐가요?”

“그 여자들 히스테리를 견딜 자신 말이야. 그럼 다른 걸로 만족시켜야 할건데······.”

시설 영감은 거기서 말을 끊었다. 그리고 찰나였지만 내게 있어서는 영원과도 느껴지는 시간만큼, 생각에 잠겼다.

영감이 말했다.

“그건 더 가혹할 게다. 계집이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괜히 있겠냐?”

“아니 그럼 저보고 어떻게 하라고요?”

내가 소리치자, 시설 영감은 눈을 찌푸렸다.

“아니, 지가 즐겨놓고 왜 이 엉뚱한 늙은이한테 화풀이야!”

“안 즐겼다니까요! 전 피해자에요! 그 여자가 강제로 했다고요!”

방금 전산이 작게 죽으라고 중얼거렸던 것 같은데, 내 착각이겠지.

그 때였다.


“그만, 됐어.”

갑자기 들려온 사장의 목소리에, 나는 반사적으로 팔의 힘을 뺐다, 그러가 땅이 꺼질 것 같은 소리를 내며 들고 있던 볼링공들이 바닥에 떨어져 데구르르 굴러가기 시작했다.

사장과 같이 볼링장에 들어온 중간보스, 미스터 후는 그 중 하나를 한 손으로 집어들었다.

손가락 넣는 구멍이 아닌 매끄러운 면을 순수한 힘만으로 붙잡고 들어올린 것보며, 나는 질색했다.

미스터 후는 들고 있던 볼링공을 코스로 집어던지며 말했다.

“뭘 하고 있었지?”

“그냥, 벌받은 거야,”

사장은 내 대신 미스터 후에게 답했다. 그가 말했다.

“그가 벌을 받다니 이상하군, 벌은 너희 같은 썩어빠진 놈들이 받아야 하는데.”

“썩어빠진 놈들은 니 주변에도 널려있잖아.”

“그 놈들은 머지 않아 부서질 운명이다. 너희는 아니지,”

사장은 미스터 후의 말에 피식 웃었다.

“세상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이야. 나 같은 가진게 많은 사람도 순식간에 골로 갈 수도 있고, 너희 같은 건달 놈들이 더 오래 살수도 있고······.”

사장은 그렇게 말하며 나를 내려다 보았다.

“착한 사람도 때로는 잘못된 선택을 할수도 있지.”

미스터 후는 사장의 말에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뭐라고 변명하려다, 사장을 비롯한 여직원들의 눈초리에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파견이 바닥에 주저앉은 내게 다가와 어깨를 두드렸다.

“그······ 강제로 당했다고 말하지 그랬어.”

“계속 말했다고요! 그런데 안 들으셨잖아요!”

“내가 그랬나?”

파견은 머쓱한 표정으로 볼을 긁적였다.

설유진이 그 뒤에서 서서 말했다.

“네, 시끄럽다며 볼링공들을 들어 떠넘기고는, 하나라도 떨어뜨리면 죽여버린다고 협박했었죠.”

“죽인다고는 안했어. ······아마도?”

했다고요, 란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지만, 가까스로 눌러 참았다.

대신 얼얼한 팔목을 주무르며, 말했다.

“그래서, 다 끝났나요?”

“뭐가?”

아직 목소리에 냉기가 남아있는 사장의 말에, 나는 살짝 기가 죽은 채로 답했다.

“아니, 다 모여서 그 이제 뭐 회의 시작하면 되는지 싶어서요.”

“다 온거 맞아? 인원 점검 해봐.”

나는 사장의 말에 일어서서 볼링장에 모인 사람을 한명씩 눈으로 셌다.

볼링장 탁자에서 노트북을 두드리고 있는 전산.

다른 자리에서 섬광탄을 포함한 기계장치를 계속 점검하고 있는 시설.

그리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설유진 뒤에 숨어 나를 노려보는 알바.

나를 보고 뭔가를 계속 중얼거리는 파견과, 그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경비.

그리고 공들을 다 거터에 던지고 있는 미스터 후.

의자에 다리를 꼬고 앉아, 시큰둥한 표정을 하고 있는 사장까지.

아, 한 명 빠졌군.

“뭐야, 다들 와있었네.”

마지막으로 성필이 손으로 내저으며 볼링장으로 들어왔다.

사장이 눈을 가늘게 뜨고 성필을 노려보았다.

“너 자꾸 늦게 다닐래?”

“아니 거 담배 좀 필수 있지 너무 하네. 진짜.”

그렇게 사람이 다 모인 후에, 사장은 의자에서 내려와 성큼 성큼 걸어 볼링장 코스를 타고 쭉 걸어갔다. 그리고 몸을 굽혀 안으로 들어가 볼링핀 여섯 개를 손에 안고 나왔다.

나는 황금히 따라가 그것을 대신 받으려고 했지만, 사장은 눈짓으로 나를 쫓아냈다.

사장은, 그 볼링핀을 코스 위에 2열 종대로 늘어 놓았다.

사장이 말했다.

“자, 앞쪽부터 이 상가단지 건물이야, 왼쪽이 A동, 오른쪽이 B동. 그 다음은 C와 D. 그리고 E동과 마지막이 여기 F동이지.”

사장은 손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볼링핀 하나를 손으로 까닥였다.

사장이 말했다.

“아마, 가장 바깥쪽인 A와 B동부터 습격이 시작될 거야,”

사장의 말에 성필이 눈치를 보며 손을 들었다.

사장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뭐야?”

“아니, 그 적이라고 하는게 대체 누군데? 우리는 아직까지 거기에 대해서 한마디도 못 들었다고.”

파견이 팔짱을 낀 채로, 사장 대신 대답했다.

“존나 재수없게 생긴 새끼있어.”

“아니,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어떻게 알아?”

“딱 보면 알걸, 왜냐하면 그 새끼가 다 때려부수면서 올거라서.”

나는 전산의 폰을 빌려, 플레이어의 사진을 성필에게 보여주었다.

성필이 말했다.

“와, 새끼 인상 한번 드럽게 생겼네.”

“거울이나 보고 말하지 그래?” 하고 사장은 말 한마디로 성필을 닥치게 한 다음, 자신의 바로 앞에 있는 두 볼링핀, E동과 F동을 두 손으로 잡아 흔들었다.

“그러니 너희는 여기 뒤로 빠져있어.”

“나 말이야?” 하는 성필을 향해 사장이 말했다.

“그래, 너랑 여기 있는 건달들 모두 말이야.”

사장의 말에 성필이 하, 하고 웃으며 말했다.

“여기가 우리 땅인데 왜 우리가 뒤로 빠져야 되는데?”

“블루문랑 지성파 패거리가 몰려올 테니까.”

사장의 말에 성필은 눈을 가늘게 떴다.

“뭐, 뭐랑 뭐?”

“좀 한가닥 하는 조직 놈들 다 몰려올거라고.” 하고 말귀를 못 알아듣는 성필을 향해 파견이 짜증스럽게 말했다.

성필이 갑자기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거, 거기서 여기를 왜 오는데?”

“내가 오라고 했으니까.” 하고 사장이 말하며 덧붙였다.

“그 망할 자식이 좀 세서, 힘을 빼놓을 샌드백들이 좀 필요하거든.”

“······몇 명 정도 오는데?”

“데려오라고는 딱히 말 안했는데, 아마 대충 어림잡아서 5~60명 정도 오지 않을까?”

“그러니 뒤로 물러서라고 한겁니다. A와 B동이 플레이어와 그 조직원간의 충돌로 아수라장이 될테니까요. 거기 괜히 휘말려서 피를 볼 이유가 없습니다.”

내 보충설명에 성필은 담배를 질근질근 씹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말을 얌전히 듣고 있던 미스터 후가 입을 열었다.

“나는 어디에 있으면 되지?”

“너는 얌전히 여기 F동 2층에 기다리고 있어. 2층끼리는 구름다리로 연결되어 있으니까, 우리가 너한테 그 자식을 데리고 갈 거야.”

“내가 왜 거기 있어야 하지?”

미스터 후의 말은, 분위기 좋게 흘러가던 회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사장은 미스터 후의 말에 미간만을 구겼다.

“이봐요. 형씨. 우리는 서로 거래 했잖아. 그쪽이 우리를 부수든지 구워삶던지 맘대로 하는 대신에 우리 말 듣기로.”

사장의 말에, 장비를 만지던 시설 영감이 눈을 찌푸렸다.

“아니, 이봐. 난 그런 소리 처음 듣는데?”

“노인은 신경쓸 필요없다. 이미 부서진 사람은 건들지 않는다.”

그렇게 말한 뒤 미스터 후는 다시 고개를 돌려 사장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쪽의 말을 듣는다고 한 적 없다. 너희 대신 그 남자를 먼저 부숴달라는 제안에 동의했을 뿐이다.”

“······그래서?”

“내가 직접 가서 부수면 되는데, 왜 너희가 그 남자를 데리고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지?”

“그러니까 우리 말 따윈 듣지 않겠다?”

사장의 말에 얼어 붙은 분위기가 점점 냉각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파견과 경비가 편하게 있던 자세를 풀었다.

당장이라도 전투가 벌어질 것 같은. 긴장감 속에서, 설유진 뒤에 숨어있던 알바가 말했다.

“삼촌은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에요.”

천진난만한 소녀의 까랑까랑한 목소리가 볼링장에 울려퍼졌다.

“뭐라고?”

사장의 물음에, 알바가 설유진의 뒤에서 얼굴만 빼꼼 내밀고 말했다.

“삼촌은 진짜 궁금해서 물어본 거에요. 삼촌은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거든요.”

사장은 그 말에 고개를 돌려 다시 미스터 후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여전히 무표정함을 유지한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파견이 말했다.

“전술적으로 그게 맞는 판단이니까.”

“설명해라.”

“네가 처음부터 싸울 이유가 없어. 두 조직의 병력과 남자를 싸우게 내버려두고 조금이라도 약화되었을 때, 우리가 유리한 전장으로 유인하는게 옳은 판단이야.”

파견의 말에, 성필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마스터 후는 그렇지 않았다.

“내가 싸울 이유는 내가 정한다. 나는 그 남자를 부술거고, 그게 내 이유의 전부다.”

빠드득, 하고 파견의 이를 갈며, 뭔가를 외치려고 할 때,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이 부서지지 않을까요?”


갑자기 내뱉은 설유진의 말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었다.

미스터 후가 말했다.

“그건 무슨 소리지?”

“당신은 조직 폭력배들도, 아니 모든 사람이 다 부서지길 원하죠. 그렇지 않나요?”

“그럴 필요가 있다.”

설유진은 미스터 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

“만약 당신이 일찌감치 그 남자와 겨룬다면, 그 틈에 조직원들은 도망갈 거에요.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 남자가 방해없이 거기있는 조직원들을 다 부술겁니다.”

미스터 후는 설유진의 말에 턱을 잡고 고민하다가 알겠다고, 순순히 긍정했다.

파견은 그런 둘을 외계인이라도 보는 눈으로 바라보다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럼 난 이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미스터 후는 그 말을 끝으로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 뒤를 성필이 헐레벌떡 뒤따랐다. 그러다, 갑자기 미스터 후가 멈춰서자, 그 몸에 부딪혀 바닥을 뒹굴었다.

미스터 후가, 출입구를 막고 선 채로 말했다.

“거래 내용을 잊지 마라. 너희는 내 손에 부서져야 한다.”

사장은 그 말에 피식 웃었다.

“너나 그 자식한테 깨지지나 마.”

미스터 후가 사라지고 난 뒤, 횡하게 열린 문을 바라보며, 시설 영감이 말했다.

“부순다 뭐다 당췌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전에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이상한 놈인줄은 알았는데 이정도일 줄이야······.”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이상하게 꼬인 사람이라 그렇지.”

설유진의 말에 알바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삼촌은 나쁜 사람 아니야! 나한테 착한 사람을 좋아한다고 했어. 하지만 사람들은 착하지 않아서 혼나야 한다고 했어.”

설유진은, 자신의 품에 안겨있는 알바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덧붙였다.

“신문기사 인터뷰 내용에 있더라고요. 어린 시절, 건물 붕괴 현장에서 홀로 살아남은 이유가, 같이 갇혀있던 모든 사람들의 희생 때문이었다고. 아마 그때 느낀거겠지요. 사람은 그렇게 위급한 상황이 돼서야 개심한다. 그러니 내가 직접 그렇게 만들어주겠다.”

사장은 조소했다.

“그래서 ‘교육’이라는 말로 사람을 망가뜨리고 다니는 괴물이 탄생한거지. 그리고 우리 같은 나쁜 사람들은 부서져야되는 거고.”

“헉, 나도 나쁜 사람이야?”

사장은 알바의 말에 빙긋 웃으며, 설유진에게 다가가 그녀의 품에 안겨있는 알바의 머리를 난폭하게 쓰다듬었다.

“넌 아직 아니란다. 얘야.”

그리고 나서, 사장은 몸을 일으켜 모두를 돌아보았다.

“자, 각자 포지션을 다시 점검하자. 파견은?”

“나는 가운데, C와 D동 사이 구름다리에서 상황을 보고, 플레이어를 견재하며 유인할 거야.”

“저와 경비는 그런 파견을 지원, 보조할 겁니다.”

내 말에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고 설유진을 보았다. 설유진이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미끼 역할이니까, 마지막의 마지막인 F동 저기 사무실에 있을 거야.”

“거기 이미 섬광 함정은 전부 설치해뒀다.”

시설 영감은 그렇게 말하며 입을 다물었다. 사장은 그런 영감에게서 이상한 기색을 느꼈는지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었다.

시설 영감이 말했다.

“문제 없어. 없지. 그냥 그때 현장에 없으니 너네들이 잘할지 걱정되서 그렇지.”

“영감이 있는데 더 걱정되니까, 이따 알바 데리고 멀리 가있어. 일이 무사히 끝나면 연락할 거야.” 하고 사장은 영감의 입을 다물게 한다음, 전산에게 준비가 다 끝났는지 물었다.

“다, 다 끝났습니다.”

“좋아. 그럼 내 메일 계정으로 언니한테 보내.”

사장은 그렇게 지시한 뒤, 휴대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통화를 받자마자 다짜고자 말했다.

“언니, 내 메일에 있는 프로그램을 실행시켜줘. 그리고 전에 말했던대로 내가 신호를 주면 그때 데이터 센터를 셧다운 시키고.”

“그러면 회사 난리나는 거 아냐고? 알지. 그래서 더 재밌거 아니겠어? 언니 책임될까봐 내가 보낸 백도어 프로그램도 지금 보낸 거잖아.”

“예, 예, 알겠습니다. 일이 무사히 끝나면 언니랑 같이 밥먹을게. 먹을 테니 그만 말해.”

“······응, 언니는 몸조심해.”


사장은 통화를 끊었다. 그 뒤 찰나의 시간 동안 말없이 휴대폰 액정을 내려다보는 사장의 모습에, 나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사장은 내일을 위해 다들 정비하라고 말한 뒤에, 직원들을 해산시켰다.

나만 빼고.

“이사는 날 따라와.”

“어딜 가시는데요?”

사장은 말 없이, 볼링장을 나와, 계단을 올라 옥상으로 향했다.


빛이 꺼진, 어두운 상가단지 위에는 별빛이 가득했다.

사장은 휴대폰을 꼭 쥐고, 뒷짐을 진 채로 옥상 한가운테로 천천히 걸어갔다.

나는 두 걸음 떨어진 거리에서 그 뒤를 따르다가, 웬지 그러면 안될 것 같은 생각에, 걸음을 빨리해 사장의 바로 옆에 붙었다.

그러자 사장이 나를 돌아보며 웃었다.

“왜? 무서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려다, 말을 고쳤다.

“조금은요.”

“괜찮아. 이제 다 끝날 테니까.”

“정말 잘 될까요?”

막으려고 했지만, 결국 참지 못하고 내 속의 불안감이 조금 새어나오고 말했다.

사장은 뭐라 말하려다, 갑자기 앞으로 뛰어나간 뒤에 나를 돌아보았다.

사장이 말했다.

“내가 전에 말한 적이 있었지?”

“뭐가요?”

“일이 다 끝나면, 아직 말하지 않은, 이 세상의 진짜 비밀을 알려주겠다고.”

나는 사장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당시 나는 사장의 말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어차피 이 세상이 게임이고, 우리가 만들어진 존재라는 진실을 받아들인 순간부터, 이 세상이 어떤 비밀이 있건, 그건 크게 중요치 않았다.

내게 중요한 건, 나를 두들겨 패고, 이세상을 어지럽히는 그 자식에게 한방 먹이는 것 뿐이었으니까.

사장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 나서, 휴대폰을 들고 내게 말했다.

“지금 내가 하는 말은 그 진짜 비밀과 관련된 이야기야.” 하고 말한 뒤, 사장은 휴대폰 액정을 꾹 하고 눌렀다.

그러자 신호가 가는 소리가 조용한 옥상에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한참을 신호가 간 뒤에, 통화가 연결되었다.


“바빠죽겠는데, 넌 누구야 이새끼야?”


플레이어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사장은 그런 플레이어를 향해,


“강 건. 그렇게 내가 만든 세상에 깽판치는게 그렇게 재밌나봐?”


구면인 것처럼 말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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