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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일상 님의 서재입니다.

종족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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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일상
작품등록일 :
2021.05.12 22:26
최근연재일 :
2022.08.30 22:16
연재수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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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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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27,076

작성
22.08.25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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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화

DUMMY

따스한 햇살이 내리쬐는 아침, 연병장에 특임대가 구보하는 모습을 지켜본 주원은 자리에 앉아 책상 위에 놓여있던 인적사항을 손에 들었다. 그가 든 인적사항에는 오늘 아침에 파견 나간 이현과 프란츠의 정보가 적혀있었다.


[이현 (하운드)


나이 : 22세


출신지 : 녹우드 마을(4지대 3구역) ※해방전선의 공격으로 사라짐.


주무기 : 쌍 단검, 투척 단검


특이사항 : 왼쪽의 붉은 눈. 오러를 쓰지 않고도 타 종족들과의 대등한 싸움이 가능. 일부 정신 공격 마법에 대한 저항성을 지님. 하지만 오러를 장시간 사용을 못한다는 단점이 있음.]


주원은 이현의 출신지에 주목했다. 녹우드 마을이란 것을 확인한 그의 눈매가 꿈틀거렸다. 그러더니 눈을 감으며 괴로운 한숨을 내쉬었다. 제국은 절대 인정하지 않으려 했으나 그는 중앙 정보국의 오만과 실수가 부른 대참사에 대해서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괴로움에 눈을 감는 그 순간에도 그는 여전히 해방전선에게 죽어나간 녹우드 마을 사람들의 비명이 들리고 있었다. 그들이 어떻게 죽어갔는지도. 현은, 그곳의 유일한 생존자였다. 특임대에 들어온 첫날, 피눈물을 흘리는 그의 모습 역시 여전히 뇌리에 남아있었다.


‘모든 걸 잃었기에... 그들에 대한 복수심조차 없으면 제겐 더 이상 살아갈 이유는 없습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저는 제가 당했던 것 그대로 그들 모두에게 돌려줄 생각입니다. 한놈도, 남김 없이.’


너무 복수에만 눈이 멀어서였을까, 뛰어난 무력을 지닌대도 불구하고 주변을 돌아보지 않던 그는 사사건건 시비에 휘말린 적도 많았다.


“그나마 프란츠 같은 녀석이 있어서 다행이었지...”


말이 너무 많은 게 탈이었지만 기본적으로 모두와 친하게 지내는 프란츠는 현의 유일한 말동무였다. 녹우드 마을에서의 영향 때문인지, 현은 그에게서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 역시 그를 특임대 내에서 가장 친한 동기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상념을 이어가던 주원은 프란츠의 인적사항을 확인했다.


[프란츠 (울프)


나이 : 22세


출신지 : 3지대 2구역 빈민가 출신 ※추정


주무기 : 휴대용 석궁, 장검


특이사항 : 정확한 과거가 파악이 안됨. 부대 내 수준급 오러 숙련자임. 그리고 장검을 쓰는 모습을 보았을 때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듯함. 그의 과거 기록이 조작되었을 가능성이 있음.]


“흐음...”


주원은 턱을 쓸었다. 고민이 있을 때마다 나오는 그의 버릇이었다. 주원 그 자신도 베일에 쌓인 과거를 가지고 있지만 특임대 내에서 또 다른 이 역시 조작된 과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불안요소였다.


하지만 그는 프란츠의 평소 행실을 잘 알고 있었고 그의 ‘감’으로는 그런 그의 모습이 거짓일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해방전선의 공작은 날로 갈수록 강도가 심해지고 있고 엘프 왕국과 드워프 부족에서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심지어 제국의 오랜 숙적이라 할 수 있는 오르도 왕국에 투입한 첩자의 정보에 의하면 대규모 군세가 제국과의 전선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하니 지금은 의심되더라도 1명이라도 아쉬울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저 믿고 맡길 수 밖에 없나...”


그의 혼잣말은 방 내부에 공허하게 퍼져나갈 뿐이었다.


**********


새롭게 신설된 역에서 일하게 된 역무원 한센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제국이 마력석이라는 광석이 막대한 양의 마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건 얼마 되지 않았으나 마탑의 지원과 함께 마도공학은 급속도로 발전했다. 그 기술의 집합체 중 하나인 마력엔진으로 움직이는 마력기차는 먼거리의 지역을 대규모 인원을 빠르게 이동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도 사람인지라 가끔 가다 이상한 손님들이 오면 곤란할 때가 있었는데 그는 오늘 그런 일이 2번이나 일어날 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

그날따라 사람들이 많아서 어수선한 상황에, 그는 혹시라도 사고가 일어날까 주변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때 저편에서 큰 소리가 들린 그는 고개를 돌렸고, 훤칠하게 생긴 한 청년이 아이처럼 큰 소리로 감탄사를 내뱉는 것을 보았다.


“햐~! 이게 기차구나! 아무리 마력으로 움직인다지만 어떻게 이런 큰 고철 덩어리가 움직일 수 있는 거지?”


그의 반응에 한센 뿐만 아니라 주변의 여러 사람도 고개를 돌렸고 그의 일행으로 보이는 다른 청년은 고개를 돌려 그와 모르는 사람인 척했다. 그때 한센은 고개를 돌린 청년과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한센은 그 청년이 애꾸눈이라는 사실에 놀라 표정 관리를 할 수 없었다.


그 때문이었을까, 한센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청년의 심상치 않은 기세에 마른침을 삼켰다. 자신의 표정 실수 때문에 오는 것 같아 한센은 애꾸눈의 청년이 품속에 손을 넣어 무언가를 꺼내려 할 때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이며 외쳤다.


“정말 죄송합니다, 손님!”


한센은 눈을 꼭 감으며 한참 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예상했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고 어리둥절하며 눈을 뜬 그의 앞에는 2장의 종이가 펄럭이고 있었다.


“...표 확인 부탁드립니다.”


애꾸눈의 청년은 떨떠름한 얼굴로 표를 그에게 내밀고 있었고 한센이 낸 소란으로 주변 사람들이 다 그들을 이상하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그제야 상황 파악을 한 한센은 얼굴을 붉히며 얼른 표를 확인해주었다.


“죄, 죄송합니다. 이현 님, 프란츠 님 확인되셨습니다. 들어가셔도 됩니다.”


이현이라 불린 애꾸눈 청년은 고개만 끄덕이고 얼른 그 장소를 벗어났고 아까 기차를 보고 감탄한 청년이 빵 터지며 뒤를 따랐다. 자신을 바라보며 수군거리는 사람들을 최대한 무시하며 다시 앞을 보던 그는 기묘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노인, 젊은 남성, 그리고 어린 여자아이. 이렇게만 보면 그저 평범한 가족처럼 보이지만 한센은 그 모습에 기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들을 자세히 관찰한 결과 한센은 무작위의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이 시냇가의 돌을 둘러싸 흐르는 물처럼 피해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센의 시선을 느껴서였을까, 젊은 남성이 한센을 바라보더니 그에게 다가갔다. 그와 나머지 일행이 다가가자 한센은 갑자기 그들에게서 멀어지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을 느꼈다. 하지만 그 느낌은 자신의 의지가 아닌 누군가 그를 강제로 밀어내게 하는 것 같아 그는 당황스러웠다. 젊은 남자는 그런 한센의 모습을 보고 혀를 차며 여자 아이를 돌아보았다.


“에리카.”


그가 정색하며 나지막히 말하자 에리카라 불린 여자 아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한센은 자신을 밀어내던 기운이 갑작스레 사라짐에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그는 금방 그런 느낌을 기분 탓이라고 생각하며 얼른 표를 받고 검사했다.

하지만...


“죄, 죄송합니다 손님. 장치에 좀 문제가 있는 것 같네요. 다시 확인하겠습니다.”


자신의 손목에 부착된 마력석에 경고색이 뜬 것을 본 한센은 식은땀을 흘리며 다시 한번 확인해보려 했다. 그런 그의 시도가 무색하게 여자 아이는 그에게 가까이 다가와서 눈을 맞추었다.


한센은 그 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입술의 움직임으로 볼 때 그녀는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으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손을 꼼지락 거리고 있었지만 그게 무슨 뜻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아아, 그렇구나. 내 손목의 장치는 잠깐의 문제가 있었고 지금은 멀쩡하게 잘 작동되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한센은 흐리멍덩한 눈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표를 다시 그들에게 건네주었다.


“...잠시 실례했습니다. 표는 확인되셨고 탑승하셔도 좋습니다.”


남자는 한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며 말했다.


“그래 고맙네. 그리고 이런 사소한 문제로 상관에게 보고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네... 알겠습니다...”


남자와 일행이 미끄러지듯 사라지고 한참 뒤, 한센은 눈을 껌벅거렸다.


‘무,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내가 아까 누구와 대화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았는데...’


하지만 한센의 기억은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 마냥 흐릿할 뿐이었다. 피곤해서 착각한 것 뿐이라고 생각한 그는 어깨를 으쓱이며 그의 본업으로 돌아갔다. 여전히 경고색을 띄고 있던 그의 손목 장치는 보지 못 한 채.


“하마터면 들킬 뻔했네. 망할 기술지원 놈들. 안 그래도 주변에 사람들이 너무 북적여 짜증이 났는데 이런 실수까지 하다니.”


에리카는 짜증을 내었다. 젊은 남자, 에릭은 고개를 흔들었다.


“네가 사람들이 북적이는 감옥에 있거나 그 누구도 없는 광활한 광야에 있어도 상관하지 않는다. 하지만 임무 중일 때는 쓸데없는 마력 사용을 자제하라 했을 텐데.”


“흥, 어차피 일반인들에게 마법을 사용하는 거야 뭐, 마력은 거의 들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덜 북적여야 편해 난.”


“바로 그 점이 문제란 거다. 임무 중에는 사소한 마력 차이로도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면 좋겠군. 그 정도 나이를 먹고도 아직도 모르겠나?”


역린을 건드린 나이와 관련된 말에 에리카는 움직임을 뚝 멈췄다. 그리고 기괴하게 삐걱대며 고개를 돌렸다. 순수해 보였던 그녀의 눈은 광기로 가득 차 있었다.


“내 앞에서 나이 관련 얘기를 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머리가 모자란 거야? 아님, 지금 여기서 한 판 붙고 싶어서 도발하는 거야?”


“사실을 말한 것 뿐이다. 주변에 들을 사람들도 없고. 게다가 늙는 건 자연의 순리고 그것에 거스르려고 억지로 겉모습을 변화시키는 것 역시 마력 소모가 된다.”


지지 않고 받아치는 에릭의 모습에 그녀의 양손에 붉은 빛이 어렸다. 그러면서 동시에 그녀의 머리가 희끗해지며 얼굴에는 조금씩 주름이 지기 시작했다.


“한번 해보자는 거지?”


“이참에 네게 임무 수행 중 마력 사용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가르칠 필요가 있겠군.”


그녀의 마력에 반응하며 대기 중의 공기가 떨리지 에릭 역시 지지 않고 자신의 힘을 펼쳤다. 서로를 노려보며 뿜어내는 심상치 않은 기세에 그들이 타고 있던 열차 칸도 진동을 하려 하자 그것을 지켜보던 노인이 자신의 지팡이를 바닥에 쿵 찍었다. 그러자 노인의 지팡이를 중심으로 파동이 일면서 그들의 기세를 부드럽게 밀어내었다.


“지금 뭐하자는 겐가. 아무리 서로가 미워도 그렇지, 지금 우리는 같은 임무를 수행하는 동지이지 않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눈치챌 수 있으니 이제 그만하지.”


그의 꾸짖음과 기세를 제압한 힘에 에릭과 에리카는 기세를 거두고 고개를 돌렸다. 노인의 말이 이어졌다.


“다른 이들은 다 준비되었다는가?”


귀에 부착된 마력 장치에 손을 댄 에리카는 잠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쪽도 다 준비되었다고 합니다.”


에릭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잊지 말게. 우리의 임무가 무엇인지. 기차의 마력엔진을 탈취하는 것. 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들의 몰살. 내가 아무리 제국 놈들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들의 기술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어.”


노인, 제국의 오랜 숙적인 오르도 왕국의 게르하센 장군의 시선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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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프롤로그 22.08.20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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