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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일상 님의 서재입니다.

종족사냥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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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일상
작품등록일 :
2021.05.12 22:26
최근연재일 :
2022.08.30 22:16
연재수 :
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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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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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수 :
27,076

작성
22.08.20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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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프롤로그

DUMMY

따스한 바람이 불어왔다. 하지만 그 바람은 다른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지는 못했다. 그런다고 죽은 사람들이 돌아오는 건 아니었으니.


3개의 무덤 앞에서 현은 꿇고 있던 무릎을 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만 살았다는 죄책감에 구역질이 치밀어 올랐으나 적어도 그들 앞에선 그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기에 가까스로 자제했다. 하지만 그가 이기적으로 굴어서 살아남은 게 아니었다는 건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그저 지독하게, 지독하게 운이 없었을 뿐이었다.


예상치 못했던 분리주의자들의 갑작스런 침입으로 경비대와 기사들은 제 역할을 못 한 채 죽어나갔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그들이 가장 먼저 도망갔다. 항상 마을은 자신들이 지키겠다는 호언장담을 하며 자랑스레 자신들의 빛나는 갑옷을 강조하던 그들은 지원을 부르겠다며 갑옷에 비치는 빛만큼이나 빠르게 도망을 갔다.

물론 지원은 한참 뒤에서야 왔었다.


그때의 여파로 자신의 할아버지와 대다수의 마을 사람들 역시 운명을 달리했다. 하지만 그들의 복수를 하기에는 자신은 너무나 약했고 그 뒤의 지원군들로 인해 전부 죽었기에 복수를 할 대상도 없어져 버렸다. 그렇기에 그는 누구도 지켜낼 수 없었던 자기 자신을 저주했다.


“야, 레너드. 내가 항상 말했지? 겉모습만 화려한 놈들의 말은 믿는 게 아니라는걸. 절대, 절대 그놈들이 제니를 꾀어내서 한 말은 아니다?”


현이 남몰래 짝사랑 한 제니가 도도한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기사들(a.k.a 깡통인간들)한테 아양을 떤 모습을 목격한 현은 치를 떨며 밤새 레너드와 술을 퍼먹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현은 씁쓸하게 웃었다.


마을에서 현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언젠가 가장 유명한 기사가 되겠다는 레너드는 비석에 이름만 새겨진 채 무덤의 모습으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현은 그가 죽었다고 믿지 않았다. 살아남은 사람들 중 누구도 그의 죽음을 보지 못했고 결정적으로 그의 시체 또한 발견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꼭, 살아있어라. 네가 말한 것처럼 제국에서 가장 유명한 기사가 되겠다는 그 다짐. 지켜야지. 못 오겠으면 내가 널 꼭 찾아내서...”


그는 목이 메어 뒷말을 삼켰다. 그의 시선은 레너드 옆의 무덤으로 향했다. 현이 직접 서투른 솜씨로 비석의 이름을 작성해 삐뚤빼뚤하게 보였지만 글씨만큼은 제대로 알아볼 수 있었다.


‘르고.’


“할아버지...”


현은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었다. 비록 피는 섞이지 않았지만, 그는 현의 인생에 있어 큰 버팀목이 되어주던 존재였다. 비록 굉장히 엄격하고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으나 현에게 있어 그는 항상 자신을 지켜주던 할아버지일 뿐이었다.


시야가 뿌예졌으나 그는 눈물을 닦진 않았다. 그의 왼쪽 눈을 가리고 있던 낡은 안대는 눈물에 젖어 결국 찢어졌다. 안대가 찢어지자 그 뒤에 불길한 느낌을 뿜어내는 붉은 색 눈이 드러났다. 그때 따스한 봄바람이 다시 한번 불어왔다. 봄바람은 그의 얼굴을 포근하게 감싸 안으며 그를 달래주고자 하는 것 같았으나 그는 그런 배려마저도 부담스럽다는 듯, 눈을 감았다.


바스락. 뒤에서 풀이 흔들리는 소리에 현은 고개를 돌렸다. 2명의 남녀가 그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여자는 눈이 번쩍 띌 정도의 미인이었지만 그녀의 손은 흉터투성이었다. 그리고 남자는 유하게 생겼으나 덩치가 큰 거한이라 전체적으로 유한 느낌을 나지 않았다. 그들이 입고 있는 흑색 제복엔 사신의 낫을 상징하는 완장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의 문양은 누군가에게는 경외를, 누군가에게는 공포를 불러일으켰지만 현에게 있어서는 은인일 뿐이었다.


“레이나 님, 그리고 말릭 님.”


현은 고개를 숙였고 레이나는 얼른 그의 어깨를 붙잡아 일으켜 주었다. 장난스런 미소와는 달리 그녀의 눈을 서글퍼 보였다.


“너무 그럴 필요 없다니까. 오히려 우리가 너에게 미안해해야지.”


따지고 보면 마을 경비병들이 지원을 늦게 부른 바람에 생긴 대참사였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이 사태에 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 어떡할 거니?”


레이나의 물음에 현은 공허한 표정으로 무덤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의 편이 없는 이상, 그는 이 마을에 남아있어도 이방인으로 취급될 터였다. 그는 자신의 왼쪽 눈가를 어루만졌다. 항상 마을에 불행한 일이 생기면 저 붉은 눈 때문이라고 욕하던 어른들, 그리고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아이들은 그런 자신을 괴물이라고 배척하기 바빴다.


“...가야죠. 어디든... 군에 입대라도 하려고요. 그래서 기사가 될 겁니다. 그리고 이 사태를 일으킨 원흉들을 찾아 죽이고 제 친구를 되찾아 올 겁니다.”


그런 현의 각오에 말릭은 묵묵히 듣다가 그에게 갑작스런 제의를 했다.


“특임대로 올 생각은 없나?”


현은 당황했지만 레이나만큼 놀라진 않았다. 그녀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릭을 바라보았다.


“말릭!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그러자 말릭이 말했다.


“너도 알지 않나, 레이나. 특임대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마음가짐이라는 걸. 체력과 싸움실력이 좋아봤자 어쭙잖은 녀석들은 괜스레 도전했다가 동료들의 끔찍한 죽음에 미쳐버리고 말지. 그것을 버틸 수 있으려면 저 녀석처럼 뿌리깊은 증오나 정신적으로 버틸 수 있는 신념이 필요해.”


“그건 그렇지만... 특임대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녀석을 네 멋대로 넣을 수는 없다고!”


레이나와 말릭의 불꽃튀는 논쟁을 끝낸 건 현이었다.


“그럼 들어갈게요 특임대.”


“야, 너...! 잘 생각해야 돼. 지금 네가 하는 이 선택은 절대 돌이킬 수가 없는 선택이야.”


무언가를 더 말하려던 레이나는 현의 표정을 보고 멈췄다. 그의 눈은 그들에 대한 복수심으로 차 있었고 그의 붉은 왼눈은 그런 분위기를 더해주었다.


“잃을 대로 다 잃어서, 제겐 어떤 선택을 하든 의미는 없어요. 그저, 놈들에게 복수를 하기에 가장 빠른 길이 특임대에 들어가는 거라면, 저는 할겁니다. 특임대.”


말릭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되었군.”


그는 품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그것은 황실의 인장이 찍힌 종이였다.


“이걸 가지고 수도로 가서 군 지원소에 가라. 그쪽 관리병에게 이 종이를 보여주면 될거다. 우리는 따로 뒷수습을 해야 해서 같이 가지는 못 할거다.”


자신의 할 말만 하고 뒤를 돌아 가는 그를 보며 레이나는 혀를 찼다.


“저 멍청이가...”


그녀 역시 그를 따라 가려하다가 다시 현을 돌아보았다.


“너... 정말 이 길을 가는 거에 후회는 없지?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선택을 하면 다신 네 본래 삶으로 돌아갈 수 없어.”


현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 대신 질문을 했다.


“그러는 레이나, 당신은 어째서 특임대원이 된거죠? 당신 역시 저처럼 같은 상황에 놓여있던 과거가 있어서 그런 것 아닌가요?”


그의 역질문에 레이나는 머리에 망치를 얻어맞은 표정이 되었다. 현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그녀 역시 같은 일을 겪고 특임대의 일원이 된 것이었으니까.

후- 한숨을 내쉰 그녀는 어느새 진지한 얼굴로 현을 보았다.


“그래, 미안하구나. 내가 네 각오를 너무 얕봤어.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더니. 내가 딱 그 꼴이었네.”


그녀는 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네가 이 선택을 한 순간부터 나는 널 민간인이 아닌, 하나의 특임대원으로서 널 대할거다. 알겠나 훈련병.”


현은 그녀의 손을 마주잡았다. 그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으나 그녀는 조용하게 불타오르는 그의 눈빛에 답을 얻고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


“다들 잘 들어라.”


덜컹거리는 마차 안, 한 남자가 마차 안에서 다른 이들에게 브리핑을 하고 있었다. 대로가 아닌 골목길로 가는 중이기에 길은 울퉁불퉁했지만, 신기하게도 마차 안의 사람들 모두 상반신은 미동도 없이 꼿꼿하게 몸을 곧추세우고 있었다. 그들 모두 같은 흑색 제복을 입고 있었으며 어깨에는 사신의 낫을 상징하는 그림의 견장이 있었다.


“현재 2지대 쪽에서 분리주의자들로 추정되는 자들에 의한 테러가 발생함에 따라 경비국의 지원요청을 받고 가는 중이다. 이것을 실제 상황이며, 우리의 목표는 인질의 안전 확보 및 테러분자들을 제압하는 것이다. 질문있나?”


그러자 앉아있는 사람 중 1명이 손을 들었다.


“그러면 경비국은 그동안 뭘 합니까?”


“경비국은 개개인의 실력이 테러리스트들보다 약하다고 판단해 직접 전투에 참여하진 않지만 주변을 마법 아티팩트로 포위할 계획이라고 한다.”


“인질은 누굽니까?”


“이제 막 장군으로 취임하신 마커스 켐벨 장군님이다. 그가 수도방위군을 맡고 있는 만큼 상부에선 최대한 빠른 처리를 바라고 있는 상태다.”


“분리주의자들은 어느 쪽입니까?”


“난쟁이 녀석들이면 좀 까다로울 뻔했으나 다행히 귀쟁이 놈들이라고 하더군.”


그렇게 인질과 범인들에 대한 대략적인 신상을 전해들은 대원들은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질문을 위해 입을 열었다.


“그럼 진입조와 지원조는 어떻게 분배됩니까?”


그러자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마차에 서 있던 리더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은 질문이다. ”


타 종족들, 그것도 인간보다 더 높은 신체 능력과 마법 능력을 가진 자들을 상대할 때면 아무리 특임대라도 직접 맞붙는 진입조에 속하게 되면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대장의 말에 그들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진입조는 저 녀석 하나. 그리고 지원조는 나머지 전부다.”


대장은 마차 입구에 가장 가까이 있는 청년을 가리켰다. 청년은 다른 특임대와 마찬가지로 눈만 내보이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특이하게도 그는 거기서 더 나아가 왼쪽 눈에 검정 안대도 쓰고 있었다. 애꾸눈인 그가 혼자 진입조라는 게 이상할 법도 했지만 마차 안 그 누구도 그에 대한 토를 달지 않았다. 어느 조에도 속하지 않지만, 능히 혼자서 특임대 1개 조와 맞먹는 무력을 가진 자, 암호명 하운드.


“이번 작전에 대해 윗선에서 빠른 처리를 바라는 만큼, 원하는 만큼 날뛰어도 좋다, 하운드.”


하운드는 그 말을 듣자 조용히 자신의 머리 뒤에 손을 가져가더니 안대를 풀기 시작했다. 안대가 떨어지고 그 뒤에 드러난 왼쪽 눈은 이질적으로 새빨갛게 빛나고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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