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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렌디퍼
작품등록일 :
2022.05.11 11:01
최근연재일 :
2024.04.19 04:21
연재수 :
17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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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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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
글자수 :
828,215

작성
22.12.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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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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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7. 1-1 중간고사(4)

DUMMY

“뭐야? 버그 걸린 거야?”


건너편 부두에서 병인이 T-6의 반응을 살피는 도영에게 물었다.


“그런 것 같은데. 넌 우리가 지나온 쪽으로 넘어가야 하지? 이 배를 이용하면 한 명씩 이동할 수 있겠어. 부두가 좁으니까 번갈아서 한 명씩 가는 게 좋을 거야.

여기 도개교가 있고, 양쪽 부두에 레버가 하나씩 있는 걸 보면 원래도 도개교를 내려서 반대 방향으로 넘어가는 게 해결 방법일 거 아냐? 어떻게든 이 물길을 넘어만 가면 뭐라도 생기겠지. 일단 그 방법을 시도해 보자.”


도영이 제안하자 병인은 인상을 찡그렸다.


“그러니까 네 말은 두 팀이 도착해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무사히 넘어가는 게 이 방을 클리어하는 조건일 거라는 거야? 그래서 서로 넘어가기만 하면 문이 열리는 거고?”


“문이 곧바로 열리는지까지는 모르겠어. 그래도 다음 사건이 진행되려면 내 말대로 하는 게 맞지 않을까.”


그는 말하더니 주머니에서 초소형 무전기를 꺼내 병인의 눈앞에 대고 흔들었다.


“심각한 상황이었으면 우리한테 언질을 줬겠지. 충분히 해결 가능하니까 아무 말이 없는 거고.”


병인은 그 말에 잠시 입을 다물더니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만약 진짜 진짜 문제가 커져서 연락도 끊어진 거면···”


“···그렇다 하더라도 일단 뭐라도 해보긴 해야 하니까.”


도영은 병인이 무슨 뜻으로 말을 꺼내는지 안다는 듯, 가볍게 그의 말을 끊었다.


“아무 일도 안 생기면 그때 다시 생각해 보자. 자, 내가 그쪽으로 갈게.”


그는 힘든 기색도 없이 단번에 건너편 부두에 도착했다.


“이제 너희 둘 중 한 명이 넘어가.”


병인은 도영이 한 것처럼 나룻배를 거쳐 건너편으로 이동했다.


“둘 중에 한 명 와!”


도영이 건너편에서 외쳤다. D-13은 창백한 얼굴로 달달 떨며 B-54를 꼭 붙들었다.


“나, 나 마음의 준비가 필요해. 그치만···저기 빠진 애를 봐···다들 왜 그렇게 치, 침착한 거야···내, 내, 내가 이상한 거야? 네가 먼저 가주면 안 돼? 응?”


B-54는 D-13이 어깨를 붙잡는 바람에 겨우 제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머릿속이 온통 T-6과 세면대 앞 풍경, 그리고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얼굴이 똑같은 것부터 이상했어. 이상했어···그래, 난 진짜 뭐야? 난 왜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애시당초 왜 이 모든 것들이 나한테 이토록 이상하다고 느껴지는 거야? 나는 원래부터 이랬을 텐데!’


“야, 단발머리. 너부터 가라는데.”


병인이 B-54에게 말했다. 그녀는 그녀 자신이 단발머리를 하고 있다는 사실도 방금 겨우 깨달았다. 그전에 학교 복도에서 거울을 본 적이 있는데도 그때는 인지하지 못한 사실이었다.


‘내가···단발머리를 하고 있었구나.’


그녀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목과 어깨 사이에 찰랑이는 머리카락이 손가락을 간지럽혔다. 그녀는 자신과 달리 D-13의 머리카락은 몹시 길어서 허리까지 내려온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당연히 몰랐던 건 아니었다. 그녀가 D-13이 D-13이라는 걸 알아본 특징 중 하나부터가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었다.

하지만 ‘단발머리’라는 말을 듣자 새삼스럽게도 그게 B-54 자신을 여러 사람 사이에서 알아볼 수 있는 특징 중 하나라는 게 느껴졌다.


‘나에 대해서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그래, 나도 그렇잖아.

만약 내 머리카락 길이가 다르다고 생각해봐. 지금 나한테 말을 거는 애들조차도 내가 나라는 걸 전혀 모르게 될 거야.’


그런 생각이 들자 B-54는 등골에 소름이 훅 끼쳤다.


“너도 그 정도로 무서워?”


B-54가 움직이지 않자 D-13이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게 무서우면 내가 먼저 갈게. 혹시 넘어질 것 같으면 잡아줘, 알았지?”


B-54는 D-13의 긴 머리카락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D-13은 심호흡을 하고 신발 끈이 풀리지는 않았는지 점검한 뒤 폴짝 뛰었다.

그녀의 두 발은 나룻배 안으로 무사히 착지했다. 그녀의 몸무게는 앞서 뛰었던 두 남학생보다 가벼워서 나룻배가 아까보다 덜 흔들렸다. 이대로 한 번만 더 뛰면 성공이었다. 그때였다.


“왜···뭐야! 왜 날 보는 거야? 아까는···아까는···!”


D-13이 날카롭게 외쳐댔다. B-54는 처음엔 그녀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다가 T-6 쪽으로 시선을 옮긴 순간, 그녀는 왜 D-13이 그 정도로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였는지 깨달았다.


T-6은 분명 도영과 병인이 건널 때에도 나룻배가 흔들리자 그쪽을 쳐다보기는 했다. 다만 흐리멍텅한 눈으로 넌지시 보는 수준일 뿐, 똑바로 쳐다본 건 아니었다.


하나 이번엔 달랐다. 그 T-6은 D-13과 눈을 맞추며 분명히 보았다. 노려보았다. 이때까지는 생기가 없었는데, 돌연 표정이 생겨났다.

변이도 다시 진행되기 시작했다. 몸집이 점점 커지고 얼굴은 일그러져서, 더는 방금까지 학생이었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이 되었다.


“어떡해? 어떡해···도와줘! 무서워! 도와줘!”


“얼른 이쪽으로 뛰어!”


도영이 말하며 한 손으로 도개교 울타리를 붙든 채 다른 손을 내밀었다.


“못 하겠어! 어떡해, 구해 줘···아악! 일어났어! 일어났다고! 나한테 와, 이거 어떡해야 돼? 오지 마! 오지 마아아!”


T-6의 눈매가 매섭게 돌변했다. D-13의 반응은 결코 과대망상이 아니었다. T-6은 분명 화가 나 있었다.

그는 분노에 찬 얼굴로 일어나 D-13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한 발짝, 또 한 발짝, 그가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나룻배가 흔들리고 주위를 둘러싼 냇물이 요동쳤다.


“야, 그럼 차라리 밀어! 이제 변이돼서 어차피 손 쓸 수도 없어, 밀어버려!”


하지만 그때 T-6은 나룻배 중앙에 떨어진 부러진 노를 집어 들었다. 그가 노를 가지고 D-13을 공격하거나 협박한 건 아니었다. 그저 노를 들고 화난 얼굴로 다가왔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가 노를 들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겁에 질린 그녀를 한층 더 깊은 공포감에 빠뜨리기엔 충분했다.


“못 하겠어! 아악! 또 오잖아! 또,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풍덩.

파지지지직······.


D-13의 몸은 미친 듯이 부르르 떨리고 눈이 뒤집혔다. 이내 그 떨림이 멎었다. 물 위에 뜬 몸뚱이가 먼저 빠진 E-25의 몸뚱이에 나뭇조각처럼 툭, 툭, 하고 부딪혔다.


배 위에 있던 T-6은 다시 멈춰 섰다. 나룻배 중앙에서, 노를 손에 쥔 상태였다.


한동안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다. 손가락 하나도 까딱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들은 물에 빠져 죽은 벌레와 완전히 똑같은 형태로 물 위를 떠다니는 두 사람의 시체를 하염없이 보고 있을 뿐이었다.


가장 처음 몸을 움직인 사람은 이번에도 도영이었다. 그는 나룻배 위로 뛰어 올라가서 T-6의 손에서 부러진 노를 빼앗았다.


그 후 마른 옷깃으로 감싸 쥔 노를 사용해 세심하게 D-13을 부두로 건져냈다. 그는 숨이 붙어있지 않은 지 여러 번 확인했으나 곧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의 착잡한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다음으로 움직인 사람은 병인이었다. 그는 나룻배로 다시 올라가 꼼짝않고 서 있는 T-6을 배 바깥으로 밀쳐냈다.

첨벙, 파지직. T-6은 아무 저항 없이 떠밀려 보잘것없는 최후를 맞이했다.


아무도 말리는 사람이 없었고 내심 그의 행동에 동조했지만, 그렇다고 T-6을 없앴다는 사실에 기뻐하는 것 또한 아니었다.


여전히 눈을 부릅뜬 채인 D-13의 시신, 그리고 물 위를 떠다니는 E-25의 시신은 이 방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모두 진짜라는 사실을 그들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도영은 D-13의 눈을 감겨 주었다. 그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맞은편 부두에 선 B-54를 보며 말했다.


“건너와. 내가 잡아줄게.”


B-54는 움직이지 않았다. 정확히는 움직이지 못했다. 다리가 조금씩 풀리더니 바닥에 쓰러지려는 것을 병인이 가까스로 붙잡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새하얀 백지처럼, 어떤 생각도 떠오르지 않고, 시야마저 아득해졌다.


도영과 같은 부두에 서 있는 Q-39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그는 E-25가 감전사했을 때부터 줄곧 충격에 휩싸여 벽에 기댄 채 겨우 숨만 쉬고 있었다.


“고병인, 이것 좀 같이 밀어 봐.”


Q-39가 혹시 물로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바닥에 앉힌 뒤 도영이 건너편 병인에게 말했다.


두 사람은 함께 부둣가 끄트머리에서 도개교에 매달린 채 반대편 손을 뻗어 작은 보트를 앞으로 밀었다. 보트는 보통 크기보다 훨씬 작은 보트였던 덕분에 수월하게 밀렸다.


그 후 둘은 도개교 옆에 있는 레버를 동시에 작동시켜 다리를 내렸다. 레버를 끝까지 밀자 달각 하는 소리가 들리고, 레버는 고정되었다.


다음으로 병인은 축 늘어진 채인 B-54를 부축해 도개교에 반쯤 올라온 도영에게 넘겼다. Q-39도 같은 작업을 거쳐 병인에게 인도되었다.


이렇게 하여 각 팀이 반대편 부두로 이동하자마자 지잉-하는 작은 소음이 들렸다. 두 개의 부두 모두, 왼편에 수면 위로 뭔가 떠올랐다. 정사각형 모양인 벽돌 구조물이었다. 구조물 위에는 손잡이가 달린 뚜껑이 있었다. 병인과 도영이 각 뚜껑을 열자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이 나왔왔다.


“네 말이 맞았나 보네. 팀별로 위치가 바뀌자마자 이게 생긴 걸 보니까. 내려가면 또 만나게 되려나?”


병인이 말했다.


“그건 가봐야 아는 거지 뭐. 수고해.”


병인과 Q-39는 먼저 건너편 계단으로 내려갔다.


건너편 문이 완전히 닫힌 후 도영은 B-54에게 우리도 가자, 라고 하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D-13의 시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시신 앞에 무릎을 꿇은 그녀가 D-13의 볼을 만졌다.

B-54의 손길은 거칠었다. 그녀는 만지는 데에 그치지 않고 D-13의 얼굴을 꼬집었다. 그다음은 머리카락을 세게 당겼다.

아직까지 겉보기에 생전과 크게 차이가 없는, 그저 온기가 식어갈 뿐인 시신을 보며 그녀는 뭔가에 홀린 듯이 하나하나 뜯어보면서 관찰하고 있었다.


도영은 그녀에게로 다가가 행동과 표정을 살폈다. 그녀의 뺨에는 핏기가 없었으며 살짝 열린 입술은 약하게 떨리고 있어 그 사이로 영혼이라도 빠져나간 듯 보였다.


그녀는 D-13의 손등을 눌러보기도 하고, 한참 동안 코와 입 주위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 보기도 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살피던 그는 마침내 그녀의 차디찬 손등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탁, B-54는 도영의 손을 뿌리쳤다. 그녀는 얼빠진 얼굴로, 혀끝에서 맴도는 말을 내뱉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었다.


도영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긴 침묵 끝에 B-54는 더듬더듬 물었다.


“어, 어떻게 그렇게···그렇게···”


‘사람이 두 명이나 죽었는데, 심지어 그중 한 명은 여태까지 우리와 함께 다니던 애였는데, 어떻게 그렇게 태연할 수가 있어?’


그는 B-54가 말하려 했던 온전한 질문 내용을 그렇게 짐작했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두 명이나 죽었다. 그 충격으로 B-54와 Q-39는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다면 오래도록 굳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도영과 병인은 태연하게 보트를 밀어내고, 도개교를 내렸다. 거기다 도영은 시신을 직접 건져내기까지 했다.


B-54는 그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그래서 D-13의 시신을 그토록 거칠게 다뤘다. 혹시 그녀가 사실은 살아있기 때문에 그들이 그토록 침착했던 게 아닌가 생각했다.


하지만 D-13은 분명 죽었다. 직접 확인한 건 아니지만 E-25도 마찬가지였다. 숨도 쉬지 않고,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무섭겠지.’


도영은 생각했다.


‘내가 쟤 입장이었어도 똑같았을 거야.’


그는 고민 끝에 B-54에게 진실을 조금 맛보여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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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 재회(2) 22.12.26 51 5 12쪽
15 14. 재회(1) 22.12.25 53 5 10쪽
14 13. 능력, ‘돌려서 잠금해제’ +2 22.12.22 65 5 11쪽
13 12. 작은 거래(2) +1 22.12.21 51 5 13쪽
12 11. 작은 거래(1) +1 22.12.19 58 4 12쪽
11 10. 답지(2) 22.12.18 61 6 12쪽
10 09. 1-1 중간고사(6)/답지(1) 22.12.15 59 6 14쪽
9 08. 1-1 중간고사(5) +1 22.12.14 61 5 10쪽
» 07. 1-1 중간고사(4) 22.12.12 63 5 12쪽
7 06. 1-1 중간고사(3) 22.12.11 85 6 10쪽
6 05. 1-1 중간고사(2) +1 22.12.08 78 5 14쪽
5 04. 1-1 중간고사(1) 22.12.07 94 7 10쪽
4 03. 상황 파악(2) 22.12.05 91 6 11쪽
3 02. 상황 파악(1) 22.12.04 126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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