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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테크트리를 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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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바인™
그림/삽화
아침10시10분
작품등록일 :
2024.05.08 10:31
최근연재일 :
2024.06.02 10:10
연재수 :
28 회
조회수 :
6,965
추천수 :
83
글자수 :
152,954

작성
24.05.14 10:10
조회
287
추천
3
글자
12쪽

인턴! 받아치다

DUMMY

“메, 메, 메타전자에서 왔습니다.”


격조 높은 인테리어에 은은한 조명과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있는 로비에 어울리지 않는 젊은 남자가 후다닥 뛰어들어왔다.

좀 전에 도어맨이 잠시 막았던 터라 10초 정도 시간이 늦어졌다.

숨이 턱까지 찬 박민기의 말에 인포메이션 직원은 상냥하게 웃으며 대응한다.


“따라오십시오.”


보통이라면 어디로 가세요? 라고 하지 않나?

직원이 앞장서서 안내하는데 박민기는 마음이 너무나 급하다.

이제 3시를 1분 앞두고 있다.

그것도 회사에서 미친듯이 달려나와 택시를 타고 중심가라 길이 막히는 바람에 500미터 가량을 전속력으로 달려왔기 때문에 시간을 얼추 맞춘 것이다.


[또각 또각···]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은 마치 메트로놈처럼 규칙적으로 걷고 있는데 민기는 마음이 급했다.


“죄송한데 조금만 빨리, 조금만 더 빨리 가시죠.”


조깅하듯 여직원을 앞장서 가자 그 속력을 여직원도 종종걸음으로 맞춰간다.


[따각 따각 따각 따각···]


10센티나 되는 힐을 신고 사무실 안쪽으로 들어가더니 창고같은 곳 앞에 선다.


“여, 여깁니다.”


[똑똑!]


[들어오세요.]


여직원이 문을 열더니.


“메타전자에서 오셨습니다.”


“네에 들어오라고 하세요. 수고했어요.”


중년 여자의 목소리.


“안녕하십니까?”


태창은 들어가자 마자 꾸벅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앉아요.”


말과 함께 시계를 보더니.


“몇분 늦으셨네···”


“아닙니다. 정확히 18초 전에 문을 두드렸고 3시가 되기 11초전에 이곳에 들어왔습니다.”


박민기가 웃으면서 말하자 여자가 자신의 명품시계를 살펴본다.


‘아 맞아! 내가 항상 5분 빠르게 설정해두었지?’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하며 항상 5분 먼저 설정해 두는 버릇을 깜박 잊은 것이다.


“아이고 땀 봐! 뭐 시원한거라도 할래요?”


“아, 아닙니다. 아, 아니 무, 물을 주시면··· 차가운 걸로···”


조심스럽게 말하자.

중년 여자가 탁자의 인터폰을 누르고서.


“여기 창고로 얼음물 한잔 가져다 줘요.”


그렇게 말하고는 웃는 얼굴이 되어 박민기를 바라보고 있다.

박민기는 샘풀이 든 가방을 꺼내어 탁자위에 하나씩 늘어 놓는다.


“저희쪽에 문의를 주셨다고요.”


“네 그랬죠.”


“이게 MT-100 입니다. 새로 나온 신제품이죠. 피부에 접촉면적이 넓어 수염을 자르면서도 상처는 남기지 않는···”


[똑똑.]


문이 열리고 물컵을 직원이 가져다 주고선 나가자.


“이건 MT-210입니다. 속도는 낮지만 풍량이 많아 저온에서도 쉽게 말릴수 있는 제품이지요. 게다가 열 센서가 달려 일정수준이상 온도가 올라가면···”


“다 살게요.”


“네?”


“그리고 저희 계열사에서도 제품을 살 수 있는지 알아보죠.”


이예원의 말에 박민기는 놀라 벙쪄 있다.

산다는 건 긍정적인데 정확한 수량을 말씀해 주셔야지.


“고향이···”


“서울입니다.”


“부모님은 혹시···”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그러면 형제는···”


“없습니다. 저 혼자죠.”


“그럼 혼자 사는 거에요?”


“넵 고시원에서 혼자 삽니다.”


“아 그래요? 이런 질문 우습죠. 박민기씨가 궁금해서요.”


“제가요? 왜요?”


사위될지도 모를 놈이라서 그런다고 말할 수도 없고.


“그냥이요. 박민기씨 같은 젊은 남자들은 어떻게 사나 궁금해서···”


박민기는 그제서야 눈앞의 여자를 꼼꼼히 살펴본다.

명함을 안 줬으니, 직책도 직위도 뭔지 모르겠고 눈앞의 여자는 40대? 아니 그것보단 나이가 많아보인다. 귀걸이와 목걸이로 봐선 꽤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 같은데.


“혹시 여자친구는 있나요?”


“여자 친구요? 아, 아니요.”


잠깐 말을 더듬었네, 갑자기 개인적인걸 물어봐서 일수도 있고 아니면 거짓말 한 건지도 모르지.


“혹시 연상 관심 있어요?”


이예원의 질문에 박민기의 눈앞이 하얗게 변한거 같다.

40대에서 50대 사이, 눈앞의 여자는 너무나 예쁘기는 하다. 하지만 엄마 뻘인데.

잘 가꿔서 그정도로 보일뿐 실제로는 보이는 것보다 열살이나 스무살쯤 많을 것이다.


“아, 아니요. 그런 생각해본적 없어요.”


“그래요.”


실망한듯 들려오는 대답에 박민기는 왠지 눈앞의 이예원을 상처 준 기분이다.

이예원이 뭔가 깨달은듯 허겁지겁 입을 연다.


“아니 내 말은 나이가 한 두세살 많은 사람이요. 그런 여자한테도 관심 없어요?”


상황을 이해한 이예원이 다시 묻자.


“좋은 사람이라면···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면서 웃으며 박민기를 본다.

키크고 인물은 훤하네··· 성격은 좀 고지식해 보이고··· 부모님 없다는건 좀 안타까운데. 사람보고 사는 거지 배경보고 사는거 아니니까.


박민기는 지금 인생에서 있어 매우 중요한 순간을 겪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갑작스럽게 주어진 임무지만 이건 절호의 기회였다.

에르나빈 호텔에 납품한다는 건 단순히 제품을 판매한다는 뜻이 아니다.

5성급 호텔 에르나빈 객실에 메타 전자 제품이 놓여 있는 것 만으로 엄청난 부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TV광고나 포탈광고로 몇십억 해 봤자 제품에 대한 관심도만 조금 올릴뿐이다. 그런데 에르나빈 호텔에 메타 전자 제품이 놓여 있다면 품질과 브랜드를 인정받은 최고품질의 제품임을 공인 받은 것과 같다.


“좋아요 그럼 계약서 쓰죠.”


“계, 계약서요?”


“안 가져오셨어요.”


“제품 소개하는 자리인줄 알고.”


박민기의 말에 이예원이 방긋 웃었다.

세상에 만나자마자 계약서 쓰자는 사람은 없지.


“그래요 그럼··· 다음번에 계약서 쓰죠. 아! 거기 대리분 한분 있죠? 여자분···”


“네··· 있습니다.”


“계약서 쓸때 같이 오세요. 내가 맛있는 저녁을 대접해드리죠.”


“아, 알겠습니다.”


묘한 기분이었다.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세상의 톱니바퀴가 굴러가고 있는듯한 기분?




***




회사로 돌아온 박민기는 사무실이 뭔가 조금 이상한 분위기라는걸 깨달았다.

한번 치받았기 때문인지 사무실에 떠도는 냉랭한 기운을 느낀다.

게다가 진기진 대리는 자리에 없고 다른 이들은 그저 슬쩍 자신을 한번 보고는 하던 일을 계속 한다.


“왔어?”


이석용 부장이 아는 척 하더니.


“네 다녀왔습니다.”


“그래 뭐래?”


“그게···”


박민기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나 잠시 망설이고 있을 때였다.


“텄나보네···”


“아니 그게 아니라···”


“거기 구매 담당자 나도 알거든··· 조지철 팀장이라고··· 애가 아주 깐깐해··· 부품 가격까지 따지더라고··· 조지철 팀장 만났지?”


“아니요.”


가자마자 인포메이션에서 안내한대로 갔더니 중년 아줌마가 앉아 있었는데··· 조지철 팀장은 무슨.


“그럼 튼거야. 이사님이 챙겨주신건데··· 날려 먹었네. 이사님께 뭐라고 그러냐? 참···”


“아니 그게 아니고요.”


“됐어 됐어! 말 안해도 알아.”


아니 사람 말을 듣지도 않고.


“부장님! 그새 이력서 다섯개나 들어왔는데요! 서울대, 포스텍, 카이스트 애들 학력들이 다 왜 이래?”


김진용 과장의 말에 유지연 주임이 이석용 부장을 바라보면서.


“부장님! 구인공고 올리라고 하셨어요?”


“응.”


“우리 TO 다 차지 않았나요? 또 모집해요?”


“조만간 한 자리 빌거 같거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유지연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묻자.


“지연씨는 그냥 하는 일에 집중해! 상사들이 알아서 하는 일이니까.”


최만혁 차장이 나선다.


“너무 학벌 좋은 애는 말고··· 적당히 말 잘 들을만한 애들로 추려봐!”


“그런데 그렇게 진행해도 되겠어요? 관리부 인사책임자가 원래 구인공고를 내는게 맞을텐데···”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업무영역이라는 게 있다.

업무영역을 마음대로 넘어서면 분쟁이 생기게 된다.

유지연은 그걸 지적한 것이다.


“일하다보면 이렇게도 하고 저렇게도 하는거지··· 이력서 뽑아서 갖다주고 면접 진행할거다 말해주면 되는 거지 뭐.”


“그런데··· 직급이 뭐에요?”


마치 유지연이 물어주길 기다렸다는듯이 이석용과 최만혁, 김진용이 고갤 들더니.

김진용 과장이 대답한다.


“인턴!”


“네? 인턴이요? 박민기씨 있잖아요.”


“······”


이건 대 놓고 엿먹이는 짓이었다.

반항하고 대들었다고 사람이 멀쩡히 있는 상황에서 ‘너 말안들으니까 갈아치울거다!’ 그렇게 말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뭐 이정도면··· 막나가자는 이야기지.


“인턴이라고요?”


평소라면 그냥 가만히 혼자서 씩씩거렸을 박민기가 고갤 빳빳히 세우고 이석용을 바라보며 물었다.


“응 인턴을 뽑으려고··· 자네가 아까 하는짓 봐선 회사 오래다닐 생각 없는거 같아서··· 우리도 자네가 갑자기 빠져버리는 상황에 대비해야지. 안 그래?”


“그러면 제가 안나가고 있으면··· 구인공고는 내리는 건가요?”


“그건 아니지··· 정말 원치 않지만 자네가 업무 숙달이 되지 않고 상사의 지시를 거스르고··· 뭐 여러가지 결격 사유로··· 내가 자를수도 있으니까 말이야. 이건 그냥 가능성의 이야기야 너무 진지하게 생각하지 마!”


이런 저열한 인간들을 가끔식 만나곤 한다.

학교에서도 군대에서도 사회에서도.

저열한 만큼 속물적이라 대성공은 못해도 실속을 챙기면서 주변 사람들을 괴롭히며 살아간다. 어떻게 당사자를 눈앞에 두고서 저런 말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가능만 하다면 머리 뚜껑을 열어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는지 뇌구조를 확인하고 싶을 정도다.


박민기가 어이없다는듯 피식 웃었다.

그러자 이석용의 이마에 힘줄이 툭 불거져 나온다.


“뭐가 웃겨? 자네한테는 사회 생활이 그렇게 만만해? 상사가 이야기 하는게 우수워?”


이석용의 말에 박민기가 이석용을 바라보지도 않고 말을 이었다.


“참 황당하지 않습니까? 인턴은 나가서 어떻게든 회사 제품 팔아보려고 바둥거리고 있었는데··· 돌아와보니 상사님들께선 그 인턴 자를 생각만 하고 협박하고 있으니까요.”


“뭐? 협박? 박민기씨 말 조심해!”


김진용이 발끈하며 나선다.


“말 조심하겠어요? 사람 앞에다 두고 너 잘릴거라고 말하는데?”


박민기도 도끼눈을 뜨며 김진용을 바라본다.


“기본적인 예의라는게 있는 겁니다. 자를려면 자르세요!”


“저 새끼가··· 아까부터···”


“새끼라니! 어디서 욕질이야?”


조용히 중얼거리는 소리였지만 이석용이 한 말은 박민기를 비롯한 부서사람 모두에게 전달되었다. 박민기가 발끈하자 사무실은 사람 침 삼키기도 어려울만큼 정적에 잠겼다.


“뭐 그렇게 나오신다 이거죠? 그럼 좋습니다.”


박민기가 조용히 자리에 앉아 사업계획표를 점검하며 수정해 간다.


“에르나빈 호텔 납품 계약을 해야 하는데··· 물 건너 갔네.”


“뭐?”


박민기가 혼잣말인듯 말을 흘리자 부서 사람들이 모두 박민기를 바라본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이석용이 묻자.


“에르나빈 호텔에 가져간 샘풀별로 1000개씩 납품 하라더군요. 그리고 계열사에서도 소개해 준다고 했는데··· 계약 물 건너 간거죠.”


5성급, 소위 VIP만 드나든다는 에르나빈 호텔에 면도기와 드라이기가 비치된다는 것만으로 부대효과가 얼마나 대단할지는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알 사람들이었다.


“계, 계약을 땄어?”


“아니요. 물건너가게 생겼어요.”


“아니 이 사람아 그건 그거고 계약은 계약이지···”


“누가 그래요?”


박민기가 이석용을 노려본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 목줄 잡고 흔드는데 어떤 직원이 넙죽 넙죽 실적을 가져다 바칩니까?”


“하아··· 박민기씨 막나가네?”


“먼저 막나간건 부장님이죠. 사람 앞에서 자르겠다고 협박하시는데 저도 별수 있겠습니까?”


“됐어! 그까짓거··· 내가 에르나빈으로 전화 몇통 돌려보면 알거 가지고.”


이석용이 전화기를 돌려 에르나빈으로 전화를 한다.


“아 조팀장님 안녕하십니까? 메타전자 이석용 부장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죠? 하하하 다름이 아니라··· 오늘 저희 직원이 방문했잖습니까? 아니··· 오후 3시에 저희 직원이 샘풀들고 방문했는데··· 아니 조 팀장님 잠시만요. 아니···”


순간 정적이 흐르고 이석용 부장이 전화기를 내려놓는다.


[딸칵!]


“잘 안되셨나봐요?”


박민기가 얼굴에 만연한 미소를 짓고 이석용을 바라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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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기다려왔던 사람 24.05.18 22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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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경영자적 센스 24.05.16 263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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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턴! 받아치다 24.05.14 288 3 12쪽
8 갑작스런 미팅 24.05.13 301 4 13쪽
7 운명의 시간 24.05.12 333 4 13쪽
6 사건 발생 24.05.11 359 6 12쪽
5 총판미팅 24.05.10 401 6 12쪽
4 윈윈 하자고요 24.05.09 411 8 12쪽
3 사기성 마작게임 24.05.08 443 5 11쪽
2 그저 평범한 중소기업의 인턴 24.05.08 494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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