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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루 님의 서재입니다.

리콜된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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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루
작품등록일 :
2021.07.28 11:07
최근연재일 :
2021.11.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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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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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09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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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리콜된 배우-78편

DUMMY

대한민국을 경악에 빠트리게 한 사건이 터졌다.

강남 헤로나 클럽.

그 속에서 벌어진 끔찍하고 더러운 사악한 일.

물뽕.

성폭행.

연예인들과 재벌가의 잔인한 사건들이 몰래카메라 영상 덕분에 하나, 둘 터졌다. 그리고 경찰과의 유착관계까지. 또 내부고발자로 인해 더 많은 비리들이 밝혀졌다. 그리고 이어서 물뽕에 성폭행을 당한 여자들이 고소가 뒤를 이어나갔다. 그러면서 그들의 통화목록까지 까발라졌다.


그로부터 몇 달 후 ‘비밀연애’ 제작발표회.

무대 위에 감독과 배우들이 등장하자 수많은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특히, 나와 장산의 등장에 카메라가 집중되었다.

후유. 내가 너무 잘 나서 탈이야. 연기면 연기, 미모면 미모 그 어디에서도 부족한 게 없으니······. 넘치면 넘쳤지. 나에게 걸맞게 남자도 완벽하고. 비주얼 커플이라고 해야 하나?

찰칵 찰칵.

감독과 배우 다섯 명이 의자에 앉았다. 감독이 먼저 인사를 하고 그 다음을 이어 배우들이 인사를 했다.


“장산 씨에게 묻겠습니다. 여기에 있는 대부분의 기자들의 관심은······.”


“잠시 만요.”


장산이 마이크를 입에 가져다댔다.


“······.”


“이 자리는 ‘비밀연애’ 제작발표회입니다. 그리고 이미 유은과 제가 사귀고 있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그러니 지금은 이 작품에 관해서만 질문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공덕기 감독입니다. 지금 장산 씨가 말한 것처럼 제작발표회에 걸맞은 질문만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대중들이 궁금해 할 텐데요. 그 궁금증을 저희 기자들이 대중을 대신해서 질문을 드리는 겁니다. 간략하게나마 한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이 정도는 예상했잖아. 그러니까 짧게 인터뷰하는 게 어때?”


장산의 옆에 앉아있던 감독이 장산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죄송해서······.”


“괜찮아. 자네의 열애설 때문에 ‘비밀연애’를 모르는 사람이 없어. 마케팅을 따로 할 필요가 없을 정도야. 내가 고맙지.”


감독과 이야기를 나눈 후 장산은 마이크를 들었다.


“감독님에게 양해를 해주신 덕분에 10분 정도만 열애설에 대한 인터뷰를 하겠습니다.”


장산은 간신히 한숨을 삼키고는 미소를 띠었다.


“10분은 너무 짧습니다. 20분 정도 시간을 주십시오.”


구석진 자리에 앉아있던 기자가 소리치자 다른 기자들도 맞장구를 쳤다. 장산도 이미 10분을 말할 때 그 정도는 예상했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장산 씨와 임유은 씨가 사귀기 시작한 때가 언제입니까?”


“유은과는 얼굴만 알고 있는 정도였는데 유은이 참여한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하면서 정식으로 인사를 했습니다. 예쁜 후배다만 생각했는데 만나면 만날수록 마음에 들더군요. 하지만 마음을 쉽게 보여주지 못하고 지켜보기만 했습니다. 그러다 같이 드라마도 찍게 되면서 유은에 대한 제 마음을 확인하게 되면서 남자답게 적극적으로 대시했습니다.”


그는 나를 따뜻한 눈으로 쳐다보고는 손을 잡았다.


“축하드립니다. 그런데 공식 커플이 된 후 같은 드라마를 같이 찍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어떻게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나요?”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습니다. 그런데 작품에 들어가면 얼굴 한 번 보기 힘들어지잖아요. 그 때문에 헤어지는 경우도 있고. 그래서 제가 적극적으로 같이 하자고 제안했고, 작가님, 감독님도 오케이 해주셔서 이렇게 찍게 됐습니다. 저희도 끝까지 비밀연애를 하고 싶었지만 사랑은 숨긴다고 숨길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아쉽게도 오픈하게 됐습니다.”


그는 아쉽다는 표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쳐다봤다.

찰칵찰칵.

카메라가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찍었다.


“태일일보 이요섭 기자입니다. 임유은 씨한테 질문하겠습니다.”


“네?”


호오, 나한테?

나는 그런 속내를 감추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임유은 씨는 여러 번의 스캔들이 있었습니다. 그······.”


“그렇게 말하면 대중들이 진짜인줄 알겠어요. 상대는 두 명밖에 없어요. 여기 있는 장산 씨와 그리고 화장품 CF대표하고요. 그 외에는 스캔들이 난 적이 없어요. 들킨 적이 없거든요.”


나는 장난스럽게 윙크를 날렸다. 그러자 기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무엇보다 몇 달 전 터졌던 헤로나 클럽에서의 김시열과 관련된 사건을 제보하신 장본인이신데요. 여배우로서 두렵지는 않았습니까?”


“으음. 두렵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두려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일에 얽히는 게 여배우로서 안 좋은 일이기도 했고요. 하지만 제가 그 진실을 피해버린다면 그들한테 농락당하는 여성들의 숫자가 느는 거니까요. 거기다 그 클럽 미성년자들도 출입했더라고요.”


“임유은 씨의 이런 모습이 장산 씨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가요?”


“맞습니다.”


장산이 마이크를 들어 대답했다.


“스위트패션 김동건 기자입니다. 공식적으로 연애를 시작하게 됐는데 공식커플을 인정하게 되면 불편한 점이 없나요?”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죠. 벌써부터 이렇게 여러분들의 질문공세에 시달려야 하니까요.”


“하하하.”


“자, 이제 20분 지났나요? 그럼······.”


“마지막 질문 하나만 받아주십시오.”


“네, 말하십시오.”


“미국 할리우드에서 임유은 씨에게 작품 제안이 들어왔다던데 사실인가요?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면 받아들일 건가요?”


“벌써 안 거예요? 그 제안이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는데. 그런데 제안이 들어오긴 했지만 캐스팅 된 건 아니에요. 오디션을 봐야한다는 조건이 붙어있어요. 그래서 이 드라마 촬영이 끝나면 미국에 다녀올 계획입니다. 그러니 캐스팅 될지 안 될지는 그때 가봐야 합니다. 결정된 게 아무 것도 없습니다.”


“오디션에 합격하게 되면 그 영화를 찍을 건가요? 그리고 캐스팅 된다면 오랫동안 헤어져 있어야 하는데 괜찮은가요? 서로 바쁜 스케줄 때문에 헤어지는 연예인 커플이 많아서요.”


“흐음.”


나는 일부러 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댄 채 시간을 끌었다.


“임유은 씨도 걱정이······.”


“스케줄 때문에 헤어진다고 하면 그건 그 정도의 인연밖에 안 되는 거겠죠. 굿바이 하면 돼요. 전 쿨하게 보내줄 자신 있어요. 그리고 한 가지 더 말할게 있는데요.”


그녀가 뒷말을 할 때 목소리를 작게 했다.


“네?”


기자들의 귀가 쫑긋 세웠고, 장산을 포함한 배우들과 감독까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쳐다봤다.


“제가 먼저 헤어지자는 소리는 안 할 거예요. 그러니 헤어진다면 제가 차였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그때는 저 남자 나쁜 남자라고 기사 내주세요.”


“네? 으하하하. 장산 씨 확실하게 걸렸는데요.”


“하하하. 오히려 제가 환영해야 할 일인데요. 우리가 헤어질 확률은 제로인 것 같아요.”


“진짜 보기 좋습니다. 그리고 장산 씨가 왜 임유은 씨를 사랑하게 됐는지 알겠습니다. 저도 반했습니다.”


“제가 이미 유은을 선점했습니다. 그러니 관심 안 가지셔도 됩니다. 그럼, 이제 비밀연예에 대한 질문을 해주십시오.”


그 뒤로도 기자들은 아쉬운 표정이었지만 이미 약속한 일이기에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31. 사랑은 이들처럼




제작발표회가 끝난 후 우리는 밴에 올랐다.


“왜 나한테 말 안한 거야? 할리우드에서 작품 제안 왔다는 것 정도는 미리 귀띔해줄 수 있는 것 아닌가?”


장산이 잔뜩 삐진 얼굴로 말했다.


“확정된 게 아니라서 그랬어. 오디션 보고 합격하면 그때 깜짝 놀라게 하려고 했는데. 그런데 기자들이 소식이 엄청 빠른 것 같아.”


“이 세계가 원래 그래. 그런데 진짜 할리우드로 진출하려고 생각하는 거야?”


“응. 같이 진출하는 건 어때?”


“흐음.”


그는 턱을 매만졌다.


“그리고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살고 싶어. 그 시발점이 미국이 되는 거야.”


“흐음.”


그는 여전히 신음을 흘렸다.


“그렇게 되면 그 누구의 시선도 신경 안 쓰고 우리 둘만의 시간을 더 많이 가질 수 있잖아. 솔직히 한국에서는 남들처럼 자유롭게 연애를 할 수 없잖아.”


나는 운전하고 있는 로드매니저를 힐끗 쳐다보고는 장산의 몸 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응?”


“길거리에서 키스도 하고 싶어. 자유롭게. 내가 너무 노골적인 거야?”

“아니야.”


“외국으로 나가고 싶어.”


“외국이라고 다 그런 건 아니야. 그리고 놀러가는 게 아니라 배우로 진출하는 거라며? 그럼, 성공하게 된다면 파파라치가 따라다닐 거야. 그럼, 더 우리 생활의 폭은 좁아지는 거야.”


“흐음.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했어.”


내가 죽을 때까지 이 남자와 함께 하고 싶은데. 과연 가능할까?

나는 덜컥 겁이 나면서 불안감으로 몸을 떨었다. 다시 이 세상에 오게 된 것이 내 뜻이 아니었듯이 돌아가는 것도 내 뜻이 아닐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선택의 문제를 벗어난 일이었다.

에스테란에 가고, 다시 대한민국으로 오고. 이렇게 행복한데 다시 에스테란으로 가게 된다면······ 안 돼. 결단코 그런 일이 발생해서는 안 돼.

나는 이를 악물었다.


“그런데 성공을 확신하는 거야?”


그는 내 불안한 마음을 눈치 채지 못하고 물었다.


“어?”


“할리우드 가서 성공할 수 있어?”


“당연하지. 내가 누구인데?”


나는 불안한 감정을 털어버리려고 일부러 더 과장되게 호들갑을 떨었다.


“호? 유은이 그렇게 말하니까 오기가 생기는데. 좋아. 해보자고. 읍.”


나는 그가 말하려는 순간 키스를 했다. 입술이 포개지면서 그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나는 그의 목을 감싸 당겼다. 몸이 밀착되면서 그의 손도 내 허리를 감쌌다. 거친 호흡이 겹쳐졌다. 그리고 더 뜨겁게 달아오르려는 순간 밴이 멈췄다. 우리는 허겁지겁 서로의 몸에서 떨어졌다.


“이렇게 붙어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연인인데? 제3자가 늘 있어야 한다는 뜻?”


“그건 아니고. 은밀한 아지트 같은······.”


“훗. 맘대로 해. 그런데 눈치가 없는 것 같아.”


“눈치? 내가 얼마나 센스 있는 남자인데.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나로 말하자면······.”


“스톱.”


나는 그에게 몸을 내밀었다. 그러자 그만큼 그의 몸이 뒤로 물러났다.


“왜?”


“내가 잡아먹을까봐 두려워?”


“무슨······. 내가 유은을 잡아먹을까봐 두려워서 그래. 그러니까 거리를 두는 게 좋을 거야. 일이 벌어진 후 후회하게 되면 소용없어. 미리 경고해두는 거야. 날 원망하지 말라고. 그리고 날 유혹하지 마. 그런 순진한 얼굴로.”


“귀여워.”


나는 그의 뺨에 손을 가져다댔다. 그러자 그의 몸이 살짝 경직되었다.


“하아. 그만해.”


그는 간신히 말을 뱉어냈다.


“칫. 왜 그래? 당신 입술에 내 립스틱이 묻어서 닦아주려고 했던 것뿐인데.”


“아!”


나는 그의 입술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의 입술이 벌어졌다.


“훗.”


“왜?”


내 웃음에 그의 얼굴에 의아한 기색이 감돌았다.


“처음 봤을 때는······.”


“첫눈에 반했지? 내가 그 정도로 매력적인 남자잖아. 여자들이 얼마나······.”


그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기생오라비 같았어.”


“그래, 내가 기생오라비처럼 잘 생기······. 뭐라고? 기생오라비? 그런 나와 지금 사귀는 거야?”


“그러니까. 인생은 참 아이러니해. 남자라면 치를 떨······. 으음. 어떻게 말해야 하나?”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이종격투기 선수처럼 몸이 좋은 남자가 딱 내 스타일이었어. 우람한 근육에······. 아, 맞아. 옛날 영화이긴 한데. 헐크? 헐크가 내 스타일이야. 근육이 이만한 게 남자답잖아.”


“하아. 헐크를 질투할 날이 올 줄은 몰랐어. 지금도 그 스타일을 좋아해?”


“그 누구 덕분에 변화가 생겼어.”


나는 의미심장한 눈빛을 보냈다.


“유은을 보면 가끔 이해가 안 되는 면이 있어.”


“내가 엉뚱한 말을 하긴 하지? 내가 사차원인가 봐. 집에까지 데려다 줘서 고마워.”


“커피 한 잔 마실 수 있을까?”


그는 말하면서도 전혀 기대치가 없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좋아. 커피 한 잔 정도야 뭐. 매니저도 같이 들어가자고 해. 여기까지 운전했는데.”


“그건······.”


“둘이 있는 건 자제하자면서?”


“알았어.”


“진석아!”


“네?”


“너도 들어가자.”


“저는 괜찮습니다. 밖에서······.”


“들어와요. 진석 씨가 안 들어가면 이 남자도 들어갈 수 없으니까. 한 발자국도.”


“들어가자. 차는 거기다 세워놓고.”


“알겠습니다.”


로드매니저는 서둘러서 빈 주차공간에 차를 세워놓고는 그들을 따랐다. 나는 독립을 결정한 후 석 달 전에야 겨우 독립했다.


“집들이는 했어?”


“집들이?”


“안 한 거야?”


“아, 집들이! 아, 했다. 진우와 친구들을 초대해서 식사했어. 그때 휴지랑 세제를 사와서 잔뜩 쌓여있어.”


“나한테는 왜 말 안 한 거야? 나도 초대했어야지. 진짜 섭섭한데. 난 언제나 유은이 우선이었는데.”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하지 마. 그리고 결혼하게 되면 무조건 내가 우선이어야 해. 알겠지?”


그는 장난스럽게 말했다.


“우선?”


목소리가 떨렸다.


“그래, 우선!”


그가 단호한 어투로 대답했다.


“으음, 좋아. 하지만······.”


“하지만?”


“자기하기 나름이지. 내 맘에 안 들면 아웃이야. 아웃. 오케이?”


“으하하하.”


그의 입술이 삐죽거리더니 웃음을 터뜨렸다.


“왜 웃어? 나는 진지하게 말하는데······.”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미안! 미안! 유은은 천성적인 연기자 같아.”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도 봐. 난 거짓말 하나도 할 줄 몰라요. 하는 천진무구한 얼굴로 얘기하고 있잖아.”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거야?”


나는 황당했다.


“그런 게 아니라 사랑해.”


그의 눈동자가 하트모양을 연상시킬 정도로 달라졌다.


“나도.”


“이리와.”


그가 나를 끌어안았다. 나는 그의 넓고 따뜻한 가슴에 안기자 마음이 편안해졌다.


“유은!”


“응?”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올려다봤다.


“다음엔 우리 르느와르 같은 액션영화 찍는 것 어때? 사랑은 현실에서만 하고. 그런데 현실에서는 불의를 보더라도 참아. 위험한 행동은 하지 말고 말이야. 남자보다 더 못 참는 것 같아. 그러다 큰일 나면 어떡해?”


“참으려고 하는데 불의를 보면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라고. 머리보다 먼저 몸이 움직여지는 걸 어떡해? 나도 모르게.”


“그러더라도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마. 내가 불안하잖아. 그럴 땐 무조건 날 불러. 내가 슈퍼맨처럼 등장해 다 처리할 테니까.”


그가 어깨에 잔뜩 힘을 줬다.


“정말? 한가닥하는 사람들이라도 상관없어? 칼을 들고 덤비면?”


“그러니까 무조건 날 불러.”


“당신 무술실력이 어떻게 돼? 태권도? 유도? 검술? 아니면······.”


“헬스 10년차!”


“헬스? 그건 몸을 만드는 거잖아. 힘이야 좋아지겠지만 싸움과는 별개인 것 같은데······.”


나는 그의 대답에 어이가 없었다.


“체력이 국력이라는 말이 있잖아. 건달들도 내 얼굴을 알지 않을까? 스타라면 한 수 접어 줄 거야.”


“아니, 한 대 더 맞을 수 있어. 차라리 여자인 내가 더 나을 것 같은데. 남자들이 방심할 것 아니야? 남자들한테는······.”


“내가 몸으로 맞아줄 테니까 무조건 도망쳐.”


“뭐? 도망쳐? 그리고 몸으로 맞아준다고?”


“그래, 사랑하는 사람 대신 맞아줄 수 있다면 그것만큼 큰 영광도 없어. 그런데 이 작은 머릿속에는 뭐가 들어있을까? 70세 정도 되는 할머니가 그 머릿속에 들어있는 건 아닐까?”


“더 많을 걸.”


나는 움찔하면서 농담인 듯 말했다.


“하하하. 유은한테는 농담을 못하겠어.”


그는 내 말에 또 다시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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